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자연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특별한 경험
뜸한 일기/자연

우리 [참나무집] 근처에는 발렌시아 사람들의 로망인 페냐골로사산이 우뚝 솟아있답니다. 이곳은 자연공원이며 철새 서식지로 유명하답니다. 또한, 정상은 1,814m로 날씨 좋은 날에는 멀리 지중해 섬까지 보일 정로로 확 트여있답니다. 정상의 한 면은 아름다운 절벽으로 이루어졌고, 다른 한 면은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길이 있답니다. 절벽에는 퇴적암이 솟아올라 물결처럼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이곳은 암벽 등반가들이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지요. 


저는 주말에 아이들을 동반하고 아침 일찍 이 페냐골로사 자연공원으로 향했답니다. 


왜 향했을까요? 


가을이라 버섯 천국이라 버섯 바구니 들고 룰루랄라 향했을까요? 



사실, 가을철만 되면 우리 식구들은 바구니 들고 다니면서 숲 속 산행을 한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이들과 버섯을 채취하면서 좋은 모습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눈살 찌푸려지는 모습도 있었답니다. 특히, 주말에 자연공원을 방문하고 녹초가 된 공원의 숲 속은 말입니다. 뒹구는 쓰레기들, 함부로 잘린 버섯들, 등등......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바구니는 두고 다른 것을 들고 자연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다른 각도의 교육도 필요할 것 같아 말입니다. 



자연공원의 수도원, 13세기에 지어진 산 조안 데 페냐골로사(San Joan de Penyagolosa)에 왔습니다. 어제는 날씨가 좋더니, 일요일은 좀 어두운 날씨였답니다. 사람들도 훨씬 많았고요. 발렌시아의 날이 금요일이었던 터라 4일 연속 이곳은 공휴일이랍니다. 그래서 휴일을 맞은 사람들이 아주 많았답니다. 



이곳도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늘이 어둑어둑 날씨가 흐릿했지만, 우리 네 모녀는 우리의 미션을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버섯을 채취하는 날이 아니라,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야. 바로 숲 속의 쓰레기를 줍는 날이지. 그래야,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에 힘들어하는 숲 속 생태계와 동물들, 식물들, 모두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 거야." 


아이들 아빠는 오늘 일하는 날이라 우리 네 모녀만 숲 속으로 향했습니다. 

이런 말을 아이들에게 하고 나니, 어쩐지 우리가 굉장히 중요한 일을 오늘 진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이런 일은 모두가 양심적으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할 필요가 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오늘의 준비물, 장갑과 쓰레기 비닐봉지......


우리는 천천히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숲 속에는 생태보호구역 표시가 우릴 반기고 있었습니다. 길로만 다니고, 쓰레기는 버리지 말며, 꽃과 식물은 훼손하지 말라는 안내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아이들은 일단 집에서 벗어나 야외에서 활동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즐거웠나 봅니다. 

엄마 뒤를 따라 씩씩하게 걸어오는 아이들 모습에 다른 등반객들은 함박웃음를 지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숲 속에서 발견한 스펀지 같은 버섯에 아이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오늘은 버섯을 캐는 날이 아니라, 쓰레기 줍는 날이니 그냥 보기만 하자~" 

큰 아이가 이런 소릴 하네요. ^^



그 와중에 까만 우비를 입은 누리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주워야 비닐봉지에 넣으라고 합니다. 사라는 스펀지처럼 생긴 버섯이 신기해 언니와 한참을 보았네요. 



숲 속 길 위에는 쓰레기가 있었습니다.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고, 정말이지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냥 스쳐 지나갈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쓰레기만 찾겠다고 나선 길 위는 쓰레기가 아주 잘 보였습니다. 신기해라~! 버섯만 찾을 때는 버섯만 보이고, 꽃만 찾을 때는 꽃만 보이더니...... 쓰레기는 구석구석 있었습니다. 


위의 맨 마지막 사진이 오늘 우리가 주운 쓰레기입니다. ㅠ,ㅠ 

 


페냐골로사 정상에 오르기 전, 평평한 숲이 있는데요, 우리는 그곳까지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은 쓰러진 마른 나무를 발견하고 한참을 이곳에서 놀았습니다. 



이런 세 아이를 보니, 역시 자연에서 함께 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아이들이 비록 도시적인 문화 혜택은 받지 못하지만 얼마나 큰 자연의 선물을 받고 자라고 있는가 느껴졌답니다. 그러니, 우리도 자연에 어떤 선물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쓰레기를 줍는 작은 손길들이지만, 어쩐지 자연에 작은 도움을 주고 있지나 않은 지 오늘 행사를 잘하고 있구나! 스스로 대견했답니다. 



아이들도 이런 엄마의 마음과 환경 보호에 대한 의미를 알아가는지, 간식 후 남은 쓰레기는 함부로 버리지 않고 쓰레기봉지에 담는 정성을 보였답니다. ^^*

 


이날은 엄청난 인파의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승마객들 

요즘 스페인에서 엄청나게 유행하는 달리기 등반인들(오로지 달리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정상 탈환 턴 하여 달려오는 새로운 그룹의 등반객들)



그리고 여러 대의 산악 오토바이 방문객들......

정말 조용하던 자연공원이 활기가 넘쳤습니다. 

어쩌면 산이 기쁘면서도 골치 아픈 연휴를 보내지나 않을까 싶네요. 



이제 우리는 페냐골로사 산 정상 30분을 남기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스페인의 산악 대피소입니다.

역시나 그라피티 같은 낙서가 이 높은 산 건물에도 있네요. ㅠ,ㅠ 

 


산 정상까지 사람들이 많이 오르지 않아 그런지 어쩐지 이곳은 참 깨끗했습니다. 



겹겹 쌓인 산들이 지평선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깊은 고산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네요. 



어떤 누군가가 산행 중 쌓아올린 돌...... 한국의 돌탑이 왜 생각났을까요? 



자, 정상에 거의 다 올랐습니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속도로 차가운 안개구름이 엄습해왔습니다. 



아이들이 천천히 노는 동안 후다닥 상황보고 정상탈환하고 내려왔습니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카스테욘의 수호, 예도 형상이 우리의 행동을 축복해주는 듯합니다. 



정상은 너무 어둑어둑합니다. 혹시 갑자기 안개가 내려와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 급하게 턴하고 내려와 아이들을 데리고 천천히 아래로 향했습니다.  



어? 이게 뭐야? 한쪽은 날씨가 지옥이고, 다른 한쪽은 화창? 

 


어찌 되었건, 우리는 천천히 집을 향하여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지니 한결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산 위에 뾰송뾰송 솟은 저 식물들은 뭘까요? 자세히 보면 이 식물은 바늘 바늘을 달고 있는 듯 따가운 잎으로 사람을 위협한답니다. 



스페인에서는 수녀의 방석이라 불리는 식물이랍니다. 수녀들은 편한 생활을 할 수 없는 금기적 삶을 살아야 하니 이런 이름이 붙인 듯합니다. 고산에만 있는 식물이라네요. 학명은 erinacea anthyllis입니다. 


저는 네 아이와 함께 아주 천천히 햇살을 즐기면서 산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오늘 아이들이 즐거운 날을 보냈는지는 모르지만, 어쩐지 큰 추억으로 기억할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일었네요. 이상적으로만 생각했던 자연보호, 친자연적, 친환경적 삶이란 결국은 자연과 나,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생하며 서로를 위하여 노력하는 삶이란 걸 아이들이 알았으면 했답니다. 오늘 특별하지 않았던 어떤 일요일, 그냥 쓰레기 비닐봉지 들고 숲 속으로 가 쓰레기를 주우니 참으로 특별한 날이 되고 말았네요. 



얘들아, 오늘 즐거운 날 보냈니? 

"응~ 엄마, 난 오늘 사진도 많이 찍었어~!"

그래, 오늘 말고도 다음에도 이런 일을 자주 할 수 있기를 

우리 스스로 결심하자!!!

우리도 자연 일부니까~!


여러분도 즐거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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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 2015.10.12 01:58 신고 URL EDIT REPLY
자연속에서 푸른 마음으로 아름다움을 지키고 사는 베스타베야 가족들 화이팅!!!
우리 초등때 받았던 참 잘했어요 도장을 산들님, 산드라, 누리, 사라 손등에다 꽝꽝꽝!!!
의미있고 보람찬 휴일을 보낸 가족들을 보면서 아빠미소 지으시는 산똘님이 그려지네요.

어제부터 비가 내리더니 오늘 하루종일 비가왔다 잠깐 해가 비치다 우중충 날씨로 변덕인데
벌써부터 여름 태양이 그리워 지면서 다가오는 겨울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 지끈 아퍼요.

ㅠㅠ 언제부터인가 가끔 한글로 단어가 기억이 안나서 애먹기도 하고 댓글 달다가도
철자나 띄어쓰기가 맞는지 한참을 생각하게 되는데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것 같아 걱정이여요.
사는데 지장이 있는것도 아닌 별거 아닌것 같은데도 뭐라할수 없는 은근 신경이 쓰이네요. 나만 그런가?
BlogIcon 비단강 | 2015.10.12 17:39 신고 URL EDIT
전혀 루나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국 살고 있는 '장삼이사' 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표현력 있으시고
무었보다 특히 말에 힘이 있습니다. 꾸미지 않고 말하는 대로 쓰는 글이 이렇게 잘 읽히는 것은 루나님 글힘이 세다는 뜻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10.13 19:05 신고 URL EDIT
그러게 말이에요. 루나님, 저는 루나님께서 다시 제 블로그에 와 주셔서 전국방송, 지방방송 해주시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
비단강님도 이렇게 말씀하시잖아요? ^^
저도 꾸밈없는 루나님 댓글 아주 좋아해요~!
BlogIcon 비단강 2015.10.12 17:36 신고 URL EDIT REPLY
맞아요. 저도 루나님처럼 "참 잘했어요." 도장 꽝꽝 찍어드립니다.ㅎㅎㅎ
그런데 아이들도 올라갈 수가 있나봐요. 해발 1800미터인데도...?
물론 비스타베야가 1200미터인 점을 감안해도 잘 이해가 안 되어요.^^
사라 누리가 슈퍼베이비?

산들님 갑자기 20년 후가 기다려집니다.
저렇게 자란 아이들이 얼마나 훌륭하게 커 있을지 참 궁금해집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10.13 19:07 신고 URL EDIT
하하하~! 땡큐합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애들이 참 잘 올라가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해발 1200미터에서 1500까지 잘 올라가주고..... 그 다음부터는 문제가 있어 아는 지인 등산객에게 좀 부탁하고 저만 정상 후루룩 탈환하고 왔답니다. 그래도 잘 와줘서 너무 기특했어요.
한국서도 어승생악 잘 올라줘 얼마나 이쁘던지.......
한국은 그 강도가 이쪽 산보다 더하더라고요. ^^*
비단강님 언젠가 이 페냐골로사 산 오르는 날 있으시길 희망해봅니다.
바다생각 2015.10.12 22:11 신고 URL EDIT REPLY
바다에 살고 있는 전 산은 잘 모르는데 많은 신비한 체험을 할 듯.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던것 같은데 정말 그럴거 같아요.
제가 글쓰기를 해 보니까 알것 같아요. 꾸준히 글을 올리시는데 얼마나 정성을 드리고 열심히 하시는지 ...늘 응원합니다. 화이팅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10.13 19:11 신고 URL EDIT
아~! 바다생각님, 이런 큰 칭찬을 해주시다니요~! ^^* 저는 산과 바다 둘 다 좋아한답니다. 바다는 확 트여 얼마나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나는지...... 우리 고산도 시야가 확 트여 좋긴 하답니다. ^^*
바다생각님 글은 언제 볼 수 있을까요?
BlogIcon 황금물고기 2015.10.13 01:52 신고 URL EDIT REPLY
수녀의 방석이란 식물이 언뜻 밤송이인줄 알았네요. 토욜아침마다 가까운 휴양림에 가는데 갖은 들꽃과 도토리. 상수리. 청설모. 다람쥐를 본답니다. 산들님네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생활할 수 있음이 큰 축복이라고 여겨지네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10.13 19:13 신고 URL EDIT
그죠? 밤송이 같죠?
그런데 어마어마 큰 밤송이랍니다. 바늘보다 더 따가운 것이 지나가다 잘못 찔리면 정말 아파요~!
그래도 황금물고기님께서는 휴양림 산책을 하신다니 정말 잘하시네요~! 멋져요~! 휴양림도 아주 좋아서 저도 참 좋아합니다.
박동수 2015.10.13 09:25 신고 URL EDIT REPLY
돌이켜보면 부모님이 항상 바쁜것 같진 않았는데 부모님과 이런 산책이나 여행을 한 기억이 없군요.이 나이를 먹고도 슬프다...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들은 말과 행동이 밝고 당당하더군요. 아이들 예쁜 얼굴에 모자이크는 웬만하면 안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10.13 19:14 신고 URL EDIT
사이버 테러를 당해봐서 아이들 얼굴 사진은 이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많은 이해바랍니다. 대신 스티커로 붙이겠습니다. ^^* 요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인권보호 목적으로 되도록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BlogIcon SPONCH 2015.10.13 12:19 신고 URL EDIT REPLY
생각이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아이 셋을 데리고 정말 대단하세요. 직접 움직여 배우는 아이들! 훌륭하게 자라고 있네요. 저도 작은 것부터 아이들과 실천해 볼 방법을 찾아봐야 겠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5.10.13 19:16 신고 URL EDIT
네~! Sponch님 그냥 산책이라도 참 색다른 경험이 된답니다. 아이들이 움직이는 야외활동, 특히 자연에서 노는 것들을 아주 좋아하네요. Sponch님 화이팅입니다. 화이팅~!!!
BlogIcon 즐거운 검소씨 2015.10.15 06:49 신고 URL EDIT REPLY
제가 캐나다로 오기전에 캐나다의 거리는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고, 선진(?)시민들만 살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가 길에서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고 실망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살던 한국의 거리보다는 훨씬 깨끗했지만요. 기대가 커서 실망도 컸을까요?ㅎ
지난번에 아이랑 집앞 길을 산책삼아 걷다 도랑 같은 곳에 쓰레기가 보였거든요. 그래서 다음에는 쓰레기 봉투 가지고 와서 치우자..라고 했는데, 그 이후로 몇 달이 흘렀거만 다시 가보지 않았어요. 그런데,오늘 산들님 포스팅을 보니 조만간 아이랑 쓰레기 봉투 들고 나가봐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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