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유럽에서 국제결혼이 유배 생활 같은 현실적인 이유

산들무지개 2018. 6. 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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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 사는 우리 가족은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며칠간 인터넷 불통이 되고 말았답니다. 천둥과 번개가 다른 이웃 마을에서도 내리쳐서 그곳의 안테나에 이상이 갔었거든요. 그래서 주말은 발렌시아의 시부모님댁에서 보내고 왔답니다. 물론, 치과 치료도 하고 말이지요. 

그리고 제 스페인 거주증의 유효 기간이 6월에 끝을 맺기에 서둘러 이것저것 서류도 준비하여 갱신해야 하는 일이 남았답니다. 아~~~ 바로바로 갱신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남편은 자기 주민증 갱신할 때 하루 만에 뚝딱 만들었는데, 제가 만들 때는 외국인이라고 3개월 넘게 기다려야 할 판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스페인이 다른 나라에 비교해 관대하여 10년 유효 거주증에 발급비도 아주 저렴하여 불평할 일은 아니기도 합니다. ㅡ,ㅡ

하지만, 유럽에 살면서 불편한 점은 저도 모르게 유배 생활을 하는 듯한 느낌이 나는 겁니다. 

그냥 한국에서 와서 관광으로 유럽을 돌아본다면 문제가 없지만, 한국인으로 유럽연합 내 주민과 결혼하여 살고 있는 부분이 좀 불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가령, 남편 없이는 여행을 할 수 없다는 한 입국장에서 화가 났던 적이 있었어요. 아실 분은 아시고, 모르실 분은 모르실 아일랜드 입국 시 이런 소릴 들었습니다. 

헛웃음이 나오죠. 

하하하!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며, 어디든 내가 원하는 곳이면 갈 수 있다고! 

- 난 비자 면제가 가장 많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여권을 가지고 있어, 비자 없이도 유럽 어느 곳이나 갈 수 있다고!

이런 소리로 떠들어대고 싶지만, 유럽 내에서 국제결혼을 한 저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듯합니다. 자신의 배우자와 꼭 함께 다니라는 충고를 들은 후, 정보를 찾아보니, 일 년에 6개월 이상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 

우와~ 일부러 법으로 배우자와 6개월 이상 헤어지면 안 된다고 하니...... 한국에서 일이 있어 가게 되더라도 6개월 넘기면 안 된다고 합니다. 자국 내 결혼한 이들은 이런 조건을 달지 않지만, 외국인은 반드시 이 규정을 지켜야 하는 듯합니다. 

남편은 스페인 거주증을 보여주지 말고 그냥 유럽 여행을 하라고 합니다. 한국 여권만 보여주고 여행하라고...... 그게 오히려 더 편하고 좋을 것 같다는 게 남편 의견입니다. 

그런데 유럽 출입국 날짜가 여권에 기록되어 있으니 그건 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혹시 체류증없이 불법 체류하는 격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유럽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 보면 어떤 때는 남편의 주민증 번호를 기억해내라고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입국 심사원: 남편의 주민증 번호가 뭐죠?

한국인인 나: (기억이 나질 않아 가물가물) 그걸 내가 어떻게 다 외우고 다니오~ 잘 모르겠소~ 

멀리 떨어져 있던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후다닥 뛰어옵니다. 

스페인 남편: (한국인인 나를 가리키며) 이 사람의 남편은 접니다. 

입국심사원: (남편을 보더니) 아~ 그런가요? 당신의 주민증 보여줄 수 있을까요? (주민증 확인한 후에) 맞군요. 두 사람이 부부니, 항상 같이 다니세요. 

오~~~ 이건 좀 이상한데요? 봉건시대도 아니고, 남편 없이는 유럽 여행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물론, 별별 입국 심사원이 다 있기에 그냥 패스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말입니다. 

유럽에서 불법으로 가짜 결혼하는 외국인이 있어서 그런다는 것은 알지만, 참 저로서는 좀 불편한 건 사실이랍니다. 마치, 남편 없이는 안 되는 느낌? 

실제로 스페인에서 외국인 배우자의 거주증에는 배우자의 번호가 같이 들어가 있습니다. 남편의 주민증에는 내 번호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제 거주증에는 남편의 주민 번호가 새겨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결혼이민한 외국인등록증에 배우자의 주민번호가 들어가 있나요? 알 수 없지만, 이 사람을 책임진다는 느낌으로 결혼 후 거주증에 배우자 정보가 들어가 있습니다. 

▲ 제 스페인 거주증 뒷면입니다. '영구'이지만 10년마다 갱신해야 하며, 항상 남편(배우자) 이름을 달고 살아야합니다. ㅡ,ㅡ;

그래서 저 같은 사람은 남편 없이 혹시 여행이라도 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게 된다는 사실. 가 잘못한 것 하나 없는데, 마치 제약 하나가 떡 하니 있으니 심리적으로 불안한 것은 사실이랍니다. 차별대우를 받는 느낌, 당연히 불편한 느낌입니다. 


이번에 거주증 갱신 신청을 하면서 제대로 된 증을 받을 때까지 3개월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그 사이, 한국에 가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이......

"한국에 가게 된다면 한국행 비행기 왕복 티켓을 가지고 오면 허락증을 줄 수 있어요. 대신 3개월 이상 한국에 머물 수 없어요."라고 하네요. 

물론, 이민국 직원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잘 설명해줬지만, 국제결혼을 하고 내 나라도 머물 만큼 머물 수 없다는 사실에 좀 놀랐답니다. 국제결혼이 내 선택이라 내 책임이라지만, 이런 제약과 서류의 문제로 유배생활 아닌, 유배생활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랍니다. 

한국에 가도 국제결혼했다는 이유 때문에 돌아오는 제약이 엄청나게 많고요, 스페인에서도 국제결혼했다는 이유로 또 나름대로의 제약이 있으니 심리적으로 참 불안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국적을 바꾸는가 싶기도 하더군요. 

남편은 여전히 한국 여권만 가지고 여행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 

위의 글은 제가 지금 처한 현실을 현실 그대로 설명한 이야기입니다. 이 일 때문에 생활이 되지 않도록 슬프거나 축~ 처져서 죽겠다는 뜻이 절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현실은 현실이며, 제 일상의 행복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저 현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 것으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쨌든, 빠른 시일 내에 거주증 갱신하고, 운전면허증도 다시 갱신하여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으면 합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고요, 다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다시 뵙겠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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