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부부

한국 주부 뺨치는 남편의 장보기

산들무지개 2016. 12.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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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도 직장에 나가 일하던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스페인 발렌시아 수제 맥주 협회 파티장으로 향했습니다. 즐겁게 놀다 오라고 자유를 주고 저는 세 아이를 돌보면서 기다렸습니다. 작년에 갔는데 올해는 아이 셋을 맡길 때가 없어 제가 보기로 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날은 수제 맥주 경연 대회 상을 수여하는 날이기 때문에 남편은 무척이나 즐거워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산또르님은 수제 맥주의 장인이거든요. 자신이 마실 맥주는 직접 담그고, 또 자신의 맥주 실력이 어느 정도까지 갈 것인지 확인할 겸, 자주 맥주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답니다. 맛난 맥주를 만들어 전문가가 인정하는 상을 받는 것은 참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지요. 유러피언 맥주 대회 심사 위원으로 갔지만, 맥주 장인으로 참가하는 의의도 대단한 것이지요. 


그래서 토요일 밤 아주 즐겁게 보내라고 보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즐겁게 보냈다고 합니다. 새벽 4시까지, 수제 맥주 강연 및 시상, 그리고 저녁 식사.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 산또르님이 2등 상을 먹었다고 합니다. 어찌 맥주 대회에 내는 맥주마다 상 복이......!


새벽 4시에 들어와 잠을 겨우 자고, 스페인 남편은 일요일에 느긋하게 해발 1,200m의 우리 고산 집으로 올라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상 타서 기뻐 그랬을까, 잠을 한잠도 못자고 아침 8시에 일어나 장을 보러 갔다고 합니다. 


보통 스페인서는 일요일 문을 여는 상점이 없는데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아시아마트입니다. 

그곳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니 남편은 잠 못 자는 시간에 차라리 우리 네 모녀를 즐겁게 할 장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아침 9시에 문 여는 상점이 닫아있어 생전 처음으로 아시아 마트에서 문 열기를 기다렸다는 겁니다. 


피곤할 텐데 그냥 오라고 해도 아닙니다. 남편은 해외 사는 한국 주부 뺨칠 정도로 우리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온 겁니다. 



일단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자고로 맥주 대회에서 받은 상과 상장이었습니다. ^^*



밸기에식 다크 스트롱 에일에서 2등 상인데......



위의 사진에 있는 물건과 맥주가 상이 되겠습니다. 

아무 조촐한 상이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회라고 합니다. ^^

게다가 산또르님은 지난번 스코틀랜드 맥주회사 경연대회에서 최종 후보자에도 올랐거든요. 

그 대회 1등 상은 그 맥주회사에서 일하는 거라고 합니다. 


우리 스코틀랜드로 이사할 뻔했어~ 하고 놀라는 산똘님. 



기쁜 마음으로 일요일 아침에 사 온 물건이 바로 위의 음식들입니다. 

배추와 무, 생강 등 김치 만들 재료를 다 사 왔어요. @.@ 

대단해~! 

간장, 된장, 그리고 만두까지. 



사실 발렌시아 아시아마트에는 한국 물건이 그다지 많지 않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사온 모습 보니 영락없는 한국 주부입니다. 

산드라가 좋아하는 두부. 


이 아이는 담백한 맛을 이미 알아버려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두부라고 합니다. 



숙주나물. 

국이나 찌개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사 왔네요. 



게다가 배추가 1kg에 95센트밖에 안 합니다. 

엄청나게 싸다고 6포기나 사 왔어요! 

겨울 배추라 그런지 튼실하고 좋네요. 



벌써 김치 담글 생각에 우리는 설렙니다. 

그런데 지난번 담근 김치 아직도 있는데...... 

역시 김치도 미리미리 담가놓고 없는 일 없도록 대비하려는 모습이 

완전 한국 주부 저리가라입니다. 



그리고 아이들 준다고 무슨 과자를 사 왔는데 

라면땅이라는 과자와 

새우깡이네요. 

한글이 적혀 있어 무조건 사왔다는 남편. 

한번도 먹어본 적 없으면서도 이렇게 한글 글씨 때문에 고른 것 같아요. 



아이들도 새우깡 보더니 다들 좋아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도 새우깡이 있었는데, 아이들도 새우깡 맛을 알다니...... 좀 신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사 온 단무지용 무! 

얼렁 김밥을 해 먹자는 뜻이지? 


아무쪼록 사 온 것은 몇 가지 없지만, 요리조리 따져보니 꼭 필요한 것들이었네요. 

마치 제 마음을 콕 읽은 듯 사온 물건입니다. 

역시 외국인 남편, 한국 아내와 13년 살다보니 한국 주부 다 된 것 같네요~! 

게다가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서는 구할 수 없는 좋은 음식 재료입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요즘 인터넷 와이파이 고장이 잦아 제대로 환경설정 및 관리를 못 하여 

블로그 주소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http://spainmudoldol.tistory.com 으로 운영할 방침이오니 

혹시 컴퓨터 창에 즐겨찾기를 하시고 싶으시면 추가하실 수 있답니다. 

2차 도메인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빨랑 조치하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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