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생각

영화 [인터뷰] 본 외국인 남편의 반응

산들무지개 2015. 1.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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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느 날 남편이 흥분한 모습으로 집으로 들어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이것 봐! 한국어가 쓰여있어! 이 영화, 도대체 뭘까? 궁금하다. 우리 꼭 같이 보러 가자." 하고 말입니다.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은 평소에도 극장에서 한국 관련 영화가 상영되면 빠지지 않고 보는 타입이랍니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처럼 한국인 많지 않은 이곳에서 가뭄에 콩 나듯 영화가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는 가능한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기로 한답니다. 그러니 남편이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발렌시아 바벨(Babel)이라는 영화관의 한 면에 크게 포스터가 올려졌습니다. 속으로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 하면서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말이죠, 저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북한테러위협 등이 알려지면서, 아하! 이 영화는 소니 픽쳐스(Sonypictures)가 만든 '김정은 암살하기' 내용을 담은 것이구나! 사실, 그때부터 관심이 가기 시작했답니다. 


그때부터 이 영화가 막 보고 싶어지는 겁니다. 역시, 이런 대대적 광고를 하니, 보고 싶은 사람 어디 한둘이겠어요? 아니면 우리 부부가 순진한 것일까요? 


그래서 우리는 바르셀로나 여행 중, 인터넷 온라인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된답니다. 

여기서 잠깐! 우리가 머문 바르셀로나 윌슨 부티크 호텔(Wilson boutique hotel) 내부가 궁금하신 분은 다음을 클릭하세요.




이곳에서 아이들 재워놓고 숨죽여 가면서 본 것이 바로 이 [인터뷰]라는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기대 이하였습니다. 남편의 반응이 절 더 놀라게 했습니다. 


"저 아이가 부르는 노래는 중국 노래 같아."


정말 발음이 이상하게 들릴 정도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 사람역을 한 배우들이 미국계 한국인, 캐나다계 한국인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김정은 역할을 한 랜달 박을 좋아합니다. 미국 아이돌 드라마 닌자에 경찰로 나오던 배우라 눈여겨봤었거든요. 그리고 이 캐나다계 한국인 배우, 다이아나 방도 참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그런데 문제는 아!!!


정말 고증 없는 헐리우드식 배경과 설정이 마음에 안 들었답니다. 아무리 코메디라고 해도 고증 좀 하지~~~ 소리가 나오는......


평양말도 아닌, 미국식 발음으로 


"야! 이 개에쉐기야, 당창, 잡아틀이쥐 모오ㅅ해?" 

막 혀가 굴러가는 소리로 북한 사람 흉내를 내는데......

거기서 빵 터졌었죠. 이런 코메디구나! 고증 안 된 막무가내 코메디다!!! 


뭐, 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도 이런 국제적 관심을 받게 될 줄 꿈에도 상상 못 했다니 신경 안 쓰고 영화를 만들었겠죠. 

나는 웃겨서 막 웃는데 옆을 보니 남편이 시무룩하게 있는 거에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이 영화는 미에르다(mierda, 똥)이야." 이 소리를 하는 겁니다. 

"그래, 코메디로 보면 재미있는 영화지만, 좀 나한테는 그렇네."

어찌 우울 모드로 들어갑니다. 


"난 한국 갔을 때, 참 참담한 느낌이 들었던 게, 동해바닷가가 철조망으로 쳐져 있었던 거야. 세상에! 이 모습을 보고 남북 관계가 정말 심각하다고 느꼈지. 아무리 뉴스로 북한 잠수함 사태를 봐도 느끼지 못했던 풍경이었어. 확 트인 바다의 즐거움을 보다가 이런 철조망이 있는 것이 마음을 찌르더라고...... 이런 영화가 한껏 코메디로 북한을 표현하지만, 어찌 즐겁지만은 않은데?"


아! 남편이 평소 생각하던 그 남북관계가 슬프게 다가오더군요. 어찌 평화롭게 통일은 되지 않는지...... 



산똘님은 자신의 가방에서 어떤 종이를 꺼냅니다. 지난번 이 호텔에서 묵다 한 번, 체크아웃한 적이 있었는데요, 서비스 이용 및 시민 세금 등을 계산한 계산서였는데, 제 이름으로 되어 있었죠. 그런데 그곳 국적란에 글쎄 제 국적이 '북한(Corea del norte)'이라고 적혀 있는 거에요. (호텔 서비스도 좋고, 모든 것이 대만족이었던 호텔이었답니다.)



"남북한이 아닌 제삼 세계에서는 북한과 남한을 구분도 못 하지. 난 그런 것이 참 안타까워. [인터뷰] 영화가 아무리 코메디라고는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조롱거리로 보일 뿐이야. 누가 남한, 북한 신경이라도 쓰는 줄 알아? 이 호텔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 국적을 북한이라고 했으니 말이야."


아니? 코메디 영화를 보다 남편이 이렇게 센티멘탈해질 수도 있구나. 

호텔에서 몰라서 이렇게 적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에게는 그것이 갈라진 남북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했나 봅니다. 남편은 나지막하게 이런 소리를 하네요. 


"어서 당신이 그냥 '꼬레아(Corea)'라고 국적 적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 이런 말을 하는 남편 때문에 콧등이 약간 찡긋해졌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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