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집 장작 난로로 구워낸 토기, 어렵지 않아요

산들무지개 2016. 2. 2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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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살면서 오감이 깨어나 자연과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가장 자연스러운 일에 대해 생각하는 일들이 늘어났답니다. 인류 최초가 자연 앞에서 직면하는 그 순간을 느끼고자 하는 어떤 원시적 감정이랄까요? 그런 원시적 감정이 혹은, 자연 앞에서 좀 더 겸손해지는 감정이 이는 것인지 옛날 방식이 마음에 들고, 그 방식을 한 번쯤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기도 한답니다. 


저는 세계 어딜 가든 꼭 고고학 박물관에는 들릅니다. 그곳에서 그 나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도 있지만, 역사 이전의 원시적인 어떤 유품들이 그렇게 제 마음을 빼앗는답니다. 그래서 원시 시대의 인류가 가장 현실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토기나 생활용품들은 큰 여운으로 남습니다. 


오늘은 제가 집에서 토기를 구워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가 원시 시대에 인류가 구워내는 토기에 대한 구절을 보니 꽤 단순하더군요. 점토로 빚어낸 그릇을 두고 그 위에 직접 장작을 얹고 불을 붙여 구워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화, 환원된 부분이 불규칙적으로 밝은색, 검은색으로 나뉘어 나타난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집 장작 난로에서 토기를 구워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해보고 싶어졌답니다. 지난번 아이들과 점토로 작은 인형들을 만들어 빚어놓은 그릇 두 개가 있어 그것을 난로에서 구워내 봤습니다. ^^



남편과 지난주에 갔던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서 본 토기들의 모습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검은 연기에 그을린 듯한 토기의 모습이 보이죠? 바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환원되어 소성된 부분이라는 뜻이랍니다. 



아이들하고 놀면서 만든 두 개의 그릇과 아이가 만든 버섯 이렇게 세 개를 장작 난로에 넣고 구워보기로 했답니다. 적은 수의 토기들이지만, 한 번 시도해보기에는 그지없이 좋은 양입니다. 따뜻한 난로 위에 올려두고 온도를 조금씩 상승시켜줍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균열을 일으키는 데 좋지 않기 때문이죠.   



집에서 평소 쓰는 소나무 장작을 가져왔습니다. 금방 소비되는 단점이 있지만 열량이 많아 온도 높이는 데에는 참 좋은 소나무입니다. 



난로에 남아있는 숯을 저렇게 넓게 펴고 이제 준비한 흙 그릇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위치합니다. 



바로 이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숯이 그릇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둡니다. 서서히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옛날 원시인이 했던 것처럼 나무를 차곡차곡 올리고 스스로 숯에 의해 점화되도록 기다려줍니다. 



장작 난로 문을 꽉 닫고 숯이 타들어 가면서 나무에 불이 옮아지기를 기다리는 이유는 역시나 온도가 급격히 변하면 안 되기 때문이랍니다. 이렇게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야 흙이 급작스러운 팽창으로 균열하지 않습니다. 



이제 불이 짜잔~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불이 갑작스럽게 많이 타오른다 싶으면 공기의 양을 조절해주면 된답니다. 



장작에도 불이 옮아 서서히 붉은 빛을 보입니다. 



잘 타들어가는 소나무는 살아있는 붉은 빛을 띠웁니다. 저 속에서 가끔 장작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탈 때는 좀 깜짝 놀라기도 한답니다. 흙그릇이 굽는 중 터지는 줄 알고 말입니다. 



우와, 집 장작 난로로 토기를 굽다니~! 사실 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저는 스페인에서 도자기를 배우고 입선 활동하는 도예가랍니다. 물론 아이들 육아 때문에 7년을 쉬고 있지만 말입니다. ㅠ,ㅠ 

보통은 가스 가마를 사용하여 소성을 하는데 왜 여지껏 이런 소성법을 생각도 못했을까요? 아니, 시도해볼 생각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현대적 감각의 세련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초적인 어떤 삶의 한 방식을 터득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답니다. ^^ 



정점에 달해 흙그릇이 구워지면서 열이 올라 붉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서서히 장작도 숯으로 변해가고 이제 식기를 기다렸습니다. 


제가 오늘 장작 난로 앞에서 보낸 시간은 총 4 시간이었습니다. 보통 가스 가마에서는 8시간 정도 있습니다. 식는데 한두 시간 빼고, 소성 시간은 고작 2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빨리 구워졌다는 이야기이지요. 물론, 세 개밖에 굽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시간 

 상황

 11:30

 준비완료

 12:10

 점화

 12:35

 공기 양 조절하면서 장작 전체가 타들어갔다.

 12:45

 공기 절반 막음. 장작이 빵빵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13:25

 살아있는 붉은 색이 전반적~

 13:35

 최정점에서 점점 사그러지기 시작, 공기 활짝 열어놓다. 

 13:45

 불이 숯의 모습으로 되면서 탔다. 

 14:00

 숯이 됨.

  16:00 

 불 꺼지고 열어보다. 


간단하게 요약한 오늘 소성표입니다. 



이제 꺼진 난로의 문을 열었습니다. 야호~!!! 무엇인가 멋진 토기 형태로 저를 반깁니다. 



이게 바로 토기란 말이지? 환원된 부분이 검은 색으로 매력있게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흙알갱이가 들어간 흙이고 하나는 그 흔한 붉은 색 점토인데....... 잘 나왔습니다. 



사라가 들고 있는 꽈배기 토기~! 



누리가 들고 있는 진짜 토기~! ^^*



언니의 구워진 버섯~! 똑똑 소리가 나는 것이 신기해 하며 좋아하는 큰 딸~! 






우와~! 이거 은근 재미있네요. 집에서 흙으로 그릇 만들고 구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비록 작은 양의 그릇만 구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원시인이 하던 방식과 비슷한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었네요. 다음에는 좀 정성을 들어 표면을 매끄럽게 해서 정말 원시인이 쓰던 그릇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이 토기로 무엇을 하느냐구요? 집에 있는 다육이를 넣어 키울 화분으로 변신시키면 어떨까 지금 생각하고 있답니다. 투박한 토기와 억척같은 생명력의 다육이의 만남, 멋질 것 같아요~! 


집 장작 난로에서 구워낸 토기, 여러분 신기하지 않나요? 

이거 굉장히 쉬운 작업이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우리 부부는 도망간 칠면조 찾아 산을 헤집고 다닌 하루였습니다. 으~! 여우가 칠면조 한 마리를 시식해버렸고, 나머지는 못 찾을 뻔하다 겨우 찾았습니다. 휴우우우~! 바람 불고 눈 온 날에는 절대 밖에 풀어 놓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입니다.)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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