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에 사랑을 싸서 전하는 발렌시아 연인의 날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의 제삼도시 발렌시아는 어쩐지 발렌타인 데이와 어감이 비슷한 단어를 씁니다. 실제로 발렌시아는 발렌티노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답니다. '용감한, 꿋꿋한' 이라는 뜻이지요. 성 발렌타인은 라틴어로 성 발렌티노라고 하는데요, 어~~~ 어쩐지 비슷하다~~~ 소리가 나오지만, 스페인 발렌시아는 '발렌타인데이' 말고도 따로 연인의 날을 지정하여 축복한답니다. 



앗! 스페인 발렌시아에서는 연인의 날이 따로 있다고요? 



신기하게도, 그렇습니다. 발렌시아 왕국이 세워진 날이자, 발렌시아 나라가 세워진 날이라고 할까요? 물론 지금은 에스파냐라는 정부로 통합되었지만요, 13세기부터 발렌시아는 자체적인 왕국이자 국가였다고 합니다. 지금도 습관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파이스 발렌시아(pais valencia), 파이스 까딸루냐(pais catalunya)라고 합니다. 발렌시아 국가, 까딸루냐 국가라는 뜻이지요. (파이스는 국가, 나라라는 뜻이랍니다.)


발렌시아는 매해 10월 9일 건국일(? 혹은 발렌시아의 날)로 공휴일로 삼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신기하게도 크리스천이 정복할 시기와 맞닥뜨려지는 날이지요. 자우메 프리메로(Jaume I)가 발렌시아를 정복하면서 모든 무슬림 세력을 몰아낸 날이기도 합니다. 



▲ 아라곤의 정복왕, 자우메 프리메로가 발렌시아에 

입성한 해는 1238년입니다. ^^



그런데 왜 그것이 연인의 날이 되었느냐고요? 



일단 연인의 날에는 예쁜 과자를 보자기에 싸서 선물하는 관습이 있답니다. 아하! 어딜 가나 연인에게는 달콤한 먹을거리를 주는 게 공통점이구나! 예쁜 과자는 마자판(Pazapan)이라는 재료로 여러 형태의 과자를 만들어서 말이죠, 정말 보자기에 싸서 선물한답니다. 마자판은 주로 아몬드 가루와 설탕으로 만들어내는 재료이랍니다. 



정말 예쁜 과자죠? 

발렌시아에는 10월 9일을 전후하여 빵집에서 이런 제품을 내보인답니다. 

연인들을 위해 사랑을 표현하는 날로 말입니다. 



▲ 요렇게 연인에게 주고 싶은 만큼 골라서 보자기에 싸서 건네는 풍습이 있답니다. 



처음 스페인 시아버지께서 제게 이런 선물을 해주시면서 발렌시아 역사를 이야기해주셨는데, 참 재미있었답니다. 사실은 이날은 자우메 프리메로가 입성할 당시 아랍인들에게는 피신의 날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험한 전쟁이었을 것으로 예상하나, 한편으로는 정착해 살던 이슬람교도들에게 피신할 시간도 주었나 봅니다. 그들은 집 안에 있던 물건을 대충 보자기에 싸서 도망을 갔다고 하는데요, 그런 모습이 많은 향수를 자아냈는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자기에 소중한 것만 넣어 연인에게 준다는 의미일까요? 그런 풍습이 있답니다. 



▲ 자우메 프리메로가 입성할 당시의 모습을 타일 벽화로 그려낸 모습입니다. 

오른쪽 위에는 저렇게 보자기에 싸서 피신하는 아랍인(이슬람교도)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800년을 내 집이다 생각하고 살던 이슬람교도들은 자신의 집을 두고 떠나야 했고, 그들과 평화롭게 살던 크리스천들은 떠나는 이웃이 안타까워 울었을 역사 속의 한 장면입니다. 개종하여 많은 이들이 남았다고도 하는데, 아마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은 지금도 이슬람 문화가 스페인 문화의 한 부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때요? 재미있었나요? 10월 초에 발렌시아 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연인에게 사랑을 보자기에 싸서 선물하는 이벤트를 경험해보시면 어떨까요? 아주 재미있을 듯해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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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커피공방 2016.10.05 06:01 신고 URL EDIT REPLY
^^ 좋은글 감사합니다. 재미있어요. ^^
보자기의 사랑 다른 이야기이지만 조선시대 보쌈이 생각납니다. 좋아하는 이를 보쌈하는...^^;;ㅎㅎㅎ
고백이 담긴 아몬드 설탕 과자 맛보고 싶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0.05 19:12 신고 URL EDIT
와우~! 정말 맞는 말씀이시네요. 조선시대 보쌈이 ^^* 그런데 당하는 사람에게는 무서운 관습이기도 한 걸요~~~

스페인 오시는 날에 마자판으로 만든 과자 한 번 맛보세요. 어떤 것은 달콤하고, 어떤 것은 너무 달고.... 어떤 것은 담백하니 맛도 가지가지랍니다.
세레나 2016.10.05 10:31 신고 URL EDIT REPLY
와~ 13세기에는 발렌시아가 자체적으로 왕국이자 국가였다니 놀랍네요. 산들님은 역사적인 사실을 많이 알고 계시네요. 저는 한국에 살면서 누군가 저한데 무언가 질문하면 답변을 잘해줄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곧 돌아올 10월 9일이 연인의 날이라니 !!@@@ 과자가 너무 예뻐서 아까워서 못먹을거 같아요ㅡ생긴게 아이들 부엌놀이할때 장난감의 과일과자나 야채과자 모양같아요. 아. 스페인여행가면 꼭 먹어보고 싶네요. 10월쯤 여행시 기억해둬야겠네요 ^^제가 좋아하는 아몬드까지 들어있으니 침이 꿀꺽 ::;;;^^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 선사해주셔서 감사해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0.05 19:14 신고 URL EDIT
그러게요. 나이가 들수록 '나'에서 벗어나 '우리', '자연' 그리고 '내가 사는 곳'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더라고요. 오늘 아침, 아이들 등교 시키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이 생각을 했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자기 중심적 사고에서 이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느끼려는 제 자신에게 놀랐답니다.

아마도 그게 인생의 한 흐름인가 보네요. 그래서 자연히 내가 사는 곳을 관찰하게 되고, 역사도 더불어 알게 되네요. ^^*
아마도 세레나님도 머지않아 그런 단계에 접어드실 것 같아요.

오늘도 즐거운 일 가득하시길~! 화이팅!!!
은아 2016.10.05 11:13 신고 URL EDIT REPLY
가끔은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싶을 때가 있는데 스페인 연인은 좋겠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0.05 19:15 신고 URL EDIT
하하하! 그런데 스페인에서도 발렌시아에만 이런 풍습이 있답니다. ^^ 발렌시아 사람들은 요런 아기자기한 선물을 할 수 있어 좋겠어요.

이날엔 발렌시아에 가야 할텐데...... ^^
지아 2016.10.05 12:50 신고 URL EDIT REPLY
인간극장재방송을보고찾아봤어요! 너무아름답게사시는모습이부러워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0.05 19:15 신고 URL EDIT
지아님, 만나서 반가워요. 이렇게 일부러 찾아와주셔서 고맙고요, 지아님 일상에서도 하루하루 행복한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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