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8개월의 기다림, 집에서 직접 재배한 느타리버섯

산들무지개 2018. 7. 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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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중순, 우리 부부는 집에서도 버섯 재배가 가능한지 실험하기 위해 씨균(종균)을 온라인으로 샀습니다.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은 트러플(truffle)이라는 땅속에서 자라는 서양 송로버섯으로 참 유명한 곳이지요. (하지만 직접 집에서 버섯을 기르기에는 참 손이 많이 가는지라, 땅속에서 나는 버섯을 기르는 게 훨씬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버섯은 아이들에게도 참 좋은 산교육이 될 수 있어서 한번 길러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을 숲속에서는 한창 버섯이 나던 시기였는데, 우리는 버섯이 자라는 생태를 직접 보고 체험하기 위해 한번 도전해봤습니다.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버섯으로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문하여 보니, 표고버섯은 물만 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재배판이 있어 일단 한번 키워보니, 굉장히 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원목 재배를 하고 싶어서 표고버섯 씨균은 참나무에 삽입해놓았고요, 좀 어려워 보이는 느타리버섯은 원목인 포플러 나무를 구해와 직접 씨균을 배양해서 키워보게 되었습니다. 


느타리버섯 집에서 직접 재배하기 도전! 


씨균은 까딸루냐의 한 버섯 전문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했습니다. http://www.boletsdesoca.com 

씨균이 배달되어 드디어 행동으로 나선 첫날. 


미루나무 꼭 때기에 ♪♩♩♩♪♬~~~ 미루나무(포플러 나무) 원목에 씨균을 삽입하기 (2017년 10월 중순)

폭설로 쓰러진 미루나무에서 잘라왔습니다. 느타리버섯은 미루나무에서 자라난다네요. ^^*

뚜껑을 닫는 식으로 나무를 정확하게 잘 잘라줘야 합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 말이지요. 일단은 뚜껑 형태의 얇은 판을 걷은 후 못을 박아줍니다. 

못이 지탱할 수 있게 하나하나 잘 박아줬습니다. 못에 박테리아 등이 없게 미리 소독약으로 소독해줬습니다. 

혹시 모를 오염 때문에 위생 장갑을 꼭 끼고 작업합니다. 씨균을 적당히 잘 쪼개어 못 안에 넣어줍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지요. 

그리고 뚜껑에 해당하는 나무판으로 닫아줍니다. 위에 굵은 못으로 한 번 더 박아줍니다. 박을 때는 조심히 씨균이 으깨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박았습니다. 물론, 물 스프레이로 뿌려주기도 했습니다. 버섯의 생명은 아무래도 습기이기 때문에 자꾸 물을 뿌려주었답니다. 

 종이테이프로 잘 밀봉합니다. 이 나무의 다른 쪽도 위의 방법으로 해줍니다. 

이렇게 양쪽 다 씨균을 잘 넣어주면 검은 비닐에 밀봉하여 보관합니다. 

우리는 원목 두 개에 느타리버섯 씨균을 나누어 넣었습니다. 

이 버섯 재배하기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비닐에 봉해둔 원목에 삽입한 씨균 키우기 (2017년 11월 중순)

적당히 습기도 유지하면서, 적당히 온도도 유지하면서, 너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곳에 우리는 보관했습니다. 위의 씨균이 원목에 침입하여 배양되는 과정이 있어야 하기에 우리는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가장 이상적인 온도라 생각한 계단 아래에 두 원목을 놓아두었습니다. 그런데 비닐 사이 작은 구멍으로 희한하게 벌써 자라난 버섯이 보입니다. 저 때가 원목에 삽입한 지 한 달 후였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다음의 제목을 참고하여 읽어보세요. 

원래는 씨균이 원목에 하얗게 다 퍼지면 땅에 심어 키운다고 하던데 이렇게 비닐을 뚫고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느타리버섯 요리를 해 먹었지요. 


하얗게 퍼진 원목, 화분에 옮겨심기 (2018년 3월 중순)

날 좋은 봄이 와서 보니, 씨균이 정말 원목에 하얗게 퍼져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원목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 땅에 묻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습기가 있는 땅이 없어 우리는 화분에 심어보기로 합니다. 왜 적당한 땅이 없냐고요? 여기는 해발 1,200m 상당히 건조한 고산이기 때문이랍니다. 

게다가 옮기기 쉽게 화분에 넣어두면 관리하기가 쉬워 보일 듯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좋은 땅을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어때요? 정말 다 하얗게 번졌죠? 이렇게 신기한 일이~!!! 역시, 손수 재배하는 매력은 이런 것이네요. 

이 원목에 넣을 흙은 정원용 흙으로 했습니다. 혹시 모를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말이지요. 스페인 고산에는 양 떼, 소, 말, 당나귀 등이 있어 버섯에 좋은 흙이 어떤지 초보자들은 모릅니다. 

그래서 꾹꾹 화분에 심어놓고 또 이 흙에 씨균이 전염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 

이번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따뜻한 봄인데 버섯이 자라지 않더라고요. 전에는 자라지 말라고 해도 자라더니 왜 그랬을까요?  

그래서 문제를 찾아봤더니, 여기서 중요한 게......

원목을 땅에 넣기 전에, 혹은 화분에 넣기 전에 물속에 통째로 하루 동안 잠기게 둬야 한다네요. 그래야 물 먹고 버섯이 잘 자라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물속에 통째로 하루 잠기게 두기~! 잊지 마세요. 

그래서 우리는 화분째로 물속에 통째로 넣어뒀다 꺼냈습니다. 


본격적인 버섯 키우기 (2018년 6월)

올해는 비도 많이 왔겠다, 나무 아래 적당한 그늘에 있던 원목에 습기가 잘 유지되는 듯했습니다. 물론 물 스프레이로 수시로 수분을 유지해줬습니다. 

 

온도와 습기가 잘 유지되는 그늘진 공간에 놓아둔 원목 

 

적당히 물을 뿌려주니 어느 순간 버섯이 빼꼼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버섯이 한번 올라오니 정말 빠른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가 채취하는 날은 거의 5일 정도가 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손바닥만 한 버섯이 자라나 화분이 비좁아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역시, 화분보다 더 넓은 곳에 박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빠른 속도로 자라나는 버섯에 깜짝 놀랐습니다. 


드디어 버섯 채취하는 날 (2018년 6월 중순)

5일째 되던 마지막 날에 우리는 버섯을 칼로 잘라 채취했습니다. @.@

아이들도 신기한 버섯을 보고 놀라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수시로 물뿌리개로 물을 주던 아이들도 참 많이 놀랐을 거예요. 어느 순간 이렇게 커진 걸 보고 말이지요. 

정말 소소하게 손이 많이 간 버섯 재배였지만, 가능성을 열어둔 재배였습니다. 

이렇게 봄, 가을. 몇 번 더 버섯을 재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화분이 좁아터질 것 같아 결국은 갈라진 부분도 있었지만, 수확하는 보람은 언제나 그렇듯 참 컸습니다.


위의 동영상에서 버섯을 실감하실 수 있답니다. ^^* 좁아터진 화분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우리에게는 이게 최선이었다는..... 위로를 하면서...... 그러나저러나 산들무지개 동영상 채널입니다. 많이 좋아해주시고, 구독해주시면 굉장히 고맙겠습니당~! 


이렇게 버섯 재배 초보자가 실수하면서 배운 버섯 재배 경험을 여기서 밝혀봤습니다. 노동에 비해 얻는 게 비록 많지는 않았지만, 지속 가능성이 있다니 올가을 또 기대됩니다. 온도와 습도 잘 유지해주는 게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들도 이제 버섯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이해하는 듯합니다. ^^* 어쨌거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 가득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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