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스페인 유아학교의 독특한 프로젝트

산들무지개 2015. 3. 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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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명 교육 잡지사에서 제게 스페인의 글로벌 인재상에 관한 교육 목표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글로벌 인재 교육을 목표로 두고 교육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유명한 글로벌 인물을 모델로 삼는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반기문 유엔 총장...... 한 때 모든 아이들이 반기문 총장처럼 세계적 무대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곰곰 따져보니 글로벌 인재가 되는 것은 좋긴 한데, 그 기본 소양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본도 안 된 사람이 글로벌 인재가 된다는 것은 억측에 불과할까요? 

기본도 모르는 사람이 글로벌 경험을 쌓아 세계적 무대에서 맹활약한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아주 거창하게 그로벌 인재가 아니어도, 세계적 보편적 경험이랄까요? 우리의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도 한 번은 글로벌 관계망을 형성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자주 해외여행도 떠나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싶어하고, 외국인 친구네 집에서 경험도 하고 싶고...... 뭐, 여러가지 이유로 세계로 다니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세계인과 잘 관계할 사회적 인성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것도 어렵답니다. 


오늘은 스페인 공립 유아학교의 교육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제 아이들이 지금 스페인 학교의 유아과정에 있습니다. 


스페인 교육에 대하여......

스페인은 뚜렷하게 교육에서 도드라지지는 않습니다. 과대한 경쟁이 없는 이곳에서는 성적보다는 '어떻게 사회 속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는가'에 더 주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판이하답니다. 또한 보편적 교육을 추구하기 때문에 국적에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나라 어린이들은 교육 혜택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평균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스페인어 모르는 아이들을 이곳에 합류시키기 위한 교육을 따로 하기 때문이지요. 


학업성취도 피사 기준으로 보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의 남유럽 국가들은 큰 주목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적이 아닌 행복 순위로 보면 스페인 학생들은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 설문조사에서도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기술이나 경제, 명예 등이 아닌 '가족과 친구'라고 합니다. 그만큼 사회적 기본이 되는 가족 관계가 친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지요. 또한, 세계 청소년 자살률을 따져보더라도 북유럽 아이들보다 자살률이 낮습니다. 자살률 낮은 나라로 그리스, 스페인이 상위에 노출되었는데요, 이것도 사회적 기본인 '가정'의 안정에서 나오는 듯도 하답니다. 


스페인의 교육이 크게 주목받지는 않지만 사람되는 법은 확실히 이곳에서는 배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스페인은 달리 글로벌 인재에 관한 교육 목표는 없답니다. 한 사회 속에서 필요있는 사람으로 되는 교육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내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하는가? 


스페인 공립초등학교는 만3세부터 시작합니다. 만3세에서 만5세까지는 유아학교(과정)에 진학하고요, 유아학교가 끝나면 초등학교에 올라갑니다. 그럼 만3세부터 '유아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공부하는지 보여드릴게요. 


※ 여기서 유치원이 아닌, 유아학교라고 한 것은 초등교육의 일종으로 유아과정이 있어 이런 단어를 썼습니다. 게다가 유치원이라 쓰이는 현 단어는 일제시대의 잔재라는 것도 포함하여 제 나름대로 유아학교라 명명했습니다. 


유아학교의 교육과정 기본은 프로젝트에서 시작된답니다. 


아니, 어린아이들이 무슨 프로젝트? 


이곳에서는 어릴 때부터 그룹활동을 하며, 2-3개월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주제를 가지고 프로젝트를 만든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선생님이 부모에게 부탁하는 공지사항입니다. 


친애하는 부모님들:

이번에 우리는 '해적'에 관해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해적에 관한 영화, 비디오, 인형, 사진, 잡지, 책 등이 있으면 학교에 가져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부가 끝나면 돌려드립니다. 


이런 식으로 한 주제를 정하여 놀면서 공부하는 것이지요. 


지난번에 한 공부가 '말'입니다. 아이들이 한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2-3개월에 한 번씩 공부한 내용을 담은 요약 정리 파일을 집에 가져온답니다. 

연필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만3세 아이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아이들은 말에 관한 모든 것들을 배운답니다. 


말을 종이로 만들기도 하고, 말 인형을 가져와 타면서 놀기도 하고, 말 농장을 방문하여 

직접 말을 보기도 한답니다. ^^



나는 말 타는 산드라다!!! 달그닥 달그닥!



나는 말 타는 누리다! 달그닥 달그닥!!!



나는 말 타는 사라다! 달그닥 달그닥!!!


이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말 관련 정보를 학교로 가져가게 된답니다. 

저는 말 인형과 말 비디오, 말 사진, 말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럼 학교 선생님은 부모가 보낸 그 자료를 가지고 다 함께 말 공부를 하게 된답니다. 

서로 오손도손 모여 말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회성을 기르게 된답니다. 



말 공부 시작!



말이란 무엇인가요? 



말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나요? 



말은 어떻게 새끼를 낳는가요? 

중간중간 비디오도 같이 보면서 이런 공부를 합니다. 



말이 먹는 것은 무엇인가요? 



말 발걸음 용어가 따로 있는데, 그런 것들도 배웁니다. 



그리고 말발굽 관련 내용도 배우고요. 



승마할 때 필요한 도구와 그 사용법, 이름 등을 배웁니다. 



말에 관련된 경기도 배웁니다. 



말을 깨끗이 보살피는 방법도 배우고, 실제로 말농장에서 그런 실습 등을 합니다. 



말 프로젝트의 마지막 그림. 


사실, 위의 내용은 간략하게 추려서 제가 올린 것입니다. 

아이들이 말 관련하여 대화한 내용도 있고요, 말의 여러 종도 표현된 것도 있더라고요. 



배운 내용을 간략하게 지도로 간추린 내용입니다. 


유아학교에서 이런 내용을 배우면 다 알까요? 

알까 모를까 잘 모르겠는데, 아이가 제가 가르쳐주지 않은 부분들을 말할 때는 정말 전율할 정도입니다. 

한 번은 버섯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버섯 산행하면서 아이가 배운 독버섯을 금방 엄마에게 가르쳐줄 정도였답니다. 

게다가 스페인어라 그런가, 라틴어 학명도 제대로 알고 있더라고요. 


스페인의 학교는 삶에 필요한 소소한 일상적 교육을 주로 합니다. 

[바른 시민이 되는 법]이란 과목의 교육도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놀면서 배우는 아이들입니다. 

지난번 카니발에서 카니발 분장을 직접 전학년이 같이 하면서 하루를 논 흔적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해적'관련하여 아이들은 벌써부터 어떤 해적을 할까?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

(다 아빠 영향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사라는 너무 무서워!)

산드라, 누리, 사라(왼쪽부터 오른쪽)


즐거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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