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남편이 한국 음식 생각나서 사 온 것
뜸한 일기/부부

새벽 일찍 일어나 볼일 때문에 외출했던 남편, 게다가 그날은 누리와 남편의 치과 치료가 있었던 날입니다. 일찍 일어난 두 부녀는 새벽 안개를 헤치고 도시에 나갔다 밤늦게 돌아왔습니다. 온종일 밖에서 시간을 보낸 두 사람은 돌아올 힘마저 다 써버린 듯, 지쳐서 겨우 도착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발 1,200m 스페인 고산에서 한번 도시에 나갔다 돌아오는 왕복 시간만 해도 3시간이 넘습니다. 그러니 정말 지칠 만 하죠? 


그런데 남편은 돌아올 때 무엇인가를 사 왔더라고요. 달랑 봉지 하나를 제게 내미는데......


너무 지쳐서 장 볼 기력이 없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를 사 왔다며 남편은 물건을 건넵니다. 


"밖에만 있어서 너무 추웠나 봐. 추운 날에는 따끈한 뭇국이 최고지~!!!" 이럽니다. 


남편이 사 온 것은 무와 고등어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뭐 어때서요? 하고 물어보실 분도 계신데요, 사실, 스페인 사람인 남편에게 무의 존재란 보잘것없는 존재였답니다. 모든 스페인 사람들이 무만 사서 먹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스페인에서는 무만 존재하는 요리는 없답니다. 무는 그저 여러 채소와 함께 육수 국물을 내는 데에 쓰는 재료일 뿐이지요. 그래서, 무는 국물만 내고 버리는 채소랍니다. 아니면, 집에서 키우는 가축에게 던져주는 재료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처음에 남편이 무조림을 먹고 한 소리가 놀랍답니다. 


"세상에! 신세계 발견이다!!!!" 


신세계 발견했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무는 상상하지 않았던 의외의 요리 재료였던 것이지요. 무가 가진 다양한 장점을 몰랐던 남편은 스페인 지인이나 가족과 무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무를 찬양하기도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무를 잘 몰라도 너무 몰라. 한국에서는 무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해. 뭇국에서 무조림, 깍두기, 무말랭이, 무 쌈, 심지어 무의 잎을 잘 삶아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다고......!" 




스페인 남편이 그렇게 무 예찬론을 펼칩니다. 지난번 빈센트 아저씨가 채소를 가지고 오셨을 때도, 무 잎만 다 떼고 무를 가지고 오셔서, 잎을 버리지 말고 꼭 가져오라고 당부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무 잎이 얼마나 맛있는데, 다 잘라버렸어요? 다음에는 꼭 잘라버리지 말고 완전체로 가지고 오세요~!"

하는 겁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무 잎을 먹지 않기 때문에 버리는 게 너무 아까웠나 봅니다. 


이런 남편이 무를 7통이나 사 왔습니다. 물론, 잎은 다 제거해서 팔고 있었지요. 


"너무 추워서 무밖에 생각이 나지 않더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뭇국을 마시면 추위가 싹~ 가실 것 같아서......!"



어머, 남편이 참 한국화됐구나!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스페인 마트에서는 무를 다른 채소와 끼워서 팔거나 한 개씩 포장해서 파는데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다량으로 사 올 수 있었는지 참 놀라웠습니다. 


"남편, 이렇게 많이 파는 곳이 있었어?!" 


"응, 평소 가는 슈퍼 말고, 다른 곳에 들렸더니 있더라. 그래서 많이 사 왔지! 고등어는 당신 먹으라고 사 온 거야." 


하하하! 지쳤다는 사람이 아내 생각해서 고등어도 사 왔어요. 제가 자반고등어를 엄청나게 좋아해서 '고등어호랑이'란 별명이 붙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남편에게 받아든 고등어는 굵은 소금을 쳐서 이미 자반고등어로 만들었습니다.




고생한 남편을 위해 제가 직접 뭇국을 만들어줬습니다. 북어나 명태가 있었으면 더 황홀한 뭇국이 되겠지만, 남편은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뭇국도 좋아한답니다. 



추위에 고생해서 생각난 음식이 뭇국이었다니, "오구, 오구~! 그래쪄?! 고생해쪄!"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참기름에 달달 볶은 다음, 마늘과 양파 넣어 끓여주고, 깨를 갈아 뿌려주니 정말 시원하고도 부드러운 뭇국이 되었답니다.




스페인 사람인 남편이 뭇국을 먹으면서 하는 소리가......


"어휴~! 조쿠나(좋구나)!" 


한국말로 이런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누가 소리만 들으면 한국 아재가 하는 소리입니다. 얼마나 웃긴지...... 정말 한국화돼가는 남편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상상도 못 하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던 순간입니다. 

 

"정말 속이 개운해지는 게 추위가 막 달아나는 것 같아. 정말 피로가 확 풀리네. 한 그릇만 더 마시고 자야겠다!"


하면서 한 그릇 더 마시고, 피로를 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세상에 스페인 남편이 춥다고 한국의 음식 국물을 생각하면서 피로를 풀겠다고 하는 사연이 얼마나 신기한지...... 좋은 건 다 느끼는 세상이구나.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추운 계절 항상 건강 조심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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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 2018.11.14 01:27 신고 URL EDIT REPLY
산똘님이 시원한 뭇국 맛을 어찌알까요?
신기할 따름이네요~~어릴때 엄마가 끓여주시던 뭇국 맛을 저도 잊을수 없는데,울엄마는 들깨가루를 넣어서 요리해주셨어요.구수한 맛이 더해져서 기억에 남는 맛이랍니다.무 깔고 고등어 조림 해먹으면 환상의 맛일것 같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33 신고 URL EDIT
그러게 들깨가루 넣으면 더 맛있을 것 같아요. 여긴 들깨를 팔지 않아서...... ㅜㅜ
하지만, 나름대로 깨를 갈아서 넣으니 그래도 맛있더라고요. ^^
그렇잖아도 무와 고등어....... 딱 조림으로 환상적이라 남겨두고 또 해먹으려고 한답니다. ^^
덕분에 오늘도 먹거리로 즐거운 이야기 나눴네요. ^^*
Germany89 2018.11.14 02:59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이 얼마나 맛있게 끓여주셨으면 추울때 뭇국이 생각이날까요?ㅋㅋ
무국이 그냥 끓여서 맛있는게 아니라 사랑과 정성과 솜씨가 덧붙여야 맛있는거겠죠!
깨를 갈아서 넣는 레시피는 몰랐는데, 저도 한번 해봐야겠네요.
이상하게 독일 뭇국은 나중에 쓴맛이 나더라구요ㅠ 제가 잘못 끓여서 그런가.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35 신고 URL EDIT
깨를 갈아서 그냥 마지막에 뿌려줘도 정말 맛있더라고요. 저는 북어도 없고, 멸치도 없어서 대충 끓였는데...... Germany89님은 더 좋은 재료 넣어서 한번 끓여보세요. 특히 깨가루 의외로 맛있더라고요. ^^*
앗! 무도 종류가 아주 다양한데요, 정말 쓴 맛이 나는 파스닙 그런 것들 있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쓴 맛나는 무는 사지 않고 좀 달달하다 싶은 알타리무과를 산답니다. ^^
박동수 2018.11.14 07:05 신고 URL EDIT REPLY
썰어놓은 무우가 상큼해 보인다.
깍두기 만들어 먹으면 사과처럼 사각사각 소리가 날 것 같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36 신고 URL EDIT
산똘님이 정말 질 좋은 무를 사왔어요.
맛도 얼마나 사각사각 신선한지......
말씀하신 것처럼 사과같은 사각사각이 느껴졌답니다. ^^
다홍 2018.11.14 07:21 신고 URL EDIT REPLY
스페인 사람인 산똘님이 무국의 참맛을 알다니 신기하면서도 두 분은 천생연분이구나 싶어요. 평소에 두 분 보면 참으로 지혜롭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깊으신 것 같아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추운 날 따뜻한 난로같은 글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래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36 신고 URL EDIT
다홍님 ^^*
저야말로 따뜻하게 읽어주셔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랍니다. 사실, 이 글 나가고 악플러들이 꽤 있었거든요. ㅠㅠ
독자님 눈 버릴까 봐 다 지워버렸지만 말입니다. 참 마음이 퀭한 사람들 많구나, 싶었답니다. 정말 큰 응원 고맙습니다. ^^
BlogIcon 모경 2018.11.14 07:22 신고 URL EDIT REPLY
냠냠. 눈으로 맛있게 먹고 갑니다.^^ 휘리릭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37 신고 URL EDIT
하하하! 항상 고맙습니다. 모경님. ^^
2018.11.14 08:28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38 신고 URL EDIT
오~~~ 정말 황태 넣은 무는 환상적인 맛이지요. 아~~~ 부러워요. 한국에서는 언제든 황태 구할 수 있으니...... 여기선 하늘의 별따기.
북어나 황태가 없어서 저는 끓일 수가 없답니다. 대신 이렇게 해도 맛은 좋습니다. ^^
은똥c 2018.11.14 09:08 신고 URL EDIT REPLY
우와 소고기 무국만 생각했는데 안들어가도 맛있나봐요 따라해봐야겠어요 전 카스 사진만보고 깍두기 담그시는 줄알았어요 양이 많아서 ㅋ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38 신고 URL EDIT
하하하! 그러게요. 그럼 다음에는 깍두기를 좀 해야겠어요. ^^ 정말 깍두기는 정말 오래전에 만들어봐서...... 이번에 해먹고 싶은 걸요. 다음에 장 보러 가면 좀 많이 사서 해먹어봐야겠어요. ^^
도서관노인 2018.11.14 09:18 신고 URL EDIT REPLY
요새 무국 진짜 맛있어서 저도 밭에서 뽑아서 열심히 해먹고 있어요.
가족 모두 볼때마다 이쁘고 남편분 스윗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39 신고 URL EDIT
정말 요새 많이 생각나는 음식이지요!
밭에서 원하실 때마다 쑥쑥 뽑아드신다니 참 좋네요. ^^
항상 큰 응원해주셔서 넘 고맙습니다.
꼬디름 2018.11.14 09:47 신고 URL EDIT REPLY
캬~~ 추운날 뭇국 . 오늘 저녁은 저희집도 시원~~한 뭇국 끓여야겠어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40 신고 URL EDIT
네~! 꼬디름님. 고맙습니다.
추운 날에는 따뜻한 뭇국 최고이지요!!! ^^
BlogIcon 차포 2018.11.14 12:33 신고 URL EDIT REPLY
요세는 다ㅡ잘라서 나오는듯 합니다 어딜 가도요. 그거 씨레기로 만들어 더 비싸게들.파세요...

그리고 남자들...무국 좋아 합니다...고기 들가면 환장 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41 신고 URL EDIT
오~~~ 그렇군요. 한국도 잎을 다 잘라서 파는군요? 정말 몰랐네요. 그러게 요즘은 어딜 가나 글로벌 시장이라......
뭇국 이야기가 이렇게 큰 응원을 받을지 상상 못했는데, 넘 고맙습니다. ^^
jerom 2018.11.14 14:28 신고 URL EDIT REPLY
무를 채썰어서 참기름에 달달볶아 나물로 만들면...
밥 비벼먹으면 최고,
샌드위치에 속재료로 넣어먹으면???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41 신고 URL EDIT
무를 채 썰어 바로 참기름에 달달 볶아요? 오잉?! 정말 맛있겠네요.
저는 채는 안 썰고 바로 조림형태로 해먹는데 맛있더라고요.
고고 2018.11.14 15:31 신고 URL EDIT REPLY
고등어가 있었으니 고등어무조림 해주셨어도 맛났을 거 같아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42 신고 URL EDIT
네~! 정말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다음에는 고등어무조림으로! 고맙습니다. ^^
BlogIcon 조수경 2018.11.14 16:05 신고 URL EDIT REPLY
"어휴! 조쿠나!!~~"^^
역쉬 시원한 맛을 아시는 분의
저절로 나오는 감탄사입니다.
쌀쌀한 날씨에 시원한 무국 제대로죠.
무로 만들어진 음식을 저 또한 아주
좋아하거든요.
아삭아삭하게 달콤하게 시원하게
얼큰하게...모든 요리를 가능케 하는
식재료니까요~!!
산똘님 덕분에 오늘은 새콤달콤 무생채입니다.
즐거운 포스팅 따끈하네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43 신고 URL EDIT
수경님, ^^* 새콤달콤한 무생채 만들어드셨나요?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다가왔네요. 자녀분들 또 가슴이 콩닥콩닥, 수경님도 콩닥콩닥하시겠어요.
아~~~ 좋은 기운, 여기서 막 날려드리고 싶어요. 좋은 결과, 만족할 만한 일 일어나길 기원할게요. 아자!!!
BlogIcon 조수경 | 2018.11.15 11:11 신고 URL EDIT
네...새콤달콤 아삭아삭 무생채 만들어
썩썩 밥 비벼 먹었지요~~ㅋ
계란 후라이 하나 얹어서요^^
무잎 떼서 살짝 데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삼삼하니 구수한 된장국도 곁들였답니다.

좋은 분들 기운 넘쳐
아들에게 운빨까지 트이겠어요~!!
얼마전부터 수능 생각만 하면 가슴이 쏴~~
오늘 아들이랑 우황청심원
반씩 나눠 먹고
아침 일찍 고사장에 들여보내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어요.
산들님 좋은 기운까지 더해져 정말 든든해요.
감사합니다^^
소나무 2018.11.14 17:56 신고 URL EDIT REPLY
에고 맛이 봏았겠어요. 우리나라에 가을 무 먹을 때쯤, 한의사 얼굴이 노래진다는 말이 있듯이 가을 무는 인삼보다 낫다는 말이 있대요. 저도 오늘 무국을 시원하게 먹엇습니다. 어제 김장한다고 육수 우려낸 황태와 밴댕이 다시마를 푹 우려낸 국물이 한번쓰고 버리긴 아까워서 오늘 재탕 삼탕해서 무우넣고 소고기 넣고 푹 끊였어요. 소금 감 만해도 시원한 무국, 제사상에 올리는 탕국도 전 위 육수로 믿국물 만들어 소고기,국간장만넣어 끊이면 꿀맛이자나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44 신고 URL EDIT
오~~~ 가을무가 그렇게 몸에 좋은 거였군요! 어쩐지 가을무가 제일 맛있게 느껴진다 했지요. 소나무님도 정말 맛난 음식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정말 댓글만 봐도 입에 침이 고이는데...... 옆에 있으면 뭐라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입니다. ^^*
오늘도 건강한 댓글 고맙습니다.
2018.11.14 23:08 URL EDIT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8.11.15 03:48 신고 URL EDIT
그러게 바람든 무가 참 잘 팔리는 유럽입니다. 그래도 다행인게 스페인은 채소가 나는 지역이라 바람 든 무는 거의 쓴 무밖에 없더라고요.
아이들은 입맛이 매번 바뀌기 때문에 항상 노력을 해야 하더라고요. 우리 쌍둥이들은 요즘에 채소를 먹기 시작해서 정말 놀라울 따름이랍니다. ^^*

건강하게 잘 먹고 자라는 아이들이 치과에 갈 일이 있답니다. 아무래도 충치는 입안의 점액 성분이 좌우하는 것 같아요. PH농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당연히 유전적 요인이 강해서 충치도 다 조상 닮는가 봅니다. ㅜㅜ
그래서 치과 갈 일이 너무 많답니다.

추운 겨울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요, 한국 마트에서 맛난 것 많이 사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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