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무척이나 부러운 스페인 사람들의 친화력

산들무지개 2016. 12. 14.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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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 스페인 페냐골로사(Penyagolosa) 자연공원에서 근무하던 남편이 좋은 소식을 전해옵니다. 


"오늘 회사에서 다니 미켈을 만났어!"


다니 미켈(Dani Miquel)은 발렌시아 포크송 자작곡 가수랄까요? 옛이야기를 재구성하거나 동화, 전설 등을 노래로 표현하는 가수랍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단연 인기! 마치 뽀로로 대통령처럼 어린이 세계에서는 노래 대통령으로 통하는 가수입니다. 물론 발렌시아, 까딸루냐에서 말이지요. 발렌시아어로 노래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 사람들은 잘 모른답니다. 저도 상당히 그 가수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아무튼, 휴가 중이던 가수는 작은 비스타베야 마을의 어린이들을 위해 깜짝 콘서트를 하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그날 연주가 진행되기로 한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그곳에서는 마을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다니 미켈을 위한 전통 연주를 보여드리겠다고 연습을 하고 계셨습니다. 물론, 매주 연습을 하므로 일부러 나오신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어르신 중 한 분이 제게 무척이나 다정하게 자신의 어릴 때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나는 페냐골로사 산기슭에서 태어났는데, 거기엔 끊이질 않는 샘이 하나 있어. 그 샘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난 할 일 없는 사람이라 언제든 원하면 같이 가서 보여줄게."

 

"그곳에는 교차로에 십자 기둥이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평소에도 마을에서 인사를 자주 해온 터라 아무 거부감 없이 어르신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무척이나 친화력이 좋으셔서 마치 제가 외국인이 아닌, 현지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다니 미켈 가수분이 오셨습니다. 아이들은 누군지 모릅니다. 항상 음악으로만 들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얼굴을 본 적이 없지요. 그리고, 노래가 진행되는데....... 아이들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저 아저씨가 다니 미켈이야~!"



사라는 항상 자신이 생쥐 공주님(La princesa Ratolina)이라고 평소에 자랑을 해왔습니다. 
다니 미켈 씨는 남편과 대화를 하다 사라의 생쥐 공주님 사랑에 나오라고 하여 같이 합창을 했습니다. 
물론 아이는 믿을 수 없어서 언 표정으로 비디오에서 나오지만 말입니다. ^^

노래 내용은 발렌시아 옛이야기라고 하네요. 
생쥐 공주님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 방황하는 이야기입니다. 
결과는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람은 생쥐였다는 것.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랍니다.  


그렇게 즐거워 놀라는 표정은 처음 보는 듯합니다. CD로만 듣던 목소리가 직접 앞에서 노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도 참 놀랐습니다. 다니 미켈은 꽤 유명한 사람이지만 무척이나 평범하고, 우리와 같은 웃음과 노래를 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게다가 이 작은 마을의 어린이들까지 생각하여 즉흥 무료 콘서트까지 하실 정도면 얼마나 마음 씀씀이가 좋을까 생각했지요. 


노래가 끝나고 이제 마을 어르신들이 연주할 차례였습니다. 그런데 아니, 중학교에 들어간 아이에서부터 동네 아이들까지 이 음악회에 마치 소속이라도 된 듯 즐겁게 춤추며 노래하며 즐거워합니다. 세대를 초월한 이런 풍경이 저에게는 얼마나 부럽던지요!



누구나 즐겁게 참여하는 마당~!!!



제가 제일 부러워하는 풍경 중 하나랍니다. 스페인 사람들의 세대, 남녀노소, 내외국인 상관없이 행하는 친화력 말입니다. 외국인인 저를 이방인이 아닌 듯 대해 주고, 남녀노소 세대를 초월하여 하나 되는 풍경을 자주 보여줬기 때문이랍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중, 고등학교 아이들도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곡을 연주하거나, 요가를 같이 하거나, 축제나 행사에 참여하는 일들이 무척 생소하면서도 당연하게 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아직도 전통과 공동체에 속해 있고, 공부를 핑계로 어른과 거리를 두지 않는 모습이 참 신기하게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들에게는 이게 지극히 당연한 모습일 겁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진정 사람 사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답니다. 


어른들은 권위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고, (외국인들도 권위로 대하지 않고) 그들이 있는 자리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기꺼이 참여토록 존중해 주는 모습 말입니다. 제가 제일 부러워하는 이들의 친화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렇게 청소년기를 보내지 못해 더 부럽기도 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일부러 어른들 눈을 피하지 않는 아이들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작은 마을이라서 더 그렇기도 하겠지요? ^^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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