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스페인 고산에 온 한국 소포, 횡재한 기분이 들었어요!

산들무지개 2015. 2.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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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오늘 스페인 호텔 관련 이야기를 하기로 했는데, 자료정리가 잘 안되어 오늘 소포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실, 컴퓨터 고장으로 자료를 보관해놓은 파일을 찾고 있는데 이것 참...... 찾을 수가 없네요. 그냥 마드리드 호텔 후기담으로만 할까 봐요. 


오늘은 한국에서 특별 소포를 받았답니다. 


우리가 사는 스페인 고산에서 한국 소포 받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그런데...... 오늘 소포를 받으니 횡재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왜냐? 



① 우체부가 우리 집으로 소포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우리 집 사정을 이야기하자면요......

우리는 스페인 비스타베야라는 고산평야에 살고 있습니다. 가까운 마을에서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 우체부가 이곳까지 짐을 가지고 오지 않는답니다. 그런면으로는 한국이 참 부럽기까지 하지요. 그래서 우체부가 마을에 있는 우리 우체통에 도착했다고 알림장을 두고 간답니다. 



② 우편물 왔었다는 종이를 보면 언제 왔었고, 어디에서 소포가 왔는지 잘 기록이 되어 있지요. 


이번에는 지난 번 스페인을 다녀간 친구에게서 왔습니다. 얏호! 도대체 뭘까? 뭘까? 궁금해죽겠어. 그때부터 궁금증에서 해방되질 못합니다. 

그런데 그 종이에는 이 소포에 관한 세금이 붙었다는 메시지도 같이 옵니다. ㅠ,ㅠ 

도대체 왜? 스페인 세관에서는 받는 소포마저 세금을 뜯는 것일까?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스페인 정부가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값싼 해외직구를 제한하기 위해 이런 세금을 붙이는 것이지요. 보통 중국이나 홍콩, 유럽 연합 내의 해외직구를 이곳에서도 많이 하는데, 몇 년 전에는 없던 세금을 붙이는 이유가 이런 구입을 제한하기 위해서죠. 사실, 중국 등지에서 노스페이스 옷이 몇 십 유로밖에 하지 않고, 게다가 소포비는 무료라니 스페인 정부에서는 제한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지요.   



③ 세금이 약30유로(4만 5천 원)가 나왔네요.


그래도 아깝지가 않아. 어서 누가 우리 소포를 받아줄지 수소문해보자. 하면서 이웃 사람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④ 크리스토발이 제 소포를 받아준다네요. 오?! 크리스토발이?! 좋았어! 역시 좋은 친구네. 


그 다음 날 우체부에게 크리스토발이 제 소포를 받아준다고 전화로 연락을 해줍니다.


"제 소포는 크리스토발 씨에게 맡겨주세요."


그러면 마음씨 좋은 크리스토발이 세금도 내주고, 소포도 받아준답니다. 물론 돈은 나중에 줘야지요. 이렇게 어렵게 소포를 받고 나면, 정말 우리 가족은 횡재한 기분이 든답니다. 누가?! 이런 스페인 고산에 소포를 보내줬지? 정말 감사해라.......! 


자, 그리고 소포를 집으로 가져와 짐을 풀면......! 우와! 그때부터 환성이 터져나옵니다. 어머머! 아이, 좋아라!!!


양보다 더 착하고, 버터보다 더 부드러운 우리의 친구, 크리스토발이 제 소포를 받아주었습니다. 

참고로 크리스토발은 마을 관리자가 되어 지금 일하고 있어 제게는 아주 유익한 친구입니다. 

언제나 마을에 있기 때문에 한국 소포가 오면 이렇게 부담없이 받아달라 부탁할 수 있어 말이지요. 


수염이 덥수룩해 처음 보는 사람은 마쵸를 예상하지만, 성격만큼은 여리고 환상인 친구가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소포를 건내줄 때면 저도 행복 바이러스가 전념되어 기분이 훨훨 날아간답니다. 

무거운 짐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 소포를 열면......


이것이 그 그리운 한국 소포 ㅠ,ㅠ

친구야! 정말 고마워......^^

넌 날개 없는 천사야. 


열자마자 아이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김을 올립니다. 


"우와! 엄마 봐 봐! 짜파게티야!"


역시나 아이들은 이런 짜파게티를 너무 좋아합니다. 

제가 요즘 매운 것을 잘 못먹는다고 하니 친구가 맵지 않다면서 맛보라면서 

스낵면이라는 것도 같이 넣어줬네요. 


오! 마른 음식들......

취나물, 고구마 줄기, 고사리 등 친구가 산에서 나는 마른 음식을 보내줬어요. 


그 다음엔 바다에서 나는 마른 음식


휴우! 이것 몇 년 만이야? 

이런 쥐포!!!

세상에! 정말 몇 십만 년은 된 것 같아! 

쥐포 본지가 그렇게나 오래 되었다니까요. 


하나하나 풀면서 웃음 가득 넘쳤어요. 


아니, 손 큰 것은 알겠는데, 이런 수준까지 있는지 몰랐던 친구의 큰 손! 

그래, 많이 퍼줘서 고맙다. 


그런데 더 고마운 것이, 

친구가 채소 밭을 일구는 제 마음을 알아 보내준 것들이었답니다. 

이곳에서 채소밭을 하면서도 먹어보지 못하는 것이 바로 한국 식재료랍니다. 

몇년 전 한국 갔다가 사온 씨가 다 바닥 거의 4년은 농사 못 짓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친구가 한국 채소를 심어보라고 씨를 잔뜩 보내줬어요. 


이런 세상에! 


마치 횡재한 기분이었어요. 


우리 밭에 이제 깻잎도 심고, 배추, 부추, 총각 무, 고추도?! 

이런 기적이 올 날이 있을까? 

마침, 며칠 전에 농사를 위해 밭에 쟁기질을 다 해놓은 상태라 

어서어서 씨를 심어 모종을 길러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지요. 


이런 씨봉투가 지금은 아무 소용없지만, 흙을 만나 물을 마시며 쑥쑥 자라나 

한 트럭분의 채소가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엄청난 횡재라고 느껴졌답니다. 

어머? 제가 순진한가요? 그런데 저 씨들을 정말 다 심으면 채소 한 트럭은 수확합니다.

(아니, 그보다 더!)


바로 요렇게 말이지요. 

이런 상상하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 

(사진 blogs.diariovasco.com)


정말 쎈쑤가 넘쳐나는 친구입니다. 

우리가 쟁기질 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떡 하니 계절에 맞춰 씨를 보내니......


 역시 친구는 잘 보고 둘 일......

난 정말 복 받은 사람이여! 

외국에서 살면서 특히, 스페인 고산은 특성상 이런 한국 소포가 어렵게 오는데........

그 와중에서도 잘 와준 소포들이 참 반갑고 소중하고, 

특히 이 소포를 보내주는 인연이 참 고마울 따름이랍니다. 


올 여름에는 아이들에게 풍성하게 채소를 맛보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앗?! 여름에 한국 가기로 했는데....... 뭐, 어떻게 잘 되겠지요. 

크리스토발한테 한국 간 사이, 좀 봐달라고 부탁을?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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