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시사, 정치

점점 소포 받기 어려워지는 스페인, 황당한 절차들

산들무지개 2015. 5.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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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이것저것 집안 청소도 해야 되고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음만 급해 가지고 제대로 준비나 하고 있는지...... 그런데 예상하지 않은 우편물 정리하다 또 문제가 발생하여 한국 가기 전에 해결될까, 걱정이 앞서고 있답니다. 


문제는 지난 달 4월에 소포 두 개를 받게 되었습니다. 국제 소포는 20일 안으로 도착한다는데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아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가기 전에는 마무리해야겠다 생각하고 우편물 조회에 나섰더니 이 두 소포는 이미 4월 28일, 29일 경에 스페인 우체국 사무실에 도착해있던 상태였답니다. 아니, 도착했으면 바로 보내야지, 이거 어떤 우체국에서 이렇게 방치하고 있지? 하면서 조회를 했는데, 어떤 우체국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 또 세금 딱지 붙어서 오겠구만!'


하고 한탄했습니다. 



2009년부터 법이 요상하게 바뀌어서 유럽 연합 외의 나라에서 오는 모든 소포에 대한 세관검사가 철저히 이루어지면서 말이지요, 소포 내용물이 몇 유로(해년마다 바뀝니다. 처음에는 45유로, 작년에는 22유로 등등) 이상일 경우에 받는 사람이 세금을 내게 되어 있었습니다. 선물로 받더라도 이것이 수입품에 해당된다면서 바로 세금 딱지가 붙어 집에 도착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세관소 직원인지, 우체국 직원인지 내용물 가격이 단돈 20유로여도 세금을 붙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제는 남의 눈이 무섭지 않나봐요. 유럽 연합 밖에서 오는 소포에는 다 세금이 찍혀 오곤 했습니다. 항의하려고 해도 시간 들고, 돈 들고, 이것저것 사정이 맞지 않아 항의하지 않고, 그때 그때 바로바로 세금 내고 소포를 받아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우체통에 도착알림 통보 우편이 있었습니다. 


그 통보물을 열어보니 글쎄, 제가 기다리던 소포 중 하나가 ADT Postales라는 곳에 있다는 겁니다. 그 소포를 받으려면 다음의 절차를 걸치라면서 통보한 것이...... 너무 기가 차더라고요. 


간단히 절차 정리하면, 


1. 내용물 영수증 첨부한다.

2. 본인임을 증명할 주민증이나 거주증, 여권 복사본

3. 통보편지에 적힌 여백 채워 제출

4. ADT에서 이-메일로 내야할 돈을 계산하여 통보

5. 은행이나 온라인 은행으로 송금

6. 우체국에서 본인 소포를 안전하게 배달


간단하게 정리한 것인데도, 참 복잡한 절차처럼 느껴지죠? 실제로 복잡합니다. 왜냐하면 이곳 행정 처리가 느리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간단하게 되는 것이 없게 느껴집니다. 



원래는 상업적 목적의 소포를 적발하여 세금을 매기고 불법적 거래를 막는 취지였는데요, 스페인 경제가 악화되면서 소소한 것에서 세금을 거둬들일 목적으로 이렇게 개인 소포도 적발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교통벌금 회수로 버는 돈이 80%나 늘었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참할 의지는 있지만 말이죠, 해도해도 너무 했다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받기로 한 소포에는 상업적 목적 없는 (마음의) 물건밖에 없었으니 세관소에서 한 행동이 너무 과한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분명히 스페인에 사는 외국인을 호구로 보고 돈을 뜯는다는 생각밖에 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세관소에서 공무원이 직접 소포를 검열하는 것도 아니고, ADTpotstales라는 우체국 산하의 하청업체에서 소포를 회수하여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 더 화가 났습니다. 이 사업체에서 세금을 회수하여 세관소에 납부하면서도 상당한 이득을 취득하는 이유는요, 


일단 소포를 받기 위해서 그들이 책정한 돈은 다 내야한다는 것입니다. 


위의 예는 소포 내용물 100유로일 경우의 기준입니다. 세금이 21%입니다. 그런데 소포를 본인이 직접 가져가 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세관소에서 일하는 공증인을 사용할 경우 18,13유로를 더 내야합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해서 세관소에서 안의 내용물을 열어보라, 지시했을 때 세관소 세관소 (공증) 대리인이 본인을 대신한다면 이 돈을 내야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소포가 무사히 집에 올 때마다 이 돈을 냅니다. 



그런데 이런 사무실이 스페인 내에 딱 한 군데 밖에 없습니다. 마드리드! 

전국에 있는 사람들이 마드리드에 갈 여력이 될까요? 차비만 해도 그만큼 나가니 애타는 사람들은 대리인을 쓰게 되지요. 게다가 섬에 있는 사람들은 비행기 삯이 아까워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요. 


더 재미있는 사실은 ADTpostales에 있는 소포들은 어떤 소포들이라도 다 돈을 내고 가져 가야한다는 사실입니다. 보관하고 있다는 명목하에 보관비 4.41유로를 내야합니다. 또 그곳에서 모든 절차를 걸쳐(본인 명의, 내용물 확인, 등등) 확인이 되어 우리 집으로 소포를 보낼 때는 또 다시 우편비용을 내야합니다. 아니, 국제우편은 도착지점까지 명확히 돈을 낸 상태인데, 세관소에 걸린 것은 다시 한 번 스페인 내 이동 구간 요금을 내야한다고요? 너무 황당하여 말이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업체는 이렇게 해서 돈을 막 거둬들인다고 하네요. 어마어마한 돈을 벌여들여 스페인 현지인에게도 엄청난 항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작년에는 다른 업체가 있었는데, 소비자 고발단체의 항의를 받고 폐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업체 대표가 다시 이름만 바꾸어 올해 다시 같은 형식의 회사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ㅠ,ㅠ  

www.speedtrans.es ☜ 스페인 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들의 부적절한 정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당하게 느꼈으면 스페인 국제우편 취급 세관소 관련 반대 & 항의 사이트까지 있겠습니까?)


아무리 법이 좋다고 해도 이런 법은 참.......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명확하게 유럽 연합 밖의 나라들에게 스페인 우편 정책을 밝히고 사전에 통보를 해준다면 이곳으로 소포를 보내는 제삼세계에서는 보내야 할 것, 보내지 말아야 할 것 등을 구분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소포 내용물에 대한 영수증을 제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내용물 영수증이 소포에 적힌 가격과 같다는 것을 증명해야 소포를 받을 수 있다네요. 헉?! 그것도 영수증 토대로 세금을 거둬들인 후에나 소포를 준다니...... ㅠ,ㅠ (그리고 세금을 내고도 못 받는 사람들이 수두룩 하니 그것도 황당하고요, 그 다음 요구가 '위생검사' 뭐 그런 것으로 넘어가더라고요.)


이런 스페인 어거지 우편 정책! 정말 마음에 안듭니다. 아마 공기업이 아닌 하청업자의 사기업이 하는 행각이 이런 서비스 질을 엉망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아! 언제 이런 정책이 바뀔지...... 이번 대통령 선거로 스페인 정치판이 확 바뀌어 공정한 우편제도가 정착되었으면 하네요. 


그런데 나머지 소포 행방은 아직도 모르니 참 한국 가기 전에 해결하기는 틀렸습니다. ㅠ,ㅠ 

이 소포도 걸린 것 같아요. 



※ 위의 글은 제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며, 

스페인 국제 우편물 취급에 대한 취지도 충분히 이해한 상태입니다. 

선물로 받든, 쓰던 물건이든 스페인 내에 들어오는 소포는 수입품으로 관주하여 

세금을 낸다는 것도 알고 있으나, 제가 당한 어처구니없는 사정은 

이 정책의 비합리성을 보여줘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산들무지개의 뿔난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푸니 좀 속이 시원합니다. 


여러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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