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여름 방학마다 집 떠나는 스페인 아이들 (feat.우리 아이들)

산들무지개 2018. 7. 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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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다르게 스페인 아이들의 여름 방학은 두 달 반 정도로 아주 깁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여름 방학 동안 스페인 부모들은 아이들이 최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계획을 짠답니다. 물론, 맞벌이 부부가 많은 현지에서도 방학이 길기 때문에 한 달 가족 휴가를 내도, 나머지 한 달은 아이들을 잘 보살펴주지 못할 경우가 참 많기도 하지요. 이런 때를 대비해, 스페인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보살피더라고요. 

가장 대중화되었고, 보편화한 아이들 방학 프로그램은 시나 공공 단체에서 운영하는 여름학교와 수영코스가 있고요, 나머지는 캠프입니다. 저는 미국 영화에서나 '아이들이 캠프 가는 장면'을 종종 봤는데요, 스페인에서도 여름 캠프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꽤 오래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스페인 사람인 남편도 자신이 만6세 때 처음으로 캠프에 갔다고 합니다. 

위의 글에서는 작년에 처음으로 아이를 캠프에 보낸 사연이 나옵니다. 

그런데 학부모가 되어 스페인 현지 부모들을 보니, 정말 아이들을 캠프에 보내는 사람이 참 많더라고요. 심지어 캠프도 아주 다양하여 골라서 가는 재미도 톡톡 있는 듯했습니다. 유기농 농장 캠프, 음악 악기 다루는 캠프, 모험을 위한 숲속 캠프 등. 

적게는 만5세부터 많게는 만17세까지......

6일에서부터 2주까지 다양한 기간을 정하여 여름에만 문을 여는 캠프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그러니 맞벌이 부모들은 캠프가 있어 참 다행이라고도 하더라고요. 

말 그대로 아이들은 집 떠나 캠프에서 먹고 자고 놀고 배우고 기거를 하다 돌아온답니다. 


올해 우리 집 아이들 세 명도 다 보냈답니다!!! 

 

만6세 쌍둥이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 머물 분량의 옷과 준비물을 챙기고 있습니다. 

너무 어려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남편은 자신도 여섯 살 때 캠프에 갔다고 회상하면서 안심하라며 아이들을 챙깁니다. 

하루에 한 번씩 갈아입을 옷 여섯 세트, 추울 때 입을 수 있는 긴 팔 티셔츠, 긴 바지, 점퍼, 수영복, 타올, 세안도구 등등. 모든 물건에는 이름을 적습니다. 

침낭 개어 넣는 법, 침방 펴는 법, 어디에 어떤 물건을 챙겨 넣었는지 같이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가르쳐줍니다. 아직 어리지만 어릴 때부터 하면 책임감이 많이 늘 것으로 압니다. 

작년에 다녀온 큰 아이는 올해 여유롭습니다. 

항상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다 쉬워지는 게 세상의 원리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년에 다녀온 경험으로 올해 세 아이가 다 함께 가니 울지는 않았습니다. 

집을 나서 가자! 올해는 우리 마을의 이웃 아이도 참가해, 아이들 넷이 함께 갑니다.

 

도착하니, 발렌시아 지역의 아이들이 아주 많이 모였더라고요. 먼저 참가자 전원의 건강 카드를 제출해야 했답니다. 사고 나거나 감기라도 앓게 되면, 바로~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고 의사에게 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살피는 캠프의 선생님(?)은 훈련관도 아닌, 아주 어린 20대 전후반의 청년들이 모니토르(monitor)로 보살펴줍니다. 대체로 한 조(8-12명)에 두세 명의 모니토르가 있습니다.  

발렌시아 지역 아이들을 태우고 갈 버스 네 대가 나타났습니다. 

 

이제 부모들과 헤어질 시간, 아이들은 명단에 이름을 대고, 버스에 오릅니다. 저 어린아이들이 한꺼번에 대이동 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캠프편은 만5세에서 만8세까지의 그룹이거든요. 

아직 어린 유치원, 저학년생 아이들이 다 함께 7일 동안 먹고 자고 노는 일이 제게는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 틈에 끼어 잘 해낼 수 있을까? 싶은 게 말이지요. 

옆에 있던 남편이 그럽니다. 

"괜찮아. 어릴 때부터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서 같이 협력하고 놀아야 앞으로 헤쳐나갈 일들이 더 수월해질 거야." 

스페인 사람들이 사회성 좋은 게 괜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뭐든 무리 속에서 하다 보면, 좋아지지 않겠어요?  


 

많은 부모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겠죠? 다들 어린 자녀를 떠나보내면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 반으로 손을 흔들더라고요. 처음 캠프에 보내는 부모는 많이 울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캠프로 아이들도 여름 방학이면 집 떠나는 즐거움을 알아간다는 사실을 부모들은 알고 있더라고요. 

어릴 때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이들도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모험도 하고, 자기 물건을 자기가 챙겨야 하는 독립심도 키울 것이고요, 혼자 할 수 있는 세상을 경험하고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저는 어제 아이들 보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정말 집이 텅텅 비었더라고요. 

이 기회를 이용해 집 페인트칠도 새로 하고, 대청소도 할 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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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고산의 전원생활을 다룬 일상 Vlog입니다. 아이들이 캠프 가기 전 체리 따러 갔다 왔어요. 야생 체리인데 시중에서 파는 것에 비하면 아주 작아요.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살아있는 고산입니다)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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