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일 년에 딱 한 번만 먹는 스페인의 특별한 빵

산들무지개 2018. 1.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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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딱 한 번만 먹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요? 동짓날의 팥죽?! 복날의 삼계탕?! 음..... 명절의 송편?! 떡국? 

물론 언제든 원하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지요. 단지, 명절이나 특별한 의미가 붙은 날에 먹는 음식은 단 하나의 의미와 맛을 가지기에 많은 이들이 특별히 생각하는 음식입니다. 

스페인에서도 그런 음식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특별한 빵은 오직 이날에만 접할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빵이랍니다. 바로 로스콘 데 레예스~! 물론 지역마다 특별한 날이 정해져 다른 종류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발렌시아의 날에만 나오는 맛있는 마자판 과자도 그렇고요 

2016/10/05 - [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 보자기에 사랑을 싸서 전하는 발렌시아 연인의 날 

위의 글을 참고하시면 아주 예쁘고 특별한 과자를 구경할 수 있어요, 이 과자는 발렌시아에서 10월 9일에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과자이지요.)


그런데 오늘 소개할 빵은 스페인 전역에서 1월 6일 동방박사의 날 전후하여 먹는 빵입니다. 빵 이름답게 로스콘 데 레예스(Roscon de Reyes)는 동방박사 세 명인 왕(Reyes)의 롤빵이라는 뜻이랍니다. 


이 특별한 왕의 롤빵! 뭐가 특별할까요? 


스페인에서 1월 6일, 동방박사의 날은 성탄절보다 거대하게 치르고, 어린이를 위한 거리 행진 등을 하는 국경일입니다. 아기 예수를 보기 위해 찾아온 동방박사를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나타나는 동방박사들이지요. 산타할아버지와 경쟁이 난 스페인식 전통입니다.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를 끌고 온다면 동방박사들은 낙타를 끌고 오지요. ^^ 

이 그림, 많이 기억나죠? 어릴 때 성탄절만 되면 이런 카드를...... 스페인서는 1월 6일 동방박사의 날이 따로 있네요. ^^

아무튼, 이날을 전후하여 스페인 전역의 빵집이나 케이크 가게에서는 로스콘 데 레예스를 팔고 있습니다. 

로스콘 데 레예스는 과일 롤빵으로 설탕에 절인 과일 조각으로 장식한 롤빵 위에 장식하며, 

크림, 초콜릿 또는 스파게티 스쿼시 잼을 롤 사이에 채워 넣어 만든 빵입니다. 

사이에 두 가지 중요한 것을 넣어둔답니다. 

하나는 동방박사와도 같은 작은 형상, 다른 하나는 콩(haba)입니다. 

여러 명이 함께 먹으면서 잘라 먹는데요, 누가 콩에 걸리는지 재미로 먹기도 한답니다. 콩에 걸린 사람이 빵 쏘는 걸로 해~! 하면서...... 

우리도 동네 빵집에서 로스콘 데 레예스를 샀습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땅집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빵이지요. 아이들이 제일 기뻐하는 빵 중의 하나랍니다. 산타할아버지와 동급인 동방박사의 형상이 이 빵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

이 빵은 간식이나 아침으로도 먹는데요, 우리는 후식으로 먹어봤습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빵~!!!

동네 빵집에서 샀기 때문에 빵집 아저씨가 아이들을 위해 쿠키를 잔뜩 넣어주셨습니다. 아흐! 인심 후하다...... 게다가 이 빵을 사면 꼭 (종이) 왕관 하나를 넣어주는데요, 우리 집은 아이가 셋이라고 왕관을 세 개씩이나 넣어주셨습니다. 

동방박사 형상이 걸린 사람이 왕관을 차지하거든요. ^^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그럴 필요 없이 세 명이 다 왕관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빵집 아저씨 최고~~~~!!!

쿠키를 없애고 빵을 자릅니다. ^^ 조각으로 잘 잘라서 각자의 접시에 놓고, 이제 먹을 준비를 합니다. 저 빵 속에 있는 콩과 형상은 누구의 차지가 될 것인가...... 두두두두두~!

아빠의 손이 떨립니다. ^^; 이 빵 위에 장식된 것은 설탕으로 절인 각종 채소와 과일이랍니다. 파프리카가 장식하고 있어 아이들이 우웩~ 하지만, 먹고 나면 남는 게 설탕 맛이라 그래도 참아줄 만하지요. ^^

이 빵 안에 든 잼은 스파게티 스쿼시 잼인데요, 스파게티 호박으로 만든 잼이랍니다. 특징이 굵은 실 같은 호박을 설탕에 절여 만든 잼인데 스페인에서는 까베요 데 앙헬(Cabello de Angel)이라고 합니다. 뜻은 천사의 머리카락~! 오~ 천사의 머리카락처럼 부드럽고 달곰하다는 의미로 지어진 말이겠죠? 

그러자, 사라가 깜짝 놀랍니다. 

"헉?! 그럼 이 빵을 만들기 위해서 천사를 잡아야 해?" 

하하하! 순진하여라~ 그러자 누리가 그럽니다. 

"사라, 천사를 잡지 않아도 돼. 그냥, 천사 머리카락만 자르면 돼~!"  

하하하! 얼마나 웃긴지...... '얘들아~! 천사를 잡지 않아도 된단다. 이 재료는 호박이라는 거야~'하고 잘 설명해줬습니다. 

오~! 그런데 사라가 빵 안에서 무엇인가를 발견했습니다. 뭘까요? 두근두근 두둥둥~!

오~ 비닐에 싸인 작은 형상이네요! 보통 도자기로 만든 작은 형상이 들어가 있고요, 요즘은 세월이 바뀌어 각종 보석을 넣기도 하고, 다른 물건을 넣기도 한다네요. 작년에 먹은 로스콘에는 요상하게도 귀걸이가 들어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스페인에서도 전통을 현대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는 듯하네요. 젊은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이런 형상을 집어넣어 판매합니다.

사라가 열어본 형상은 다름 아니라, 동방 박사 세 명 중 흑인인 발타사르(Baltasar) 왕이 걸렸습니다. 스페인에서 제일 인기 있는 동방 박사랍니다. 동방 박사 행사 퍼레이드에서 아이들이 제일 많이 사진 찍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 왕이지요. ^^ 

짜잔~! 이번 해에는 사라가 왕을 차지했습니다. 

여러분, 재미있었나요? 오늘은 스페인 동방박사의 날이자 국경일인 1월 6일 전후하여 먹는 로스콘 데 레예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재미있는 전통이 쭉 이어지는 이곳에서 일일이 챙겨 먹는 빵의 역사가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소소한 일상을 더 재미있게 하는 듯합니다. ^^

일 년에 딱 한 번만 먹는 이 빵 덕에 빵집은 돈 벌고, 이 빵을 먹는 이들은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특별한 날이 되네요. 여러분도 1월 초 스페인에 여행할 계획이시라면 이 즐거운 로스콘 데 레예스 빵을 한번 사보시죠~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하실 거에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일 가득하시고요, 추운 겨울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화이팅!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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