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스페인 남편이 먹고 싶어 한 '평양냉면', 직접 만들어봤어요

산들무지개 2018. 5. 11.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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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노동절 전후하여 휴가 갔을 때, 우리 부부는 한국의 정세 때문에 무척이나 즐겁고 설레고 기뻤답니다. 남북한 정상이 만나 세계에 놀라운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은 한국뿐만 아니라 이 먼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도 어마어마한 이슈로 다가왔습니다. 

같이 놀러 간 친구들도 저에게 다가와 "한국에서 어떤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어!" 하면서 제게 정세를 묻기도 하며, 저와 함께 기뻐해 주니 정말, 말 그대로 설레고 기뻤답니다. 

한국에서 멀리 떠나서 살아도 제 조국의 일은 제 일과 마찬가지로 느껴지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렇게 휴가 중이었으면서 우리는 틈만 나면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들을 수 있었지요. 스페인 사람인 남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 국적이 한국과 스페인이니 이 남편도 한국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만큼이나 심각하게 관심을 둔답니다. 해외에 오래 나와 살아도 한국은 제 고향이고, 제 따뜻한 사람들이 언제나 있는 곳인 만큼 이런 기쁜 소식은 이국의 삶을 따뜻하게 한답니다. (반대로 나쁜 소식은 또 슬프게 하고요.)


그렇게 우리 가족은 휴가를 마치고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의 우리 집으로 올라오면서 아시아 마트에서 한국 식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우와~ 그런데 그 전에 본 적이 없는 물건들이 있는 겁니다. 저는 특히 라면 쪽에 눈이 갔죠. 라면을 먹지 않기로 했지만, 그래도 자꾸 끌리는 게 신상품에 눈이 갔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신상품이 아니지요. 저에게만 신상품인 매운 불닭 볶음면인가요? 그게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이거 한번 매운 것 먹어보자~ 하고 집는데 저기서 산똘님이 그럽니다. 

"산들~ 이거 남북한 두 정상께서 드신 음식 아니야?" 하면서......

가까이 가보니, 정말 평양냉면이 있었습니다. 

"우와~ 이거 신기하네. 평양냉면이 인스턴트식으로 나왔구나!" 이런 감탄을 하는 사이, 남편인 산똘님이 그럽니다. 

"이거, 한국 대통령님이 드신 것 아니야?" 

하하하! 남편이 이렇게 우리나라 대통령님이 뭘 드신 지 그렇게 궁금해합니다. 

"그래, 이거 두 정상이 나란히 함께 드신 냉면 맞네. 이름도 평양냉면이네." 

"그래?!!! 그럼 우리도 먹어봐야지!" 

하면서 얼씨구나, 기쁘다면서 먹자고 세 봉을 사 왔습니다. 이렇게 해서도 파는 평양냉면이 있었다니! 여러분, 역시 저는 뒷북의 달인이죠? 정말 몰랐습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집에서 평양냉면을 해 먹게 되었습니다. 얏호~!!! 인스턴트 스프는 빼고 제가 직접 육수를 우려서 만들어봤습니다. 인스턴트가 아닌 집에서 직접 만들위해 레시피 검색을 하면서 했는데 맞는지 모르겠어요.  

 

산똘님은 평양냉면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답니다. 제주에서 딱 한 번 냉면을 먹어봤는데 맛을 기억 못 하더라고요. 뭐든 남북한 두 정상이 드신 음식이라니 자기도 먹어봐야 한다면서 우겨서 사게 되었습니다. 

평양냉면이 인스턴트로 나오는 건 몰랐네요. 내용물 안에 분말 육수가 있어 깜놀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집에서 직접 육수를 만들었습니다. 

일단, 달걀을 삶아줬고요. 

이거 돼지고기 마그로라는 부위인데 육수에 써도 좋을 것 같아 샀습니다. 물에 담가 피를 빼줬어요. 한국식으로 다 피 빼야 비린 맛이 안 날 것 같아서 말이지요. 

실로 잘 묶어서 육수 투입~

시원한 육수 맛을 위해 제 맘대로 무와 서양식 대파 리크를 잘라 넣었습니다. 정말 시원하고 좋더라고요. 

맛있게 잘 끓여줬습니다. ^^ 내 맘대로 고기가 푹 익을 때까지 끓였습니다. 

육수와 동치미 국물 반반 섞어서 식혔습니다. 동치미는 속성 동치미를 사용했어요. 아주 얇게 썰어서 양념하여 며칠 두니, 완전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탄생했습니다. 이 평양냉면을 위해, 없는 무를 구해와 속성 동치미를 만들었죠. 

무, 양파, 생강, 마늘, 피시 소스, 설탕, 소금으로만 만든 내 맘대로 속성 동치미입니다. 

동치미 국물 쫙 빼고 나니 무만 남았네요. 그래도 맛있어요.

그런데 봉지 안에 이런 것도 들어있더라고요. 이게 겨자유라고 합니다. ^^;

처음에는 이거 뭐에 쓸까? 하며 버릴려고 아무렇게나 두었죠. 그런데 나중에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그 내용은 마지막에...... 계속 글 봐주세용~ 

 

그리고 드디어 면을 삶습니다. 다 삶고 난 후에는 잘 빨아줘야 한다면서요? ^^ 이렇게 찬물에 잘 헹궈줬습니다. 

그릇에 담기.

그리고 준비한 고명 올리기, 오이, 동치미, 김치, 돼지고기, 달걀이 전부지만 정말 먹음직했습니다. 

고기를 꺼내어 조금 식힌 후 잘라봤습니다. 

고명으로 얹은 고기 

삶은 달걀도 얹고요. 김치도 얹었는데...... 사진을 안 찍었네요. 

이제 식힌 시원한 국물을 부어줬습니다. 

우와~! 정말 맛있겠다! 정말 그럴듯하게 보이는데?!!!

하지만...... 평양냉면에 넣을 겨자가 우리 집에는 없었습니다. ㅠ,ㅠ 

이렇게 열심히 요리했는데 겨자가 없다니! 겨자가 없어도 맛있게 보였지만, 이 국물의 맛은...... 그래도 겨자가 들어가야지 그 특유의 시원하게 톡 쏘는 맛이 느끼지지 않을까요? 

하지만, 신은 우리를 도왔습니다. 하하하! 냉면 봉지 안에 있던 겨자유~!!! 

겨자유를 넣으면 되지! 


남편이 좋다고 살짝 넣습니다. 

그리고 맛있게 한 입 시식을~~~!!! 

헉?!!! 겨자유가 그 조그만 것이 얼마나 사람을 톡 쏘게 하는 것이......! 

처음에 코로 그 톡 쏘는 겨자의 매움이 올라왔나 봐요. 

하하하! 보면서 저도 막 웃다가 한 입 먹었는데 저도 그만 톡 쏘는 겨자 때문에 사리 걸릴 뻔했어요. 

우와~! 그런데 이게 얼마나 맛있던지!!! 제가 해서 맛있었던 게 아니라, 정말 몇 년 만에 먹는 냉면이라 더 그런 것 같았어요. 

제주에서 먹은 냉면과는 다르지만, 남편은 이 맛을 기억한다며 그제야 엄지를 척 내미네요. 

"맞아! 이제야 이 냉면 맛을 기억할 수 있네. 그런데 두 정상도 이렇게 톡 쏘는 걸 드셨다는 거야? 톡 쏘는 맛에 감염되어 우리처럼 서로 웃으면서 화해한 건 아닐까?" 

남편이 이런 농담을 하며 맛있게 먹어줬습니다. 

해외에서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아쉬워하지 말고, 직접 해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본 평양냉면인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더 자주적으로, 먹고 싶은 한국 음식 만들어 먹기로 다짐했습니다. ^^*

오랜만에 한국 음식으로, 한국 이슈로, 한국 평화를 생각하며 먹은 이 음식이 우리 부부를 아주 즐겁게 했네요. 요즘처럼 한국이 자랑스러운 때가 없는 듯합니다. 부디 한국에서 좋은 일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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