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 내가 스페인에서 남자 화장실을 사용한 황당한 사연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아니, 이런~! 이런~! 당황스러운 경험이......!


아니, 당황스럽다기보다는 미처 생각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 아닌, 사건(?)이었지요. 


마드리드의 수제맥줏집에 갔습니다. 남편은 또 새로운 맥주를 시식하기 위해 음미하며 도취하여 있었고, 저는 아이들과 함께 화장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저 지하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



지하 1층이 화장실이라 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갔습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가끔 잊거나 잃거나 혼란스러운 경험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날은 아주 평온하여 일어난 사태였습니다. "평온하다"는 것은 "매우 평온하여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먼저 보이는 화장실 문이 M이었습니다. 


생각을 안 했으니 M 문은 열지 않았습니다. 영어식에 익숙해져 있던 제 무의식이 발동한 것이지요. 그래서 손은 자동으로 다른 문을 열었습니다. 


"우와~! 이곳 화장실 정말 깨끗한데?!"


그 와중에 화장실 깨끗한 것이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상큼하게 아이들 셋에게 볼일을 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화장실 문을 잡는 겁니다. 


"Espera, un momento~!"


'잠깐만 기다려주세요~!'하고 말을 하고, 아이들 손을 차례로 씻겼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져 밖에 나갔는데 우리 문 앞에 떡 서 있는 사람은 


오~ 오~ 오~ 뭐야? 



어머머?! 조지 클루니?! 

아니, 조지 클루니가 이곳에 왜 서 있는 거지?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생각하지 않는 평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남자가 왜 여자(?)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생각이 들지 않았답니다. 


그 순간! 아차! 이 남자는 그럼 우리가 쓰던 화장실에 들어오려고 했던 거야? 순식간 반응이 일어나 화장실 문을 보았죠. 


H



이 H란 글자는 사라지지도 않고 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헉?! H! H는 hombres, 남자!!!! 


제가 놀란 눈으로 남자의 얼굴을 보니....... 저 조지 클루니가 아주 쿨하게 웃어넘깁니다. 


앗! 조지 클루니가 이런 소릴......

정말 절 보던 남자가 이 사람과 똑같이 생겼었더랬죠.



"다 그럴 수 있는 일이에요."


아아악~! 조지 클루니가 내게 말을 걸어줬어, 라는 생각이 난 것도 잠시, 헉~ 갑자기 참 부끄러워졌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본 M은 Mujeres, 여자라는 스페인 말의 약자였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영어식으로 Men을 뜻하는 내 무의식이 ...... 혼동을! 그래서 남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온 것이 되지요. ㅠ,ㅠ


다시, 요약 정리하자면, 스페인에서는 화장실 표시에 M과 H가 있으면 혼동하지 마시라는 것! M은 mujeres로 여성을, H는 hombres로 남성을 뜻하는 말이 되니까 말입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는 혼란스러운 약어가 또 있다면 바로 AC입니다. 영어식에 익숙한 저는 After Christ(무의식이 해석하여)로 AD(after annodomini) 기원후라고 표현을 자주 했었는데요, 스페인에서는 기원전이라는 뜻이랍니다. ㅠ,ㅠ Antes de Cristo(예수 이전)라고......



어때요? 제가 겪은 무의식이 창조해낸 화장실 경험담.

재미있었나요?

그나저나 저 남자 속으로 깜짝 놀랐겠죠. 

여자 넷이서 우르르르 남자화장실에서 나오니 말입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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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웃긴 글 쓰니까 좀 어색해서...... 

그런데 상큼 발랄하던 블로그 초기로 돌아간 것 같아 정말 좋네요. 

(블로그에 활력이 도는 것 같아 가끔 이렇게 글도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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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경그라시아 2016.08.04 00:17 신고 URL EDIT REPLY
저처럼 스페인어 모른상태서 여행갔다면 백퍼센트 남자화장실로 들어갔을거 같아요 ㅎㅎ
기원후 예수이전 극과극을 뜻하네요
이런것을 깨알팁이라 하겠죠?
덕분에 절대 안잊을거 같아요 ㅎㅎ
코히루왁 2016.08.04 02:11 신고 URL EDIT REPLY
멕시코에 살고 있는 저도 화장실문앞에선 기호를 곰곰히 들여다보고 들어갑니다 ㅎㅎㅎ 이럴땐 세계공용 기호만한게 없죠!
jerom 2016.08.04 03:05 신고 URL EDIT REPLY
그냥 글자보다는 그림보고 판단하는게 좋을거 같아요.
물론 글자만 써져 있는 경우에는 색깔로(보통 빨강=여, 파랑=남)
글자색이 같으면 관찰 후 들어가는 버릇이 있어요.
물론 외국에 한해서 하는 버릇이지요.

뭐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남대문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열다가 앞에 여자분이 있어서 시껍한적이 있지요 ㅠㅜ
그른터기 2016.08.04 05:03 신고 URL EDIT REPLY
ㅎㅎ 저도스페인에
가면착각하겼는데요

따님들이참귀엽습니다
특히막내따님이 애교가많더군요~^^
오늘도 자연과함께행복하세요
BlogIcon Herr 초이 2016.08.04 14:51 신고 URL EDIT REPLY
다 좋은추억이되겠네요ㅋㅋㅋ
BlogIcon 비단강 2016.08.04 16:15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안녕하시지요?
그곳 고산의 서늘한 바람이 그립습니다. 여기 한국은 너무 덥네요.ㅠㅠ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타성에 젖은 습관의 문제네요.
무심결에 화장실 열고 들어갔다가 화들짝 놀라서 돌아 나온 경험,
누구나 다 한 두번은 있겠지요.
나만 그런가? ㅎㅎ
Kathy 2016.08.04 19:18 신고 URL EDIT REPLY
근데 진짜 조지클루니를 만난 거에요?
아님 조지클루니 닮은 사람을 봤던 거에요??
진짜 조지클루니면 대! 박! 인데... 맨날 남자화장실 갈듯..
BlogIcon 포리네 2016.08.04 23:15 신고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그런 큰 실수를 하셨다니 많이 당황스러우셨셨겠어요 사람의 무의식이란게 무섭고 당황스럽게 만들때가 있죠 하지만 뭐 또 하나의 추억!?!?이 생기셨네요
BlogIcon 에이티포 2016.08.05 09:38 신고 URL EDIT REPLY
아하ㅋㅋ 이런 실수를 ㅋㅋㅋ
warmcool 2016.08.05 16:02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그림으로 남녀가 구분되어있는 화장실이었는데, '중절모'가 보이길래 들어갔더니 여자화장실이었습니다...황급히 나가서 확인해봤더니 '챙모자를 쓴 여자얼굴'이더군요;; 중절모나 콧수염이 상징적으로 그려진 화장실에 익숙하다보니 무의식중에 들어가게 되더라구요. 경우는 다르지만 저때 산들님이 느끼셨을 난감한 심정이 이해가네요 ㅠ
자야되는데 2016.08.10 22:09 신고 URL EDIT REPLY
ㅋㅋㅋ저도 재밌는 일이 있었어요 저는 항공 승무원인데 승무원끼리는 서로를 담당구역으로 부르기도 하거든요~ A존의 R사이드는 AR~ AR어디갔냐? 이런식의 대화를 자주하죠 근데 어느날 필리핀에 갔다오는데 승객이 저한테 묻는거에요 Where's CR? ㅋㅋㅋ 저는 너무 당황해서 I'm CR, sir;;;; 라 대답했는데 나중에 필리핀 크루왈 필리핀에선 화장실을 CR(Comfort Room)이라 부른다고 하더라는 슬픈 이야기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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