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교육, 철학, 역사

지원 끊긴 유치원, 한국의 보육대란을 보면서

산들무지개 2016. 1. 21.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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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 정부는 유치원이나 보육원에 다니는 만 5세 아이들을 위한 '만 5세 공통과정'을 마련해, 아이들이 전부 무상으로, 혹은 지원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정부가 예산 조절을 하지 못해 유치원 아이들의 누리 과정이 큰 대란으로 일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왜? 정부는 이런 예산조절을 하지 못했을까요? 무상은 아니더라도, 일부 지원금을 매달 내려보냈는데, 시도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어떤 곳에서는 0원도 지원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애초 취학 전 만 5세 아이들의 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일부 지원에서 점차 무상으로 시도하겠다는 취지였는데요, 이번 사태로 인해 경기도 안산시의 어느 가정에서는 아이 유치원비로 매달 30만 원 정도를 내야 한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왜? 한국의 유아 교육 제도는 이런 현상을 보일까요? 전반적인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한국 초등교육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그런데 유아 교육 시스템은? 


스페인에서 살고 있는 저는 세 딸을 데리고 한국에서 아이들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답니다. 한국 초등교육의 뛰어난 시스템이 참 부러웠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직 유아인 둘째 쌍둥이 아이들은 어떨까? 란 생각으로 망설였던 적이 있습니다. 


아는 지인이 그랬지요. 

"한국서는 정부에서 다 지원해주니까 유치원도 다닐 만해~!"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조곤조곤 생각해보니 유치원 지원만으로는 안 될 어떤 부족함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한국에서는 보육원 시설과 유치원 시설의 이원화가 되어있고 사립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취학 아동에게는 보육과 교육이 다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한국의 유아 시스템이 상당히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보육원이나 유치원에서 일하는 교사의 위치도 상당히 낮게 느껴졌습니다. 그럼 해결 방법은? 


일단 스페인의 유아 교육 시스템을 간단하게 설명하자 면요, 


만 0-3세: Guardería. 보육이 교육보다 앞서는 어린이 방 같은 개념의 어린이 보육 기관이랍니다. 이런 유아 기관은 사립, 공립, 공적 보조금을 받고 있는 사립인 Concertado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어린아이들도 교사의 손에서 먹고, 자라고, 잠자고, 부모가 직장에 간 사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적인 무상 보육이 아니라 지원을 받으면서 보육하는 시스템입니다.   


만 3-6세: Educación infantil, Escuela. 이곳은 만 3세에서 만 6세까지의 어린이를 받는 유치원 개념이랍니다. 이 과정은 초등학교 교육의 한 부분으로 취급되어 대부분 학교와 같이 있습니다. 물론, 의무는 아니지만, 만 3세에서 6세까지의 어린이는 공립학교에서는 무상으로 유아 학교에 다닐 수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배우는 과정이 시기별로 나누어 만3세에는 사회성, 숫자 5까지 세기, 자기 이름 쓰기, 그리기, 만들기 등을 배우면서 지내고요, 만4세에는 대문자로 글자 배우기, 숫자10까지 세기, 자립성, 프로젝트, 그리기, 만들기 등을 배웁니다. 만5세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배울 소문자, 숫자 100까지, 자립성, 사회성 등 전 과정을 토대로 반복적인 학습을 한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바로 책을 읽을 수 있답니다. 물론 제가 간단하게 설명하여 학습 목표를 다 말씀은 못 드렸지만, 학년마다 목표를 두고 교육을 한답니다.  



※ 유아 과정에서 급식 및 책, 개인 물건은 본인 부담이 되며, 교육 재료 등은 한정된 예산에서 무상으로 지급되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한 번도 일부러 재료를 산 적이 없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본 유아 교육은 무엇보다도 공립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한국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이 다 무상이며, 교사들은 초등학교 교사와 같은 위치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답니다. 어쩌면 한국 유아 교육의 문제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오늘 소소히 해봅니다. 정부에서 대대적인 교육 예산을 유아 교육에 쏟아 무상교육 체제로 완성, 공립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모두가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혜택이 가는 보편적인 무상 교육 말입니다. 


게다가 교사는 아이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만 합니다. 교사는 지원금이 끊어져 월급을 못 받는 사태도 있다고 하며, 어린이 방의 교사 지위는 아이 폭행 사건 이후로 더 하락하고 말았습니다. 전문적인 교사 양성 기관과 교사의 공무원화도 유아 교육 체계를 더 향상하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다른 나라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스페인의 유아 교육 체계를 보면서 마음 편히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대대적인 환경이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교사가,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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