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아이

스페인 고산, 아이들과 장작

산들무지개 2017. 1. 17.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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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의 분지형 스페인 고산평야는 지금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답니다. 시속 40km에 달하는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때문에 함부로 밖에 나갈 수 없고 심한 한파가 예상되기 때문에 무척이나 몸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게다가 목요일부터 있을 폭설 주의보도 85% 가능성이 있으니 큰 걱정입니다. 아이들이 '눈이 온다'는 마술 문구에 기분이 썩 좋아 난리가 났지만 말입니다. 


"너희들, 감기 걸리지 않게 옷 단단히 입고 나가야 해."

아빠는 이런 당부를 합니다. 


"눈이 온다는데 감기 걸려서 눈 구경도 못 하면 안 되잖아?"

이 말이 강력한 주술을 거는지 아이들도 옷을 단단히 여미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걷게 되면서 이 고산의 겨울을 위해 집안 일꾼이 되어준 일이 있답니다. 스페인 고산에 들어와 살면서 저는 생전 처음으로 장작을 패고, 그 장작으로 집안을 훈훈하게 달구는 난로를 피우는 일을 했습니다. 참 어찌 보면 제삼세계와 같은 일이 이 현대의 스페인에서 일어나는 듯도 합니다. 그런데 시골 대부분 농가는 이런 장작 난로를 여전히 사용하기에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제가 이곳에 갇히게 된 한국 선녀처럼 생각되었답니다. 장작하러 가는 스페인 남편이 마치 나무꾼처럼 여겨지기도 했고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절에는 전기도, 전화도 없는 이곳에서 '소통의 부재'가 주는 그 압박감은 꽤 컸던 것 같았습니다. 꼭 내 선녀 옷을 남편이 꼭꼭 숨겨 놓은 듯했지요. 


"산또르~! 내 선녀 옷을 되돌려 줘야지?" 

이런 말을 여러 번 했지만, 어디 동화는 현실이 될 수는 없잖아요? 


또르르 제 옆에서 쫄망쫄망한 아이들이 아빠를 돕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야말로 나무꾼의 딸들이 되어 아빠 옆에서 일을 돕는 겁니다.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나무하러 가는 아빠와 동행하는 일은 일상이 되었네요. 아이들은 나무를 하거나 솔방울을 줍는 등 우리 집 일꾼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겐 이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장작을 나르는 일을 도왔네요. ^^*

저 고사리손이 들고 있는 것 좀 보세요. 



겨울에 불쏘시개로 쓸 솔방울 줍는 일은 당연히 아이들 몫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커서 인간 사슬이 되어 아빠를 돕습니다. 




한파가 몰아닥치기 전에 이 장작을 전부 창고에 넣어야 하기에 요즘 일손이 참 바쁩니다. 

아이들이 아빠 곁에서 항상 저렇게 아빠를 돕습니다. 



큰 아이는 또 장작 하나씩 나르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는 벌레가 만들어놓은 예쁜 나무껍질 모양을 보고 난리입니다. 

(누리는 집에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창고에 하나둘 장작이 쌓이는 모습만 봐도 이제 배가 부르네요. 

이제 선녀 옷은 없어도 되겠다는 마음입니다. 



저녁노을이 참 인상적으로 지는 요즘입니다. 

붉은 기운이 감도는 하늘이 분홍색입니다. 



구름은 굉장한 속도로 이동하고 있고, 이제 곧 소통의 부재가 닥칠 듯합니다. 

언제 고립될지도 모를 시간,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스페인 나무꾼 남편이 그럽니다. 


"장작도 든든히 준비했겠다, 두려울 게 뭐가 있어?"


한국 선녀는 하나를 더합니다. 


"아니야, 쌀도 비축해놔야지~!" 


맞아!!! 

남편이 탄성을 지릅니다. 

우리 네 모녀가 좋아하는 밥이 없으면 눈이 와 고립될 경우 

남편은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눈 오기 전, 어서 마을에서 필요한 비상 식량도 사 오고, 

또 인터넷 안테나 불통에 대비한 

기고 글도 빨리 마쳐야겠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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