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편이 먹고 싶어 한 '평양냉면', 직접 만들어봤어요
뜸한 일기/부부

지난번 노동절 전후하여 휴가 갔을 때, 우리 부부는 한국의 정세 때문에 무척이나 즐겁고 설레고 기뻤답니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 세계에 놀라운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은 한국뿐만 아니라 이 먼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도 어마어마한 이슈로 다가왔습니다. 

같이 놀러 간 친구들도 저에게 다가와 "한국에서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 하면서 제게 정세를 묻기도 하며, 저와 함께 기뻐해 주니 정말, 말 그대로 설레고 기뻤답니다. 

한국에서 멀리 떠나서 살아도 제 조국의 일은 제 일과 마찬가지로 느껴지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렇게 휴가 중이었으면서 우리는 틈만 나면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들을 수 있었지요. 스페인 사람인 남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 국적이 한국과 스페인이니 이 남편도 한국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만큼이나 심각하게 관심을 둔답니다. 해외에 오래 나와 살아도 한국은 제 고향이고, 제 따뜻한 사람들이 언제나 있는 곳인 만큼 이런 기쁜 소식은 이국의 삶을 따뜻하게 한답니다. (반대로 나쁜 소식은 또 슬프게 하고요.)


그렇게 우리 가족은 휴가를 마치고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우리 집으로 올라오면서 아시아 마트에서 한국 식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우와~ 그런데 그 전에 본 적이 없는 물건들이 있는 겁니다. 저는 특히 라면 쪽에 눈이 갔죠. 라면을 먹지 않기로 했지만, 그래도 자꾸 끌리는 게 신상품에 눈이 갔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신상품이 아니지요. 저에게만 신상품인 매운 불닭 볶음면인가요? 그게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이거 한번 매운 것 먹어보자~ 하고 집는데 저기서 산똘님이 그럽니다. 

"산들~ 이거 남북한 두 정상께서 드신 음식 아니야?" 하면서......

가까이 가보니, 정말 평양냉면이 있었습니다. 

"우와~ 이거 신기하네. 평양냉면이 인스턴트식으로 나왔구나!" 이런 감탄을 하는 사이, 남편인 산똘님이 그럽니다. 

"이거, 한국 대통령님이 드신 것 아니야?" 

하하하! 남편이 이렇게 우리나라 대통령님이 뭘 드신 지 그렇게 궁금해합니다. 

"그래, 이거 두 정상이 나란히 함께 드신 냉면 맞네. 이름도 평양냉면이네." 

"그래?!!! 그럼 우리도 먹어봐야지!" 

하면서 얼씨구나, 기쁘다면서 먹자고 세 봉을 사 왔습니다. 이렇게 해서도 파는 평양냉면이 있었다니! 여러분, 역시 저는 뒷북의 달인이죠?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집에서 평양냉면을 해 먹게 되었습니다. 얏호~!!! 인스턴트 스프는 빼고 제가 직접 육수를 우려서 만들어봤습니다. 인스턴트가 아닌 집에서 직접 만들위해 레시피 검색을 하면서 했는데 맞는지 모르겠어요.  

 

산똘님은 평양냉면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답니다. 제주에서 딱 한 번 냉면을 먹어봤는데 맛을 기억 못 하더라고요. 뭐든 남북한 두 정상이 드신 음식이라니 자기도 먹어봐야 한다면서 우겨서 사게 되었습니다. 

평양냉면이 인스턴트로 나오는 건 몰랐네요. 내용물 안에 분말 육수가 있어 깜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집에서 직접 육수를 만들었습니다. 

일단, 달걀을 삶아줬고요. 

이거 돼지고기 마그로라는 부위인데 육수에 써도 좋을 것 같아 샀습니다. 물에 담가 피를 빼줬어요. 한국식으로 다 피 빼야 비린 맛이 안 날 것 같아서 말이지요. 

실로 잘 묶어서 육수 투입~

시원한 육수 맛을 위해 제 맘대로 무와 서양식 대파 리크를 잘라 넣었습니다. 정말 시원하고 좋더라고요. 

맛있게 잘 끓여줬습니다. ^^ 내 맘대로 고기가 푹 익을 때까지 끓였습니다. 

육수와 동치미 국물 반반 섞어서 식혔습니다. 동치미는 속성 동치미를 사용했어요. 아주 얇게 썰어서 양념하여 며칠 두니, 완전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탄생했습니다. 이 평양냉면을 위해, 없는 무를 구해와 속성 동치미를 만들었죠. 

무, 양파, 생강, 마늘, 피시 소스, 설탕, 소금으로만 만든 내 맘대로 속성 동치미입니다. 

동치미 국물 쫙 빼고 나니 무만 남았네요. 그래도 맛있어요.

그런데 봉지 안에 이런 것도 들어있더라고요. 이게 겨자유라고 합니다. ^^;

처음에는 이거 뭐에 쓸까? 하며 버릴려고 아무렇게나 두었죠. 그런데 나중에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 내용은 마지막에...... 계속 글 봐주세용~ 

 

그리고 드디어 면을 삶습니다. 다 삶고 난 후에는 잘 빨아줘야 한다면서요? ^^ 이렇게 찬물에 잘 헹궈줬습니다. 

그릇에 담기.

그리고 준비한 고명 올리기, 오이, 동치미, 김치, 돼지고기, 달걀이 전부지만 정말 먹음직했습니다. 

고기를 꺼내어 조금 식힌 후 잘라봤습니다. 

고명으로 얹은 고기 

삶은 달걀도 얹고요. 김치도 얹었는데...... 사진을 안 찍었네요. 

이제 식힌 시원한 국물을 부어줬습니다. 

우와~! 정말 맛있겠다! 정말 그럴듯하게 보이는데?!!!

하지만...... 평양냉면에 넣을 겨자가 우리 집에는 없었습니다. ㅠ,ㅠ 

이렇게 열심히 요리했는데 겨자가 없다니! 겨자가 없어도 맛있게 보였지만, 이 국물의 맛은...... 그래도 겨자가 들어가야지 그 특유의 시원하게 톡 쏘는 맛이 느끼지지 않을까요? 

하지만, 신은 우리를 도왔습니다. 하하하! 냉면 봉지 안에 있던 겨자유~!!! 

겨자유를 넣으면 되지! 


남편이 좋다고 살짝 넣습니다. 

그리고 맛있게 한 입 시식을~~~!!! 

헉?!!! 겨자유가 그 조그만 것이 얼마나 사람을 톡 쏘게 하는 것이......! 

처음에 코로 그 톡 쏘는 겨자의 매움이 올라왔나 봐요. 

하하하! 보면서 저도 막 웃다가 한 입 먹었는데 저도 그만 톡 쏘는 겨자 때문에 사리 걸릴 뻔했어요. 

우와~! 그런데 이게 얼마나 맛있던지!!! 제가 해서 맛있었던 게 아니라, 정말 몇 년 만에 먹는 냉면이라 더 그런 것 같았어요. 

제주에서 먹은 냉면과는 다르지만, 남편은 이 맛을 기억한다며 그제야 엄지를 척 내미네요. 

"맞아! 이제야 이 냉면 맛을 기억할 수 있네. 그런데 두 정상도 이렇게 톡 쏘는 걸 드셨다는 거야? 톡 쏘는 맛에 감염되어 우리처럼 서로 웃으면서 화해한 건 아닐까?" 

남편이 이런 농담을 하며 맛있게 먹어줬습니다. 

해외에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아쉬워하지 말고, 직접 해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본 평양냉면인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더 자주적으로, 먹고 싶은 한국 음식 만들어 먹기로 다짐했습니다. ^^*

오랜만에 한국 음식으로, 한국 이슈로, 한국 평화를 생각하며 먹은 이 음식이 우리 부부를 아주 즐겁게 했네요. 요즘처럼 한국이 자랑스러운 때가 없는 듯합니다. 부디 한국에서 좋은 일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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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89 2018.05.11 05:16 신고 URL EDIT REPLY
아놔..또 밤 열시에 간신히 억누른 야식충동을 솟아오르게 하시네..
고기얹은거 제대로 하신거같아요!!그나저나 막국수도 보이네요^^
막국수는 저희집에도 없는건데ㅋㅋ내일 마트에서 사야할것 같은 경쟁심이.ㅋㅋㅋㅋ
BlogIcon 꿈꾸자둑 2018.05.11 06:04 신고 URL EDIT REPLY
대단하세요!! 한국에사는저도 만들어볼생각조차안하는데 맛나겠어요~~
BlogIcon 비단강 2018.05.11 08:55 신고 URL EDIT REPLY
스페인 내륙 깊은 고산의 외딴 집에서
평양냉면을 먹다니 남북 정상회담 만큼이나
진귀한 뉴스아닐까요?^^
아! 이 아침에 냉면이 먹고싶다.
냉면은 산들님 블로그 몇년 동안 읽은 음식관련
포스팅 중 가장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랍니다.

한국 이곳은 하얗고 향그러운 아카시아가 이제 막 피어나고 있습니다.
비스타베야의 봄꽃 좀 보여주세요.
산들님 화이팅!!!
BlogIcon 예스투데이 2018.05.11 09:41 신고 URL EDIT REPLY
인스턴트 재료를 고급 냉면으로 변화시키시는 산들무지개님의 요리 솜씨 넘나 부럽습니다. 남편분께서 겨자유 때문에 탈은 안나셨는지. ^^
고슴돼지부부 2018.05.11 10:11 신고 URL EDIT REPLY
웃음이 절로 나는 글이네요^^ 스페인을 너무 좋아해서 우연히 인간극장 검색해서 보고 들어왔어요! 속성 동치미라니; 저도 혹해서 한번 만들어보고 싶네요^^
sparky 2018.05.11 10:55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의 겨자 톡쏘 얼굴 찡그림이 웃음 빵 터졌네요 ㅎㅎ
음식 솜씨가 대단해요 육수가 아주 깨끗 하구요 리크 사용도 또 배웠네요
BlogIcon Z(제트) 2018.05.11 15:27 신고 URL EDIT REPLY
BlogIcon Pereira sam 2018.05.11 15:52 신고 URL EDIT REPLY
와우 부럽습니다 여기는 구할수없어요 저번에 보고타 한인 마켓에서도 사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보낼 사람도 없고 남자 형제들이라서 ....
2018.05.11 17:34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jerom 2018.05.11 18:19 신고 URL EDIT REPLY
전 급하면 급한데로 둥지냉면 사다 해먹습니다.
2018.05.11 18:31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황금 독수리 2018.05.11 19:25 신고 URL EDIT REPLY
평양냉면 직접 만드셨어요.
대단 하세요.~~^^
BlogIcon 프라우지니 2018.05.11 21:25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엄지척입니다. 게으른 저 같으면 그냥 동봉한 스프로 국물을 만들었을것을..
고기 육수내고, 동치미 국물까지! 역시나 베테랑 주부이십니다.^^
세레나 2018.05.12 02:03 신고 URL EDIT REPLY
와!! 대단하세요!! 어쩜 군침넘어갈정도로 저렇게 잘 만들고 한국사람처럼 냉면을 잘 드시네요!!!
스페인 고산지대에서 평양냉면이라..와!! 지금 여기는 호주는 새벽 1시가 넘었는데.. 야식으로 먹고싶네요. 그동안 산똘님은 약간 변신하셨네요 수염있는 스페인 남자로요!! 오랜만에 들어와도 반갑네요. 딸들도 많이 컸던데 이제 말도 통하는 면도 있고 공감도 같이 느끼고 어렸을때보다 손이 덜가서 조금씩 여유를 찾으실수 있으신거죠??? 늘 화이팅입니다. "éxito !!"
2018.05.12 04:19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여름을 기다리며 2018.05.12 16:30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정말 글 잘쓰세요.. 글 잘 보고 갑니다^^~~..
BlogIcon 코리아배낭여행 2018.05.13 09:18 신고 URL EDIT REPLY
와우 이렇게도 만들어 먹을 수 있네요.
전 가까운 곳에 가서 먹고 말았는데 넘 부럽네요.
행복한 하루되세요.
2018.05.13 16:21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뭥미뭥미헤어 2018.05.13 18:26 신고 URL EDIT REPLY
어머... 솜씨 대단하셔요.. 급 냉면 땡기네요
2018.05.13 22:0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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