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 고산, 전력이 끊기는 고립(?) 상황

산들무지개 2016. 12. 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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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의 농가는 대부분 태양광 전지를 사용한답니다. 상황에 따라 풍력 발전기와 병행해서 사용하는 곳도 있고, 워낙 외진 곳이라 편의 시설이 들어오지 못하는 곳도 많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참나무집]도 그런 상황입니다. 태양광 전지에 의존해 살기 때문에 우리에겐 해가 아주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또 해만 떠주면 안 될 중요한 요소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하늘에서 내리는 비 또한 소중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비를 받아 물저장 탱크에서 물을 끌어내 생활용수로 사용한답니다. 휴우우~! 그러니 해 뜨면 비가 안 와 섭섭하고, 비가 오면 또 해가 뜨지 않아 섭섭한 그런 희한한 상황이 되고 맙니다. 


이번에 우리는 일주일 넘게 비 내리는 상황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비가 내려주지 않아 물저장통에 바닥이 드러나는 물 때문에 무척이나 걱정이 많았는데요, 이번 비 덕분에 한동안의 걱정은 덜 수 있게 되었지요. 


그런데 태양광 전지의 전기가 그만 바닥이 난 일이 생겼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꼭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 날에 생기는 해프닝이지요. 



요즘 스페인 고산의 날씨는 이렇게 어둡습니다. 

하늘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때로는 무겁게 가라앉기도 하고 

때로는 가볍게 대지를 떠다니는 안개처럼 

때로는 이슬비처럼 끊이질 않고 비가 내립니다. 


그러더니 평소 98, 99%의 전기량을 자랑하던 우리 집 전기 배터리가 

5일 후에는 30%대로 뚝 떨어지더니 갑자기 불이 다 꺼졌습니다.  



아이들은 당황하지 않고 이때를 대비한 무엇인가를 들고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야광 팔찌를 남겨놓고 쓰지 않은 사라가 들고온 한국에서 보내준 야광 팔찌. 



누리는 좋다고 전에 아빠에게서 선물 받은 랜턴

손잡이를 돌려 손수 전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무공해 랜턴입니다. 



엄마는 벌집에서 뜯어낸 왁스로 만든 초를 켰습니다. 


이렇게 부엌과 방에 하나씩 미리 마련해둔 초와 랜턴으로 불을 밝힙니다. 


"우와~! 우리 옛날 시대로 돌아갔네."

큰 아이가 좋다고 감탄을 합니다. 



흔들리는 촛불에 의지했던 적이 언제 있었던가, 저는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 집에서 자라던 유년기에나 느꼈던 풍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촛불이 주는 그 흔들림을 느낀 적이 없다는 걸 알고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촛불이 주는 포근함과 낭만은 켜지 않아도 새겨져 있는 듯 제 마음에 파고들었죠. 

어쩐지 촛불은 세상을 감싸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우리 세상을 다시 보고, 내 품에서 다시 새겨보는 청정한 느낌말이에요. 

갑자기 왜 사람들이 촛불 집회를 하는지 좀 알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순수함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우리의 염원이 담긴 마음, 

우리를 되돌아보는 마음, 

무엇이 나와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마음, 

촛불 든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라는 느낌.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날은 좀 특별한 포근함이 느껴졌나 봅니다. 



오순도순 모여앉아 하나 되는 마음으로 한 곳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읽습니다. 



텔레비젼이 없어도 이 책 속 이야기에 상상의 세계로 넘나들어 봅니다. 

아이들은 깔깔깔 특별함으로 오늘 촛불, 아니, 랜턴 아래에서 하나 됩니다. 


그렇게 전원이 끊기는 고립으로 우리 가족은 한동안 휴대폰도 충전 못 시키고, TV도 켜지 못한 채,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는 남편이 일하는 자연공원 사무실의 

일반인 개방용 자료실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제 점점 날씨도 좋아졌으면 하네요. 

가끔 어둠 속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고, 또 가끔 햇살 속에서 우리를 보는 

그런 인생사입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요~!


저는 태양이 쨍쨍한 날, 다시 재무장하여 여러분과 함께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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