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여자인 내가 스페인에서 남자 화장실을 사용한 황당한 사연

산들무지개 2016. 8.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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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이런~! 당황스러운 경험이......!


아니, 당황스럽다기보다는 미처 생각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 아닌, 사건(?)이었지요. 


마드리드의 수제맥줏집에 갔습니다. 남편은 또 새로운 맥주를 시식하기 위해 음미하며 도취하여 있었고, 저는 아이들과 함께 화장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저 지하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



지하 1층이 화장실이라 계단을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갔습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가끔 잊거나 잃거나 혼란스러운 경험이 있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그날은 아주 평온하여 일어난 사태였습니다. "평온하다"는 것은 "매우 평온하여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먼저 보이는 화장실 문이 M이었습니다. 


생각을 안 했으니 M 문은 열지 않았습니다. 영어식에 익숙해져 있던 제 무의식이 발동한 것이지요. 그래서 손은 자동으로 다른 문을 열었습니다. 


"우와~! 이곳 화장실 정말 깨끗한데?!"


그 와중에 화장실 깨끗한 것이 기분이 얼마나 좋았는지...... 상큼하게 아이들 셋에게 볼일을 보게 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화장실 문을 잡는 겁니다. 


"Espera, un momento~!"


'잠깐만 기다려주세요~!'하고 말을 하고, 아이들 손을 차례로 씻겼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져 밖에 나갔는데 우리 문 앞에 떡 서 있는 사람은 


오~ 오~ 오~ 뭐야? 



어머머?! 조지 클루니?! 

아니, 조지 클루니가 이곳에 왜 서 있는 거지?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생각하지 않는 평온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남자가 왜 여자(?) 화장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지 생각이 들지 않았답니다. 


그 순간! 아차! 이 남자는 그럼 우리가 쓰던 화장실에 들어오려고 했던 거야? 순식간 반응이 일어나 화장실 문을 보았죠. 


H



이 H란 글자는 사라지지도 않고 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헉?! H! H는 hombres, 남자!!!! 


제가 놀란 눈으로 남자의 얼굴을 보니....... 저 조지 클루니가 아주 쿨하게 웃어넘깁니다. 


앗! 조지 클루니가 이런 소릴......

정말 절 보던 남자가 이 사람과 똑같이 생겼었더랬죠.



"다 그럴 수 있는 일이에요."


아아악~! 조지 클루니가 내게 말을 걸어줬어, 라는 생각이 난 것도 잠시, 헉~ 갑자기 참 부끄러워졌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본 M은 Mujeres, 여자라는 스페인 말의 약자였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영어식으로 Men을 뜻하는 내 무의식이 ...... 혼동을! 그래서 남자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온 것이 되지요. ㅠ,ㅠ


다시, 요약 정리하자면, 스페인에서는 화장실 표시에 M과 H가 있으면 혼동하지 마시라는 것! M은 mujeres로 여성을, H는 hombres로 남성을 뜻하는 말이 되니까 말입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스페인에서는 혼란스러운 약어가 또 있다면 바로 AC입니다. 영어식에 익숙한 저는 After Christ(무의식이 해석하여)로 AD(after annodomini) 기원후라고 표현을 자주 했었는데요, 스페인에서는 기원전이라는 뜻이랍니다. ㅠ,ㅠ Antes de Cristo(예수 이전)라고......



어때요? 제가 겪은 무의식이 창조해낸 화장실 경험담.

재미있었나요?

그나저나 저 남자 속으로 깜짝 놀랐겠죠. 

여자 넷이서 우르르르 남자화장실에서 나오니 말입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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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웃긴 글 쓰니까 좀 어색해서...... 

그런데 상큼 발랄하던 블로그 초기로 돌아간 것 같아 정말 좋네요. 

(블로그에 활력이 도는 것 같아 가끔 이렇게 글도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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