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일정에 없던 톨레도 여행, 세 가지 행운을 잡다

산들무지개 2015. 12. 2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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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지막 날, 남편은 집으로 곧장 달려가지 않고 톨레도에서 쉬다 가자고 슬슬 꼬시기 시작합니다. 사실 플라센시아에서 발렌시아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려 톨레도에서 하루 쉬고 가는 것도 참 좋은 생각이긴 했답니다. 그래서, 남편의 구체적인 계획을 들었습니다. 


어차피 아이들이 아직 어려 박물관, 성당, 성 등의 역사적인 건물 안으로는 들어갈 수는 없겠고, 톨레도에서 기분 좋은 산책이나 하면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톨레도는 2년 전에 와본 곳이라 아이들도 아주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했지요. 


"사실은 톨레도 수제 맥주 양조장 구경이나 좀 하고 가자고~!" 


아하! 남편의 의중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유명한 수제 맥주 회사인 도무스(Domus)에 꼭 들르고 싶었던 것입니다. 또한, 도무스는 제주에 계신 보리스 씨와도 큰 인연이 있으니 더 궁금했던 것은 사실이구요. 


그렇다면, 우리 머물 곳도 없는데 어떡하지? 어서 호텔 방이라도 찾아야겠어~! 


남편이 운전하는 동안, 저는 성급히 휴대폰으로 호텔 검색에 나섰습니다. 어디에 가야 할까? 지금은 유스 호스텔로 개조된 성으로 가야 할까? 꽤 운치 있는 곳이네~! 그런데 유스 호스텔은 다섯 식구가 가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 아닐까? 어? 가격이 그렇게 싼 것도 아니잖아? 유스 호스텔 시설이 좋지 않으면 어떡하지? 아이들이 있기엔 좀 힘든 장소일까? 


하다.......뙇~! 제 눈에 딱~ 하고 와 닿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오늘만 할인~! 80% 

하루 40유로~!


어? 뭐 이런 호텔이 다 있어? 하면서 남편에게 이곳으로 가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닿은 곳은 유로스타 호텔이었습니다. 아니? 별 네 개? 별 네 개가 이렇게 싸도 되는 건가요? 게다가 방 하나에 40유로, 아이들 보조 침대도 무료로 대주고 정말 놀랄 '노'자였습니다. 

역시, 요즘 세상 참 신기해졌네~ 하며 우리는 짐을 풀고 톨레도 시내를 돌았습니다. 수제 맥주 양조장은 저녁 시간에 방문하자며 말입니다. 



그래서 일정에도 없던 톨레도에 방문하자마자, 우리는 값싼 호텔에 투숙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첫번째 행운이라면 행운~! >.<


방 두 개에 80유로라면 얼마나 싼값인가요?!!!



비수기라 그런지, 보조 침대도 무료로 붙여주었습니다. 

여러분도 비수기를 이용하여 여행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무엇보다도 톨레도 같은 역사적 도시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한가한 비수기에 관광객에 치이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 가족은 2년 전에 방문한 곳이기에 짐을 풀고 여유롭게 산책에 나섰습니다. 



여전히 화려한 골목골목의 상점들을 지나 작은 광장들과 건물들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로 지정된 중세 도시 특유의 카세레스(Caceres)에 다녀와 그런지, 이 톨레도의 화려함이 약간은 어색했답니다. 카세레스는 어떤 현대적 화려함이 묻어나지 않은 중세 시대 특유의 그 장엄한 화려함이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차츰 풀어나가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용~!)



이른 초저녁이라 밤에 화려하게 빛나는 광장 야시장이 지금 막 준비 중이었습니다. 아~! 이곳에서도 성탄절 분위기가 마음껏 뿜어져 나오네요.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둘세(dulce, sweets, 단 과자들)에 빠져 저렇게 유심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하나 살까 말까 하면서 말이지요. 



한쪽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마술쇼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이 저는 참 좋습니다. 보는 사람이 적어도 여유롭게 웃음을 잃지 않고 쇼를 하는 그런 모습 말입니다. 보는 내내 웃음이 났답니다. 역시 성탄절 주제로 재미있는 연극과 마술이 어우러져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더군요. ^^*

  


아이들을 기다리는 회전목마~! 

그런데 왜 밤에 운행해야 하나요? 저 날은 아직 운행 중이 아니라, 아이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더군요. 

시간은 늦어지고, 이제 아빠는 슬슬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바로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수제 맥주 양조장에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겠지만, 남편은 수제 맥주 장인 정신을 이미 온몸에 심어 직접 맥주를 만든답니다. 올 한 해는 덕분에 수제 맥주 대회에서 엄청난 상을 차지했고 말입니다. 훈제 맥주는 그 맛이 상당히 좋아 양조장에서 제품으로 출시되기도 했답니다. ^^


그런 남편이 스페인 최고의 수제 맥주 양조장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알고보니 톨레도에서도 꽤 유명하여 톨레도 기념품에 맥주잔 기념으로도 판매되고 있었답니다. 


여기서 우리가 잡은 두 번째 행운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냥 지나가도 될 양조장 방문이 말입니다. 



도무스(Domus)도 성탄절 분위기를 마음껏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동방박사의 벨렌 장식이 이곳에서도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양조장 내부로 갑니다. 

뭐, 역사적인 분위기가 아닌 펍 분위기가 흘렀지만 우리는 지치지 않고 들어갔습니다. 



오른쪽에 양조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이 기계는 도무스 맥주 마스터가 직접 디자인한 꽤 오래된 작품이었습니다. 50, 60년대에 제조하여 아직까지도 쓰이고 있다네요. 교체하려고 몇 번 시도했으나, "고장 나지도 않는 이 물건을 왜 교체해? 맛있는 맥주를 생산하잖아? 그거면 됐어~!" 하는 정신으로 여전히 사용한다네요.  



우리는 이날 작은 잔으로 석 잔의 다른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맥주 맛이 이렇게 다양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그야말로 맥주 시식하러 간 자리이기에 많은 맥주를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같이 간 우리 부부의 한국 친구는 정말 맥주에 반하여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답니다. 


"맥주가 이렇게 다양한 맛을 주다니~!!!" 


친구는 신세계를 발견했다는 듯 흐뭇한 표정을 지우지 않았답니다. 




맥주와 함께 나온 타파스를 먹고 남편은 도무스 맥주 마스터를 만나 공장 견학을 했답니다. 참 한 세계를 파고들면 다 연결되어 있나 봅니다. 한국 제주에 살고 계신 맥주 마스터 보리스 씨의 가장 친한 친구분이 바로 이 도무스 맥주 마스터였던 겁니다. 



남편은 한국 방문 이야기에서부터 맥주까지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하는 동안, 아이들은 저렇게 놉니다. 

 


셋이라 정말 다행이다~! 



골인하면 이기는 경기라 공이 일단 들어가면 끝이기에 아이들이 막 울어댑니다. 공이 더 없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동전을 넣어주었는데 공이 골인하면 안 된다고 저렇게 골대를 막고, 공을 꺼내 또 공을 굴리며 하염없이 게임에 집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추피토(Cupito, 후식용의 단숨에 마시는 달달한 술)를 우리에게 초대했습니다. 

우와, 이 크림같이 생긴 추피토도 다 맥주로 만들었다네요. ^^* 정말 신기했습니다. 



맛이 얼마나 좋던지...... 

제가 한 병 사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 말이~

"이 술은 정말 여성들이 좋아할 술이야." 그러네요. 후식용으로 마시면 정말 크림처럼 달달한 이 맛이 환상이랍니다. 


이제 세 번째 행운으로 들어갑니다. 

우리는 호텔로 이동하는 중, 우와~! 톨레도의 야경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멋있는 톨레도의 야경~! 환상적이었습니다. 



톨레도에 갔는데, 톨레도 안에 있으면 어떻게 톨레도를 보느냐고...... 

카세레스에 갔는데, 카세레스 안에 있으면 어떻게 카세레스를 보느냐고.....


초등학생인 루나님 따님이 한 고차원적 질문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래, 우리가 톨레도에 왔는데 톨레도 안에서 톨레도를 다 보고 가는 것일까? 이렇게 밖에 나와 한 눈으로 보니, 톨레도가 보이네~!" 

 


우와, 그 감흥을 어떻게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참 예쁘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산 정상에 있는 톨레도가 한눈에 보입니다. 오르는 길 위의 가로등이 참 동화 속에 나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우리는 톨레도를 보기 위해 톨레도 맞은편의 전망대로 올라 한 참을 감상했습니다.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겁니다. 톨레도에 오시면 꼭 야경을 보시라고~! 


중세 특유의 그 분위기가 아주 신비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랍니다. 



성곽을 따라 운전하여 호텔로 돌아가는 길 위입니다. 



이곳에서도 성탄절은 분위기를 들뜨게 합니다. 



이제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잠잘 준비를 합니다. 따뜻한 샤워를 마치고....... 



오늘 하루를 마칩니다. 

물론, 이날의 호텔은 역사적 장소는 아니었지만, 일정에 없던 이 톨레도 여행이 그저 하나의 작은 행운이었음을 느꼈습니다. 역시 여행은 이런 맛으로 하지~!!!


다음 포스팅에는 유네스코 지정도시 카세레스 및 역사적 호텔 이야기 등으로 이어나가겠습니다. 


즐거운 날들 되세요.

우와~ 벌써 성탄절, 연말, 그리고 새해~! 

시간이 엄청 빨리 흘러가네요. 

아자, 아자~! 마지막도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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