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교실보다 텃밭이 더 큰 스페인 초등학교

산들무지개 2018. 3. 8.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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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스페인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던 이야기를 했었죠? 그곳은 스페인의 강원도라고 표현할 수 있는 테루엘(Teruel) 주였습니다. 스페인 내륙의 한 주로 인구 밀집도가 아주 적은 곳입니다. 

친구네가 사는 마을은 테루엘의 작은 시골 마을, 올바(OLBA)입니다. 역시나 여름에는 휴양 도시인 골짜기에 있는 작은 마을이죠. 그래서 여름 인구는 엄청나게 많지만, 일 년 내내 거주하는 주민은 200명도 채 되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16세기에는 그래도 인구가 꽤 많던 곳이었고요, 게다가 종이를 만드는 공장이 있을 정도로 흥했던 마을이었죠.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작은 내륙 마을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거주 인구가 확 줄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에 비교하면 이 마을에는 혁명이 일 정도로 아이들 인구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마을 학교의 아이가 4명에 불과했거든요, 10년 후인 2018년에는 글쎄, 아이들이 총 28명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시골 마을에서는 이례적인 증가죠. 

알고 보니, 마을을 살리고자 하는 젊은이와 학부모 등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바탕에는 학교 특유의 교육 환경이 크게 한몫했다고 합니다. 다름 아니라 이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이 친자연적이면서도 협력하는 분위기로, 도시에서도 찾아와 일부러 아이들을 입학시킬 정도라고 합니다. 대안학교 분위기가 나기도 하지만, 100% 공립학교이고요, 이 올바 초등학교는 프로젝트형 교육에 아이들이 주도하여 참여하는 교육 형태로 많은 이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간다고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요즘 스페인에서도 자연과 함께 교육 하고자 하는 부모들이 많이 느는 추세랍니다. 

우리가 평일에 잠깐 학교를 방문할 수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본 학교 분위기를 우리 한국의 독자님께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하바람브레(Javalambre CRA) 학교. 

농촌 지역의 학교를 모아 하나의 학교로 운영하는 시스템인 CRA입니다.  

요 건물이 학교라네요. 전형적인 학교 건물을 상상했다가 시골 마을의 흔한 집과도 같은 외향에 조금 놀랐습니다. 이 학교는 교실이 아래층에 하나, 위층에 두 반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두 교실밖에 없다고 하네요. 

우리가 방문한 시간대는 아이들이 노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 거리낌 없이 선생님들이 초대해주어 실내를 잘 살펴볼 수 있었네요.  

유아반입니다. 지금 아시아에 대한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고 하네요. 

선생님이 저를 보더니 나중에 한국을 소개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봅니다. 

당연히, 스페인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줘야죠~ 하며, 저도 흔쾌히 허락하며 기뻐했습니다. 

유아반 내부 풍경 

위의 교실은 초등반 내부 풍경입니다. 한 아이는 밖에 나가 놀지 않고 책상에 앉아 열심히 독서 삼매경에 빠져있었습니다. 아~~~! 어딜 가나 저런 아이는 꼭 한 명씩 있다니까! 아이가 참 기특하여 속으로 많이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우릴 초대한 곳이 아이들이 가꾸는 텃밭! 

세상에! 학교 외향과는 다르게 텃밭이 어찌나 큰지......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비스타베야 아이들도 텃밭을 가꾸지만 이렇게 크지는 않거든요. 이 아이들은 다양한 식물과 꽃을 가꾸고 있었는데 교육적으로도 참 큰 현장이었습니다. 

카렌듈라외 다양한 꽃도 재배하고......

마늘도 송송송 솟아나고 있고......

이 마을은 스페인 내륙의 고원 지대를 벗어난 골짜기에 있어서 날씨가 아주 따뜻하여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는 좋은 환경에 있습니다. 게다가 골짜기에는 항상 하천이 졸졸졸 흘러서 물을 대기도 아주 쉽고요. 마늘이 자라는 모습을 보니 많이 부러웠습니다. 

적상추도 자라기 시작하고...... 고사리손들이 텃밭의 풀이 자라지 않도록 밀짚을 덮어 햇빛을 차단했네요. 

물탱크와 물 호스, 연장 넣어두는 작은 창고 

완두콩 대도 저렇게 박아넣어서 덩굴이 잘 오르도록 마련해두었네요. 

시금치 앞에는 양파 씨를 뿌려놓았네요. 송송송 조금씩 자라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저 짚은 추위와 찬 이슬, 서리를 막기 위해 깔아놓았네요. 

저 멀리에서는 아이들이 장화를 신고 나와 열심히 밭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도 아이들이 관리한다고 하네요. 

우리 아이들이 유심히 살펴보는 저것은 무엇일까요? 

곤충들이 오가며 지낼 수 있는 집합소라고 하네요. 

아이들이 곤충 호텔이라고 적어놓았네요. 왜 저런 걸 만들어놨을까요? 

바로 텃밭에 꼭 필요한 벌, 나비, 무당벌레 등의 매개충이 자유롭게 오가며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수정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랍니다. 실제로 벌이 오가며 저 호텔에 드나드는 모습을 보니, 실제로 적용되는구나, 하면서 감탄했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장면이었거든요. 

아이들이 노는 공간 

처음에는 학교가 무지 작아서 왜 도시에서 이곳까지 와서 아이들을 입학시킬까 의문이 들었지만, 이 텃밭들을 보면서 조금씩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답니다. 문제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것. 

아이들이 이 텃밭에서 배우는 교육과 경험은 결코 헛된 게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어 우리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약속한 한국에 관해 이야기하는 수업이었거든요. 

즉흥적이었던 수업이라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줬지만, 아이들이 참 잘 따라와 줬네요. 

우리는 유아반에서 수업했고요, 초등반 아이들은 텃밭 수업으로 멀리 나가 있어 함께하지 못했답니다. 

이곳도 유아반 아이들이 네 명밖에 되지 않았네요. 하지만 공부를 조금 했는지, 아이들에게 한국에 관해 물으니 어느 정도 알더라고요. 

"한국이 어디에 있어요?"

"한국 국기는 어떻게 생겼게요?"

"한국의 마스코트는 무엇일까요?"

"한국은 추울까요? 따뜻할까요?" 

"한글은 어떤 모습일까요?" 

등등

실제로 요즘 한글 배우는 첫째가 아이들 이름을 다 한글로 써줬습니다. 

이렇게 작은 시골 마을에서도 세계를 꿈꾸며 수업하는 모습이 아~! 비현실이 아닌 현실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도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습니다.

학교인지 마을의 한 집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던 이 학교가 요즘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참 컸습니다. 빠른 정보화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학교이지만, 아직도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삶의 목적으로 아는 이들에게는 참 좋은 교육의 현장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함께 노동하면서 배우는 자연의 텃밭, 그곳에서 협력하고 책임감도 키우면서 사회의 좋은 구성원이 되는 인성 학습은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었음을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에서 소외-고립되지 않은 당당한 학교로 성장하는 모습도 큰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이 시골 마을에서 추구하는 아이들 교육이 결국은 도시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이게 하여 이제는 점점 귀농하는 사람들도 는다고 하네요. 미래의 학교로 성장할 수 있는 그 원동력이 자연이라는 게 참 기뻤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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