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하는 남편, 텃밭 관리하는 아내
뜸한 일기/부부

어렸을 때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엄마의 칼질 소리가 많이 난 도시락이 제일 맛있는 거야." 

그때는 엄마의 사랑을 이렇게들 표현했지요. 엄마가 요리를 정성껏 준비해주는 도시락이야말로 그 어떤 비싼 반찬이 있는 도시락과는 다르게 맛있다고......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성장하면서 이 말이 주는 그 뜻이 참 무섭더라고요. 

엄마는 맞벌이에 아침 일찍 일어나, 남들보다 더한 칼질을 하고 도시락을 싸야 했기에...... 그 운명이 참 안타깝고 안돼 보였기 때문이었죠. 차라리 칼질 소리가 적게 나도 괜찮으니, 조금 쉬면서 대충 도시락 싸주는 게 덜 미안했습니다. 

이제 제가 엄마가 되어 아침에 아이들 간식을 싸주면서 어렸을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얼마나 편협한 사고였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칼질 소리가 적게 나도 아이들은 충분히 맛있는 도시락을 먹고 산다는 사실을...... 도시락이 없으면 급식이라도...... 급식이 없다면 분식집에서도...... 어찌저찌 됐건 자라나는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이 충분히 있다면 엄마의 칼질 소리가 없더라도 잘 자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그렇게 세상은 변하고 엄마에게, 여성에게 요구되던 일도 서서히 바뀌고 있습니다. 엄마가 못하면 아빠가 하면 되는 일도 많아졌고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 [참나무집]에 사는 우리 이야기 시작할게요. 

요즘 저는 오후마다 텃밭에서 모종을 심고, 풀 뽑고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올해도 맛있는 채소를 식탁에 올릴 욕심에 좀 무리하여 노동을 했죠. 밭에 나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딴 생각하지 않아 넘 좋기 때문이지요. ^^* 그래서 밤에 코를 좀 골았나 봅니다. 남편이 매일 놀려대는 데 그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아침에 남편, 산똘님이 준비해놓고 간 허브티. 

아침 식사로 하라고 보온병에 담아놓고 갔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좀 힘겨웠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회사 가기 전에 매번 이것저것 준비하여 우리 먹으라고 간단한 식사 준비를 해놓고 가기도 하더군요. 

한국 친정엄마가 보면 못된 아내이지만, 저는 당연히 남편의 내조가 좋더라고요.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데 우리 모두가 같이 도와줘야 해." 하면서 아이들에게 어제는 다정하게 설명해주는 아빠를 보고, 우리 세 딸의 미래에 걱정이 조금 줄었습니다. 

그렇게 제가 잔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다 보니, 남편이 소소한 잔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아이가 배우는 벨리댄스를 위해 댄스 의상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어야 했지요. 

그래서 보니, 바느질을 열심히 하는 겁니다. ^^; 

시력이 나빠진 남편이 돋보기안경을 쓰고 꿋꿋이 아이의 댄스 소품을 바느질하는 걸 보니 역시~ 세상이 변하고 있구나 느꼈지요. 

옛날 우리 할머니 보는 것처럼 우리도 늙는구나 싶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더 늙어갈 텐데 현재의 시간을 서로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확신이 드니 어쩐지 든든해졌습니다. 

그래, 올해는 내가 우리 식탁의 채소를 책임지마~! 


남편이 요즘 공부와 일 등으로 많이 바쁜데 텃밭 관리 멋지게 한번 해주겠다고 다짐했지요. 

아이들에게는 맛있는 딸기를~ 남편에게는 수제 맥주에 쓸 홉스 열매를~ 나에게는 맛있는 채소 쌈을~ 

우와~!!! 생각만 해도 신나는 텃밭입니다. 

역시, 남편의 소소한 내조(?)가 없다면 이 일이 이렇게 즐겁지만은 않았겠지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멋진 당신의 계절, 즐기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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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비누바구니 2018.05.17 20:32 신고 URL EDIT REPLY
그런데 산들님, 산똘님 얼굴 이미 티비에 수 없이 나와 거의 연예인급인데 모자이크는 왜 하셨대요? 혹시 그 새 성형 수술이라도~?
금방 올리신 따끈따끈한 글 보니 한적해서 좋으네요 ^^
아직도 램프 착용하고 지내시는군요,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그 때는 고양이 이야기도 자주 하셨더랬는데 아쉬워요~
그런데 저는 바느질 해주는 남편은 별로 안 부러운데 저 든든한 텃밭은 배가 아프도록 부럽다요
햇빛과 포근한 흙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테라피가 돼서 진짜로 밭일 하고 있으면 세상 오만 일이 다 잊어지는 충만함
싹이 뾰족 올라오면 점심 먹고 얼마나 더 자랐나 들여다보고... 흥!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7 20:37 신고 URL EDIT
하하하! 저 비누바구니님 덕분에 한참을 웃었네요. ^^ 곁에 있다면 정말 같이 수다 떨면서 텃밭 투어도 갔을 텐데요.
산똘님 얼굴을 가끔 모자이크해주는 이유가 제 허락없이 자꾸 글과 사진을 훔쳐가는 사람들 때문에 그렇답니다. 자기 사진이 전 세계 인터넷 상에 둥둥 떠다닌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래서 가끔 이렇게 가려줘야겠다 생각했답니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
오늘도 유쾌한 비누바구니님 덕분에 즐거워요~~~
자유 2018.05.17 21:04 신고 URL EDIT REPLY
텃밭투어 저도 델꼬 가주떼요.
채소만큼이나 산들님의 글도 신선합니다..잼나게 잘 읽었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8 18:23 신고 URL EDIT
자유님께서 신선하게 읽어주시니 분명 자유님도 신선한 분이신 것 같아요. ^^* 항상 좋은 응원 덕에 제가 힘이 많이 난답니다. 고마워요~ 오늘 하루도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sparky 2018.05.17 22:09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 남편 자랑 입니까 ? 하하 ~~
너무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서로 돕는 삶, 귀여운 산똘씨의 메모, 행복한 부부의 일상이 그려져요
어쩜 저리도 텃밭이 정갈하게 손끝 매무새가 ~~

저도 가끔은 제 남편에게 투덜 거려도 그래도 부부가 제일 친한 친구지요
산들님 화이팅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8 18:24 신고 URL EDIT
하하하! 정겨운 말씀 좋아요.

그러게요. 남편이 살다 보니 제일 친한 친구 같아요. 내 속사정 다 알고, 그래도 투정 부릴 사람은 남편 밖에 없는 것 같네요.
sparky님도 오늘 하루 행복하세요~ 화이팅!
선교아재 2018.05.17 23:12 신고 URL EDIT REPLY
그런데요. 산똘님이 돋보기 쓸 나이가 된건가요?
헐... 젊은줄 알았어요. 하긴. 산들님 글을 몇 년째 보고 있는데... 나이를 물어보고 싶은데 실례되는 질문이라기에 꾹 참아 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8 18:26 신고 URL EDIT
하하하! 아직 젊습니다. ^^
산똘님이 올해부터 가까운 작은 글씨를 잘 보기 위해 안경을 필요할 때만 쓰게 됐어요. 사실, 장거리 시야는 엄청나게 좋답니다. 보통 사람보다 좋은 시야를 가지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노안이 오는지 작은 글씨가 안 보인다고 하네요. 이게 정상으로 흘러가는 인생의 흐름인 것 같아요. ^^
2018.05.17 23:37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8 18:27 신고 URL EDIT
오~ 그렇군요. 그래도 누군가가 그곳에 계시다는 사실은 작은 심리적 소망과 안정을 주네요. 나중에 놀러 가더라도 항상 님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좋은 댓글, 솔직한 마음의 이야기, 정말 고마워요. 항상 행복하시고요,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jerom 2018.05.18 03:44 신고 URL EDIT REPLY
40넘어가면 노안이 오기시작해요.
저도 면허증 때문에 안경 맞추면서 체험했네요.

요즘 비트(사탕무) 잎으로 쌈을 해서 먹고있습니다.
세식구 중 저만 먹고 있어서 조금 질리네요.

쌈으로해서 고기와 함께 먹을만 한거 같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8 18:28 신고 URL EDIT
그쵸? 노안이 급작스럽게 오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그나마 괜찮은데 남편은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사실 장거리 시야는 누구보다도 밝아 또 이게 미스터리. ^^;
비트 잎 맛있죠? 저도 참 좋아합니다. 그거 튀김 가루 묻혀서 지저 드셔보세요. 맛있어요! ^^
젊은느티나무 2018.05.18 12:57 신고 URL EDIT REPLY
서로 사랑하며 도와가며 사는 부부의 모습. 참 아름답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8 18:29 신고 URL EDIT
고맙습니다. 젊은느티나무님.
항상 이렇게 좋은 응원 남겨주시니 부끄럽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하며...... 또 기쁘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 하루하루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BlogIcon 키드 2018.05.18 14:18 신고 URL EDIT REPLY
아침 일찍 글을 읽고,시간이 없어 이제야 글 남깁니다.따뜻한 이야기에 제 마음까지 포근해 지네요.너 할일 나 할일 구분없이 서로가 잘 하는걸 먼저 하면 산들님 커플 처럼 깨 볶으며 살수있는거죠?~~^^참 보기 좋아요.텃밭 가꾸면서 맛있게 먹어 줄 가족 생각하는거며,피곤한 아내 생각해서 깨우지도 않고 밥 챙겨먹고 아내 마실 차도 준비 해두는 자상한 남편~부창부수는 옛 말이라 시대 뒤떨어지고,금술우지 쯤~~ 표현할 수 있을까요?저보다 나이는 좀 젊으신 것 같지만 배울게 많은 산들님이예요~~~그나저나 산똘님의 돋보기를 보면서..얼마전에 저도 안경을 맞췄어요.노안이 한참전에 왔는데 불편해서 안꼈는데 이젠 운전하기도 겁이나서 안되겠더라구요.나이가 드는구나~아직도 마음은 한창인데~아이들이 걱정말라고 괜찮다고 하니 괜찮겠죠~^^산들님 정성에 텃밭에 각종 채소가 파릇파릇 신선한 기운 가득받고 자라나길 바래봅니다~~^^
오늘도 행복~~😊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5.18 18:31 신고 URL EDIT
오~ 키드님, 댓글 읽을 때마다 항상 젊고 건강한 정신 세계에 놀랐답니다. 저보다 훨씬 젊은 분이신 줄 알았어요. 그만큼 막 히지 않고 세상을 열린 눈으로 바라보셔서 참 좋습니다. ^^*
좋은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키드님의 댓글은 항상 저에게 작은 자극이 되어 기쁘거든요. ^^ 그래서 항상 고맙습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한 하루 되세요, 화이팅~!!!
shrtorwkwjsrj 2018.05.18 23:48 신고 URL EDIT REPLY
언젠가 미국영화를 봤는데, 아내없이 아들을 키우던 아버지가 바느질을 해주며 아들에게
'다른사람에게는 절대 이일을 말하지마라' 하고 진지하게 당부하던 장면이 있었어요.
다른 여러곳에서도 비숫한걸 많이 봤는데,
스페인사람들은 유럽인들중에서 좀 더 넓은 오픈마인드를 가진거 같더라구요.
역사적으로 많은 문화를 접하다보니 나온 결과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BlogIcon 프라우지니 2018.05.19 03:39 신고 URL EDIT REPLY
부럽습니다. 제 남편은 마눌이 6시 10분에 일어나서 꼭 아침을 차려줘야 합니다.
마늘의 피곤유무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마눌은 밖에서 일을해도 남편 밥을 차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조금은 가부장적인지라.. 부럽습니다. 아침에 허브티 만들어놓고 가는 남편.^^
비하란 2018.05.19 20:03 신고 URL EDIT REPLY
칼질소리보단 사랑을 주는게 더 중요하죠
엄청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우리 어릴땐 저렇게 쉰소리하는 교사들이 많았는데
그땐 그게 편협하다는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네요
앞으로는 누군가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시선이 사라지길 바라봅니다. 내가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주의라 저는 맛있는 것도 공평하게 나눠먹습니다.ㅎㅎ
어릴때 엄마가 먹기 싫다며 밀어주던 반찬그릇에 담긴 의미를 알때도 되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엄마에 대한 감사함보단 죄책감이 느껴지는 때도
있습니다. 어릴때의 엄마도 행복했으면 좋았을텐데 자식들의 입에 먹을걸 넣어준다고 본인이 먹고 싶은 걸 꾹 참으면서 그걸 행복하다고 느끼셨을지 자신이 없어요. 저는 그냥 아이들이 먹는것도 좋지만 내가 맛난거 먹어야 더 좋거든요.
엄마는 철이 안 들었다고 꾸중하시려나..
2018.05.22 19:16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소나무 2018.05.25 00:01 신고 URL EDIT REPLY
하하 제 남편도 50대 중반 경상도장남이지만 바느질도 하고 결혼 25년이되었는데 지금껏 밥상을 차려달라고하진 않습니다. 스스로 챙겨서 먹고 만약밥이 없으면 해놓고 출근을 합니다. 아이들키우느라 피곤하겠지하고 늘 상대를 이해해주고 뭐든 자기의 수고로움으로 제가 편하길 배려해주는 남편입니다.
산돌님 얘기들으면 저도 모르게 스페인이나 한국이나 지역에따라 문화와 풍습에 따르는게 아니라 스스로 타고난 바탕이 사람을 만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흰 강남에서 마당이 있어서 감나무며 앵두 자두 복숭아도 심어서 1년에 제법 수확을 해서 동네분들과 나눠먹습니다. 물론 상추나 고추도 심지요.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 좁은 마당에서 30여분은 호미를 들고 가꾼답니다. 물론 주변의 집들이 신축을 해서 햇빛이 부족하긴하지요. 그래서 주말농장도 운영한답니다. 저흰 다년생채소인 부추나 우엉을 심어두었더니 해년마다 새싹이돋아놔서 수확하는 재미가 큽니다. 우엉잎은 쪄서 강된장에 쌈싸서 먹으면 끝내줍니다.
산돌님네 얘기를 듣다보니 제가 행복해집니다.
욕심없이 농사짓는다는 ..밭일만 하지않고 더 푸른하늘을 보기위해 주변 자연을 더 둘러보기위해 조금씩농사짓는다는 지난 얘기도 참 멋져보입니다.
우린 손바닥만한데 옹기종기 경쟁하듯 심어놔서 농장에가면 하늘을 처다볼 여유가 없더군요. 또 여유로운..소풍나온듯한 삶, 한 수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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