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영화 세트장 같았던 스페인 중세 마을과 풍경

산들무지개 2017. 3. 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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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제 블로그의 소식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하루 이틀, 날들이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말았네요. 소중하게 올려주시는 댓글과 안부 글에 답글도 못 다는 정신없는 날들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원고와 씨름하고 있고 여전히 할 일이 많아 동으로 서로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지난번 예고해드린 여행에 관한 글은 올려야겠다 생각하여 오늘은 시간도 내고, 마음도 내어 글을 써봅니다. 우리 가족은 부르고스(Burgos) 마을로 향하던 중 아주 아름다운 수도원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곳에서 한나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 수도원은 11세기에 지어져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랍니다. 인류 문화유산이니 꼭 보고 가자고 했는데....... 오~ 이런, 이런~! 스페인의 카스티야 이 레온(Castilla y Leon)주의 부르고스(Burgos) 지방은 주 이름의 '카스티야'답게 성과 성당, 성벽 등의 중세풍의 마을이 아주 많은 곳이었습니다. 지나가는 곳마다 중세 마을이며, 지나가는 곳마다 문화유적이니 그 풍광에 압도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들른 산토 도밍고 데 실로스(Santo Domingo de Silos)는 두 가지 풍경에 놀랐습니다. 마치 영화의 장면 장면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제가 그곳에 들어가 있는 듯했습니다. 


1. 아슬아슬했던 협곡 길 

산토 도밍고 데 실로스에서 점심을 먹으며, 수도원 입장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곳에서 차로 4분 거리인 협곡에 가기로 했습니다. 부르고스 지방 사람들은 발렌시아와는 또 다른 식성을 가지고 있어, 그 지방의 특색다운 참 기름기 많은 튀김 요리를 먹고 있었지요.   

그래서 이 콜레스테롤을 줄이기 위해 협곡에 가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곳의 지형은 위의 사진과 같습니다. 옛날에는 산을 타고 넘어서 가기에 참 곤란했겠죠? 그래서 저 암벽으로 된 산의 화살표에 있는 아주 좁은 협곡으로 다녔답니다. 협곡이 말이 협곡이지, 그곳에는 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위로는 하늘이 보일까 말까 하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답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까? 그곳에는 시원하게 암벽을 뻥~ 뚫고 터널이 생겨 차들이 쌩쌩 다닐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옛 모습을 보기 위해 차를 주차하고 저 화살표 방향의 협소한 협곡 길을 산책해보았습니다. 

  

이 길은 예클라 협곡길(Desmadero de la Yecla) 길로 1.2km의 짧은 길이랍니다. 그런데 아주 협소한 길로 옛날에는 사람들이 이곳에 나무를 끼워넣고 길을 열었다고 하네요. 협곡의 높이는 100m가 넘는답니다. 

아주 좁은 길로 머리를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답니다. 지금은 안전하게 보호 난간이 설치되어 아무 문제가 없답니다. 예전에 만들어놓은 샘물을 받아먹을 수 있는 흔적이 있어 그 옛날에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아주 위험하면서도 길이 한 번에 열리는 장소로 소중하지 않았을까 싶답니다. 

지금은 튼튼하게 철로 보강하여 길이 아주 신비하고 한번 더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합니다. 

그런데 아래를 보면 그 옛날 사용했던 나무의 흔적이 보입니다. 저렇게 나무를 암벽 사이 틈에 끼워 넣고 나무판을 대어 길을 만들었다니 참 목숨을 걸고 이곳을 지나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짧은 길이 아니게 느껴졌던 이 길이 참 오랜만에 신선한 옛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인간의 힘이구나 싶은 게......

자~ 이제 우리는 수도원에 방문할 시간이다. 

아이가 하늘를 바라보면서 무엇인가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네~ 이곳은 또한 독수리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답니다. @.@ 가는 곳마다 독수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제 길을 따라 11세기에 지어진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문화유산인 수도원으로 가볼까요? 


2. 수도사가 현재에도 사는 산토 도밍고 데 실로스(Santo domingo de silos) 11세기 수도원 

산토 도밍고 데 실로스에 도착하여 바라본 풍경입니다.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스페인은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되는 동네들이 아주 많죠? 게다가 많은 영화에서도 세트장으로 쓰일 만큼 중세풍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 많답니다. 심지어 우리가 사는 비스타베야도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중세풍이 그래도 남아 있어,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좋겠다. 어딜 가나 스페인은 인생의 영화 하나는 멋지게 찍을 수 있는 곳이 많으니~ 

저 멀리 보이는 큰 건물이 수도원입니다. 이것이 11세기에 지어졌다니?!!! 

   

그런데 아이들 눈에는 수도원보다 놀이터가 먼저입니다. 그래, 소원 풀어주마~ 놀이터에서 한바탕 놀게 했습니다. 어? 그런데 웬 검? 역시나 영화 속 풍경 아니랄까 봐, 이렇게 검이 박혀있습니다. 

그래서 이 검을 보고 어찌 [도깨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소이까~ 

수도원으로 향하는 길, 성문이 옛 시절을 반영합니다. 

어머, 어머, 어머~ 성문으로 들어가니, 이렇게 예쁜 빨래터가 나옵니다. 

이곳에서 옛날 아낙은, 아니면 수도사들은 빨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조금 더 올라가면 빨래터 물의 근원지인 큰 열린 우물이 보입니다. 수도원 정문 앞입니다. 

7세 미만의 아이들은 무료, 어른은 4유로가량 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아주 예쁜 파티오가 보입니다. 

이 건물은 방문객에게 열려 있지만, 대부분 수도사님들께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방문이 이루어졌습니다. 

역시나 바닥은 돌로 하나하나 박아넣은 예쁜 복도길입니다. 

방문객을 위해 해설가가 설명을 해주는데요, 무종교인인 저에게도 종교인의 그 염원이 팍팍 와 닿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참 놀랐습니다. 역시나 세계 어디나 신앙심은 이런 경지를 보여주나 봐요. 그 대표적인 이야기가 위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성인 도밍고의 묘혈이랍니다. 진짜 무덤인지 형상을 표현해놓은 작품인지 잘 구별이 되지 않았지만, 보통 대성당이나 수도원에는 그곳에서 신앙심으로 높게 추앙받았던 사람들의 무덤이 있답니다. 

형상에는 발밑에 자신이 평소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사람(수도사들)의 형상들이 같이 세워지고요, 사람이 없다면 충성심을 표현하는 개들이 보통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누워 있는 머리에 받혀진 베 수에 따라 그 사람의 높음이 표현되는데요, 위의 사람은 성인이기에 베개 없이 바로 관이 머리에 쓰였다고 하네요. ^^

아무튼, 이런 설명들을 들으니 마치 석굴암에 온 듯한 착각이 일었습니다. 

앗~! 역시....... 이 기둥은 11세기에 만들어졌고요, 

예수와 12인의 제자를 묘사한 그림의 발 모양에 따라 배반하는 유다의 모습도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천장에는 이렇게 예쁜 문양으로 하나하나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것을 무데하르(Mudejar) 예술이라고 하는데 7세기부터 15세기까지 국토 회복 운동 때 기독교도의 지배 아래 있게 된 지역에 거주했던 이슬람교도가 기독교 예술과 접목하여 만들어낸 작품이지요. 

이 기둥은 12세기 작품인데요, 좀 특이하게 꼬여있죠? 

 이것은 시각적 효과로 3과 4의 수를 합하여 7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기독교에서 7은 아주 성스러운 수이기 때문이라네요. 

아이는 유심히 족쇄를 보고 있습니다. 11세기 어떤 크리스천의 족쇄랍니다. 무슬림 감옥에서 탈출해온 크리스천이 수도원에 헌납한 족쇄라고 합니다. 신앙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는 배경에서 헌납한 것이라네요. 

이렇게 우리는 아주 고풍스러운 수도원의 역사와 이야기, 형상, 건축 배경 및 양식 등을 해설가님으로부터 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분이 이 파티오 밖에 없었네요. 직접 가보시면 알겠지만, 우리는 그 후에 수도사들이 운영했다는 의료실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옛날 그대로의 벽난로와 연금술을 연상시키는 도구들, 약품들, 서민들을 치료했던 기구 및 여러 허브, 동물 등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시대, 그대로 보관해놓은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방에는 라틴어로 쓰인 의료서적이 방 전체에 꽉 차 있었습니다. 지금도 유용하게 수도사들은 그곳을 드나들면서 참고를 한다는데, 아주 대단했습니다.  

스페인의 여러 곳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이렇게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는 밖에 나와 아쉬움을 달랠 겸, 수도원이 보이는 산 위로 올랐습니다. 작은 예배당이 있네요. 

그곳에서 보니 이런 풍경이었습니다. 

어때요? 참 멋지죠? 

내가 하는 여행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보통 읽는 사람들은 지루하게 여긴다는데, 오늘의 제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고요, 저는 또 시간을 내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뵐게요. 

스페인은 가는 곳마다 유적지이며, 가는 곳마다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곳이 많답니다. 

참 동네 하나하나가 다 예쁘니 역시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구나 싶습니다. 

물론 이런 것에 지루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이곳만의 특징인 것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아자!!!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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