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 가족의 여행기/2017년 봄, 짧은 한국 방문기

남편이 한국에서 식당 아주머니와 실랑이(?) 벌인 사연

산들무지개 2017. 9. 18.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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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식탁 문화는 또 서양과는 다르지요? 

서양에서는 식탁의 완성이 세팅이라고들 하는데 한국에서는 다르게 식탁이 차려지지요. 보통 서양에서는 식탁 테이블보와 포크 나이프 수저를 놓으면서 와인잔, 물잔 등등을 올려놓은 다음 세팅을 해야 비로소 식탁이 완성된다고 합니다. 음식이 가장 나중에 나오잖아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수저가 가장 늦게 놓입니다. 한국에서는 밥(왼쪽), 국(오른쪽) 그리고 그에 걸맞은 반찬과 장을 위치에 맞게 식탁에 올린 후에 수저가 옆에 가지런히 놓이잖아요? 이게 다 문화의 차이인 것이지요. 

오늘은 지난번 한국에 방문했을 때 남편이 살짝 식당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일 뻔한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이것도 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소소한 것이었는데요, 저는 재미있게 느껴서 여러분과 이 사연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다름 아니라 우리 다섯 식구는 오랜만에 한국에 와 한국 식당에 들러 음식을 주문하게 되었습니다. 하도 오랜만이라 어떤 음식을 시켜야 할지 진짜 어리바리했습니다. 그냥 사람 수 대로 그렇게 음식을 주문했는데요, 나온 음식이 우리 두 부부가 먹고도 남을 음식이었습니다. 

튀긴 닭 + 해물 칼국수 + 된장국 백반 + 김치찌개 백반 

이런 식이었지요. 아이들 셋에 어른 둘이 충분히 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이 음식들은 백반만 먹어도 충분하여 결국 닭이나 칼국수는 맛만 볼 수 있었답니다. 제가 칼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먹질 않았는데요, 남편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칼국수 때문에 아주 고생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다 먹지 못해 식당 아주머니께 싸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튀긴 닭은 아이들이 좋아하니 남기기에 너무 아까웠습니다. 

식당 아주머니께서는 흔쾌히 닭을 싸주셨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머뭇거리면서 해물 칼국수도 싸달라고 난리입니다. 

'푸흡~! 남편 왜 그래?'

제가 좀 난처했습니다. 

"아니, 먹다 남은 칼국수 싸달라는 사람이 어딨어? 불어서 맛이 없어. 칼국수는 바로 먹는 거야."

이 소리를 남편에게 막 하는 동시에 식당 아주머니께서도 그러십니다. 

"칼국수 식으면 맛없어. 칼국수 벌써 불었는데, 이 분 칼국수 싸달라는 거예요?" 

아니, 아주머니께서도 난처한 얼굴로 저를 보십니다. 그런데 남편은 순진 난만한 밝은 얼굴로 손짓 발짓 다해가면서 아주머니께 부탁합니다. 

"(어눌한 한국말로) 네~ 네~ (손으로 칼국수를 가리키면서) 팩킹~ 팩킹~ 플리즈!" 

'푸흡!' 

아니, 저렇게 순진하게 불어터진 칼국수 싸달라는 남편 좀 봐, 정말 한국 문화 모르는구나! 싶었습니다. 

스페인 사람인 산똘님과 살면서 제가 누누이 얘기를 했지요. 라면 먹을 때도 불지 말라고 약간 덜 익혀 식탁에 놓거든요. 이 사람들은 불어터진 라면 맛이 어떤 것인지 모르니...... ㅜ,ㅜ 저는 라면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불어터진 라면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누누이 라면하게 되는 날이면 "빨랑 와서 먹어~!" 소리가 고함으로 절로 변한답니다. 

스페인에서도 소면 비슷한 국물 요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불어도 수프로 먹기 때문에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잖아요? 

▲ 스페인식 국수(?), 피데오스(sopa de fideos) 스프

결국,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칼국수 대비 포장 용기가 없다고 말씀하셨고, 남편은 칼국수 꼭 싸가야겠다고 난리를~ ㅜ,ㅜ 사실, 해물 칼국수라 정말 국물이 끝내주게 맛있었거든요. 그런데 결국 식당 아주머니께서는 음식용 비닐팩에 국물까지 싹 넣어 싸주셨습니다. 

남편은 좋다고 남은 칼국수를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와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그다음 날 아침 식사로 그 칼국수를 먹었다는 비화가 전해져 내려온답니다. 

이번에 식구들 다 모였을 때도 그랬습니다. 제가 한턱 쏜다고 우리 친정집 식구들 분식 배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돈가스에서 비빔밥, 쫄면, 떡볶이, 김밥까지 아주 다양하게......! 그런데 남동생이 라면을 시키는 겁니다. 라면은 집에서 해 먹지~ 란 구박을 누나들한테 받으면서까지 주문을 했는데요, 사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분식집 라면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거든요. 내가 하는 라면은 너무 맛없고 남이 하는 라면이 세상어느 것보다도 더 맛있다는 사실, 그 라면을 분식집 요리사가 하면 더 맛있고...... 

▲ 정말 그리운 한국 분식이여~!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들입니다.

그래서 배달된 음식을 식탁에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누나들이 하나같이 그럽니다. 

"남동생아~! 라면 불기 전에 얼렁 먹어라!" 

하하하! 이 느낌은 한국인만 알까요? 식탁이 차려지기를 기다리다간 라면이 불어 맛이 없으니까요! 

그제야 스페인 남편은 이 모습을 보고 그럽니다. 

"아하! 이게 면이 불면, 맛이 없다는 소리인 거지?" 하고요. 


여러분, 이 일화 재미있었나요? 

소소한 문화적 차이이지만 저는 아주 재미있게 느꼈던 칼국수 포장 요구하던 남편의 모습이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하루하루 행복 가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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