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아빠와 함께 숲 속 산행에서 배운 것

산들무지개 2015. 8.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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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야기를 써나갑니다. 


요즘 저는 외로운 우주에 떨어진 고아처럼 애타게 수신호 기다리는 심정으로 글을 써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예전만큼 블로그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요즘 현대인이 공감하는 내용과는 먼 이야기 때문에 그런지 제 블로그가 특별히 눈에 들어오지 않나 봐요. 방문객도 적고, 스스로 노력하는데, 노력하는 만큼 기대치가 돌아오지도 않고......  제 블로그가 아주 특별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가 애착 가지면서 매번 이야기를 쓰는데 어쩐지 한국 다녀온 이후에 이렇게 블로그에 실리는 글들이 큰 빛을 발하지 않네요. 그래서 너무 슬프네요. 


그래도 당당히 이야기하지만, 제 블로그는 빛나는 블로그입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지만 제 포스팅 하나하나 빛나는 내용이 많음을 여기서 표명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이 잊고 지내는 자연과의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 것들인지 여기서 보여드리겠습니다. ^^* 


앗! 그래서 오늘 내용도 소소하지만 빛나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목만 보고 어휴~! 재미없어~! 하실 분들을 위해 "그냥 마음과 눈을 맡기라~!" 조언해드립니다. 


우리 가족은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터를 두른 한-서 가족입니다. 아빠는 자연공원에서 홍보, 테크닉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특별히 아빠가 방문객에게 진행하는 작은 숲속 산행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오감을 열고 룰루랄라 소풍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배운 것들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스페인 발렌시아주 페냐골로사 자연공원(Parque natural de Peñagolosa)에서 있었던 산행 현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페냐골로사 자연공원에서 여름 시즌 동안 크고 작은 행사를 하는데요, 이 행사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짧은 산행(왕복 4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우리 집에 놀러 오신 한국 가족 방문객과 함께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스페인 발렌시아주 공원 내 유의사항부터 먼저 보실까요? 


  •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 산행 시 지정된 길로만 다니세요~! 지름길은 만들지 마세요~! 꼭 지정된 길로만 다니시면, 길이 훼손되지 않습니다. 

  • 길 위의 샘이나 하천 등을 보존해주세요. 

  • 애완동물은 꼭 끈을 묶어 동행해주세요. 

  • 불은 지정된 장소에서만 피워주세요. (캠핑장 내에 바베큐 화덕이 있습니다.) 

  • 자연공원 내의 문화재를 존중해주세요~! 함부로 돌담이나 샘 등을 훼손시키지 마세요.

  • 꽃과 식물을 꺾거나 뽑아내지 마세요.

  • 자연공원 내 동물들의 삶을 방해하지 마세요.  


짜잔! 같이 구경하러 가실까요? 

 


우리는 오후 5시 페냐골로사 자연공원 홍보 안내 전시실 앞으로 모였습니다. 



그곳에 참석한 아이들은 총 14명이었습니다. 

14명의 아이들은 망원경을 받고 부모 동반, 산행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각자 망원경을 들었다는 기쁨에 아이들이 벌써 신났습니다. 혹, 새를 보면 새 관찰할 기분에 들떴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망원경을 얻고서 기뻐 씩씩하게 길을 나섰습니다. 


자연공원 요원인 산똘님의 주의사항과 오늘의 짧은 일정을 듣고 길을 나섭니다. 



홍보실을 나서면 바로 페냐골로사의 유명한 수도원과 성당, 산 조안 데 페냐골로사가 나옵니다. 이곳을 스쳐 숲으로 갑니다. 



깊숙한 숲속의 샘, 이곳의 샘은 아주 길쭉하죠? 근처 방목되고 있는 소, 양 들을 위한 구유통 목적으로 사용한답니다. 



만3세의 쌍둥이 공주들도 길을 나섰습니다. 어린이가 주 대상이기 때문에 길이 험하지 않는 숲속 산행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평소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잔뜩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망원경을 통해 나타납니다. 



앗! 길 가다 갑자기 일행들이 다 멈춰서 뭘 보고 있습니다. 



산똘님 손에 뭔가 들려 있는데요? 이것은 스페인 가정 내에서 물에 희석해 쓰는 청소용 염화수소산(Salfuman)입니다. 이 염산으로 뭘 확인하려 할까요? 



길에 있는 돌 위에 한 방울 떨어뜨리니 우와, 돌 위에서 거품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강한 산과 반응하는 알칼리성 지대이기 때문이랍니다. 이곳은 알칼리성 지대의 장소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알칼리성 지대에서 피는 식물과 꽃들이 산성 지대에서 피는 식물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알칼리성 지대의 소나무가 판이하게 다르답니다. 이곳은 적소나무가 많은 곳이지요. 

 


야생 라벤더~! 길 위 허브향이 가득한 페냐골로사 자연공원입니다. 

우리 집에 오신 한국 가족들도 이 허브향에 취하여 좋다고 감탄하셨습니다.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정말로 스페인 산들은 허브향이 가득해서 걷는 내내 향취에 취해 걷는 장점이 있지요.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까요? 산똘님 손 위에 무엇인가 또 들려져 있어요. 



신기하게 생긴 이 곤충은 무엇일까요? 정말 믿기지 않겠지만 이것은 "매미"입니다. 스페인에 사는 매미로 치차라 알리코르트(Chichara alicort, 날개 짧은 매미)이며 학명은 Ephippiger ephippiger입니다. 


너무 신기해서 "오우?! 한국 매미와는 다르네? 한국에서는 '매앰~ 매앰~' 하고 울어서 '매미'인데 스페인에서는 '애피피거~ 애피피거~' 하고 울어? 아니면 '치차~ 치차~' 하고 울어?" 


남편이 하하하! 하면서 웃습니다. 


"못 들어봤어? 한 여름 대낮에 찌익~ 찌익~ 하고 울어대는?"


"오? 그런가? 한국 매미만 알아서......"


"스페인 매미는 스페인어로 노래해~!" 하고 남편이 재미있게 말해주네요. 



그런데 왜 이 치차라는 꼬리가 있을까요? 


바로 암컷이기 때문이랍니다. 이 꼬리로 땅을 뚫고 땅 속에 알을 낳는다네요. 오우?! 신기해~! 이제 주의 사항에서도 말했듯이 동물들 삶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히 자연 안으로 돌려줍니다. 



위의 사진은 수컷 치차라입니다. 꼬리가 없는 것이 확연히 보이죠? 


그렇게 우린 또 길을 나서다 또 신기한 번개 맞은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이날은 비가 올랑말랑하고 있었고, 멀리서는 천둥 굉음이 들리는 듯도 했습니다. 그러니 번개 이야기에 솔깃해졌습니다. 

 


이 소나무가 번개 맞고도 살아남은 대표적인 소나무인데요, 신기하게도 소나무가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형 결을 따라 번개를 맞았다고 하네요. 소나무가 통으로 맞고 쓰러지면 그만인데 이렇게 소용돌이 모양으로 찌지직~ 나무 결이 갈라진 모습을 보니 무엇인가 이상했어요. 위의 사진에 제가 노란색으로 그려놓은 모습을 보시면 됩니다. 


한 아이가 질문을 하네요. 


"그런데 왜 소나무에 소용돌이 모양으로 번개가 쳤어요?" 


오우! 정말 알고 싶은 질문이네요. 


"우리 동, 식물 우주는 소용돌이 나선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이거든. 우리가 태어나 세포 조직이 구성될 때, 식물이 자라나 싹을 틔우고 성장할 때 우리는 연속적인 나선형 구조로 자라나고 있어. 특히 식물들에게서 그 구조가 자세히 나타나는데 이것은 지구의 자전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 결이 나선형 모양으로 자라나게 되는 것이지. 그래서 이 소나무도 그 나선형 구조로 자라났던 거야. 번개를 그 결따라 맞아서 이렇게 나선형으로 보이는 것이지~!" 


산똘님은 이렇게 설명을 해줍니다. 와~! 정말 그렇네......  



이런 우주의 신비가 또 마음 속에 스며들면서 우리는 길 위의 식물 하나하나가 색다르게 다가왔답니다. 이제 페냐골로사 산 속에 피어나기 시작하는 버섯들도 눈에 속속 들어오고...... 


며칠 전에는 스페인 내에서 가장 추운 기온을 보였던 우리 페냐골로사 산속에 방송국에서 전화까지 왔었답니다. 산똘님은 마침 그날 두터운 자켓을 입고 방송 인터뷰에 임했는데요, 정말 그렇게 추울지 몰랐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곳은 벌써 가을? 가을에 피는 버섯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울창한 적소나무 숲을 지나갑니다. 



늑대의 방귀(pet de llop)라는 버섯입니다. 이 버섯은 연할 때 먹으면 속이 꽉 차 정말 맛있답니다. 그런데 점점 자라날 수록 속에는 희한한 물질로 채워지고...... 종균이 날아갈 때는 버섯이 빵빵해지다 빵 터지면서 속에 종균 가루가 시커멓게 날아간답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늑대의 방귀라는 이름을 단 것이지요.  



앗! 이번엔 늑대의 똥? ^^*

그것은 아니고 지나가다 우리는 동물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이런 배설물 하나에 관심을 갖기라도 할까요? 그냥 지나가기 쉽상인데, 오늘 산똘님은 어린이 방문객을 위해 찬찬히 설명해줍니다. 


"이 똥은 여우나 족제비의 똥일 것 같아. 그런데 작은 것을 보니 족제비 것인데?"



"그런데 왜 족제비 녀석이 똥 쌀 곳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이렇게 높은 곳에 똥을 싸놨을까?" 

어린이들이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왜냐하면 요 녀석들은 자기가 사는 구역이다~ 하고 경계 표시를 하기 위해 이렇게 똥을 싸 놓는단다. 그것도 높은 곳에 바람 잘 통해서 자기 냄새가 구역 전체에 퍼지게 하기 위해 이런 높은 곳에 똥을 싸놓는 거야."

"아하~!"

아하! 나 여기 있소~ 하고 말입니다. 



우리는 산책로 목적지에 다 닿을 즈음에 또 다른 실험을 했습니다. 바로 염산 한 방울을 바위 위에 뿌렸던 것이지요. 이번에는 이 바위에 거품이 일지 않아요. 이곳은 바로 산성토의 지역이기 때문이랍니다. 산과 산이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은 산성토에서 자라는 식물을 바라봅니다. 산성토에서는 알칼리성토보다 다양한 식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적소나무와 다른 검은 색 소나무가 자라나더군요. 



이제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근처 방목지로 유명한 에스피노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비스타베야 평야가 시작된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잘 걸어주는지 아주 기특했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간식 먹는 즐거움에 잘 걸어준 것인지...... 저렇게 선두로 걷고 있습니다. 



이곳 초원지에서 발견한 꽃! 이것은 무엇일까요? 제 블로그를 자주 방문해주시는 분들만 아는 꽃!

바로 야생 샤프란입니다. 땅속에서 콕콕 박혀 나온 것이 까꿍~! 인사합니다. 



자! 이제 간식 먹을 시간~! 



샘 근처에 이렇게 훈코(Junco), 한국어로 골풀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이 골풀로 의자나 가구 등의 물건을 만들었지요. 



간식 시간에도 산똘님은 아이들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우리가 산행 중 찾은 솔방울입니다. 



누군가가 열심히 갉아먹어 앙상하게 남은 솔방울, 누가 갉아먹었지? 하고 살펴봅니다. 

오! 솔방울 형태로 누가 갉아먹은지도 아네요! 우리는 다람쥐와 야생쥐 사이에서 긴가민가했습니다. 모양새로 보아 생쥐가 갉아먹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말이지요. 


다른 동물이 갉아먹는 형태도 보세요, 아주 흥미로워요~! 잣새(Piquituerto)는 정말 잣만 꺼내 먹는 것 같고, 딱따구리(Puco picapins)는 완전 초토화시키는 듯...... ^^*



비스타베야 고산평야의 전형적인 샘과 우물입니다. 



쉬는 동안 저는 야생 꽃과 식물들 사진을 찰칵, 찰칵 했습니다. 



비가 올락말락해서 빛이 많지 않아 이렇게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네요. 



사진 찍는 나에게 온 우리의 방문객 아드님....... ^^*

제게 옥수수 튀김을 가져다 줍니다. 고마워~!



우리의 첫째~! 엄마, 이렇게 아빠따라 숲속을 거느니 너무 좋아~! 



추억 하나하나가 새롭네요. 우리는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 출발지를 향했습니다. 이 소나무 숲 흑백으로 찍어보니 으음~ 추억에 감싸인 듯~! 



풀 숲에서 한 컷 찰칵~! 



출발지 수도원에 도착해 쉬면서 찰칵~! 사라가 포즈를 취해줍니다. 

아~! 엄마,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 

어느새 오후 9시...... 스페인은 이렇게 낮이 길답니다. 


우리는 이렇게 산 정상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 편안한 숲속 산행을 재미있게 마쳤습니다. 우리는 정상을 향해, 이슈를 향해, 이벤트를 향해, 정보를 향해, 끊임없이 습득하고 나아가려 합니다. 저도 제 블로그가 그런 블로그로 올려지려고 부단히 노력했는데, 사실은 그것이 아닌 것을 깨닫습니다. 이슈화되지 않으면 어때? 나는 나 나름대로 새로운 가치를 다른 곳에서 발견하는데...... 그렇게 위로를 합니다. 제 블로그는 아주 빛나는 블로그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관심을 두지 않으면 빛나지 않을 자연 안의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이렇게 빛나는 공부가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으면 잘 모를 이런 자연의 놀이 공부가 정말 큰 공부가 됩니다. 함께 참여하고 같이 걷다보면 분명 무엇인가는 배우니까요~. 


그것과 함께 제 블로그의 가치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님이 더 잘 아실 거라고 봅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라


누리


산드라


소소한 삶의 가치를 알아주시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스페인 고산평야에서 안부 전해요~! 

빛나는 블로그안부의 하트(아래의 공감 하트

한 방씩 꼭 눌러주세요. 

원기 회복할 것으로 압니당~!


☞ 블로그 활성화 위해 카카오스토리 채널도 개설했어요~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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