요즘 제 손으로 만든 빵으로 식구들 먹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답니다. 세상에! 베이커리에서만 빵을 사먹던 저에게 말이죠, 제 손으로 직접한 빵이 진짜 빵이라는 생각이 막 들면서 전율이 이는 것이지 뭐에요. 빵도 종류별로 다양한 형태의 반죽과 만드는 법이 있으니 그것을 하나하나 직접 해보고 완성된 빵을 보니 참 좋더군요.
그런데 책에서는 안 나오는 몇몇 사소한 노하우를 제가 익히게 되었답니다. 뭐, 너무 사소하여 '뭘 별 걸 다가지고 호들갑이야?' 하실 분도 있으나, 사실은 베이킹 초보자에게는 별 것이 아니랍니다. 처음엔 반죽하는 방법도 모르고, 발효되면 어떻게 변하는지도 몰랐으니 정말 문뇌한인 저에게는 그저 놀랍고 두렵울 뿐이었답니다. 과연 내가 하는 방법이 옳은 것인가? 하고 말이지요.
여기서 한 번 제 경험담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답니다.
① 반죽할 때 원래 이렇게 징하게 손에 반죽이 들러붙나요?
제빵사 이웃에게 들어보니 원래 빵 종류에 따라 반죽이 깔끔하게 되는 것도 있고, 찐득찐득 달라붙는 형태의 반죽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초기 손으로 반죽하실 때, 엄청나게 놀라지 마세요. 원래, 이 반죽이 손에 잘 드러붙는답니다. 그런데 제가 도예가인데 흙보다 더 들러붙는 것이 기분 별로 좋지 않았답니다.
이렇게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반죽이 대부분입니다.
몰랐을 때는 이것이 맞나? 밀가루를 더 뿌려야하나?
의심이 막 갔습니다.
보통 칼국수 할 때 처럼 밀가루 솔솔 뿌리면서 그렇게,
만져도 마른 그런 반죽을 해야되나?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이런 모습이 아주 정상이라는 것입니다.
반죽을 떼어낼 때는 고무반죽주걱에 물을 묻혀 살살 떼어내면 된답니다.
첨언하자면, 여기서 반죽이 생명이라고 하시는 몇몇 분이 있으신데...... 사실 빵 종류에 따라 빵 반죽을 열심히 해야되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더라고요. 어떤 빵은 그냥 대충 반죽해놓고 발효하고, 어떤 빵은 통에다 기름 부어대고 펼쳤다 접었다 하는 반죽도 있고...... 뭐 아주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죽도 대충해도 별로 실패하지 않는 빵 만드는 법을 터득한 요리사 출신 친구, 알프레도는 그럽니다. "대충해도 맛있는 빵이 돼! 단지,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중요할 뿐이야."
② 반죽 발효 후 보니, 우와! 촘촘한 발효망이 형성 되었어요!
뭐, 이것은 책에서도 잘 나오고, 모든 베이킹의 기본이지요. 그런데 초보자에게는 직접 보니 정말 놀라게 되는 광경이지요. 이런 반죽 발효는 상태에 따라 2차, 3차 발효가 있었어요. 사람들이 빵 만들기에서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반죽과 이 발효 과정을 잘 단계별로 지켜내기가 어렵다는 선입견이지요.
그런데 반죽은 따뜻한 곳에 놓아두면 스스로 알아서 발효가 되어주니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발효 가스 가끔 빼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세한 신경 쓰기에는 맘 턱 놓고 발효하도록 두면 된다는 말씀!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서서 요리에 신경 쓰는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략 준비하고, 반죽하고, 오븐 넣고..... 뭐, 25분에서 30분 정도? 나머지는 다 기다리면서 인내하는 시간!
사진에 잘 나오지 않았지만 발효하면서 촘촘한 발효망이 형성되어 아주 신기했어요.
마치, 거미줄이 촘촘히 쳐저있는 착각이 일게 하지요. ^^
③ 고무 주걱의 유용함 & 발효 후 반죽덩어리 손에 묻히지 않으면서 깔끔히 터치하기
역시, 이것은 뭐 베이킹의 기본이니 달리 감탄의 감탄사를 더할 필요는 없겠죠?
그런데 전 발효된 반죽 덩어리가 자꾸 손에 들러붙는 현상을 경험하고 멘붕이 온 적이 있답니다. 이것 참, 밀대로 잘 밀어 곱게 돌돌 말아 뒷마무리해야 하는데, 자꾸 들러붙으니 뭘 해야하나? 칼국수 면발 만드는 것처럼 밀가루를 뿌려야 하나? 하면서 처음엔 밀가루를 엄청 뿌려댔습니다. 그런데 밀가루를 뿌리면 나중에 밀가루 자국이 빵에 돌돌 선명하게 나와 별로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달팽이 모양의 밀가루가 선명하게 모양으로 나타났지요.
그럼 밀가루 말고, 다른 무엇인가를 써야한다는데......
제가 쓴 방법은 물을 묻혀가면서 쓴 방법입니다.
(거의) 모든 반죽에 버터나 올리브유가 들어가므로 이미 반죽은 기름이 있기 때문에
물을 묻혀가면서 반죽 터치해주는 것이 더 효능이 있었습니다.
기름을 묻히게 되면 나중에 마무리로 꼼꼼이 이어줘야할 때는 붙이기 어렵겠지요?
그런데 이렇게 밀대에도 물 묻히고, 반죽 정리할 싱크대에도 물을 묻히니
이렇게 잘 들러붙지도 않고 좋았답니다.
밀대로 잘 밀어놓은 반죽을 돌돌 말아 정리할 때도 물이라 더 잘 붙더군요.
그런데 반죽이 곧 물을 흡수하면서 이렇게 마지막 부분에서는 모든 것에 들러붙으려는
성질이 있어 이 고무주걱이 아주 유용했답니다.
이것으로 쏙쏙 들러붙은 반죽을 떼어낼 수 있습니다.
뒷 부분을 잘 정리하여 이 빵틀에 집어넣고 발효 마지막 부분을 기다려야지요.
④ 우리 집 오븐의 성질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오븐 온도 조절 부분에서 실패하면 또 빵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ㅠ,ㅠ
처음에는 산너머 산인 줄 알았답니다. 도대체 책에 나온 것과는 다르잖아?
네! 각 오븐 별로 다르답니다.
우리 집 오븐이 전기 오븐인가? 도시가스형 오븐인가? 아니면, 제가 사용하는 것처럼 부탄 가스용 오븐인가? 오븐이 작은 미니 오븐인가? 아님, 큰 오븐인가? 이것은 본인이 잘 알고 빵 구울 때마다 특별한 점을 기억해두고 메모해두시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답니다.
오븐이 전자식이 아니고 수동식이라면 더 그렇겠죠?
우리 집 오븐은 수동으로 온도를 재고 어림짐작 온도를 맞추어 진행 상황 가끔 체크하면서 됐는지 안 됐는지 살펴본답니다. 어떤 때는 20분 만에 완성되는 빵이, 어떤 때는 (똑같은 빵이라도) 30분에 완성될 때가 있답니다. 예열하는 과정, 예열로 뜨거워진 불을 낮춘 경우가 있다거나, 낮춘 온도에서 서서히 빵을 굽는 것 등...... 개인만의 노하우를 만들면 아주 좋을 듯합니다.
가령, 발효 과정없는 '요쿠르트 빵' 같은 경우는 전 두 가지로 나뉜답니다.
한 번은 160도에서 25분, 다른 때는 140에서 40분 정도?! 굽는 시간이 길 수록 발효되기 때문에 빵이 더 부풀 가능성이 있고요, 반면 수분이 좀 날라가 퍽퍽한 느낌이 있지요. 대신 높은 온도에서 겉은 바싹, 속은 촉촉한 빵은 발효가 되지 않아 얇게 나온 경우도 있었답니다. 빵 만들기도 이런 변수가 작동하니...... 고것만 잘 체크하시면 즐거운 베이킹 초보자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에 만든 호밀빵.
호밀은 발효가 아주 어렵게 되지요?
두 배의 발효 시간을 주었답니다. ^^
이번엔 밀가루 자국없이 잘 나왔습니다.
베이킹도 다른 요리와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경험이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답니다. 처음에는 이게 맞을까? 궁금하고, 잘 못하는 것 같고, 아닌 것 같고...... 다 그런데, 하다 보니 완성되는 빵마다 나름대로의 독특함이 있었답니다. 다 하기 나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아직도 베이킹 초보자 딱지를 떼지는 않았지만, 지금 집에서 직접 빵을 만들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썼습니다. 전 가장 기분 좋은 것이 말이죠, 제가 한 빵이 어떤 재료에서 온 것인지 한 눈에 훤히 보여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먹여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서로 달라고 노래를 불러대는 모습도 좋고...... ^^ 이제 정말 베이킹에 빠질 것 같아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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