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스페인 고산 생활, 온 가족 다 함께 마지막 체리 따기

스페인 산들무지개 2018. 7.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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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참나무집] 가족은 모두 체리 수확에 나섰습니다. 지중해 연안보다 10도 정도 낮아서 그런지 이곳 체리가 여름에 열매를 맺었네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의 체리는 세 종류가 있더군요, 그중 가장 나중에 열매를 맺는 체리가 우리 집 근처에서 붉은 앵두 빛 열매를 보이며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두 종류의 체리는 제철을 넘겨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거든요. 그런데 이 체리는 더디게 익더니 인제야 수확이 가능했습니다. 사실, 스페인 고산에 살면서 올해처럼 체리를 많이 본 적은 없습니다. 봄에 비가 많이 내려줘 정말 체리가 주렁주렁하게 열렸는데, 자연의 순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온 해와 그렇지 않았던 해, 순환하는 시기를 보니 몇 년 전 라이문드 할아버지가 주신 체리가 생각이 났답니다. 그때도 체리가 주렁주렁 열렸다는 사실을 환기하며, 올해도 기억 속 저장창고에 넣어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언제 또 이런 체리를 볼 수 있을까, 올해 풍년의 이 느낌, 활기차고 좋았습니다. 꽃과 나무, 새와 곤충, 동물, 그리고 인간...... 모두가 자연 안에서 혜택을 보는 느낌이었거든요. ^^


마지막 여름 체리를 따기 위해 가족 모두가 출동했습니다. 

노랗게 물든 야생국화꽃 들판, 노란색이었지만, 마음이 확~ 뚫리는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체리를 따기 위해 아빠가 (무거운) 사다리를 들고 왔는데, 쌍둥이 아이들이 점령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체리를 따면서 먹고, 먹으면서 따는 아이들. 신났습니다. 

이 체리는 지금이 가장 적기입니다. 시커멓게 변하기 전에 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미 벌레 먹은 체리가 많이 나타나 하루빨리 먹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붉은색, 참 곱죠?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시중에서 파는 체리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꽤 컸습니다. 

지난번에 딴 체리보다 훨씬 굵고 먹음직스러웠습니다. 

벌레 먹은 체리도 있고, 새가 부리로 콕콕 집은 상처 난 체리도 있고......

각양각색의 체리가 나무에서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야생에서 노출되어 있으니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맥주에 넣어 담글 체리를 생각하며 땄고요, 저는 체리 잼을 만들 목적으로 땄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먹기 위해 따고 있다는......^^*

따면서 먹고, 먹으면서 따는 아이들. 

붉은 체리가 바람에 흔들리며 이리저리 유혹합니다. 

사실, 체리 나뭇잎이 여름이 되면서 많이 늘어진 듯도 했습니다. 

체리 열매의 무게에 늘어진 것인지, 뜨거운 태양열을 받아 늘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바구니에 체리를 채워갑니다. 


집중 또 집중. 하하하! 이렇게 집중하여 따지만 사실 1/10도 못 땄습니다. 

체리를 즐기면서 먹을 정도로 딸 수 있으면 됩니다. 다른 동물도 먹어야 하니 말이지요. 

5인 가족이 딴 체리의 양. 그래도 두 바구니 가득했습니다! 

체리 따다 지친 아이들은 꽃과 놀고, 나무와 돌멩이를 가지고 놉니다. 

무슨 전원생활 라이프 스타일의 잡지 화보 촬영하는 느낌입니다~ 

모델이 되어준 첫째

우리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나비. 

꿀벌도 체리를 마음껏 먹어요~!

개미도 체리 먹으러 왔어요~! 

자세히 보니, 정말 작은 곤충에서부터 새까지, 떨어진 체리는 아마도 멧돼지와 토끼가 와서 먹지 않을까 싶었어요. 모두들, 체리가 참 고마운 듯했습니다. 인간인 나도 이렇게 고마운데......! 


그렇게 오후 반나절 체리를 따고 우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날 저녁 체리 정말 마음껏 먹었네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상만사 진리가 다 그렇듯, 남용하지 말라는 것. 하하하! 체리 많이 먹으면 설사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드립니다. 

집에 돌아오니, 우리 집 뚱땡이, 아니 흰둥이가 잘 다녀왔냐고 주시하고 있네요. 

녀석의 귀여운 얼굴 보니, 이 체리와 고양이, 그리고 스페인 고산 생활이 참 고마운 터전이구나 싶었던 날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덕분에 마음껏 자연에서 유년기를 보낼 수 있어 참 감사하기도 했고요. 

여러분, 항상 웃음 가득한 날들 되시고요, 오늘 하루도 즐거운 일 가득하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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