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스페인 남편이 생선 알로 만들어달라는 한국 음식

산들무지개 2018. 5.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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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사람들은 생선 알을 먹을까요? 글쎄요...... 먹는 사람도 있겠고, 먹지 않는 사람도 있겠죠? 철갑상어의 알인 캐비아는 특별한 날에 먹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대중적으로는 생선 알 자체를 그다지 먹지를 않는답니다. 오히려 사 온 생선에서 나온 알을 보면 화를 내기도 한답니다. 저희 (스페인) 시어머니는 다 성장하지 않은 작은 생선과 알이 잔뜩 든 생선을 보면 무조건 화를 내시지요. 

"작은 생선은 방생하고, 알이 오른 시기의 생선 잡이는 완전히 금지했으면 하네."

그것참! 서양인들은 참 이기적이다, 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어요. 생선은 먹고 싶은데 작은 것과 알이 잔뜩 밴 생선은 먹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부만 힘들게 하는 일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실제로 닥치는 대로 잡아 필요 없는 생선은 그냥 버리는 싹쓸이 어부도 있으니 산란철 알배기 생선잡이는 스페인에서도 금지되어 있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알배지 않은 생선만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게다가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생선 또한 통제되지 않으니 우리가 마트에서 원한다고 하여 알이 없는 생선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랍니다. 


▲ 마트의 생선 코너에서 전시된 생선을 둘러보고 있는 산똘님.

우리 부부는 가끔 도시에 함께 나가 장보기를 한답니다. 언제나 신선한 생선을 살 때는 고민이 많답니다. 이번에는 어떤 생선을 살까? 우리가 주로 사는 것은 멸칫과의 보케로네스(boquerones)와 지중해에서 나는 오징어랍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등어는 단골로 사 오는 생선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몇 주 전, 남편이 혼자 장을 봐왔을 때는 고등어를 여덟 마리나 사 왔지 뭐에요? 생선도 말끔히 내장이 제거되어 이쁘게 말입니다. 

자반 고등어를 할 겸, 남편이 사 온 생선을 두 쪽으로 딱~ 열려고 하니, 남편이 서두르게 얘길 합니다. 

"잠깐만! 있잖아, 속에 고등어 알이 들어 있어. 저기 중 네 마리에서 고등어 알이 나왔는데 내가 달라고 했어. 우리 집 고양이 주게. 하하하" 

남편이 고양이라고 했지만, 저를 위해 가져온 것이 분명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알탕을 해 먹으라며 고등어 알을 가져 왔는데 이번에는 왜 가져 왔을까요? ^^; 

"어차피 잡혔으니 미안하지만, 감사히 잘 먹어야지. 생선 알이 그냥 버려지니 미안하기도 하더라." 

라는 핑계로 가져온 고등어 알. 아~~~ 말을 들어보니 남편의 말이 맞긴 맞더라고요. 산란기에 잘못 잡혔는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버리면 안 될 것 같아 가져왔다는 것. 그런데 사실은 남편이 전에 먹어본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 가져온 것이기도 했습니다. 남편이 요구한 음식은 바로 젓갈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젓갈을 만들어 밥 위에 쓱쓱 비벼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는 게 남편의 결론이었죠. 그런데 아무 생선 알이나 다 저런 줄 아나 봐요. 흑흑! 한국에서 먹은 명란젓 비빔밥인데 저걸 어떻게 만들라는 거에요? 

일단 저도 정보가 없었으니 남편이 요구한 대로 그냥 소금에 절여 두었습니다. 그러다 검색을 하니, 이 고등어 알로 젓갈을 만든다는 정보가 없어 참 의아했습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게 스페인에서는 청어 알을 염장하여 말린 것을 발렌시아 중앙시장에서 팔던데...... 고등어 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다가 2주 후에 보니 잘 염장이 되어 반기고 있었습니다. 

"남편, 냄새 맡아 보라고!"

"헉?! 비린내~!"

산똘님이 코를 막더라고요. 이 고등어 알은 밥에 비벼 먹는 게 아닌가 봐. 소리가 절로 나왔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는 아이디어를 짜내 명란젓을 넣은 달걀말이를 흉내내게 되었습니다. 사실, 명란젓이 없으니 염장한 고등어 알을 넣은 것이지요. ㅜㅜ 


저도 고등어 알로 뭘 해 먹은 적이 없어 처음에는 당황했죠. 도대체 이 알로 어떻게 해 먹어야 맛있는 거지? 하면서...... 그런데 달걀말이로 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해보니 오~~~ 좀 먹을 수 있겠다! 냄새도 더 향긋한 게.....! 

명란젓은 없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우리 다섯 식구는 시식하게 됩니다. 

남편의 첫 마디. 

"으으으윽! 짜! 이거 못 먹겠어."

아차! 정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어 그렇게 짜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옆에서 조용히 먹고 있던 쌍둥이 아이, 누리가 그럽니다. 

"아빠! 먹을 만해. 정말 맛있어. 밥하고 같이 먹어야 덜 짜."

하는 것입니다. 아~~~ 누리는 역시, 밥과 함께 먹는 습관이 있으니 이런 조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짜긴 엄청나게 짰습니다. 하지만, 밥을 많이 먹고 조금씩 이 고등어 알을 뜯어먹으면 먹을 만했습니다. (하하하!)

아이들도 그러네요. 

"아빠~~~ 밥이랑 같이 먹으라니까."

덕분에 아이들과 남편, 고등어 알로 재미있는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네요. 

일단 고등어 알 저릴 때는 좀 소금을 적게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습니다. 

그렇게 저 날은 지나갔고, 어제는 우리 부부가 장을 보면서 사 온 보케로네스를 손질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열심히 손질 하다갸 발견한 생선 알. ㅠㅠ 

"아~~~ 남편, 이번에는 또 어쩌라고?!" 

하하하! 스페인 사람들은 생선 알을 잘 먹지 않고 그냥 버리지만, 한국에서는 생선 알도 훌륭한 음식으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혹시라도 생선 알이 있기라도 하면, 버리지 않고 저렇게 뭐든 해서 먹자는 주의입니다. 그래~~~ 알았어요. 이번에는 뭘 해 먹을까? 

그냥 구워 먹자~!!! 

아니, 이번에는 튀겨먹자~!!!

그렇게 하여 어제는 밀가루 묻혀 맛있게 튀겨서 먹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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