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아플 때 먹는 스페인 음식, 한국인은 놀랄걸?!

산들무지개 2014. 11. 2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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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제가 아프다고 하니 많은 분께서 걱정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역시 온라인상이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온정이 느껴져 참 좋았답니다. ^^

정말 감사해유!!! 


그런데 친구네님께서 아플 때 조심해야 할 음식을 열거해 주셨는데요, 여기서 잠시 인용을 하자면, 


예전엔 감기 걸렸을 땐 잘 먹어야 한다구 했는디..
그건 못살 때 못 먹어서 체력이 부족해서 감기에 걸렸을 때 하는 말이구유...
요즘은 너무 잘 먹어서 감기에 걸려유...
감기에 걸렸을 때 먹지 않아야 할 음식은
돼지고기, 닭고기, 밀가루, 생선, 술을 조심해야 한대유...
라면...먹지 말아야해유...
빨리 나으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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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걱정을 해주셨답니다. 이 댓글을 읽고 잔잔한 미소와 함께 '아이고, 스페인에서는 이것 다 먹는데 큰일이다.'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는 빙고! 스페인에서 아플 때 먹는 음식들을 말씀해드릴게요. 한국과는 다른 음식 문화의 한 면모를 볼 수 있답니다. 


각종 채소와 닭을 넣어 육수를 내어 만드는 닭고기 수프입니다. 


일단, 감기든, 어디가 아프면 스페인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원기 회복용 음식은 다름이 아니라 닭고기 수프입니다. 

저도 출산하고 나서 제일 먼저 먹은 음식이 이 닭고기 수프였답니다. 아마도 서양권에서는 이 닭고기 수프가 원기 회복용인 것 같아요. 잭 캔필드의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라는 책 타이틀을 봐도 영혼을 살찌우는 것으로 닭고기 수프를 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아픈 상태에 따라 스페인에서도 음식을 먹어야 하고, 먹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답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 닭고기 수프의 육수에 짧은 소면(fideos)을 넣어 끓이거나 쌀을 넣어 끓인답니다. 한마디로 쌀을 넣으면 닭고기 죽이 되고요, 소면을 넣으면 닭고기 소면국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스페인에서는 밀가루를 수천 년 동안 먹어서 그런지 그런 말은 없고, 오히려 아플 때는 폭신폭신 갓 구운 을 뜯어 먹거나, 심플한 토스트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기름과 소금만 뿌려 먹어야 한다고도 하네요. 





아이고! 아픈데 빵을 먹어?! 처음에 저는 엄청나게 놀랐었는데요, 지금은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스페인에서는 소파 데 아호(Sopa de ajo)라는 수프가 원기 회복용으로 나올 경우도 있답니다. 이것이 무엇이냐? 마늘 수프가 되겠습니다. 강한 마늘을 얇게 썰어 파프리카 가루 넣어 볶다가 물을 넣어 끓입니다. 그러다 달걀을 풀어 넣고 마지막엔 빵을 넣어 흐물흐물한 소파 데 아호를 하는 것이지요. 원하는 사람은 돼지고기인 하몽을 잘게 썰어 넣기도 한답니다. 아! 소파 데 아호 먹고 힘을 내! 하는 스페인 이웃을 많이 봐서 저는 처음에는 엄청나게 놀랐답니다. 이것도 밀가루 음식에 돼지고기이니...... ㅠ,ㅠ 한국인은 정말 놀랄 거에요. 


스페인 전통 음식, 소파 데 아호(마늘 수프)

사진 www.tripadvisor.es


지난번에 우리 누리가 아팠을 때 소아과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 


"많이 먹이지 말고, 흰밥을 주세요. 흰밥을 안 먹으면 바나나나 사과를 주던가, 요구르트를 주든가 하세요. 또 흰밥이 밍밍하다 여겨질 때는 하몬 요르크(jamon york, 찐 햄)햄을 좀 주세요." 그러셨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죽을 끓이는 것이 거의 백 퍼센트 엄마들이 하는 일인데요, 이곳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음식으로 대처하더라구요. 

이렇게 찐 햄은 부드러워 

아픈 환자에게 좋다네요. 

사진: www.abc.es


그리고 제가 아플 때 스페인 시어머니께서는 가끔 찐 하몽이나 부드러운 달걀 말이를 해주시더라구요. 아! 이것이 아플 때 과연 먹는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정성을 생각하여 언제나 감사히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답니다. 


아무튼, 오늘의 요점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아플 때 먹지 말아야할 음식이 스페인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원기 회복용으로 쓰인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이 밀가루 음식에서 말이지요. 


역시, 동서양의 문화 차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음식 문화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친구네 님 외 이렇게 걱정해주시는 모든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당분간 다른 블로거 방문은커녕 답글도 못 달 것 같아요. 요즘 태양이 떠주지 않아 정말 전기를 아껴야 하기 때문이랍니다.[각주:1] 오늘부터 4일간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고 하니, 좀 아껴쓰겠습니다. 제가 답글 달지 않아도 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자! 힘찬 하루 되세요!!! ♥♥♥


참고) 짐 싸고 피난 가게 한 우리 집 전기의 비밀

http://blog.daum.net/mudoldol/340

  1. 스페인 고산의 우리 집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신 태양광전지를 사용하여 전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날씨에 좌지우지된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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