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장작 난로로 구워낸 토기, 어렵지 않아요
뜸한 일기/자연

시골 살면서 오감이 깨어나 자연과의 변화에 민감해지고, 가장 자연스러운 일에 대해 생각하는 일들이 늘어났답니다. 인류 최초가 자연 앞에서 직면하는 그 순간을 느끼고자 하는 어떤 원시적 감정이랄까요? 그런 원시적 감정이 혹은, 자연 앞에서 좀 더 겸손해지는 감정이 이는 것인지 옛날 방식이 마음에 들고, 그 방식을 한 번쯤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기도 한답니다. 


저는 세계 어딜 가든 꼭 고고학 박물관에는 들릅니다. 그곳에서 그 나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도 있지만, 역사 이전의 원시적인 어떤 유품들이 그렇게 제 마음을 빼앗는답니다. 그래서 원시 시대의 인류가 가장 현실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토기나 생활용품들은 큰 여운으로 남습니다. 


오늘은 제가 집에서 토기를 구워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가 원시 시대에 인류가 구워내는 토기에 대한 구절을 보니 꽤 단순하더군요. 점토로 빚어낸 그릇을 두고 그 위에 직접 장작을 얹고 불을 붙여 구워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화, 환원된 부분이 불규칙적으로 밝은색, 검은색으로 나뉘어 나타난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리 집 장작 난로에서 토기를 구워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해보고 싶어졌답니다. 지난번 아이들과 점토로 작은 인형들을 만들어 빚어놓은 그릇 두 개가 있어 그것을 난로에서 구워내 봤습니다. ^^



남편과 지난주에 갔던 마드리드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서 본 토기들의 모습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검은 연기에 그을린 듯한 토기의 모습이 보이죠? 바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환원되어 소성된 부분이라는 뜻이랍니다. 



아이들하고 놀면서 만든 두 개의 그릇과 아이가 만든 버섯 이렇게 세 개를 장작 난로에 넣고 구워보기로 했답니다. 적은 수의 토기들이지만, 한 번 시도해보기에는 그지없이 좋은 양입니다. 따뜻한 난로 위에 올려두고 온도를 조금씩 상승시켜줍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균열을 일으키는 데 좋지 않기 때문이죠.   



집에서 평소 쓰는 소나무 장작을 가져왔습니다. 금방 소비되는 단점이 있지만 열량이 많아 온도 높이는 데에는 참 좋은 소나무입니다. 



난로에 남아있는 숯을 저렇게 넓게 펴고 이제 준비한 흙 그릇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위치합니다. 



바로 이런 모습으로 말입니다. 숯이 그릇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둡니다. 서서히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옛날 원시인이 했던 것처럼 나무를 차곡차곡 올리고 스스로 숯에 의해 점화되도록 기다려줍니다. 



장작 난로 문을 꽉 닫고 숯이 타들어 가면서 나무에 불이 옮아지기를 기다리는 이유는 역시나 온도가 급격히 변하면 안 되기 때문이랍니다. 이렇게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야 흙이 급작스러운 팽창으로 균열하지 않습니다. 



이제 불이 짜잔~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불이 갑작스럽게 많이 타오른다 싶으면 공기의 양을 조절해주면 된답니다. 



장작에도 불이 옮아 서서히 붉은 빛을 보입니다. 



잘 타들어가는 소나무는 살아있는 붉은 빛을 띠웁니다. 저 속에서 가끔 장작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탈 때는 좀 깜짝 놀라기도 한답니다. 흙그릇이 굽는 중 터지는 줄 알고 말입니다. 



우와, 집 장작 난로로 토기를 굽다니~! 사실 저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저는 스페인에서 도자기를 배우고 입선 활동하는 도예가랍니다. 물론 아이들 육아 때문에 7년을 쉬고 있지만 말입니다. ㅠ,ㅠ 

보통은 가스 가마를 사용하여 소성을 하는데 왜 여지껏 이런 소성법을 생각도 못했을까요? 아니, 시도해볼 생각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현대적 감각의 세련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기초적인 어떤 삶의 한 방식을 터득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답니다. ^^ 



정점에 달해 흙그릇이 구워지면서 열이 올라 붉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서서히 장작도 숯으로 변해가고 이제 식기를 기다렸습니다. 


제가 오늘 장작 난로 앞에서 보낸 시간은 총 4 시간이었습니다. 보통 가스 가마에서는 8시간 정도 있습니다. 식는데 한두 시간 빼고, 소성 시간은 고작 2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빨리 구워졌다는 이야기이지요. 물론, 세 개밖에 굽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시간 

 상황

 11:30

 준비완료

 12:10

 점화

 12:35

 공기 양 조절하면서 장작 전체가 타들어갔다.

 12:45

 공기 절반 막음. 장작이 빵빵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13:25

 살아있는 붉은 색이 전반적~

 13:35

 최정점에서 점점 사그러지기 시작, 공기 활짝 열어놓다. 

 13:45

 불이 숯의 모습으로 되면서 탔다. 

 14:00

 숯이 됨.

  16:00 

 불 꺼지고 열어보다. 


간단하게 요약한 오늘 소성표입니다. 



이제 꺼진 난로의 문을 열었습니다. 야호~!!! 무엇인가 멋진 토기 형태로 저를 반깁니다. 



이게 바로 토기란 말이지? 환원된 부분이 검은 색으로 매력있게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흙알갱이가 들어간 흙이고 하나는 그 흔한 붉은 색 점토인데....... 잘 나왔습니다. 



사라가 들고 있는 꽈배기 토기~! 



누리가 들고 있는 진짜 토기~! ^^*



언니의 구워진 버섯~! 똑똑 소리가 나는 것이 신기해 하며 좋아하는 큰 딸~! 






우와~! 이거 은근 재미있네요. 집에서 흙으로 그릇 만들고 구울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비록 작은 양의 그릇만 구울 수 있겠지만 그래도 원시인이 하던 방식과 비슷한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었네요. 다음에는 좀 정성을 들어 표면을 매끄럽게 해서 정말 원시인이 쓰던 그릇을 만들어보고 싶네요. 


이 토기로 무엇을 하느냐구요? 집에 있는 다육이를 넣어 키울 화분으로 변신시키면 어떨까 지금 생각하고 있답니다. 투박한 토기와 억척같은 생명력의 다육이의 만남, 멋질 것 같아요~! 


집 장작 난로에서 구워낸 토기, 여러분 신기하지 않나요? 

이거 굉장히 쉬운 작업이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우리 부부는 도망간 칠면조 찾아 산을 헤집고 다닌 하루였습니다. 으~! 여우가 칠면조 한 마리를 시식해버렸고, 나머지는 못 찾을 뻔하다 겨우 찾았습니다. 휴우우우~! 바람 불고 눈 온 날에는 절대 밖에 풀어 놓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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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cilantro1 2016.02.29 06:47 신고 URL EDIT REPLY
블러그를 보면서 아 산에 사시는가보다 했는데 엊그제 인근의 해발 850미터 정도의 산에 올라갔다온후 다시 보니 내가 올라갔던 산 두 배의 높이에 사시는구나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나저나 제목을 집 난로에 구운 토끼로 봤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토끼를 잡아 구워드셨나 했습니다. 멋진 토기이고 산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나갈까 너무 궁금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3.01 02:22 신고 URL EDIT
하하하! 토끼 잡아 장작 난로에 구워먹는 것도 한 이슈하겠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저도 빵 터지면서 웃었답니다. 그렇게 읽힐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아무쪼록 이렇게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BlogIcon 프라우지니 2016.02.29 07:21 신고 URL EDIT REPLY
장작이 타들어가면서 내는 소리를 들으면 온가족이 난로주위로 모여있는 저녁한때는 상상해봤습니다.
세딸의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행복해하시는 산들님의 얼굴이 그려집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3.01 02:24 신고 URL EDIT
하하하! 바로 정확하게 묘사하셨네요.
맞아요. 이 산중에 세 아이 데리고 식탁에 둘러앉아 재잘거리면서 밥 먹는 시간이 참 신기해요. 오~ 내가 아이 셋을 낳았단 말이야? 하면서 이게 현실 같지 않는 느낌도 든답니다.
BlogIcon 선교아재 2016.02.29 07:47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글에서 많은 정보와 생각을 얻어요.
칠면조... 왤케 웃길가요? 그러면 안 되는건데...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3.01 02:24 신고 URL EDIT
하하하! 정말 순간은 힘들었는데 돌아보니 웃기네요.
아무튼 이 에피소드도 한 번 풀어서 써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
BlogIcon 탑스카이 2016.02.29 07:59 신고 URL EDIT REPLY
너무 운치 있고 재밌는 시도인걸요?
그 옛날 토기를 재현?! 도 하고 아이들한테는 좋은 교육 겸 놀이가 됬네요.
항상 뜸한 댓글 죄송해요.
울 공주님들이 무럭무럭 잘도 자라주고있네요.
그나저나 칠면조 한마리는 무사해서 다행이었네요.
여긴 또 한주가 시작된 아침입니다.
낼이면 벌써 3월이구요.
빠르다빨러 @.@
올 한주도 열씨미 !!
조만간 근황보고 올릴께염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3.01 02:26 신고 URL EDIT
하하하! 토기 재현 이제 자주 하려고 합니다. 여러 모양의 토기 만들어 재미있는 취미생활을 하려고요. ^^ 뭘요~ 이렇게 오셨다는 흔적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칠면조 한 마리는 죽었고, 나머지 세 마리는 지금 무사하답니다. 휴우~ 정말 다행이야. 우리 먹을 게 사라졌다고 남편이 얼마나 놀라던지..... ㅎㅎㅎ
네~! 탑스카이님도 건강 유의하시고요, 우리 열심히 살아요!!!
BlogIcon 감성주부 2016.02.29 11:50 신고 URL EDIT REPLY
아 정말 좋은 교육이네요. 근데 전 토기도 토기지만 딸의 예쁜 미모에 반하고 갑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3.01 02:26 신고 URL EDIT
아! 감성주부님 고맙습니다. ^^
BlogIcon moonbow 2016.02.29 11:53 신고 URL EDIT REPLY
발상의 전환이 정말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3.01 02:26 신고 URL EDIT
그렇죠? 이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결국 하게 되더라고요. ^^
BlogIcon 드림 사랑 2016.02.29 13:02 신고 URL EDIT REPLY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놀고 좋은데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3.01 02:27 신고 URL EDIT
앞으로도 아이들과 자주 이런 활동을 해보려고 합니다. ^^
jerom 2016.02.29 22:38 신고 URL EDIT REPLY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흔히 쓰인다는 토기.

애들 교육상 무지 좋아보이네요.
전원주택에 살면서 해야 할 취미 활동으로 찜 해뒀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3.01 02:28 신고 URL EDIT
네~ 맞아요. 저도 아프리카 주민들이 큰 산더미 장작 올려놓고 여러 그릇 및 물 항아리 등을 쌓아 굽는 방식을 봤답니다.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그들은 구워나온 그릇에 기름을 화악 발라서 차가워지면서 수축하여 방수처리를 하더군요. 정말 대단해~!!!
저도 나중에 그렇게 한 번 해보고 싶답니다. ^^
우와~ 우리 그럼 취미 같은 것으로 하는 건가요? ^^
BlogIcon sponch 2016.03.01 08:43 신고 URL EDIT REPLY
멋진 토기예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 산들님 정말 대단하고 덕분에 아이들은 늘 새로운 사건에 심심할 틈이 없겠어요.
luna 2016.03.02 05:57 신고 URL EDIT REPLY
투박해 보이지만 너무 멋지네요.
그 뜨거운 열을 견뎌내고 나오는 토기들도 그렇고 만들어서 굽는 비스타베야 식구들도 대단해요.
2016.05.02 06:29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동석 2016.08.26 12:36 신고 URL EDIT REPLY
방금 티비 봤습니다. 행복해보이고 좋네요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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