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5일 동안 행방불명된 우리 집 새끼고양이, 결론은..?

산들무지개 2016. 6. 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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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5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밭에서 밭일을 마치고 오는 길 위에서 우리 집 엄마 고양이 블랑키타가 어떤 녀석이랑 같이 있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하게 된 것이지요. 밀밭에서 밀회하는 듯한 이 분위기에 남편이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하하하~! 이 녀석! 이제야 우리 새끼 고양이 아빠가 누군지 알 것 같아."



남편이 보고 온 고양이는 줄무늬 수고양이였습니다. 우리 집 새끼 고양이 라이따가 왜 줄무늬인지 이해 가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부터 새끼 고양이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간 것일까? 


잠시 숨어있는 것이겠지,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그다음 날에 가도 없고, 그다음 날에 가도 없었습니다. 건조 먹이를 먹기 시작한 이 녀석이 배도 고플 텐데 어디로 간 걸까? 엄마 고양이는 가끔 나타나는데 이 새끼 고양이는? 


앗! 그런데 우리 고양이들이 사는 장작 창고에 난리가 한바탕 일어났습니다. 바로 그 줄무늬 수고양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랍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이 녀석이 창고를 차지하고 잠자리를 차지하고 마치 제 것인 양 떡하니 누워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녀석이 놀라 휘리릭 사라졌지만, 우리 고양이 녀석들은, 특히 수고양이 네로와 삼은 사라져버리고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우리 집고양이들 이 줄무늬 녀석 때문에 다들 집을 떠난 것 같습니다. 



▲ 우리 집 수고양이들을 떨게 한 줄무늬 고양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진은 pixabay 참조. 


아! 다들 어디로 갔을까? 제일 걱정되는 것이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혹시, 어미 고양이가 바람나 내팽개쳐버린 것 아닐까? 또 발정이 난 것일까? 아니면 버린 것일까? 고양이 세계에서도 가망성 없는 새끼는 냉혈하게 버린다고 하던데......


아니면, 줄무늬 고양이가 자기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어린 새끼를 물어 없애버린 것일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집 블랑키타가 저렇게 여유롭게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니 막~ 속상해지는 겁니다. 

녀석이 아이는 안 보고 어디로 가는 거야? 줄무늬와함께 노는 줄 알고 또 화가 나는 겁니다. 


"블랑키따, 라이따 어쨌니?" 이런 소리가 막 나오는 겁니다. 


줄무늬 수고양이 퇴출 작전을 위해 어제는 아빠가 나섰습니다.

 

"어디서 온 녀석이지? 아마도 이웃집 고양이일 것 같은데? 살이 통통 오른 게 힘도 세니, 우리 집고양이들을 다 쫓아낸 것이겠지?"


남편은 열어놓은 닭장에 들어가 있는 줄무늬 고양이를 가두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그저 사람의 존재만으로도 식겁한 고양이가 꽤 진을 뺐다고 합니다. 철창으로 된 닭장을 나올 수 없어서...... 


겨우 빠져나온 녀석은 줄행랑을 쳤고, 그 후 우리 집 수고양이, 네로가 오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밖을 나서는데 등교하던 아이들이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라이따! 라이따! 라이따가 돌아왔어."


어? 정말? 



우리 집 현관, 아빠가 맥주 만드는 곳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것입니다. 


아이고~! 반가워라. 5일 동안 뭘 먹고 어떻게 지냈는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더라고요. 그저 다시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어미 고양이 블랑키따도 무슨 고생을 하고 왔는지 아침부터 늘어지게 피곤해하고 있었습니다. 얼굴엔 상처와 함께...... 말을 못하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요 녀석들의 행방.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저는 요 녀석들에게 깡통을 따 그동안 못 먹은 먹이를 줬습니다.


어미 고양이는 먹을 생각도 않고, 자꾸 새끼 고양이만 봅니다. 새끼 고양이가 먹기 시작하자 그제야 그 옆에서 안도하는 듯했습니다. 새끼 고양이가 그만 먹으려고 하니 어미도 한 입 먹기 시작합니다. 아~ 감동. 


그리고 낮에는 한차례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이 녀석들 행방이 너무 궁금하여 장작 창고에 가봤지만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본 장소의 남편 맥주 장비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그랬더니 녀석들이 줄무늬 고양이를 피할 목적인지 새 보금자리를 틀었더군요. 


바로 요기에...... 



돌돌 말린 고무호스에 들어가 자고 있었습니다. 


설마? 이곳에 5일 내내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아마도 줄무늬 고양이를 피해 어디론가 숨어 있다가 오늘 아침에야 나타난 것 같습니다. 사람을 아주 따르는 고양이인데 우리까지 피하지는 않았겠죠? 

 


아무튼, 우리 블랑키따가 바람 나서 새끼를 버린 게 아니란 게 증명되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블랑키따가 한없이 이쁩니다. 역시 엄마는 아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주인 옆에 새끼를 데리고 오는 것. 



요렇게 이쁜 새끼 고양이가 금방 우리랑 헤어지는 줄 알고 정말 식겁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엄청나게 사랑하는데 말입니다. ^^



"난 몰라야옹~! 잠이나 자야지옹~!" 은근 모른 척하고 눈 감은 어미 고양이. 그동안 꽤 고생했는지 잠을 얼마나 많이 자던지......



손가락을 꿈틀거렸더니 반응하는 새끼 고양이. 아이고, 귀여워라~!



손가락을 꿈틀거렸더니 모른 척하는 어미 고양이, 그래도 좋다고 얼마나 갸르릉거리는지...... 


"그래, 엄마(주인)가 있으니 좋지? 나 걱정시키면 안 돼. 그래도 돌아와 좋네." 이 아이 옆에서 이런 소릴해주니 다 알아듣는 듯 갸르릉거립니다. 



잠시 비가 멈추니 밖에 나옵니다. 이제 우리 집이야. 마음껏 나와 놀아라. 



5일 동안 사라져버렸던 라이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짐작도) 못하지만, 녀석은 참 즐겁게 놉니다. 



몸 청소하는 어미 꼬리를 가지고 놀고, 물고, 장난치면서...... 



폴짝폴짝 뛰는 이 아이들 모습 못 볼 줄 알고 얼마나 걱정 많이 했는지...... 



동물을 자유롭게 구속하지 않고 키우는 작은 단점이라면 바로 이런 거네요. 언제 어떤 이유로 어디론가로 가버리는 것. 아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라져버리는 일...... 


다행이 요 새끼고양이가 돌아와 줘 진짜 행복하네요. ^^*


우리 집고양이들 정말 이쁘죠?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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