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국제결혼이 유배 생활 같은 현실적인 이유
뜸한 일기/부부

아~~~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 사는 우리 가족은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며칠간 인터넷 불통이 되고 말았답니다. 천둥과 번개가 다른 이웃 마을에서도 내리쳐서 그곳의 안테나에 이상이 갔었거든요. 그래서 주말은 발렌시아의 시부모님댁에서 보내고 왔답니다. 물론, 치과 치료도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제 스페인 거주증의 유효 기간이 6월에 끝을 맺기에 서둘러 이것저것 서류도 준비하여 갱신해야 하는 일이 남았답니다. 아~~~ 바로바로 갱신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편은 자기 주민증 갱신할 때 하루 만에 뚝딱 만들었는데, 제가 만들 때는 외국인이라고 3개월 넘게 기다려야 할 판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스페인이 다른 나라에 비교해 관대하여 10년 유효 거주증에 발급비도 아주 저렴하여 불평할 일은 아니기도 합니다. ㅡ,ㅡ

하지만, 유럽에 살면서 불편한 점은 저도 모르게 유배 생활을 하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겁니다. 

그냥 한국에서 와서 관광으로 유럽을 돌아본다면 문제가 없지만, 한국인으로 유럽연합 내 주민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 부분이 좀 불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가령, 남편 없이는 여행을 할 수 없다는 한 입국장에서 화가 났던 적이 있었어요. 아실 분은 아시고, 모르실 분은 모르실 아일랜드 입국 시 이런 소릴 들었습니다. 

헛웃음이 나오죠. 

하하하!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며, 어디든 내가 원하는 곳이면 갈 수 있다고! 

- 난 비자 면제가 가장 많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여권을 가지고 있어, 비자 없이도 유럽 어느 곳이나 갈 수 있다고!

이런 소리로 떠들어대고 싶지만, 유럽 내에서 국제결혼을 한 저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듯합니다. 자신의 배우자와 꼭 함께 다니라는 충고를 들은 후, 정보를 찾아보니, 일 년에 6개월 이상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 

우와~ 일부러 법으로 배우자와 6개월 이상 헤어지면 안 된다고 하니...... 한국에서 일이 있어 가게 되더라도 6개월 넘기면 안 된다고 합니다. 자국 내 결혼한 이들은 이런 조건을 달지 않지만, 외국인은 반드시 이 규정을 지켜야 하는 듯합니다. 

남편은 스페인 거주증을 보여주지 말고 그냥 유럽 여행을 하라고 합니다. 한국 여권만 보여주고 여행하라고...... 그게 오히려 더 편하고 좋을 것 같다는 게 남편 의견입니다. 

그런데 유럽 출입국 날짜가 여권에 기록되어 있으니 그건 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혹시 체류증없이 불법 체류하는 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유럽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어떤 때는 남편의 주민증 번호를 기억해내라고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입국 심사원: 남편의 주민증 번호가 뭐죠?

한국인인 나: (기억이 나질 않아 가물가물) 그걸 내가 어떻게 다 외우고 다니오~ 잘 모르겠소~ 

멀리 떨어져 있던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후다닥 뛰어옵니다. 

스페인 남편: (한국인인 나를 가리키며) 이 사람의 남편은 접니다. 

입국심사원: (남편을 보더니) 아~ 그런가요? 당신의 주민증 보여줄 수 있을까요? (주민증 확인한 후에) 맞군요. 두 사람이 부부니, 항상 같이 다니세요. 

오~~~ 이건 좀 이상한데요? 봉건시대도 아니고, 남편 없이는 유럽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물론, 별별 입국 심사원이 다 있기에 그냥 패스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말입니다. 

유럽에서 불법으로 가짜 결혼하는 외국인이 있어서 그런다는 것은 알지만, 참 저로서는 좀 불편한 건 사실이랍니다. 마치, 남편 없이는 안 되는 느낌? 

실제로 스페인에서 외국인 배우자의 거주증에는 배우자의 번호가 같이 들어가 있습니다. 남편의 주민증에는 내 번호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제 거주증에는 남편의 주민 번호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결혼이민한 외국인등록증에 배우자의 주민번호가 들어가 있나요? 알 수 없지만, 이 사람을 책임진다는 느낌으로 결혼 후 거주증에 배우자 정보가 들어가 있습니다. 

▲ 제 스페인 거주증 뒷면입니다. '영구'이지만 10년마다 갱신해야 하며, 항상 남편(배우자) 이름을 달고 살아야합니다. ㅡ,ㅡ;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남편 없이 혹시 여행이라도 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게 된다는 사실. 가 잘못한 것 하나 없는데, 마치 제약 하나가 떡 하니 있으니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은 사실이랍니다. 차별대우를 받는 느낌, 당연히 불편한 느낌입니다. 


이번에 거주증 갱신 신청을 하면서 제대로 된 증을 받을 때까지 3개월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그 사이, 한국에 가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한국에 가게 된다면 한국행 비행기 왕복 티켓을 가지고 오면 허락증을 줄 수 있어요. 대신 3개월 이상 한국에 머물 수 없어요."라고 하네요. 

물론, 이민국 직원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잘 설명해줬지만, 국제결혼을 하고 내 나라도 머물 만큼 머물 수 없다는 사실에 좀 놀랐답니다. 국제결혼이 내 선택이라 내 책임이라지만, 이런 제약과 서류의 문제로 유배생활 아닌, 유배생활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랍니다. 

한국에 가도 국제결혼했다는 이유 때문에 돌아오는 제약이 엄청나게 많고요, 스페인에서도 국제결혼했다는 이유로 또 나름대로의 제약이 있으니 심리적으로 참 불안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국적을 바꾸는가 싶기도 하더군요. 

남편은 여전히 한국 여권만 가지고 여행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 

위의 글은 제가 지금 처한 현실을 현실 그대로 설명한 이야기입니다. 이 일 때문에 생활이 되지 않도록 슬프거나 축~ 처져서 죽겠다는 뜻이 절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현실은 현실이며, 제 일상의 행복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저 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 것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쨌든, 빠른 시일 내에 거주증 갱신하고, 운전면허증도 다시 갱신하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고요, 다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시 뵙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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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6 00:46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Germany89 2018.06.06 00:56 신고 URL EDIT REPLY
저도 산들님과 똑같은 비자를 가지고 있어요! 6개월 제한..그것도 해당이 되는데요, 아직 첫 갱신 시간이 가다오지 않아서 앞으로 그냥 연장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참 불편한거 알거같아요ㅠㅠ
산들님은 아직 국적을 바꿀 생각은 없으신가봐요? 저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2018.06.06 04:40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고감자 2018.06.06 07:26 신고 URL EDIT REPLY
한국 외국인등록증에는 배우자 주민번호는 들어가있지않아요~그런데 국제결혼을 한 외국인이 관공서에서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를 뗄 때는 외국인 기준으로는 발급이 되지않아서 항상 배우자 주민번호를 묻게 되어요 ㅎㅎ
그래서 서류떼주는 저는 신분증에 배우자 주민번호가 들어가 있는게 더 편리해보이네요
하지만 개인정보보호차원에서 우리나라에선 실현가능성이 좀 적어보이긴 합니다만 ㅎ
2018.06.06 12:2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jerom 2018.06.06 14:11 신고 URL EDIT REPLY
위장결혼사례가 너무 많아서요.
돈받고 결혼해주는 사람도 있고요.

정부에서는 어쩔 수 없는거 같습니다.
BlogIcon 예스투데이 2018.06.07 09:15 신고 URL EDIT REPLY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요? 유럽인 여자와 결혼한 한국 남자... 그런 경우도 아내와 꼭 붙어 다니라고 하나요?
BlogIcon | 2018.08.28 09:56 신고 URL EDIT
자주 눈팅 하는데 제 경우가 댓글에서 질문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군요. 저도 스페인 여자랑 결혼해서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데요, 아직 저에게 부인이랑 같이 다니라고 말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혼자서 비행기 타 본적이 아직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네오.

제 경우에는, 호텔에서, 되려 제 거주증 뒷면 정보로 부인의 신분 증명을 해 준적이 있습니다. 제 부인이 워낙 물건을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자신의 신분증을 호텔 전 경유지에서 잃어 버렸던 적이 있어서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아마, 블로그 주인장 님께같이 다니라고 입국심사원이 말 한 이유는, 국제결혼한 사람이(특히 여성쪽이) 자식을 데리고 본국으로 도망 가는 경우가 왕왕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네요. 스페인 사람들이 이걸 진짜 무서워 하더라구요.
BlogIcon 비단강 2018.06.07 10:52 신고 URL EDIT REPLY
합리성과 융통성 사이에서 길을 잃은 유럽이 보이네요.^^
하지만 산들님. 불편하지만 어쩌겠어요. 내가 거기에 살고 있는데
한반도의 지정학적 요소로 인한 한민족의 근대사가 맘에 안들지만
정말 맘에 안들지만 어쩌겠어요. 난 한국사람인것을...ㅎㅎ
BlogIcon 비누바구니 2018.06.07 13:19 신고 URL EDIT REPLY
아, 이거 무슨 개떡 같은 소식이예요?
왜 같이 다녀요, 산들님이 까딱하면 길 잃어버리는 어린 아이도 아니고
중대한 범죄를 저질러 보호감찰을 받는 사람도 아니고
내 무슨 뜻으로 저들이 그 지롤을 하는지 다 알겠습니다만
갑질은 즈들끼리나 할 일이지 대한민국 여권의 힘이 세계 2위인데
스페인 오래 거주권? 그거 보고 딴지를 건다니 갑질을 위한 갑질이지 뭡니까?
걍 여권만 보여주면 안 되나요, 즈들이 비자까지 뒤져 본다는?
아아, 재수 없어요 - Wien에 십 년 살면서 알게 모르게 당했던 국적차별,
ㅆ욕이 나오려 해요, 남편과 같이 다녀라? 엇다 대고!!! 혀를 잘라불라!!!
2018.06.10 04:48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쇠뭉치 2018.06.10 09:51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우리나라 교육방송국에서 "아빠 찾아 3만리"와 "다문화 고부열전" 이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그 프로 중 "아빠 찾아 3만리"에서는 우리 어릴 적 생각이 나서 많이 울고,
"다문화 고부열전"에서는 국제결혼에서 오는 어려움 특히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 지
보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낍니다.그때마다 얼마나 큰 아픔을 같이 하는지 모릅니다.
아빠 찾아 3만리에서 아빠를 찾아 온 가족이 돌아갈 때 공항에서 헤어지는 아픔을 보면서 큰 안타까움을 보지요. 그러면서 저 가족이 아빠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답니다.

그런데 지금 산들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국제결혼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보네요.
산들님이 산똘님과 결혼해서 세 아이까지 두고 행복하게 사시는 지금까지 국적문제(?)가 주는 어려움이 그처럼 많이 있군요.
그러나 두 분이 그처럼 행복하게 부럽게 사시는데 잠깐의 불편함이 무엇이 문제리요.
더욱 행복하게 극복하며 사세요. 응원합니다. 산들님과 산또르님이 사시는 삶은 누구나 부러워 하는 삶 그 자체입니다.
BlogIcon 런투 2018.09.23 19:04 신고 URL EDIT REPLY
위장 결혼때문에 저러는거 같긴한게.
애꿎은 분들만 피해를 보내요.
그랴도 스페인 생활은 저도 한번 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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