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 고산, 폭설로 고립 중인 우리 집

산들무지개 2017. 1. 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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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사실 목요일 학교에 다녀온 아이들은 이 눈 소식에 아주 행복했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이런 걱정을 했었죠. 


"엄마, 눈이 너무 적게 내려 금방 녹아버리면 어떻게 하지?"


세상에, 역시 세상 험한 꼴은 본 적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아니면, 아이들이라야 가능한 그런 걱정일 테지요. 그렇게 진정할 수 없는 마음으로 잠든 아이들은 그다음 날 "동공 지진~!"이 일었습니다. 


"엄마! 엄마!"


아이들 방 창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들린 마법의 감탄사가 나옵니다. 


"눈이 엄청나게 쌓였어!"


아마도 잭 프로스트가 나타났나 보네요. (사실 이 잭 프로스트는 이 눈 온 날 밤에 처음으로 본 영화였습니다. 참 이런 우연도 다 있었나~!)


 

 


지난주 목요일 저녁의 풍경입니다. 눈이 조금 쌓인 풍경에 아이들은 무척 걱정했었죠. 수시로 밖을 내다보면서 눈이 많이 쌓이는지, 적게 쌓이는지 관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3일 지나고 4일을 달리는 오늘까지 우리는 이 눈에 갇히고 마는 신세가 된답니다. 완전한 폭설을 경험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한 듯합니다. 


눈 온 다음 날에도 눈이 여전히 같은 속력으로 내리고 있었으니까요. 



다음 날 아침의 풍경입니다. 



눈이 덮여 고요하게 세상은 적막으로 들어갔습니다. 

오직 눈이 쌓이는 소리만 깊어갑니다. 



장작 창고 더미와 닭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난 눈입니다. 

어떤 곳에는 1.15m까지 쌓였다고 하고, 바람이 부는 곳은 더 많이 쌓인 듯합니다. 

우리 집은 대략 85cm - 1m 정도인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갑니다. 

먼저 아빠가 다녀온 길이 단단해져 더는 빠지지 않습니다. 


 

그 길을 따라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날은 눈이 더 내려 더 쌓여만 가고 있었지요. 



아이들은 추운 줄 모르고 저렇게 눈 위에서 놉니다. 

자꾸 빠지는 발, 그런데 가벼워 그런가 엄마가 옆에 가면 더 많이 빠져버리고 맙니다. 



저 멀리 보이는 우리 집 봉고차 절반 이상이 눈 안에 갇혔습니다. 

꽤 큰 차인데 저렇게 빠져버리니 참 작아 보입니다. 


아이는 걷는 게 지쳐 저렇게 몸을 굴려 집으로 옵니다. ^^*



한 번 더 굴려~!



"나는 몸을 굴려 집으로 피신갈 거야~!"



그러는 사이, 농촌 구급차 소방대원들은 긴급 연락을 받고 이웃 축사에 갑니다. 

제설하는 데에만도 꽤 고생하고 있습니다. 사진상 보이는 눈의 적설량이 엄청납니다. 

축사 지붕이 다 무너져 그 안에 있던 말들이 아주 위험하다네요. 

마르셀리노 아저씨 몸도 많이 불편하신데 일꾼 없이 혼자 처리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우리의 건장한 소방대원들이 구조에 나섭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마을과 이웃 마을 도로 제설이 한참입니다. 


위의 두 사진은 이웃 소방대원이 보내준 사진인데 아직 우리 집까지는 오지 못했네요. 

도로가 열려야 하니, 일단은 도로 제설에 나서고, 그다음에 그 도로 곳곳의 농가를 제설할 차례입니다. 

이참에 비스타베야가 참 크구나, 느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다행으로 인터넷 안테나는 여전히 정상 작동하고 있네요. 

마을 시장과 수시로 연락을 하면서 이 비상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답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또 밖엘 나갔습니다. 

몸이 녹으면 바로 쌩~하고 달려나가는데......


이번에는 몸을 굴려 자동차 보닛까지 갔습니다. 

그곳에서 썰매를 탄다고 하네요. ^^;



아빠는 지난번 잡은 칠면조 고기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칠면조를 푹 끓여 한 솥 국을 끓일 생각입니다. 



저녁에는 이렇게 간단한 요리를 해서 먹습니다. 

아빠가 외출할 수 없으니 집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네요. ^^*

저 동그랗게 생긴 감자 치즈 크로켓도 남편이 손수 만든 겁니다. 



우리 집고양이도 폭설에 갇혔지만 저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추우니 옹기종기 모여 다함께 꽈리를 틀고 잡니다. 



우리 가족도 창고에서 가져온 나무를 땝니다. 

저 하얀 자루는 선물 보따리가 아닌 장작 보따리입니다. 

보따리로 만들어 썰매 위에 올려 가지고 옵니다. 



눈 무게로 지붕이 무너질까 봐 열심히 눈 치우는 산똘님. 



나무가 다 초토화되었습니다. ㅠ,ㅠ

눈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참나무들의 대거 참사가 이곳에서 벌어집니다. 

아이들 타이어 그네 나무가 저렇게 되었으니 무척이나 슬픕니다. 



우리 가족은 나무를 살리기 위해 눈 털어주러 밖으로 가보지만, 많이 털어주질 못 했습니다. 

이미 눈 무게로 부러진 나무가 꽤 많았습니다. ㅠㅠ



오늘 아침에는 잠깐 해가 비추었는데 금방 들어가더군요. 

눈 오는 날 없어서는 안 될 눈사람. 

아이들이 만들었네요. ^^*



새들도 먹이 찾아 우리 집으로 찾아드네요. 

이곳엔 새먹이 통이 있어 그래도 이 녀석들은 다행입니다. 



우리 집은 여전히 고립 중입니다. 

가족 모두 건강히 무사히 이 위기를 극복하는 일밖에 없네요. 

무척이나 낭만적인 눈 오는 포근한 날이 이렇게 과하니 위기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내일 눈이 더 내린다고 하니 조금 더 걱정되면서 오늘 이 소식 마칠게요~

태양광 전지가 여전히 여분이 있어 이렇게 오늘은 소식을 드리지만 

언제 끊어질지 모르겠네요. 

소식 없으면 그런 줄 아세요~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의 폭설! 

 지중해 연안에는 일년에 내릴 비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네요. 

눈과 비로 고통받는 스페인의 요즘입니다. 


여러분도 건강 유의하시고요, 

추운 겨울 감기 조심하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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