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4년 만에 감행한 엄마의 단독 외출
뜸한 일기/부부

아침에 눈(eye)을 떠보니 눈(snow)이 또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해발 1200m의 우리 참나무집은 겨울마다 이렇게 눈을 맞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포근한 눈이 이렇게 안녕? 아침 인사를 했네요. 스페인은 해가 쨍쨍한 열정(정열?)의 나라라고 보통 생각하는데, 우리 집에 눈이 왔다, 그러면 다들, 오? 스페인서 눈? 하고 놀라워하십니다. 그런데 우리 비스타베야 고원은 역시나 눈이 없으면 서운한 겨울이랍니다. 



그런데 이날 아침은 반갑지가 않았답니다. 


왜냐하면? 일단은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골골대고, 뜨거운 열에 펄펄 끓고 있어서 말이지요. 다행으로 아빠는 눈이 와 숲 속에 위치한 자연공원 사무실에 갈 수가 없어 집에 머무르기로 했답니다. 그럼 문제 해결이다! 가 아니라, 글쎄 이날은 제가 발렌시아의 치과 약속이 있어 꼭 집을 빠져나가야 하는 일을 겪게 됐답니다. 아픈 아이들 남겨두고, 눈 쌓인 해발 1200m를 빠져나와 외출을 해야 하다니...... 


약속을 취소해요~, 하실 분 계시나, 마음으로는 취소하고 싶은데, 이 스페인에서의 치과 약속은 한국과는 판이하게 달라, 다음에 약속 잡으려면, 또 한두 달은 기다려야 하므로 일단은 감행키로 했습니다. 감행하다 안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돼~지~! 내 배 째, 식으로 외출을 결심했습니다. 



아빠는 혹시, 가다가 눈 때문에 꼼짝달싹 못 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 집 사륜구동차를 타고 가라 일렀습니다. 

자고로 이 사륜구동차는 30년 묵은 오래된 차이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사륜으로 놓으면 마음 놓고 운전을 할 수 있다나요? 그래서 열심히 손을 보고 아빠는 이런 소릴 하네요. 


"기어가 잘 안 들어갈 수도 있어. 당황하지 말고, 기어를 한두 번 밟아서 전환해. 그리고 여기 냉각수가 모자랄 수도 있으니, 여기 온도 올라가면 앞뚜껑 열고 이것을 집어넣어~!" 하면서 당부를 해줍니다. 아! 정말 한 번 외출하기 이렇게 힘드네~. 이 소리가 어쩐지 더 불안하네~! 여기가 고산이자 시골이라 그래요. 



그래서 전 가까운 도시까지만 이 차를 타고 갔다, 기차를 갈아타고 발렌시아에 다녀오기로 했답니다. 


자~ 아픈 아이들 남겨 두고 떠나기 정말 싫지만, 빨랑 치과 갔다 오마!, 하면서 시동을 걸고, 30년 된 오래된 차를 덜덜덜 끌면서 간답니다. 그래도 전 이런 수동차가 참 좋네요. 아! 익사이팅하잖아요? 눈이 쌓여 마을을 못 빠져나갈까 조바조바 2단으로 갔답니다. 정말 다행으로 그 다음의 구불구불 도로는 소방차가 깨끗이 길을 닦고 소금을 뿌려 빠져나갈 수 있었답니다. 


그리하여 무사히 발렌시아 도착, 치과일을 후다닥 보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발렌시아 기차역 앞의 풍경입니다. 


스페인의 제3 도시, 발렌시아도 아기자기 예쁘답니다. 

세계대전에 휩싸이지 않은 스페인의 건축물이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그때 남편이 아이가 눈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장면을 메세지로 보냈지요. 우와! 아이가 즐거워하니 그나마 안심이네~!

소리가 나오는데, 남편은 그러네요. 

"아이들 열이 더 오르고 있어. 해열제 좀 사와."

아! 아이들 열이 오른다고? 눈이 더 와 우리 집이 고립되면 큰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해열제 찾아 삼만리를 했답니다. 무사히 해열제도 사고, 그렇게 오다 차 안에 가스통 두 개를 발견하고, 가스통도 새로 갈아오게 된답니다. 


우리 집 고립되면 정말 큰일이야. 


그 와중에 세차도 해야겠다는 생각은 왜 일었는지? 30년 된 차가 30년보다 더 두꺼운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다녀 그래요. 그래서 세차도 끝내고, 차 바퀴 공기 압력도 제대로 확인하고, 집어넣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집으로 오르게 된답니다. 


혹시, 눈으로 고립되어 필요한 약품과 차 정비는 미리 해놔야 되므로......! 



아! 이거 4년만의 첫 외출이네. 혼자만의 외출~! 


그런데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아이들이 보고 싶네~! 


이런 마음이 막 들면서 아이들이 아프다는 생각에 마음이 찌리리리 아프더라고요. 집으로 가는 어두운 밤, 벌써 밤8시가 다 되어가더라고요. 아이고! 이렇게 도시와 떨어져사는 우리 집 참, 멀기도 하다! 겨우 하루 외출한 것이 꼭 80일 외출한 것처럼 시간이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홀로 떠난 외출이 그렇게 즐겁지가 않았답니다. ㅠ,ㅠ 


집에 도착하면 아이들이 엄마보고 막~ 달려들겠지? 혼자 신 나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우리 비스타베야 여전히 눈이 내리면 안 될텐데....... 소방관 아저씨들이 깨끗이 다 눈을 치워놨겠지~. 

이런 저런 생각이 오가고, 전 비스타베야에 도착했습니다. 아~! 역시나 깨끗한 도로에 마음이 안심이 됐답니다. 이제 집으로 직행이다. 그런데 도로가 아닌 곳은 여전히 눈이 쌓여있고, 낮에 녹았던 눈이 꽁꽁 얼어붙어있더라고요. 



아이들 보러 빨리 가자~! 

재촉하여 집에 도착! 

문을 빼꼼히 열고 집에 도착하여 얘들아! 소리를 지르면서 들어가는데...... 

아이들도 엄마와 같이 소리를 꽥 지르며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멘붕~!


아이들 셋이 쪼르르 소파에 앉아, 아주 쿨~ 하게 

"엄마, 안녕?"



헉?! 날 반기지 않아? 놀라 아빠를 쳐다보니, 

"안녕? 잘 다녀왔어?"

아빠도 아주 쿨~하게 반응을 합니다. 



헉?! 이 반응이?! 아~~~! 그래, 좋아하자. 좋아하자........


얼마나 즐겁게 잘 놀았으면 엄마가 와도 그렇게 기뻐하지 않는지, 이 증거는 정말! 엄마 없어도 불안해하지 않고 잘 놀았다는 증거야! 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빠도 매번 장보고 온 후, 우리 모녀들의 반응을 보고 놀랐을 것이란 생각에 다음엔 외출 다녀온 아빠한테 아주 기쁘게 반응해야겠다 다짐하기도 했답니다.)


그래, 엄마는 역시 조바심으로 걱정했지만, 우리 식구들은 역시 다들 그 자리에서 잘 지냈구나. 

알았어! 너희들 최고다! 하고 아이들을 꽉 안아줬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오랜만에 외출했다 돌아온 엄마, 

그래! 아이들이 반가워해주지 않아도 좋아~! 

잘 있었다는 증거니까...... 

하고 아쉬움을 달랬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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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tota 2015.01.22 00:25 신고 URL EDIT REPLY
아이들은 아프고 나면 부쩍 자라지요^^
BlogIcon 화사한 2015.01.22 00:47 신고 URL EDIT REPLY

엄마 ~하고 마구 달려올 아이들 생각하면서 힘을 냈을텐데..
아이들이 자라나면 그걸 알겠지요.

집에 누가 들어오면 더욱 활짝 반겨주어야겠네요 . ^^
BlogIcon 밍기뉴 2015.01.22 03:54 신고 URL EDIT REPLY
어쩜 저렇게 귀여운 얼굴로 쿨 하기까지 ㅎㅎ 매력덩어리 아가들^__*
luna 2015.01.22 09:41 신고 URL EDIT REPLY
하하하 그 멘붕 풍경 상상이 되네요. 산들님의 하루가 마치 다큐멘터리 보는듯해요.
눈! 눈! 눈! 너무 환상적 입니다. 이도시는 눈이 오는법도 없고 그저 으실으실 살에이는 추위뿐!!
저눈은 깨끗해서 한움큼 집어 먹어도 보고 싶고 새하얀 들판에 달려나가 누워 자연 눈사진도 찍어 보고 싶어요.
삭막한 바람이 비와함께 부는 이런 밤에 눈이라도 포근하게 내려주면 좋으련만...........

사실 오늘오후에 곰아저씨랑 크게 다투고 치사스럽지만 아이들과 저녁먹으며 밥을 안줬거든요.
집에 돌아와보니 먹은 흔적이 없어 아니 이사람이 굶은겨? 하고 놀랐다가 찬찬히 보니 바게트빵이
거의다 없어진것이 하몬 썰어서 보카디요 먹었나봐요. 그럼 그렇지 헌데 참 많이 먹기도 먹었네요.
항상 내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자는데 와서보니 이미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해서 눈물이 나요.
노을 | 2015.01.22 18:17 신고 URL EDIT
ㅋㅋㅋㅋ 곰아저씨도 루나님도 재미있네요
재미있게 스릴있게 사는 부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BlogIcon 있는 그대로 | 2015.01.23 06:05 신고 URL EDIT
루나님의 감성글 마력..ㅎ
BlogIcon sunnyclient 2015.01.22 12:58 신고 URL EDIT REPLY
오늘도 참 잼나고 정겹게 글들을 읽었습니다
노을 2015.01.22 18:16 신고 URL EDIT REPLY
눈이 많이 왔네요 눈만 찍은 사진은 솜뭉치 같아요
아이들도 부쩍 자란 모습이구요
아마도 아이들이 아파서 더 쿨한 모습을 보인건 아닐까요? ^^
BlogIcon 비단강 2015.01.22 18:38 신고 URL EDIT REPLY
에구~~
고산지대 내려가는데 1시간
주차하고 기차타는데 30분
기차타고 1시간
병원에서 1시간
끼니는 때워야지 1시간
세차에 30분
거기다 쇼핑까지 1시간
집에 도착한게 용하군요.
고단한 산들이님께 응원을...
그래도 호롱불 켜고 늦게까지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서 참 다행인 여행.....
lucy park 2015.01.22 19:02 신고 URL EDIT REPLY
눈이 많이도 왔네요 여기도 그제부터 비도 좀 오고 추워졌는데 그래서 거긴 눈이 왔나보네요 눈이 오면 반갑긴 하지만 집을 나서야할땐 참 난감할꺼 같아요
그래도 무사히 잘 다녀 오셨으니 다행인데 아이들과 아빠의 반응은 좀 섭섭 ㅋㅋ
우리집도 마찬가지 정말 가끔 아주 가끔 니콜을 아빠랑 같이 집에 두고 외출할때가 있는데 돌아오면 딱 이반응입니다ㅡㅡ
저도 니콜이 막 뛰어나와 안겨주길 바랬는데...ㅜㅜ

저도 조만간 니콜이랑 한국에 갈꺼 같아요 ^^
저희 외할머니가 계신데 몇일전에 심각한건 아닌데 건강상 병원에 입원을 몇일 하셔서... 알베르또가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실때 증손녀 안아보셔야 되지 안겠냐 해서 갑니다 아직 일정은 회사 휴가도 받아야하고 뱅기표를 사봐야 알겠지만 3월달쯤 될꺼 같아요

산들님네는 언제 가시나요?
BlogIcon 있는 그대로 2015.01.23 05:59 신고 URL EDIT REPLY
푸하하핫! 4년만의 나홀로 외출이건만... 역쒸 아가들을 품고서 엑싸이팅하게 달렸다능ㅎㅎㅎ 엄마란 어쩔수 없나봐요. 아직은 섭섭한 시간때이시겠지만 좀 있음 흠;;;시원섭섭 할 때도^♡^
로렐라이 2015.01.23 11:41 신고 URL EDIT REPLY
산들양의 그림인가요? 너무 이쁘게 잘 그렸네요 ^^ 올해 우리동네는 (충북 청주) 눈이 그다지 많이 오질 않았네요 일기예보에서 올겨울 눈이 많을거라고 해서 눈썰매까지 사두고 벼르고 있었는데 단 한번도 눈썰매를 못탔습니다요 ㅎㅎㅎ 벌써 봄이 오는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BlogIcon 못난이지니 2015.01.24 04:29 신고 URL EDIT REPLY
30년된 자동차라.. 덜덜거리면서 시골길을 달리시는 산들님을 상상해봤습니다.
그런데..혼자서 차를 몰고 다니실만한 경력이신가봐요? 저는 면허증 따고도 무서워서 차를 못 몰고 있습니다.^^;
BlogIcon 탑스카이 2015.01.25 19:36 신고 URL EDIT REPLY
지금에사 댓글을 답니다만 사실 이 포스팅은 아마 올리신 그날 아침출근하며 전철안에서 읽었드랬어요. ^ ^
사실 요즘 좀 기운이 없어지려하던 때였는데..
[이런 수동차가 참 좋네요. 아! 익사이팅하잖아요? ]에 기분이 화악 밝아지면서
한방 빵터지려는 웃음을 만원전철안이라 꾹꾹 눌러담느라 애먹었어요.(크크크)
뭘 그리도 조마해하며 걱정만 불려가며 살고있었나 싶으면서 포지티브 마인드를 훅 불어넣어주신 한마디였답니다. ^ ^
불안함,걱정거리,근심거리도 있으니 삶이 [아! 익사이팅하잖아요?]라 말씀해주신듯 해서요.
내 해석이 과장??!! 수동차에 대한 감상에서 삶의 이치를 깨닿다??!!^0^

아이들의 반응에 멘붕은 앞으로도 종종 겪으실 일, 하지만 엄마 아빠의 사랑을 아이들은 빠짐없이 느끼며 성장의 비료로 삼고 있답니다.
아이들 감기가 빨리 나아주길 바래요.


댕씨 2015.01.27 09:32 신고 URL EDIT REPLY
정말 폭풍 댓글 안달려고 자제하고 자제하는데 글 하나하나가 이리 반전이 있으니 한마디 안남길수가 없네요.
쇼파에 쪼르르 앉은 세자매를 보니 웃음이 푸하하!!
엄마가 아픈 아들 두고 얼마나 맘졸이며 다녀왔을지 눈이 선 한데 애들은 쏘쿨~!! ㅋㅋㅋ
많이 컷네요, 아쉽기도 하고...이제 다가 올 자유시간들이 기대되기도 하고..^^

지금은 공주님들 감기가 다 나있길 바래요~ ^^
댕씨 2015.01.27 10:05 신고 URL EDIT REPLY
그러고보니 남편이 애들 눈구경 시켜준다고 다음주에 스키장 구경을 가자하더군요.
지도를 봤더니 아는 지명이나와 눈이 번쩍!!
지도보며 어엇!!" 여기가 산들이네야, 산들이네~!!"

발델리나레스 스키장이든가..?
남편과 후배가 겨울을 즐겨보자 의기투합하며 애들도 눈구경 하러 같이하자...뭐 그리된듯해요;;;;
후배는 솔로지만 남편은 가정이 있는 몸이니 혼자 즐길수만은 없었겠죠 ㅎㅎ
도끼눈 뜬 아내도 있고 으흐흐흐흐흐~
그리하여, 일단은 테루엘(?) 이란 도시에 숙소 알아보고 있답니다.
여차하면 당일로 오고가고 할 수도 있겠구요.
차도 렌트하고 처음으로 발렌시아 밖을 나갈 생각을 하나 기대도 되고
애들이랑 셋이 뭐하나 싶어 걱정도 되고 그러네요.
그래도 여행은 다 좋은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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