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고사리 사랑 & 스페인의 고사리
뜸한 일기/부부

신혼 초 한국에 다녀온 남편에게 집착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 먹어 본 '고사리' 때문이지요. 사실, 고사리를 고사리로 알고 난 후, 남편은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고사리는 독성 강한 풀로만 알고 있었던지라...... 


"비타민 B1을 파괴하는 티아미나제가 있어~!" 


그 당시 남편은 산림학을 전공하고 있었기에 꽤 흥미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 들어와 정착하게 된답니다. 이 산에는 고사리가 자생할 수 있는 땅이 아니라 참 찾기 어려운 식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산행을 다녀온 남편이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꺼낸 한 줌, 바로 고사리였습니다. 


"이거 먹어도 될까?"


저는 겁순이이었기에 안된다고 했지요. 

이웃 사람들도 어떤 해, 소가 고사리 잎 먹고 죽었다고 아주 멀리하는 풀이었습니다. 


"그래? 그래도 일단은 조사해보자."


남편은 열심히 조사합니다. 한국에 분포하는 고사리와 스페인 고사리 비교, 분석...... 


그러다 어느 날 결론을 지었습니다. 


"고사리는 반드시 물에 데쳐서 건조시켜야 하지. 고사리순만 말이야. 고사리 잎이라든가, 포자 달린 다 자란 고사리는 먹으면 절대로 안되지. 그런데 문제는 무엇인가 하면...... 우리 페냐골로사 지역에 있는 고사리를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그것이 정말 궁금하도다~!" 


이렇게 몇 년 궁금증만 달고 다니던 남편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바로 고사리를 이미 채취하여 먹거리로 변신시킬 줄 아는 한국인을 만났기 때문이지요. 카스테욘의 유명한 한국인 세뇨르 한, 한사범님을 만나면서 말입니다. 


한사범님 댁에 초대되어 갔더니 고사리가 떡~! 


"이 고사리, 페냐골로사 산자락에서 따왔어~!"


우와, 우리 집 근처잖아? 그리하여 남편은 한사범님께 전수 받아 고사리를 따게 되는데...... 


그때부터 우리는 고사리를 봄날 한두 시간 따게 되어 지금까지 해먹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고사리와 비교하면 좀 텁텁하고 맛이 없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나은 봄철에만 만날 수 있는 먹거리 아니겠어요? 올해도 우리 가족은 고사리 산행을 했습니다. 



바구니 두 개를 준비하고...... 

온 가족이 30년 된 사륜구동차에 탑니다. 

(저는 말로 30년이라며 오래 된 것을 강조하는데 사실은 23년 된 그 당시 신형차입니다. ^^

엔진도 튼튼하고 옛 주인이 자주 교환하고 이것저것 수리도 많이 하여 

오염 가스 배출 기준량에서 매년 국가 자동차정비소 검사에서 합격하는 합법 차입니다. )



험난한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올라간 곳은 고사리 서식지. 



이날 엄청나게 추워 다들 중무장하고 갑니다. 

아이들과 아빠가 신났습니다. 



우리가 간 곳은 안타깝게도 북향이 있는 구석 자리. 



첫눈에 고사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도 고사리 찾아 삼만리 할 정도로 고사리는 아직 땅 위로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역시 고산의 봄은 늦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향으로 난 고사리 서식지로 갑니다. 

지난해 폭우로 길이 엄청나게 파괴되어 있습니다. 

이 길을 어떻게 오르지? 

걱정하지 마. 우리에겐 30년 된 탱크가 있으니......!


남편은 의기양양하게 탱크차(?)를 몰고 위로 위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 길가에 저렇게 빼꼼히 인사하는 고사리 하나~! 


고개를 돌리고 반대편 길가를 보니......



고사리 떼들이 인사하고 있습니다!

상상 이상의 고사리 서식지였나 봐요. 


마구마구 솟아나는 고사리에 기쁨이 충만하여 우리 아이들도 엄마! 엄마! 고사리! 하면서 

소리를 꽥꽥 지릅니다. 



바구니 들고 고사리 담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그러다 녀석들은 인조 동굴(?)을 발견했습니다. 

엄마! 여기 집이 있어~!



에잉? 무슨 집이 이래? 정말 집이잖아? 이 집은? 



천장이 까만 것이...... 


알고 보니, 그 옛날 이곳에서 숯을 굽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숯장이들이 이곳에 며칠씩 거주하면서 숯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 집은 숯장이들이 살던 임시 집이었습니다. 

이 안에서 불 피우고, 음식 만들어 먹어 이렇게 천장이 그을렸던 것이지요. 



밖에 나가보니 큰 아이가 이번엔 부릅니다. 

엄마! 여기 하트가 있어~!


에잉? 무슨 하트? 



다가가 보니, 정말 하트가 그려져 있습니다. 


누군가가 장난으로 그려놓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곳은 페트로그리포라는 선사시대의 제물단이랍니다. 

동물을 희생하고 저 위에 피를 올려 땅으로 흐르게 하여 번식을 기원하던 곳이지요. 


그런데 산중에 저렇게 함부로(?) 있어도 되는가, 싶은 것이......

원시 시대의 풍경을 한 번 그냥 상상하게 되더군요. 



우리는 한두 시간 고사리 산행을 마치고 이제 집으로 갑니다. 

더 많은 시간 고사리를 따지 않아도 충분하니 말이지요. 


이 고사리는 독성이 있어 반드시 삶아서 말려드셔야 합니다. 

또한 어린 고사리 잎에는 포자가 없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와, 우리가 페냐골로사 산 뒤쪽 구석에 있었구나. 



그곳 계곡에서 바라보는 풍경입니다. 

우리 역시, 겹겹이 쌓인 산 위에 살고 있구나!



그런데 옛날에는 어떻게 저렇게 험한 곳까지 사람들이 와서 살 생각을 했을까? 

바람 강하고, 물도 없고, 건조하고...... 

지금은 방치된 옛집이 홀로 있습니다. 


이제 집에 돌아와 열심히 고사리 삶아 연중행사를 합니다. 



한국에 갔을 때 할머니가 주신 건조포대에 말렸는데...... 

고산이라 바람이 너무 세차서, 다 날아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그래서 다 다시 걷어서 건조기에 말리기로 했습니다. 



할 수 없다. 건조기라도 있으니 다행이네...... 

그렇게 7시간 55도였나요? 55도에서 말리니 

그 다음 날, 요것들이 다 말라 버리고 말았습니다. 

 


요렇게 부피가 줄어들었습니다. ^^



고사리를 잘 포장하여 냉동실로 직행~!


올해는 고사리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봄철 한두 시간의 산행으로 얻은 고사리에 아주 만족했던 하루였습니다. 


남편은 자꾸 옆에서 고사리 따러 또 가자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 먹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왜 그래? 고사리 병에 걸렸구나.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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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미나 2016.05.07 00:33 신고 URL EDIT REPLY
늘 생생한 그곳 삶을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감사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5.07 15:13 신고 URL EDIT
마나님, 고맙습니다.
이 이야기 조금 미뤄진 것 지금 쓰네요. 살아있는 이곳 이야기 되도록 노력할게요
2016.05.07 03:50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5.07 15:15 신고 URL EDIT
저도 고사리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지는 나이 들고 입니다.
남편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아직도 그냥 그러려니 했을 것 같아요.
이것도 현지인 친구들도 참좋아하더라고요. 신기한 맛에 신기한 질감....... ^^
BlogIcon 에이티포 2016.05.07 04:27 신고 URL EDIT REPLY
고사리 마니캐셨네요ㅋ잘 읽고갑니닷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5.07 15:16 신고 URL EDIT
고맙습니다.
2016.05.07 04:34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5.07 15:11 신고 URL EDIT
맞아요 맞아요.
근데 직접 보면 야구 글로브 같기도 해요 ^^*
BlogIcon 힐데s 2016.05.07 05:50 신고 URL EDIT REPLY
고사리 같은 손이 많은 고사리를 캤네요 ㅎㅎ
독일도 지천에 널렸다는데 아직 보질 못했네요.
내일은 뒷산에 한번 다녀와야겠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5.07 15:09 신고 URL EDIT
아이들은 구경하고 여기 저기 있다고만 알려줬고요, 캐는 건 어른 몫 ^^*
jerom 2016.05.07 10:04 신고 URL EDIT REPLY
30년된 탱크 커흑 ㅠㅜ....

환경을 생각하시어 새차 뽑아주세요...

아끼는 것도 좋치만 오염물 배출이 많은 구형 자동차를 이제 고이 하늘나라로 주소이전시켜주세요.
아님 엔진만 새걸루 갈아주시던가...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5.07 15:26 신고 URL EDIT
이 차 꽤 유용합니다. 매년 정비소 가는데 통과될 정도로 그 당시는 혁신의 차. 스페인 가스 배출 점검 꽤 까다롭게 해요. 우리가 환경을 생각 안하고 이 차를 계속 탈 것 같습니까? 저를 몰라도 너무 모르시네요. 그리고 포장 도로 없는 이곳 몇몇 길에서는 사륜구동 없으면 안 됩니다. 이 차는 매일 쓰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요. 험한 곳 갈 때만 사용합니다.

30년 된 차로 과장했는 것이 오해를 가져왔군요. 아무튼 다시 첨부하여 포스팅에 적어넣었습니다.
BlogIcon sponch 2016.05.07 19:09 신고 URL EDIT REPLY
오! 고사리를 영 먹으면 안되는 게 아니군요! 고사리 나물 좋아하는 저에게 정말 희소식입니다. 뭐 어차피 못먹는 거 마찬가지지만 말예요. ㅎㅎ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5.08 01:28 신고 URL EDIT
고사리는 생으로 먹을 때 나쁘다고 합니다.
삶아서 그냥 먹는 것도 좋지 않고요.
삶아서 말려 먹어야 한답니다. 말릴 때 물에 장시간 담가 여러 번 물을 갈아주면서 나쁜 독성을 제거한답니다. 그 독성은 물에 잘 녹아 그렇게 하여 빠진다고 합니다. ^^*
BlogIcon 마담 w 2016.05.07 22:37 신고 URL EDIT REPLY
ㅋㅋ
남편분이 무서운 불치병에 걸리셨네요!
저도 작년부터 고사리병에 걸려 잠자리에 누웠어도 천장에서 고사리가 자라나는 환영을 본답니다 ㅎㅎㅎ
여긴 제주도라 지금이 고사리철이거든요
근데 스페인 고사리는 여기꺼처럼 까맣지는 않네요
그래도 맛은 궁금하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5.08 01:30 신고 URL EDIT
아~! 그런 경험이 있으셨군요. ^^* 재미있네요.
한 번 그런 활동에 집중하다 보면 천장에 보이는 건 놀라울 것도 아니라고 보네요.
저는 버섯을 좋아해서 가을 날 버섯 산행하고 돌아오면 온통 버섯 밖에 보이질 않는답니다. ㅡ.ㅡ;
BlogIcon 복돼지 2016.05.07 23:12 신고 URL EDIT REPLY
하늘이 정말 파랗네요. 한국은 이제 새파란 하늘이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고사리는 암을 발생시키고 독성이 강하기로 유명하니 드시지 않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05.08 01:33 신고 URL EDIT
저도 그런 연구자료를 봤습니다. ^^*
그런데 일 년에 먹어봤자 한두 번인데...... 시중에 판매하는 암유발 제품 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햄, 소시지, 보존료, 연어 인공색소로 물 먹인 연어, 참치캔에서 나오는 중금속, 팜유로 만든 과자 및 음식 등등...... 일상에서 노출된 암유발 물질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걱정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BlogIcon 즐거운 검소씨 2016.05.10 06:18 신고 URL EDIT REPLY
저 맛난 고사리로 육개장 끓이면 정말 맛있겠어요.
캐나다로 이사오고 나서 여기 한국분들이 고사리 뜯으러 간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그게 또 불법이라는 소리도 들었어요.
그러넫, 여기오니 고사리와 아주 흡사한 피들헤드가 있던데, 그건 그 머리부분만 똑똑따서 먹더라구요.
혹시나 그 피들헤드가 한국의 고사리랑 같은건지 정말 궁금한데, 물어볼 사람이 없네요.ㅠ
그게 맞다면 저희집 마당에도 봄이 되면 좀 보이기 때문에 한 번 수확해 보고 싶거든요.^^
연샤미 2016.06.08 11:22 신고 URL EDIT REPLY
저희 남편도 고사리 먹는거에 많이 놀랬다고 하던데~ㅋㅋ 지금은 너무 좋아해요!
저도 이런 산골에서 고사리 산나물 뜯으며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 부러버용 ^^
김은희 2016.06.11 08:02 신고 URL EDIT REPLY
시골에서 2년6개월정도를 살아본 적이 있는데 주변이 온통 고사리밭이었어요.
전부 주변 사람들이 밭을 갈아 만든 고사리 밭이라 주인이 있어 꺽으면 안되는 곳이었지요.
그런데 한군데는아무의 밭도 아니라 이른새벽 풀에 붙은 이슬이 마른기도 전에 개 두마리랑 올라 갑니다.
30여분 정도를 풀숲을 헤치고 다니면 한번 정도 해먹을수 있는 양을 꺽을수 있어요.
구황작물이라고 내가 꺽어도 9번은 올라 온다고 해서인지 매일 가도 꼭 비슷한 양을 꺽어 오게되요.
역시 끓는 물에 데쳐서 말려두지요. 친구들이 놀러오면 줍니다. 좋아하더라고요.
그래도 초봄에 꺽어 말리는게 제일 오동통하고 맛이 좋아요. 여름에도 고사리는 올라오는데 풀이 점점 많아져서 찾기도 힘들고 고사리도 가늘고 질겨져서 맛이 덜합니다.
정말 고사리는 육개장 끓이거나 비빔밥 할 때 외에는 많이 안먹게됩니다.
고비는 고사리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손같은 모양이 없어요. 이건 소고기 하고도 안바꿔 먹을 정도로 식감도 좋고 맛있어요.
그런데 찾을수가 없네요. ㅎㅎㅎㅎ
2016.06.11 08:05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16.06.11 08:06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amicia 2016.07.20 06:13 신고 URL EDIT REPLY
어렸을 적엔 고사리 삶는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 고사리 따고 오는 날엔 친구집으로 도망갔었는데 나이 들어가니 이런나물들이 너무 그립네요 ^^
lamere 2017.01.29 15:52 신고 URL EDIT REPLY
고사리는 봄에 따서 삶아서 말려서 보관합니다.
보통 초파일까지 따는데 그 이후는 억세져서 먹기가 힘들거든요


바싹 말려서 1년동안 먹는데 그때마다 삶아서 물에 불렸다 먹어요
바싹 마른 고사리는 상온에 보관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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