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이웃

스페인 친구가 김치를 담그는 이유

산들무지개 2017. 3. 20.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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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정말 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며칠은 인터넷 불통으로, 또 며칠은 원고 마감으로 일이 있어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절 잊으신 건 아니시죠? 


요즘은 다들 어디 봄바람 맞아 놀러 가시는지 절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약간 줄어든 느낌도 있답니다. 좋은 현상입니다. 봄바람 맞으며 계절의 향기에 취해보는 일은 참 좋은 일이지요. 오프라인을 즐기는 삶이 진정 즐거운 삶이니 말입니다. 


오늘 저도 도시에서 온 스페인 현지인 친구들 덕분에 아주 즐거웠답니다. 물론, 지금 암 투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친구 때문에 마음이 좀 아프기도 하지만 말이에요. 



이번에 방문한 스페인 친구들과 점심 바베큐를 해 먹었습니다. 



암으로 투병 중인 친구의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와 반가웠지요. 

한국식으로 쌈장과 쌈으로 고기를 싸 먹었답니다. 



모두들 맛있다고 난리 난 쌈장. 




오늘 김치 이야기와 암 투병 생활이 어찌 이어지는 것이 좀 심상치 않죠? 



일 년 전부터 암 때문에 화학치료를 받던 친구 이야기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실 우리 동네 친구랍니다. ^^;

중년이 되니 아주 튼튼하다고 생각한 몸도 예고 없이 병을 달고 오나 보네요. 이곳에 살던 한 친구가 암 투병으로 발렌시아에 가게 되었답니다. 그곳에서 병원을 오가며 화학치료를 하고 있는데 천만다행으로 요즘 무척 나아졌다고 합니다. 

친구와는 계속 연락하면서 상황을 이야기하고 찾아가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그 친구가 오늘 이곳에 오는 친구 편으로 아이들 선물까지 보내왔습니다. 아무튼, 제 친구가 요즘 하는 일은 김치를 담그는 일이랍니다. 



어? 왜 김치를? 




원래도 제 김치를 좋아하는 친구데, 발렌시아 도시에 있으면서 최근에는 주변 친구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게 되었다고 하네요. 아니, 중년 나이의 스페인 친구들은 왜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을까요? 뜬금없이 김치 만드는 법을 복습한다고 다시 알려달라는 친구. 그것도 스페인의 독신 남자들이 말입니다. 


통화하니 요즘 그 친구들 사이에 김치 담그는 일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되니 소화도 잘 안 되고, 유산균도 사라지고, 활력이 돋질 않아. 그래서 김치를 담그게 됐어. 또 김치가 항암효과에 좋다고들 하네~"


물론, 스페인 스타일로 별로 맵지 않은 김치를 담그는데요, 암투병하지 않는 보통 친구들도 요즘 이 김치 담그기에 열을 올린다고 합니다. 


"김치를 먹고 나니, 활력이 돋고 좀 나아진 것 같아. 그래서 요즘은 다양한 김치를 담그고 있어. 무 김치, 비트 김치, 양배추 절임 김치, 오이 절임 등. 장이 튼튼해져야 뭘 먹어도 괜찮을 것 아니야? 요거트는 내 식성에 맞질 않아서, 오히려 김치를 만들어 먹고 있어."


친구가 암으로 고생하며 몸을 일으키는 일이 참 어려웠는데요, 요즈음은 김치까지 담글 생각을 하니 정말 많이 좋아지긴 좋아졌나 봅니다. 김치를 핑계 삼아 이렇게 삶의 활력도 얻는다니...... 제가 참 기뻤습니다. 


"페페, 너무 맵지 않게 하고, 배추는 소금에 절이고 양념은 설탕 + 마늘 + 생강 + 양파 등으로 하고~ 무를 썰어 넣어주면 아주 시원해서 좋을 거예요. 며칠 발효 후 드시면 좋아요~"

하고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법을 친구에게 일러주었는데, 오늘 이곳에 온 친구편 소식을 들으니 제 덕분에 아주 기뻐한다고 하네요. 물론 고춧가루를 넣어 김치를 담갔다고 하네요. 



"나는 한국 친구가 있어서 이렇게 좋은 김치 담그기에 성공할 수 있었네. 내 주위 친구들이 날 아주 부러워해."라면서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얼마나 짠~ 하게 느껴지던지...... 아직 화학치료가 몇 번 더 남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요, 그래도 이 김치 담그기로 활력을 조금씩 되찾아간다니 정말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친구를 위해 김치와 달짝한 동치미를 만들었는데 좋아할지 모르겠어요. 아무쪼록 어서 암 투병에서 해방될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스페인 사람들은 참 공감 능력이 뛰어납니다. 

역지사지가 되어 다른 이가 처한 환경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서로 위로하고 위로를 많이들 받습니다. 

이번에 온 친구들도 걱정스러운 소식을 전했지만, 

한편으로는 좋아진다는 소식으로 희망도 주었네요. 

마지막엔 저렇게 설거지까지 도맡아 해주었다는 사실. 

중년의 두 남자가 저렇게 맞대고 설거지하는 모습에 이게 스페인이구나 싶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고요, 

한국의 아름다운 봄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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