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스페인 재래시장,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산들무지개 2017. 3. 1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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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드라마 [도깨비] 풍경과 참 어울리는 중세 수도원 이야기 잘 읽으셨나요? 오늘은 예고해드린 재래시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전에 나온 재래시장: [명사] 예전부터 있어 오던 시장을 백화점 따위의 물건 판매 장소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요즘은 촌스럽다는 이유로 이 '재래시장'보다는 '전통시장'으로 다시 부르자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는 재래시장으로 하겠습니다. 

스페인은 재래시장이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태어난 곳들이 아주 많답니다. 물론 시장 터는 옛날부터 쭉 이어져 오는 전통적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말입니다. 스페인의 재래시장은 한국과 비교하면 무척 차이가 난답니다. 


1. 판매 제품들

내용 면에서는 채소, 생선, 육류 등의 음식 재료를 대부분 파는 곳이랍니다. 한국에서는 재래시장에 별의별 것 다 판다지만, 어쩐지 스페인은 한정된 것들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선한 물건을 바로 들여와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형태라 청과물 수산 육류 시장이라고 말하기에 더 적격인 듯합니다. 

다음 사진들은 이번에 방문한 메르카도 수르(Mercado Sur, 남부시장)라는 부르고스(Burgos)도시의 재래시장입니다. 

2015/02/13 - [스페인 이야기/여행, 여가] - 스페인 여행 시 알아두면 좋은 팁 몇 가지

위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보케리아 및 발렌시아 재래시장의 풍경도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스페인에서도 3,4,5,7일마다 오픈 장을 여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 곳에는 주로 생필품들을 판매한답니다. 옷, 신발, 침구, 주방용품 등을 판매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페인의 유명한 재래시장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발렌시아의 중앙시장, 마드리드의 산미구엘 시장 등의 대부분의 재래시장은 옷, 주방용품 등은 판매하지 않고 채소, 육류, 생선 등만 판매하는 것을 느끼실 수 있답니다. 


2. 스페인 재래시장의 물건은 보통 마트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재래시장'하면 어쩐지 싸고, 인심 좋은 아낙들이 값을 흥정하면서 막~ 가격을 깎아줄 것 같은 착각이 입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가장 신선하고 질 좋은 훌륭한 재료를 취급하는 곳이 이런 재래시장입니다. 그래서 가격이 보통의 수퍼마켓보다 훨씬 비쌉니다. (참고로 스페인 슈퍼마켓도 괜찮은 곳이 있는데, 메르카도나, 컴숨 등이 자주 신선한 재료를 보강하더라고요. 반대로 독일 체인점 슈퍼마켓인 알디나 리들은 재료의 질이 너무 떨어집니다)

그래서 스페인 서민들 삶의 질을 보더라도 자주 재래시장에 들르는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넉넉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등의 가족 식사를 위해 몇 주 전부터 좋은 재료를 재래시장에서 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3. 스페인 재래시장은 먹기 위해 가는 곳이 아니다. 자고로 먹거리 천국, 먹거리만 판매하는 골목이 없다

보케리아 시장은 한국인들에게 꽤 유명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있어요. 유럽 최대 시장이라든지, 스페인 최고 시장이라는 말 말입니다. 이건 엉터리 정보임을 알려 드립니다. 스페인 최대 재래시장은 발렌시아의 중앙시장입니다. 

그런 보케리아 시장에는 먹거리를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곳들은 방문객과 시장 상인을 위해 마련한 카페테리아가 관광객에게 맞게 변형되어 생긴 곳이랍니다. 피노초(Pinocho)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바도 그렇고, 과일가게에서 컵에 과일 조각을 담아 판매하는 곳도 그렇고, 하몬 가게에서 하몬 조각들을 즉시 먹을 수 있게 잘라놓은 것도 그렇고, 치즈 조각도 그렇고...... 요즘은 관광객을 위해 변형하여 판매하는 형태를 보이지만, 사실 재래시장에는 이런 먹거리 골목이 없답니다. 

△ 이번에 들른 부르고스의 메르카도 수르(남부시장)의 유일한 먹을 장소인 시장 카페테리아입니다.

스페인의 크고 작은 시장은 여전히 재료만 판매하는 곳으로 되어 있고요, 상인과 소비자를 위해 마련해놓은 카페테리아나 바가 조용히 한 구석에서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답니다. 한국처럼 먹자골목은 따로 없고요, 정~ 먹을 것 찾아 나선다면, 아레아 데 꼬미다(Area de Comida)라는 보통 백화점이나 상가 건물 상층에 위치한 식당 구역들에서 드실 수 있답니다. 먹기 위해 조성해놓은 공간은 사실상 마드리드의 산미겔 시장이나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 외에는 별로 없답니다. 


4. 칼퇴근, 문을 여는 시간이 오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재래시장하면 어쩐지 밤에도 문을 열 것만 같습니다. 마드리드나 보케리아는 오후에도 문을 여는 큰 시장이지요? 반면 발렌시아의 중앙시장은 스페인 최대(유럽 제2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오전에만 문을 연답니다. 오후에 찾았다 낭패 본 이들이 하는 오해는 '문 닫았나 봐~' 

발렌시아의 메르카도 센트랄(중앙시장)은 아름다운 모더니즘 건축물로 유명합니다. 

이곳은 오후 3시면 문을 땡~하고 닫습니다. 방문 전, 항상 시간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스페인은 도시마다 있는 이런 재래시장은 오전에만 문을 여는 곳이 꽤 됩니다. 소비자에게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여는 곳이 아마도 대부분일 겁니다. 그것도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일요일은 문을 닫습니다. 


5. 재래시장이 참 작고 잘 정돈되어 있다

물론 한국도 정리 잘된 곳들이 요즘은 부쩍 많은데요, 스페인은 재래시장은 시장이 아닌 것처럼 그런 재래시장입니다. 소비자가 다니는 골목에 나온 것 하나 없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고요, 구역이 아주 깔끔하다 못해 단순한 느낌까지 있습니다. 저렇게 단순하여 잘 팔릴까 싶은데도, 소비자는 단골이 되어 자주 방문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참 작습니다. 발렌시아의 중앙시장이 스페인 최대시장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그 흔한 시장을 보아도 그렇게 큰 느낌은 없습니다. 에고고? 뭐 이렇게 작아?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보통 보케리아 시장을 방문하신 분들도 대부분이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

△ 이번에 방문한 부르고스 남부시장의 겉 풍경입니다. 

건물 안에 상인들이 줄줄 가게와 가게를 맞대고 있는데 외관으로는 백화점 방불케합니다. 


그럼 우리가 이번에 방문하여 산 물건들이 무엇이느냐고요? 바로 부르고스 하면 가장 유명한 순대와 특이한 이 지방 스타일의 염장 고기를 사 왔습니다. 순대가 대박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부르고스 순대를 소개해드릴게요~! 

어때요? 스페인의 재래시장,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차이가 나지 않나요? 저는 무엇보다도 오전에만 문을 여는 사실에 처음에는 상당히 놀랐답니다. 아니, 먹고 살려면 조금 더 부지런해야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스페인은 한국과는 소비문화 자체가 다르기에 이렇게 오전만 해도 충분하다고 하네요.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앗~! 오늘 아침엔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되었다는 소식~! 이 먼 이국땅에서도 이런 승리의 느낌이 드니, 민주주의가 살아 있구나! 우리가 많이 성장했구나! 놀랐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물론 아직도 찜찜한 구석이 여럿 있지만, 일단은 이렇게 희소식에 기쁘게 취해봅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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