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스페인 부모가 아이들에게 단호하게 가르치는 것들

산들무지개 2016. 11. 8.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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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핀란드 교육 방식이며 독일 교육 방식에 대단히 환호합니다. 어쩐지 선진국의 교육 방식이 우리가 따라야 할 그런 방침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저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전혀 이런 교육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답니다. 그러다 아이를 낳고 어떻게 해야 인성 바르게 잘 키울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유심히 다른 나라의 교육 제도에도 큰 관심이 갔답니다. 


스페인이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훌륭한 교육 체계를 갖추었는지 저는 잘 모른답니다. 학교 교육 과정도 그렇게 경쟁적이지 않고, 교육 체계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거든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 대부분 체계는 비교 분석하기에 이른 것 같아 감히 교육에 대한 글은 쓰지 못합니다. 교육도 상대적이라 절대적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인성교육이나 예절교육에 대한 면은 좀 글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교육들은 어릴 때부터 습관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스페인 사람들은 참 개방적이고 말도 좀 많이 해서 규율이 없을 것 같은 선입견도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곳에 15년 정도 살다 보니, 그래도 일정한 삶의 규칙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세상 어느 나라 사람이나 다 이런 교육을 한다고 하실 분들이 있는데, 요즘 우리 한국 사회는 너무나 복잡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시스템 속에서 제대로 내 모습을, 내 아이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가 사회 초년생이 되어 (사회에 나가서)도 어릴 때 배우지 못한 소소한 것들을 모르는 경우도 흔하지요. 요즘 대도시 아이들의 전반적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말이 좀 많아졌네요. 그럼 이제 스페인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일들 몇 가지 여기서 나열해보겠습니다. 



1. 식탁에서 배우는 공동체 의식


음식을 차리고 식탁을 준비할 때는 아이들도 참여합니다. 숟가락, 포크, 나이프, 냅킨 등을 준비하고요. 음식이 접시에 담아지면 같이 식탁에 날라주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음식이 식탁에 올려져도 아이들은 바로 먹는 것이 아니라, 식구가 자리에 다 앉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인내심이 없는 아이들이 식탁을 꾸준히 지키는 반복 예절 교육을 받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내 음식을 다른 사람보다 더 일찍 끝마쳐도 자리를 그냥 뜰 수 없습니다. 다른 이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그러니 평소 식탁에 앉은 인원들과 느긋하게 대화를 하며 식사하는 여유를 배웁니다. 



달리, 포크와 나이프 쓰는 기술적 예절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점차 크면서도 배울 수 있는 상식에 대한 예절이니 말입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타인에 대한 생각과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을 스페인 아이들은 식사하면서 배우는 것이랍니다. 식탁에서 빈 그릇을 치울 때도 다 함께 치웁니다. 


어느 날이었던가요? 이웃집 아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그 당시 그 아이는 (만) 네 살이었는 데에도 자기가 먹은 그릇과 포크 등을 잘 담아 부엌에 나르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니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인생의 교육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속에 가족의 대화와 사랑이 묻어나니 말입니다. 



2. 독립적 존재, '혼자하라'고 가르치는 부모들


식사와 관련된 또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스페인 아이들은 아침을 알아서들 먹습니다. 물론 한식이 아닌 간단한 서양식 아침 식사이지만 말입니다. 또한, 부모가 준비한 식사를 올려놓으면 자신이 먹을 만큼 덜어다 먹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지요, 간단한 식사 준비는 아이들이 알아서들 하더군요.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부모가 일일이 준비하는 게 아니라 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 온 한국 친구가 부엌에 딸린 다락방에서 아이들이 아침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네요. 

네 살인 쌍둥이 아이들이 아침을 먹으러 온 것입니다. 그당시 저는 큰 아이 뒷바라지를 하고 있었죠. 두 쌍둥이 아이들은 내려오자마자 수납함을 열고 그릇을 꺼내고 숟가락을 꺼내고, 집에 있던 시리얼과 빵 등을 꺼내어 준비하더라는 겁니다. 아주 심각하게 말이지요. 


"누리아~ 이모 배고파. 이모 것도 하나 준비해줄래?"


누리는 이모 얼굴을 한번 쓱 보고는 또 심각하게 그릇 하나를 꺼내어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더라는 겁니다. 친구가 이 말을 하기 전에는 저는 이게 대단한 일인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네 살 아이가 아침을 준비하는 게 참 놀랐나 봅니다. 

이렇듯 스페인 부모는 위태로운 것 같은 일도 아이들에게 혼자 하라고 시킵니다. 

다섯 살, 여섯 살 아이들이 혼자 샤워하기도 하지만, 부모들은 일단은 하는 버릇을 들이게 하더군요. 



3. 놀이터에서 배우는 타인에 대한 배려


놀이터에서 뭘 배울 수 있다고요? 

제가 유심히 살펴보니 스페인 어린이 놀이터에서는 부모가 함께 동행합니다. 다 큰 아이도 부모가 꼭 함께 갑니다. 부모가 가서 뭘하지? 아이들이 노는 공간인데?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사회의 작은 축소판, 놀이터에서 올바른 시민 정신을 배웁니다. 가령, 미끄럼틀에서는 순서대로 올라가 순서대로 타고 내려옵니다. 혹시 다른 어린이가 미끄럼틀을 타고 올라가 다른 아이가 내려오는 걸 막고 점유한다면 부모가 다가와 순서를 지키라고 가르칩니다. 다른 사람들이 탈 수 있도록 올바르게 미끄럼틀을 타라고 혼나기 일쑤입니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사회 생활을 하기에 참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네를 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빈 그네가 있으면 자신이 차지하려고 막 달려가 점유를 해도 부모는 다음 아이가 기다린다고 적당하게 태웁니다. 아이들은 그네에서도 순서를 지키면서 그네를 탑니다. 제가 어릴 때에는 한 아이가 그네 점유하고 내리지 않으면 탈 기회가 없었는데, 스페인 아이들은 적당히 양보하는 자세까지 놀이터에서 배웁니다. 결국 이 세상은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놀이터에서 하는 부모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어린아이들이 고집부리면서 행패를 부리고, 독재하는 일을 막기 때문이지요. 



4. 음식 욕심보다는 나누는 마음 배우는 아이들


한국 조카가 그럽니다. 


"우리 반 아이들하고 같이 뭘 먹을 때는 빨리 먹지 않으면 맛있는 거 못 먹어요!"


물론, 스페인 아이들도 게걸스럽게 친구 사이에서는 자기가 더 맛있는 것 많이 먹으려고 하겠지요? 그런데 부모들하고 같이 식사를 할 때는 자기에게 주어진 양에 대해 만족하라고 가르칩니다. 옆 아이하고 비교하여 '쟤는 많고 나는 적어' 불만이라도 생긴다면, 그릇에 수북이 음식을 올려주는 게 아니라, '일단 먹고 나서 또 먹고 싶으면 일정량 덜어서 먹으라고' 가르칩니다. 조바심 이는 것보다 다른 이들도 먹을 수 있게 기회를 주라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여유를 가지며 음식을 먹는 그 과정을 즐기도록 가르칩니다. 



또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해물 파에야의 새우가 아주 먹음직스럽지만, 한두 개 정도만 먹는다는 겁니다. 아무리 새우가 좋아도 '새우 많이 얹어' 주지 않는 스페인 부모들입니다. 우리 아이가 소시지를 아주 좋아해서 소시지 한 봉지 다 먹였어~ 라는 일이 없습니다. 스페인 부모는 음식을 먹는 포만감보다는 자기에게 정해진 양에 만족하는 법과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가르칩니다. 



5.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에서 배우는 소통


아이들이 아직 어려 전반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보통 일상사에서 봐온 소소한 것 하나하나가 아이들 인성 교육이었습니다. 가령 다른 집에 놀러 갔을 때, 아이들이 이 방, 저 방 옮겨 다니면서 놀 수 없다는 겁니다. 특히 침실은 금지랍니다. 침실이라는 의미는 오직 잠을 자는 방이란 의미이지요. 아이들이 침대에서 들어가 노는 일이 없답니다. 잠옷 파티인 경우와 부모가 허락한 경우는 빼고 말입니다. 


그래서 어디에서 노는가? 공적인 공간이랍니다. 거실에서 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노는 것이지요. 어릴 때부터 이런 습관이 들어 자라서 어른이 되어 다른 이들과 플랫 공유라도 하는 경우에는 이런 룰이 잘 지켜져 공간 사용 능력이 뛰어나답니다. 공적인 공간에서는 같이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랍니다. 어쩌면 그래서 한국 유학생이 이곳 생활에 적응 못 하는 경우도 있지요. 한국 학생들은 자기 방에만 박혀(?) 있어 소통이 부족하다는 현지인의 불만을 들었던 경우가 있습니다. 뭐 이게 교육적으로 나쁘다는 소리는 절대로 아니지만, 공간에 대한 각각의 기능을 잘 활용한다면 훨씬 더 소통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통이라는 의미는 공적인 공간에서의 활동을 의미하니 말입니다. 


위의 다섯 가지 이야기가 제가 요즘 곰곰이 생각한 스페인 부모가 아이들에게 단호히 가르치는 소소한 것들이랍니다. 그 밖에도 많은 현실적인 이야기도 있겠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로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다음에 더한 이야기를 추가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루한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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