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편이 '세계 여성의 날'에 한 일
뜸한 일기/부부

며칠 전부터 남편이 고민합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인데, 그날 온종일 시위와 오전 2시간 시위가 있다고 하는데 하나를 선택할 수가 있다네." 

이게 무슨 고민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인 남편은 이날을 아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있잖아. 하루 종일 시위하고, 회사에 나가지 않으면 약 100유로(13만 원 정도) 정도가 월급에서 깎여. 그리고 두 시간 시위에 나가면 그만큼이 계산이 되어 깎이고......!" 

그냥 회사 나가지 않고 시위하면 되잖아? 싶기도 한데요, 여기는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이라 시위 나갈 장소도 없고, 나가더라도 알아주는 이도 없답니다. 단지, 회사에 연락해서 시위 참여했다고 연락하고 월급 깎이면 그만이랍니다. 

"아~~~! 남편, 그거 고민이구먼!" 

남편 입장에서는 참 큰 고민이죠. 회사에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깎이는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고, 마음 같아서는 '그냥 고산인데 회사 출근하시구려~ 알아주는 이도 없는데~'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날이며, 저도 여성인지라 이런 소리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여성의 존엄성과 생존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시골이나 도시나 다 함께 해야 하니 말입니다. 

스페인 전역에서는 이렇게 대대적인 시위와 참여 행사, 이벤트 등이 세계 여성의 날에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기 퇴근시위가 열렸다고 하는데요, 그것과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최소의 인력이 요구되는 회사에서는 이 행사에 참여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제가 요즘 새로 일하기 시작한 반나절 직장이 그 일에 해당되었지요. 

"남편, 나는 새로 일을 시작했고, 최소 인력밖에 없어서 시위에 참여할 수가 없다네. ㅜ,ㅜ" 

그렇게 얘기하고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바로 세계 여성의 날 당일이었습니다. 

▲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발렌시아 시내 한 골목에서 시위 중인 친구들 

(평화 시위인데 왜 경찰들이 이렇게 많을까요? ㅡ,ㅡ;)


남편은 안절부절못하며 회사에 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 이게 왜 고민일까? 싶기도 하지만요, 

일단 남편은 남성이며, 다른 남성 직장 동료들은 다 회사에 나가기로 한 것입니다. 

게다가 월급의 상당 부분이 깎이기 때문에 고민이 되기도 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날, 저는 반나절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이 떡~ 하니 있는 것입니다. 

▲ 결국, 회사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새장이나 만들고 있었는데......


"남편! 결국,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어?"

"응~!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데, 진짜 여성인 당신은 일하러 갔으니까, 내가 대신 시위에 참여했어. 게다가 여성들만 목소리를 높인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거든. 나 같은 남자도 여성을 지지하고 항상 응원한다는 것을, 불평등을 조장하는 집단이 알아 좋으면 해서......"

세상이 더 좋아지려면 개인 하나하나가 자기 뜻을 밝히고, 의견을 내며,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이게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과 남성, 이 사회의 모든 집단이 같이 고민해서 발전해가야 한다는 소리가 참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맞잖아? 흑인이 인권을 외쳤을 때, 과연 흑인만 외쳤을까? 백인도, 아시아인도, 남미인들도 같이 외쳤을 거야. 지금도 외치고 있고...... 이렇게 세상에 깨어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어디서나 같이 외치기 때문에 오늘날의 이런 시대가 온 거잖아? 그것처럼 여성 인권을 위한 일은 남자도 같이 외쳐줘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남편의 깊은 속마음을 보여주니, 아~ 그깟 월급이 뭐가 중요할까 싶었습니다. 여성의 날을 맞아 그래도 몸소 시위에 참여하고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진다면 이게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우리 세 딸을 위한 미래 투자 말입니다. ^^

요즘 한국에서 미투(Me too) 운동과 위드유(With you) 참여 행진은 멀리 사는 저에게 참 큰 전율과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여성이 이렇게 성장하고 있구나, 아직도 권력 때문에 억압된 많은 여성이 있지만, (실제로 저도 억압형 권력에 약한 존재이기도 하고요) 조금씩 나아진다는 희망이 생기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위드유를 외쳐주며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저도 행렬에 참여하며 힘을 실어주고 싶어졌습니다. 

남편 덕분에 여성의 날이 더욱 돋보인 하루였습니다. 결혼 15주년이 뜻깊게 다가온 날이기도 했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남자들이 이 세상에는 여기저기 보이지 않는 곳에 많으리라 확신하면서 희망이 보인 날이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화이팅!


♥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 ♥

  ☞ 스페인 고산평야의 무지개 삶, 카카오스토리 채널로 소식 받기


▲▲ 산들무지개의 유튜브 채널입니다. 구독하시면 바로 소식 받아보실 수 있어요. ^^*




* 저작권 방침 *

스페인 고산 생활의 일상과 스페인 이야기 등을 담은 이 블로그의 글과 사진은 글쓴이 산들무지개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글쓴이의 허락 없이 무단 도용하거나 불펌은 금물입니다. 정보 차원의 링크 공유는 가능하나, 본문의 전체 혹은, 부분을 허락 없이 개재하거나 동영상을 제작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사전에 글쓴이의 허락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Copyrightⓒ산들무지개 all rights reserved



윤스 2018.03.09 03:39 신고 URL EDIT REPLY
여성의 날 !!
듣기만 들었지 여성의 날이 3월 8일인지도 몰랐네요..
나 스스로 너무 무지했네요..!!

근데 산들님께서는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건가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양육, 글, 작가, 블로그 관리!! 많이 바쁘실텐데
정말 대단하세요 !!
언제나 응원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3.11 03:19 신고 URL EDIT
오~ 그러셨군요. 여기서는 많은 여자 직장인들이 이날을 꽤 크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나저나 친구일을 대신해주고 있답니다. 친구가 병가휴가를 내서 그 기간에만 일을 하기로 한 거에요. ^^;

윤스님,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 덕분에 하루하루 힘차게 보람지게 살아야겠다 생각되는 요즘입니다. 올해는 돈 좀 많이 벌어보자 생각 중입니다. 하하하! 항상 화이팅~!!!
jerom 2018.03.09 04:04 신고 URL EDIT REPLY
산똘형님 정말 멋지시네요.

아직까지는 한국에서의 여성운동은 완전체가 아닌거 같습니다.

산들누님이 계신 유럽의 경우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주장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권리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유럽의 여성계와 같은 액션(의무+권리)을 취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왕따 당하고 계십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출발선은 동등하게 주어지고,
차별이 없는 평가는 중요한 것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3.11 03:21 신고 URL EDIT
며칠 전, 우연히 한국에 사는 스페인 여자가 유튜브에 나왔는데 왜 한국 남자가 좋냐는 질문에...... "너무 로맨틱해서 그래요. 밥도 잘 사주고, 문도 잘 열어주고, 로맨틱해요~!" 많이 웃었습니다. 어쩌면 유럽 여자들은 그런 남자를 그리워하고 있지나 않나 싶고요. 하지만, 유럽에는 정말 다양한 여성상이 있어서 단정 짓기는 좀 그렇더라고요.
키드 2018.03.09 06:49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 참 반듯한 분인것 같아요.의식이 깨어있는~~부부가 15년이란 세월 살다보면 이런저런일에 무뎌지고 건조해지기 마련인데 저런 깊은 사고를 가지고 부인과 아이들을 대하는데 어찌 이뻐하지 않을수 있겠어요.그런마음 하나하나가 모여서 이 세계 곳곳의 사회가 돌아가나 봅니다.감동이예요~~~^^👍
오늘은 행복 안 외쳐도 벌써 행복이 꿈틀거립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3.11 03:24 신고 URL EDIT
그러게요. 그런 면으로는 저는 산똘님한테 진정한 여성상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여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이야기만 나오면 자기 일처럼 분노(?)하는 산똘님이 참 대단하다 생각됩니다. 보통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문제들인데, 자기 일이라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
키드님도 이런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저야말로 기쁘고 고맙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을 좋은 시선으로 보는 이가 많지 않다는 걸 절실히 실감하고 있으니 말이지요. 항상 응원해주셔서 고마워요~! ^^*
아소안 2018.03.09 08:13 신고 URL EDIT REPLY
아~ 산똘님 참 따뜻한 분! 산들님께서 따뜻하고 지혜로운 분이시니, 산똘님과 같은 사람을 만나 함께 살고 계신거겠죠? 저도 세자매 중 큰딸이라 산드라 누리 사라 넘넘 애정이 가요♡ 산들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
여성의날 다시한번 함께 자축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3.11 03:25 신고 URL EDIT
네~ 아소안님 덕분에 저도 여성의 날 깊이 생각하면서 보냈답니다. ^^* 정말 고마워요. 저도 세 자매 출신이라 아소안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딱 와닿아요. 하하하! 세자매는 정말 좋은 케미가 있어요. ^^
항상 건강하시고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sparky 2018.03.09 08:19 신고 URL EDIT REPLY
한국에 Me Too 운동은 멈추면 안되는데 저러다 멈출까봐 걱정이어요 빨리 멈추기 전에 나라 법적 대책이 필요하고 권력이 약화되야 사회의 약자가 마음 편하게 살수 있지요 성범제는 법을 엄하게 해야 하는데 ~~
곫아 터진 상하 관개 성범제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라 다행이란 생각 드네요
권력형 당연시가 사람 지치게 하지요 ^^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3.11 03:26 신고 URL EDIT
그러게요, 미투가 멈출까 걱정이기도 하지만, 미투가 다른 형태로 변질될까 또 걱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지지해야겠지요? 아무튼, 급격하게 변하는 한국 사회에 저도 지금 불안하게 상황을 쫓아가고 있네요.
sparky님 항상 건강하시고요, 즐거운 일 가득하세요. 홧팅!!!
박동수 2018.03.09 08:31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 존경.
어제가 여성의 날이였구나.
아무 생각없이 빈둥대다가, 저녁으로 해물찜에 이슬먹었네. 반성.
결혼 15주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3.11 03:28 신고 URL EDIT
하하하! 그러게 내년에는 3월 8일 기억해주세요~! 여자 직원들께 응원의 목소리도 함께해주시고요.
그나저나 해물찜, 정말 맛있겠어요.
아흐~! 이런 해물찜 안 먹어본지 몇년 됐을까요? 아~~~ 고통이네...... 고통.....
2018.03.09 15:33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3.11 03:28 신고 URL EDIT
네~ 정말 정신없이 바쁘네요. ㅜ,ㅜ 쉴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죠. ^^
2018.03.09 21:03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3.11 03:30 신고 URL EDIT
정말 오랜만이세요.
저도 며칠 전부터 유심히 한국 뉴스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이거 참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기도 하답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 아닌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의혹이 정말 은연 중 레알현실일 가능성도 배재할 수가 없다는 말씀이 소름 돋게 하네요. ㅜ,ㅜ
BlogIcon 비누바구니 | 2018.03.11 08:05 신고 URL EDIT
어느 분이 어떻게 쓰신 내용인지 모르지만 산들님 답글로 미루어 저도 동의합니다.
뉴스 딱 나왔을때 이건 뭔가 있다! 했고 계속 이어지는 사연들이 틀림없이 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야, 느들 아직 그 짓 할 만큼 돈이 많으니? 그런 생각이...
BlogIcon 빽만딸라달라 2018.03.10 19:32 신고 URL EDIT REPLY
존경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03.11 03:31 신고 URL EDIT
그렇게 봐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리디아 2018.03.12 08:19 신고 URL EDIT REPLY
남편분의 생각이 멋져요. 어찌보면 당연한 생각이지만 그 당연함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죠. 부럽습니다.
BlogIcon 비단강 2018.03.12 11:03 신고 URL EDIT REPLY
늦었지만 산똘님의 자세를 지지합니다.^^
저 또한 남자로서 반성할 부분이 있는지 늘 생각하고자 합니다.
쇠뭉치 2018.03.16 22:35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좋은 산똘님을 부군으로 두신 산들님은 참 복 받은 분이셔요.
세계 여성의 날에 두 가지 길을 두고 고민하시던 산똘님이
"여성인 당신이 직장을 나가니 내가 나갔다 왔어"
"여성의 일이라고 해서 여성만 관심 가지면 발전이 없다"는 산똘님의 사고
"흑인 사회의 일을 흑인만 외쳤다면 오늘의 흑인사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겠느냐" 하시는 말씀
참으로 훌륭한 사고의 소유자이십니다. 어쨌던 참 감사한 분이셔요.
두 분 벌써 결혼 15주년이 되었다고요.
지금처럼 사시면 산들님 가정에 영원한 행복의 강이 흘러 바다같은 대해가 되리라 믿습니다.
응원합니다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