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가 날 공격하다니?!
뜸한 일기/자연

제목에서 말하듯 칠면조가 절 공격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건이 일어나는 데에는 언제나 그 사건의 발단이 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겠습니다. 자잘한 원인도 있지만, 우리가 분석한 이유는 딱 두 가지~ 


첫 번째는 암컷 칠면조 한 마리.

두 번째는 세 마리의 수컷 칠면조의 동거.


자~ 그럼 암컷 칠면조가 어떻게 우리 집에 나타나게 됐는지 그 배경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어느 날, 칠면조를 키우던 이웃이 산또르 남편에게 칠면조 알을 한두 개 선물로 줍니다. 그것들을 받아들고 온 남편은 즐겁게 암탉이 알을 품고 있던 밤에 몰래 닭장에 들어가 암탉 품에 넣어두었습니다. 설마 암탉이 품은 알 중에 칠면조 알이 병아리가 되어 깨고 나올까 하고 말입니다.


그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아쉽게도 닭 병아리는 한 마리도 태어나지 않고 오직 칠면조 한 마리만 태어나게 된답니다. 헉? 그럼 칠면조 병아리는 닭을 엄마로 볼까? 


궁금하죠. 


다행히 우리의 모성애가 강한 시커먼 여왕(제가 애칭으로 부릅니다) 암탉은 못생긴 칠면조 병아리를 자기 자식으로 생각하여 잘 키우게 된답니다. 세상에~! 꼬꼬도 아닌 꾸르꾸르꾸르, 삐삐~! 소리를 내는 칠면조 병아리를 자기 자식으로 여기다니~! 얼마나 정성이 갸륵한지 다른 닭들이 다가오면 쪼아대면서 보호하는 겁니다. 엄마는 용감하다! 는 말이 여기에 적합합니다. 



▲ 암탉이 품어 태어난 칠면조 병아리와 어미닭입니다. 


고 귀여운 녀석이 작년 여름, 가을에 태어나 지금 엄마보다 더 크게 자라났습니다. 


한 편으로는 우리의 수컷 칠면조는...... 그 사연이 이렇습니다. 

산또르님의 동생들이 우리가 시골에 사는 이유로 칠면조를 좀 키워달라고 요구합니다. 유기농으로 키워 먹는 칠면조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말이지요. 산또르님은 시간이 없다면서 싫다고 거절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동생 생각하는 마음에서 네 마리 수컷을 조합에서 사 오게 된답니다. 


그 네 마리는 꾸르꾸르꾸르르르 다정한 한 때를 보내면서 성장하게 되는데요, 지난 달 초, 한 마리는 비명횡사하게 됩니다. 이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고, 모르시는 분은 다음 제목을 클릭하시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세 마리만 여우의 공격에서 떨다 칠면조 우리에서 지내게 된답니다. 


그때까지 암컷 칠면조와 수컷 칠면조는 밖에서 잠깐 안면이 있었을 뿐, 같이 생활하지 않아서 서로의 존재를 아마 모르고 있었을 겁니다. 암컷은 닭장에서 우리의 여왕님들과 같이 살았고, 요 수컷들은 같이 동거를 하면서 칠면조 우리 안에서 꽁꽁 숨어 살았습니다. 여우가 무서워서...... (사실 칠면조 주인들이 여우가 나타날 것 같아 잘 풀어주지 않았음)


그러다...... 사고가 일어난 본격적인 사건은 암컷 칠면조가 암탉인 엄마보다 덩치가 두 배가 더 커지면서 무리에서 자꾸 일탈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같이 횟대에 앉아서 자면 얼마나 좋을까? 요것이 꼭 낳아놓은 달걀 위에서 자는 겁니다. 그걸 보던 산또르님은 이때는 기회다~! 하여 암컷을 수컷이 동거하는 장소에 턱 하니 모셔다 놓았습니다. 그것도 오밤중에......


아침에 일어난 암컷 칠면조는 얼마나 놀라고 자빠질 풍경을 접했을꼬......


아침에 일어난 수컷 칠면조는 보도 듣고 못 한 어여쁜 암컷 칠면조를 보니 절로 몸이 부풀어 오르겠지요. 


집 안에서 자세히 관찰해보니 이 수컷들이 먹이는 먹지도 않고 서로 자기 몸을 뽐내면서 암컷 주위를 오고 가면서 자랑을 하는 겁니다. 아~ 녀석들! 이것이 바로 스페인에서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사춘기를 가르켜 칠면조의 시기(Edad de Pavo, 칠면조의 나이)라고 하는구나! 


그러다 그날 저는 칠면조 우리에 모이를 주러 갔습니다. 


"맛있는 오트밀이다~!" 


이 소리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우에게 공격당해 소심하던 칠면조가 우르르 제게 모여드는 겁니다. 


"어?! 드디어 활개를 폈나 보네. 여자친구가 있으니 좋구나?"

전 이런 소릴 해댔지요. 


그런데 저 녀석이 갑자기 하늘로 붕 뛰어오르더니 제 몸을 가격하는 겁니다. 마치 매트릭스의 그 느린 동작이 내 눈앞에서 재현되는 듯 말입니다. 

"아! 너 왜 그래?!" 

저도 방어본능이 나타나 그 칠면조의 몸을 발로 가격했습니다. 녀석은 아주 단단하여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고 제 오른팔을 쪼아대고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 녀석이~!"

이렇게 소리를 질렀지만 사실 허겁지겁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오른팔이 꽤 쓰라렸답니다. ㅠ,ㅠ 



▲ 질풍노도의 수컷 본능이 발동하여 칠면조 녀석들이 몸의 두 배는 되는 털을 부풀어올려 암컷 주위를 어슬렁거립니다. 


그날 남편이 저녁에 집에 왔을 때, 오늘 일어난 일을 사실직고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칠면조 우리에 갔다가 처참한(?) 봉변을 저처럼 당했습니다. 앞에서 교훈 주고 나오다가 뒤에서 또 공격받고......


"아이고! 암컷 나타났다고 진짜 잘난 척하네! 질풍노도의 시기야. 안 되겠어. 이번에 잡아서 동생들한테 던져줘야겠어. 풀어놓으면 이제 아이들에게 공격할지도 몰라~!"


아~ 이런 결과를 초래하다니...... 아무튼, 아직 절 공격한 우리 칠면조는 잘 살아있지만 이제 단단히 기합 넣고 칠면조 우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 오밤 중~ 너희들 조심해야 할 거야~!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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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비단강 2016.04.01 13:41 신고 URL EDIT REPLY
허허 그 칠면조가 주제파악을 못하는군요.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사람을 못 알아보고 공격을 하다니
그녀석 명이 길지는 못하겠네요.^^

이곳은 지금 봄이 마구 마구 산자락을 타고 오르는 중이랍니다.
갯가에 버들은 벌써 새 순이 돋았고 산자락의 나무들도 움이 트려고 준비중이라
온 산이 연한 초록으로 덮혀가고 있습니다.
산수유는 이미 만개하였고 동네마다 벚꽃 살구꽃이 아기들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먼산에는 진달래도 피었다고 합니다.
산들님 꽃구경 오세요.
루나님 손잡고 산드라 누리 사라 손잡고 꽃 구경 오세요.
luna | 2016.04.01 23:45 신고 URL EDIT
생각만해도 마음은 벌써 손잡고 꽃구경하러 달려 나갑니다.
아이들 방학을 고려하다보니 한국의 봄을 구경한지가 10년이 넘아가요.
여기도 오늘 화창한 봄날 비스므리한데 봄이 거의없이 여름이 들이닥치니 더욱더 그리워져요.
바구니 끼고 들판으로 나물케러 가던 어린시절의 향수와 함께 어릴적 내동무들이 보고 싶어 지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4.02 02:37 신고 URL EDIT
그러게요, 저도 한국의 찬란한 봄 식구들과 다 나들이 가고 싶네요.
오~! 루나님 가족들과 가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정말 한국은 봄이 매우 아름다워요. 저는 가을도 아름답지만 봄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는지...... 외국에서 오래 살다간 어느 봄 날에 그것을 느꼈답니다. 아름다운 한국이 맞습니다!!!

그런 한국을 좀 잘 보전하고 보살펴야 하는데 요즘은 시야가 아플 정도로 어딜 봐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인간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그래서 슬프더군요. 한 적한 곳에 카페테리아도 좋지만 너무 많은 공간이 절 숨 막히게 한 경험이 새록새록 솟네요. ^^
BlogIcon 선교아재 2016.04.02 00:01 신고 URL EDIT REPLY
푸하하~~ 어떤하지? 아이고... 하하하... 휴...
아무래도 나 칠면조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4.02 02:37 신고 URL EDIT
하하하! 칠면조 녀석들 진짜 웃기죠?
털을 세우고 자랑질하는 모습 보면 웃지 않을 사람이 없어요! ^^
luna 2016.04.02 00:06 신고 URL EDIT REPLY
칠면조들아! 느그들 그라믄 안돼앙
산들님이 ~오밤 중~ 을 조심하래잖어. 어쩌다 그랬니?
어느날 시엄니도 며느리도 몰랭 요단강을 건너는수가 있응께 느그들 큰일났다.
이쁜 암컷이 왔는디 사춘기의 질풍노도의 반항만하다 연애도 못해보공 훅가믄 쓰겄냐?
그랴도 산들님이나 산똘님이었응께 다행이지 만약의 이쁜 아가들한테 상처라도 내는날엔 협박이고
적당이고 읎이 바로 그자리서 "네죄를 네가 알렸다" 일텡께 명심혀서 아가들은 저~~~얼대 다치게하믄 안됑.
느그들 알쥐 산똘님 최강력 화력의 메이드 인 코리아 토치가 있다는걸~~~~~나의 피같은 충고는 여그꺼정 ㅎ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4.02 02:38 신고 URL EDIT
아직 요단강 안 건넜답니다. 그런데 그게 또 문제에요. 남편이 밤에 몰래 들어가면 어느새 깨어나 공격한다는 것!
아! 어떻게 목을 따야할지 이제 산똘님 머리에서 쥐가 납니다. 하하하!
BlogIcon 프라하밀루유 2016.04.03 17:29 신고 URL EDIT REPLY
아 ㅋㅋㅋ 어쩌죠. 아프셨을 텐데,,, 얘기를 재미나게 써주셔서 ㅎㅎ
동물들의 세계는 참 신기한 것 같아요.^^
BlogIcon H '▽' 2016.04.06 07:08 신고 URL EDIT REPLY
ㅋㅋ 요 몇일전 산소에 갔다가 칠면조를 기르는 곳을 봤어요. 엄청 신기했는데 ㅋㅋ 이상하게 울더라고요^^ 무서운동물이네요 ^^
newface 2016.04.06 09:43 신고 URL EDIT REPLY
전 어릴때 옆집 장닭 윗집 거위한테 공격당함 ㅎㅎㅎ
거위는 거의 집 지키는 수준이 진돗개 저리 가라로 사납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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