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고자질쟁이 직장 동료에게 화난 남편이 한 행동

산들무지개 2015. 3. 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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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똘님은 자연공원에서 일하기 위해 아주 많은 노력을 했답니다. 잘 나가던 산업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산림학을 다시 공부하여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지요. 빡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이런 자연 안에서의 직장을 구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스스로 큰 보람을 느끼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답니다. 그런데 요즘엔 스트레스받는 일이 생겼답니다. 


아무리 좋은 직장이라고 해도, 같이 일하는 동료가 사람 됨됨이가 되지 못하면 그것처럼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을 겁니다. (같은 동료이지만, 여러 직장 상사들에게 아첨과 아부를 달고 사는 버러지 같은 인간형은 동료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직장 내 윗분과 친분이 있는지 그 가혹한 구조조정에서도 살아남고, 자기가 좀 싫어한다는 사람은 이간질하여 쫓겨나게 만드는 장본인입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짤린 사람 몇이 있습니다.)


남편이 일하는 홍보관과 발렌시아의 도시 사무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바로 이 직장동료입니다. 스페인에서는 치코 데 레카도(chico de recado)라고 하는데, 뜻은 발렌시아 사무실 지침이나 안내서, 쪽지, 메세지 등을 여러 자연공원에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지요. 반대로 자연공원에서 일하는 홍보 요원들의 불편사항이나 작업복 등의 요구사항을 받아 도시의 사무실에 전달하는 일을 한답니다. 


이 직장 동료를 '미스터'라고 하겠습니다. 이 미스터와는 작은 일에서부터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해발 1200미터가 넘는 이 자연홍보관에 보일러가 고장 나면서 남편은 그에게 이런 애로사항을 요구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에 홍보관 보일러가 고장 났으니 제발 사람을 보내 고쳐달라. 그리고 보일러용 작업복도 보내달라."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 미스터는 이런 사항을 제대로 도시 사무실에 전달하지 않고 1년을 버팁니다. 보다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남편은 이 미스터의 상사에게 직접 요구사항의 편지를 보냅니다. 


"1년 전부터 (자동) 보일러 고쳐달라고 그렇게 요구를 했는데, 고치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또, 이 사무실을 데우기 위해 (수동) 난로에 직접 불을 지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작업복이 없다. 이것도 1년 전에 요구했는데 왜 여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남편은 아주 정중하게 문서형태로 제대로 요구를 했었지요. 


그러자, 미스터는 그때부터 눈에 불을 켜고 남편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흠 잡을 것을 찾게 된답니다. 

이 문서 후, 미스터는 작업복도 가져오고, 보일러 고치는 사람도 데리고 왔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보일러 고칠 사람으로 자기 여동생의 남편, 매부를 데리고 오게 된답니다. 이 매부라는 사람은 제대로 고치기라도 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말이지요. 보일러의 한 부품을 떼다가 가 버리고 맙니다. 고쳐서 온다고 말이지요. 그 사이 남편은 추위에 떨어야했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공원에서 일하는 즐거움에 취한 남편에게 닥친 불행, 

그것은 고자질쟁이 직장 동료였습니다. 



1주일 후, 고쳐온 보일러를 작동시켰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 겁니다. 한 맥가이버 하는 남편이 그 부분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제대로 설치가 되지 않아 남편은 스스로 그 부분을 고쳤답니다. 그래서 작동이 되었지요. 그런데 그 날, 남편은 일이 있어 마을 학교 교장을 만나 사무실에 늦게 도착한 것이 문제가 되었나 보네요. 또한, 보일러 고친 후 청소 아줌마가 한 말, 

"아이고, 더워 죽겠네!" 이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날은 날씨가 너무 따뜻하여 청소 아줌마가 일하면서 반팔을 입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 상황을 본 미스터는 남편에게 복수라도 하듯 여러 직장 상사들에게 비밀 메일로 이렇게 보냈다고 합니다. 


"내가 9시 45분에 이곳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산똘은 10시까지 나타나지 않더라. 고장 났다는 보일러는 작동이 잘 되니 청소 아줌마가 반팔입고 덥다고 하더라.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아니, 자기 일 아니면 간섭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이런 식으로 모든 상사들에게 비밀 메일로 고자질했다네요. 


그날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고 이렇게 답 메일을 썼습니다. 


"보일러가 작동되어 반팔을 입고 있다면 아주 다행이다. 정말 제대로 되어 나중에는 청소 아줌마가 탕가(앞 부분만 가리고 뒤는 좁은 끈만 달린 속옷)만 입고 만세 부를 날이 오면 좋겠다." 이렇게 말이지요. 


이 미스터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다 알기에 다 그러려니 하면서 넘깁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남편의 대빵 상사가 이렇게 묻더군요. 

"그날, 10시까지 들어오지 않았다는데, 그것은 문제가 되는데?"


남편은 그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네요. 평소에도 나갈 때 꼭 보고하고, 일지에 기록하면서까지 나가는 남편을 못 믿고 이런 식으로 의심하니 정말 화가 났다고 합니다. 아마 고자질쟁이 미스터가 직접 대빵상사에게 뭐라고 험담을 잡았겠지요. 


"아니, 뭐가 문제인가요? 평소대로 하던 일이었고, 내가 미팅이 있어 10시 전까지 마을 교장과 만나 식목일 활동을 상의하고 왔는데 그게 무슨 문제인가요? 아직도 미스터의 고자질을 그대로 믿고 내가 무슨 딴따라 짓이라도 한 것으로 아십니까? 10시에 방문객 받는데, 그 전에 왔으면 됐지, 무슨 큰 문제가 있어요? 아니,........제일 입 다물어야 할 사람이 제일 많이 고자질하고 다니는 것은 무슨 이치입니까? 미스터가 한 짓 내가 얘기해볼까요? 미스터는 1년 내내 자기 딸 학교 등교 시킨다고 회사 차로 왔다갔다 한 장본인이고, 일하는 시간에 이곳 사무실에 쓸 장작을 부하직원 시켜서 자기 차에 다 싣게 하여 자기 별장으로 다 나른 사람이고요, 보일러 고치러 사람을 데리고 왔는데 자기 매부였으니 어디 믿겠어요? 보일러 부착하고 작동하지 않아 제가 손을 좀 봤는데, 아직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 보일러가 고장났다는 증명으로 이 첨부사진을 보내죠. (그 후 메일로 남편은 아침 9시 영하 5도를 가리키는 사무실 사진을 첨부하여 보냅니다.) 만약 내가 거짓으로 보일러 고장났다고 했다면, 도시에 있는 사람 한 명이라도 이곳의 한 겨울 날, 아침 8시 책상 앞에 한 번 앉아 보시죠. 온종일 버틸 수 있을지 내가 지켜보지요."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남편은 그동안 이 미스터에게 당한 직장 동료들을 대신하여 이렇게 큰 소리로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화가 가시지 않는 얼굴로 대빵 상사에게 정확한 톤으로 차근차근 억양을 높여 말했다네요.   


"그래도, 당신 이러다 회사에서 짤리면 어떻게 해?"

제가 걱정되어 이런 한숨 섞인 말을 했더니 남편은 그러네요.  


"아니, 내가 아무리 자존심이 없다고 해도 사람의 존엄성을 깎아내리는 인간 앞에 고개를 숙이고 싶지는 않아. 그것도 사실을 왜곡하는 이런 고자질 따위에 손을 들어줄 수는 없어. 우리가 같이 일하는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일하면 어디 능률이 오르겠어? 자기만 살자고 고자질 하는 인간에게 내 존엄성을 버리고 싶지는 않아."


그도 그럴 것이 성실하고 바른 생각을 하는 남편이 억울한 누명 써서 저도 참 안타까웠답니다. 

"그리고 내가 노동자단체에 회사 사정을 고발하게 된다면 이 회사는 큰일을 당하게 될걸?"

"........?"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무시한 것. 겨울 직장 환경이 17도 이하이면 안 될 것이며, 내 일이 아닌 보일러를 피우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 나거든. 내가 난로에 직접 장작으로 불 피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 회사는 큰 일을 당하게 될 거야. 난 그래도 기회를 주며 회사에 협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야. 그런데 이런 미스터 때문에 고단하게 됐네." 


"그러게 이런 사람들은 앞으로 틈만 나면 복수하려고 할 텐데 걱정이다."


그러자 남편은 의미 심장한 얼굴로 그럽니다. 

"내 그럴 줄 알고, 1년 전부터 증거 사진들을 찍기 시작했어. 회사 장작을 싣게 하는 것, 회사 차 타고 휴가 다녀온 것 등...... 증거인도 포착해놨어." 


아!!! 그래도 그렇지....... 이런 고자질쟁이가 옆에 있다는 것이 참 불편하고 스트레스 팍팍 오릅니다. 제가 옆에 있는데도 이렇게 스트레스받는데 남편은 오죽할까요? 아이, 속상해. 그래도 다른 동료를 위해 직접 총대 맨 남편이 자랑스럽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한국이나 스페인이나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는 비슷하죠? 

그런데 주위에 이런 아첨꾼, 고자질쟁이 동료가 있으면 정말 일할 맛이 안 날 거에요. 

산똘님을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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