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착한가격'이 부담스러워..
국제 수다

무조건 값싸고 양 많으면 좋다고 하던 시절을 지나......

무조건 친절하고 서비스 잘하는 곳에서 당연하듯 소비자 권리를 누리던 시절을 지나.....


지난번, 한국의 택배 서비스 관련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에 비하면 서비스도 뛰어나고, 빠르고, 그래도 정확한 이 한국 택배 시스템이 좋다고 말이지요. 그런데 어느 한 독자님께서 (뒷) 배경에 관한 정확한 진단으로 저를 고개 숙이게 했습니다. 바로 그렇게 좋은 서비스 시스템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최고를 위해 뛰고 있는지 말이지요.


특히, 노동자의 환경과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소비 경쟁 시대에는 더 말입니다. 


제가 블로그를 하면서 한국에서 유행하는 신조어를 처음 보고 신기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랐던 단어가 바로 '착한 가격'이었습니다. 착한 가격이라고? 아마도 값싼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답니다. 실제로 단어를 찾아보니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란 뜻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뜻과는 반대되어 있더군요. 현대 사회에서는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에 집착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착한 사람, 착한 가격, 착한 무엇무엇...... 즉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그 수고로움 뒤에 오는 결과의 한 형태로 말이지요. 


그것을 처음으로 보고 느낀 것이 외국인 교수님들과 함께 한 도자기 비엔날레였습니다. 


제가 한국 이천 비엔날레에 초대되어 유럽 등지에서 온 외국인 교수들을 지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한국 도자인들이 전시 판매하는 곳 투어가 있었는데요, 한국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도자에 반한 교수들이, "원더풀!"을 외치면서 가격을 물었습니다. 



다기 세트의 가격이 예상외로 (엄청나게) 쌌습니다! 


수공예인데 왜 이렇게 싸지? 



그러다 시간이 지나...... 우리는 한국 지인의 공방에 초대되어 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전시, 판매하는 곳과는 달리 창고 비슷한 공방에서 아름다운 도자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손수 만들어져나온 도자기 그릇 하나가 (자동화 된) 공장에서 나온 가격과 비슷하게 팔리는 것을 본 외국인 교수가 놀라더라고요. 



와우! 이렇게 싼값으로 팔리면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나요? 



한국 지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줄곧 물레를 돌리고,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격이 비싸면 팔리지 않기 때문에 일명, '착한 가격'으로 책정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중노동을 해야 먹고 살 만하다는 것이 한국 도예가의 사정이었답니다. 



▲ 위의 사진은 예를 들기 위해 올린 것입니다. 



아무튼, 이 사건을 계기로 '착한 가격'보다는 '공정 가격'이라는 단어가 제게는 참 마음으로 와 닿습니다. 



서비스받는 입장에서는 아주 좋지만, 서비스를 시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의 노동 가치가 전혀 매겨지지 않는 것이 이 '착한 가격'의 현 모습입니다. 


한국에 다녀온 유럽 친구 중 한 명은 한국 채소 값이 굉장히 비싼 것을 신기하게 여기더군요. 더 신기한 것은 채소 값이 그렇게 비싼 데에도 불구하고 식당의 밥값은 왜 그렇게 저렴한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착한 가격의 식당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호박 하나가 겨울에 삼사천 원, 브로콜리가 싸면 구천 원, 양배추 반쪽이 오천 원 뭐...... 그런 식으로 계산되니 밥 한 끼(한식)가 오천 원인 것이 신기하게 생각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식당의 노동 인력은 가치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여겨져 그 착한 가격이 터무니없게 느껴졌을 겁니다. 


스페인에서도 이 착한 가격이 참 인기를 끕니다. 자라, 망고, 프리마크 등 싼 의류 회사 옷도 엄청나게 좋아하지만, 요즘에는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값싼 노동력 착취(중국, 방글라데시의 값싼 노동 인력)로 돈을 번 회사들이라는 인식으로 말이지요. 오히려 깨어있는 사람들은 이런 가격보다 '공정 무역'을 더 선호한답니다. 노동자에게 제대로 가치가 환산되어 돌아가는 무역 말입니다. (뭐, 제가 무역이나 시장에 대해 잘 몰라 하는 소리일 수도 있으나, 적어도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은 합니다.)


물론, '착한 가격'이 주는 유혹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우리를 풍요하게 합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저는 이 '착한 가격'이 소비 시대의 횡포로 보인답니다. 오히려 공정한 가격으로 공정한 수준의, 공정한 값을 주고, 공정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나라가 더 풍요롭지 않은가 싶답니다. 노동자가 비굴하게 보이지 않고 가치가 충분히 보상되는 그런 사회 말입니다. 한국이 '가장 살고 싶은 나라 순위'에서 몇 단계 올라갔다는 기사를 보고 이 부분을 좀 생각해보았네요. 


착한 가격보다 공정 가격을 매기는 착한 기업이 늘고, 착한 농부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는 공정 가격이 요즘 꽤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 착한 일꾼이 노동의 가치를 공정하게 받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도 너무 착한 가격에 열 올리지 마시고, 이런 공정 가격을 생각해보심은 어떤지 소소히 생각해보네요. 


오늘 또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즐거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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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2 12:38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2014.11.12 02:49 URL EDIT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글쟁이 2014.11.12 12:39 신고 URL EDIT REPLY
비밀댓글 수정하다가 없어져 버렸어요.
죄송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1.13 00:42 신고 URL EDIT
글쟁이님, 혹시 티스토리 앱을 설치하지 않으셨나요?
티스토리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시면 댓글과 답글을 비밀글로 달 수 있어 순간 알림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답니다.

혹시, 티스토리의 비밀글을 보실 수 없어 답답해하실까봐 이 글을 적습니다. 글쟁이님 글은 제가 다시 복원해뒀습니다.그런데 어디인지 잘 모르실 것 같아 이렇게 해결방법(?)을 설명해드립니다.

오늘도 힘찬 하루요!
BlogIcon 글쟁이 | 2014.11.17 08:28 신고 URL EDIT
gracias. 고맙습니다. 아직 안깔았습니다.
전화기 보다는 컴터로 글을 많이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BlogIcon page1217 2014.11.12 15:23 신고 URL EDIT REPLY
우리나라 물가가 비싸다는건 다들 알고 계시죠??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1.13 01:13 신고 URL EDIT
물가 너무 비싸요... ㅠㅠ
2014.11.12 15:2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1.13 01:12 신고 URL EDIT
강OO님, 맞아요.
먼저 정부의 물가 조정과 구조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네요.
혜택이 있어야 마음 놓고 뭐든 가능할 터인데 말입니다.
BlogIcon 박수환 2014.11.12 19:18 신고 URL EDIT REPLY
착한가격을 찾는행동이 바로 경기가 좋지 않다는뜻같네요..다들 먹고살기 힘드니까 싼걸 좋아하게되고..한국인들 있는척은 하고싶고 돈은 없고..좋고 싼것을 바랄수 밖에없는 사회구조인것 같아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1.13 01:11 신고 URL EDIT
정말 그렇네요.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어떡해서든 돈을 벌고 싶고, 싼 값으로도...
또.... 어떡해서든 싼 값으로 구입하고자하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이네요.
BlogIcon 해석의 차이 2014.11.12 19:20 신고 URL EDIT REPLY
제 자신 부터 문제죠. 소비자로서 싼 물가를 원하지만 노동자로서는 정당한 노동의 댓가는 받고 싶은 이중성 때문에. 한편으론 농부들에게 죄스럽고 또 한편으론 과도한 업무량 맡기는고용주에게 화가 나고. 맨 밑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 맨 위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조금만 욕심을 덜 내면 좋은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1.13 00:44 신고 URL EDIT
해석의 차이님, 생각의 다양함을 전해주시는 독자님을 만나 너무 반갑습니다. ^^ 정말 좋네요.
그렇죠. 이런 현상들은 하나로만 설명할 수 없는 단점이 있지요.
마치 나비효과처럼 크게 번지는 요즘 경제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오늘도 즐겁고 힘찬 하루 되세요! ^^
BlogIcon 연어파스타 2014.11.12 22:33 신고 URL EDIT REPLY
도예가분이 제값을 받을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머니가 취미로 도예를 몇년 하셨는데
옆에서 지켜보니 흙값,유약값,가마에서 굽는 값
돈도 많이들고 그릇하나 빚는데도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들더라구요ㅜㅜ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4.11.13 01:11 신고 URL EDIT
연어파스타님도 경험자이신 어머니를 보셔서 이렇게 다 아시네요.
정말 그렇죠?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BlogIcon 책덕후 화영 2014.11.13 01:46 신고 URL EDIT REPLY
사실 공정해 보이는 공정무역도 구조적인 문제가 꽤 있는지라... 네이버에서 사회적경제 블로그 하면서도 공정무역 제품을 일절 리뷰하지 않은건 다 이유가 있어요 공정가격을 매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경제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죠.
BlogIcon 씨네버디 2014.11.13 07:41 신고 URL EDIT REPLY
제가 볼땐 우리나라는 임금도 판매가도 전혀 착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거 같아요 ㅋ
BlogIcon 김배당 2014.11.13 08:16 신고 URL EDIT REPLY
흑흑 슬픈 현실의 이면이네요
BlogIcon 은찬이서은이아빠 2014.11.13 08:48 신고 URL EDIT REPLY
현 대한민국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고 있습니다만 뭐 기대는 그닥
2014.11.13 09:33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야꾸나꾸 2014.11.13 11:44 신고 URL EDIT REPLY
인식은 다들 하는데 고치기 매우 어려운 문제죠. 다람쥐통의 다람쥐가 챗바퀴를 고치고 싶어도 멈추는 그 자체만으로 나동그래지는것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는.. 그런거죠..
BlogIcon 미네랄비타민 2014.11.13 12:57 신고 URL EDIT REPLY
맞습니다. 하지만 그'착한가격'을 인식하고 숨어있는 노동자에게 "좀 더 보태쓰세요." 할수도 없고...
BlogIcon 긴자손 2014.11.13 16:16 신고 URL EDIT REPLY
안타까운 일이네요 ㅠㅠ
2014.11.14 00:40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PAUCHA 2014.11.24 01:09 신고 URL EDIT REPLY
소비자가 젤로 나쁩니다. 착한가격은 과소비로 가는 지름길 입니다.
부는바람 2014.12.05 19:37 신고 URL EDIT REPLY

싼 가격이 누군가의 희생과 피착취를 전제로 한다면 그건 결코 '착한 가격'이 아니겠군요.

성찰의 기회를 주는 좋은 글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벨처스 2015.01.07 15:10 신고 URL EDIT REPLY
진심 공감가는 글입니다.
전 홍콩에 거주하는데 홍콩은 인건비가 무척 비싸요..세탁기 수리출장비만 해도 기본이 9만~10만원이예요..한국은 만원이면 되는데..
그렇지만, 그 한국의 만원은 그 서비스 제공자분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가격이죠..
남편하고도 종종 이야기하곤 하지만, 한국의 인건비 등은 정말 변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BlogIcon 냐미 2015.01.13 00:43 신고 URL EDIT REPLY
글쎄요..착한가격으로밖에 살수없는 사람들도 많아서.. 비싸지면 저는 거지처럼 살아야 한답니다. 저는 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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