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시사, 정치

나에게는 부담스러운 스페인식 '인맥'

산들무지개 2015. 5.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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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일찍 일어나 남편과 다정하게 손잡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지난 번에 하지 못했던 '국제면허증' 신청을 위해 교통국에 다녀왔습니다. 한국 가기 며칠 전이라 이 날 아니면 안되겠다 싶어 저희 부부는 병원행으로 지쳤지만 마음 굳게 다잡고 갔습니다. 인포메이션에서 정보를 구하는데, 안타깝게도 교통국의 모든 행정 처리는 온라인으로 약속을 잡아야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오늘 아니면 안 되는데......!"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자 인포메이션에 있던 사무원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다음 주에 한국에 가게 되어서 오늘 아니면 가능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무표정한 얼굴의 사무원은 어디론가 다녀와 이런 소리를 합니다. 


"오늘 늦은 시각에 와보세요. 일이 다 끝난 후, 저 창구에서 받아줄 거에요."


우와!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가끔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융통성있는 행정이 참 감사하기까지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꼭 인터넷으로 약속을 잡고 올게요."


소리가 절로 나면서 저희 부부는 그 사이 볼일을 보고 다시 오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열심히 신청란에 개인신상정보를 적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원이 말한 창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남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산~ 똘~ "



앗?! 고개를 돌려보니 한쪽 창구에서 비스타베야 마을 출신의 사무원이 산똘님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워 인사를 나누는데, 직원은 그럽니다. 


"무슨 일이야? 내가 다 해결해줄게."


"아니에요. 저쪽 창구에서 받기로 했는데요, 좀 기다리면 순서가 올거에요."


"아니야. 내가 얼른 해줄게."


하시면서, 저희 부부의 국제운전면허증을 순식간에 해주시는 겁니다. 

아! 아니라고 해도 해준다니, 마을 사람의 호의를 거절할 수도 없고, 거절하게 된다면 마음 상하게 되고...... 

우리처럼 기다리는 고객들에게는 너무 미안하고...... 



그런데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은 그녀가 하는 행동이 아주 당연한 듯 자리를 내어줘 일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원래 그 자리가 아닌데, 상황을 봐서 우리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지요. 나중에 일을 다 처리하고 밖에 나와 남편에게 이런 소리를 했습니다. 


"산똘, 있잖아. 이렇게 순식간에 일이 처리되어 아주 좋기도 하지만 좀 찝찝해. 선량한 사람들은 순위가 밀려나잖아?"


"그래, 내가 이곳에 올 때마다 이웃이 일을 다 처리해줬어. 교통벌칙금이라든가, 도로세 등 그런 것을 다 그녀가 처리해줬어. 난 이곳에 와서 기다린 적이 한 번도 없었어."


남편도 이곳의 인맥을 이용해 지금까지 작은 편의를 받아온 것을 고백하더군요. 


스페인식 인맥이란 바로 "Amigos(amiguetes,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다른 해외에 사시는 분들도 그러실 겁니다. "여기도 그래요~!" 맞아요. 사람 사는 세상 어디든지 이런 인맥은 없을 리 없답니다. 그런데 작은 인맥이 국가적 크기로 확대되는 정치권에서는 아주 부당하기 짝이 없는 제도로 흐르고 있답니다. 스페인의 정치가 바로 그런 모습이랍니다. 스페인에 사는 사람으로 스페인 욕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데, 욕과 비판을 따로 분리하자면, 비판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습니다. 비판은 이런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고 좋은 방향으로 나가는 쪽으로 하자는 의견이라고 봅니다. 


스페인 정치권에서 '아미고(친구)'라고 해서 봐주는 부당함과 부패, 권력의 남용이 지금의 현 스페인 모습을 만들지 않았나 싶답니다. 특히 하루하루 터지는 정치인의 돈 세탁 관련 부패스런 행각이 얼마나 이 나라를 부끄럽게 하는지 모릅니다. 특히, 같은 정치인이라고, 같은 친구라고 부패한 무법자를 봐주는 현정부가 한심스럽기도 하답니다. 


스페인 정치인 569명이 스위스 은행에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다니, 그 돈을 탈탈 턴다면 국가를 구제하고도 남을 어마어마한 돈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만 봐도 이 인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알 만합니다. 인맥도 공과 사를 구분하면 아주 좋을 텐데 말입니다. 


정권을 잡는 정부는 '아미고'에게 혜택을 주는 그런 정치를 행했으니 이런 문제는 깨끗하게 사라져 버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스페인 내의 '친구 간에 봐주기'는 이런 현실의 일상에서는 쉽게 사라져주지 않네요. 이것이 복합하고도 미묘한 스페인내 정서이니 어쩔 수도 없다고 하지만, 다음 정권이 들어서는 올해는 정치권에서부터 이런 '인맥'은 줄여나갔으면 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도 흐르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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