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부 뺨치는 남편의 장보기
뜸한 일기/부부

토요일에도 직장에 나가 일하던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스페인 발렌시아 수제 맥주 협회 파티장으로 향했습니다. 즐겁게 놀다 오라고 자유를 주고 저는 세 아이를 돌보면서 기다렸습니다. 작년에 갔는데 올해는 아이 셋을 맡길 때가 없어 제가 보기로 했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날은 수제 맥주 경연 대회 상을 수여하는 날이기 때문에 남편은 무척이나 즐거워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 산또르님은 수제 맥주의 장인이거든요. 자신이 마실 맥주는 직접 담그고, 또 자신의 맥주 실력이 어느 정도까지 갈 것인지 확인할 겸, 자주 맥주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답니다. 맛난 맥주를 만들어 전문가가 인정하는 상을 받는 것은 참 큰 행복이 아닐 수 없지요. 유러피언 맥주 대회 심사 위원으로 갔지만, 맥주 장인으로 참가하는 의의도 대단한 것이지요. 


그래서 토요일 밤 아주 즐겁게 보내라고 보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주 즐겁게 보냈다고 합니다. 새벽 4시까지, 수제 맥주 강연 및 시상, 그리고 저녁 식사.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이 산또르님이 2등 상을 먹었다고 합니다. 어찌 맥주 대회에 내는 맥주마다 상 복이......!


새벽 4시에 들어와 잠을 겨우 자고, 스페인 남편은 일요일에 느긋하게 해발 1,200m의 우리 고산 집으로 올라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상 타서 기뻐 그랬을까, 잠을 한잠도 못자고 아침 8시에 일어나 장을 보러 갔다고 합니다. 


보통 스페인서는 일요일 문을 여는 상점이 없는데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아시아마트입니다. 

그곳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니 남편은 잠 못 자는 시간에 차라리 우리 네 모녀를 즐겁게 할 장을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도 아침 9시에 문 여는 상점이 닫아있어 생전 처음으로 아시아 마트에서 문 열기를 기다렸다는 겁니다. 


피곤할 텐데 그냥 오라고 해도 아닙니다. 남편은 해외 사는 한국 주부 뺨칠 정도로 우리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온 겁니다. 



일단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자고로 맥주 대회에서 받은 상과 상장이었습니다. ^^*



밸기에식 다크 스트롱 에일에서 2등 상인데......



위의 사진에 있는 물건과 맥주가 상이 되겠습니다. 

아무 조촐한 상이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회라고 합니다. ^^

게다가 산또르님은 지난번 스코틀랜드 맥주회사 경연대회에서 최종 후보자에도 올랐거든요. 

그 대회 1등 상은 그 맥주회사에서 일하는 거라고 합니다. 


우리 스코틀랜드로 이사할 뻔했어~ 하고 놀라는 산똘님. 



기쁜 마음으로 일요일 아침에 사 온 물건이 바로 위의 음식들입니다. 

배추와 무, 생강 등 김치 만들 재료를 다 사 왔어요. @.@ 

대단해~! 

간장, 된장, 그리고 만두까지. 



사실 발렌시아 아시아마트에는 한국 물건이 그다지 많지 않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을 사온 모습 보니 영락없는 한국 주부입니다. 

산드라가 좋아하는 두부. 


이 아이는 담백한 맛을 이미 알아버려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두부라고 합니다. 



숙주나물. 

국이나 찌개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사 왔네요. 



게다가 배추가 1kg에 95센트밖에 안 합니다. 

엄청나게 싸다고 6포기나 사 왔어요! 

겨울 배추라 그런지 튼실하고 좋네요. 



벌써 김치 담글 생각에 우리는 설렙니다. 

그런데 지난번 담근 김치 아직도 있는데...... 

역시 김치도 미리미리 담가놓고 없는 일 없도록 대비하려는 모습이 

완전 한국 주부 저리가라입니다. 



그리고 아이들 준다고 무슨 과자를 사 왔는데 

라면땅이라는 과자와 

새우깡이네요. 

한글이 적혀 있어 무조건 사왔다는 남편. 

한번도 먹어본 적 없으면서도 이렇게 한글 글씨 때문에 고른 것 같아요. 



아이들도 새우깡 보더니 다들 좋아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도 새우깡이 있었는데, 아이들도 새우깡 맛을 알다니...... 좀 신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사 온 단무지용 무! 

얼렁 김밥을 해 먹자는 뜻이지? 


아무쪼록 사 온 것은 몇 가지 없지만, 요리조리 따져보니 꼭 필요한 것들이었네요. 

마치 제 마음을 콕 읽은 듯 사온 물건입니다. 

역시 외국인 남편, 한국 아내와 13년 살다보니 한국 주부 다 된 것 같네요~! 

게다가 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에서는 구할 수 없는 좋은 음식 재료입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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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2016.12.13 00:25 신고 URL EDIT REPLY
어머!! 먼저 축하드려요!! 짝짝짝!! 남편분 취미로 두기에 아깝네요. 여러 대회에서 상도 받고 인정받고 재능이 많으시네요. 더군다나 놀랍네요.
어머 ~~ 주부맘을 다 알고 있듯이 메모해주고 장본곳도 아닌데 필요한것들 알차게 사오셨네요!!^^
두부를 좋아하시고 숙주나물까지 사오고 ^^::;;
이렇게 가정적인 남편분 두어서 부럽기도 해요!!
확실히 한국것과 다르니 외국것이 크기가 작게 느껴지네요. 그래도 세 공주님과 다 같이 한국 음식 해드시고 계실꺼 생각하니 흐뭇하네요!! 두부 김치찌개도 괜찮을듯해요~ 산똘님께서 두부도 김치도 좋아하시니^^~~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2.13 19:57 신고 URL EDIT
세레나님. 두부 김치찌개 정말 말만 들어도 맛있겠어요~! 그런데 제가 하는 것보다 남이 해준 음식이 왜 그렇게 더 맛있게 여겨질까요?
누가 묵은 김치로 맛있는 찌개해주면 안될까? 오늘도 흐흐 웃으면서 바래봅니다. ^^*
배추가 상당히 작게 느껴지죠? 저도 놀랐답니다. 그런데 겉 배춧잎은 싹 뜯어버리고 팔더라고요. 그것도 참 신기해요. 속이 노란색 빛날 때까지 상한 배춧잎 없게 뜯어서 판매하는 방식이 이곳 방식인 것 같아요. ^^

오늘도 화이팅! 세레나님.
키드 2016.12.13 07:08 신고 URL EDIT REPLY
축하드려요~~
상을 탈 만큼 맥주 만드는 실력이 대단 하다는 거잖아요.
맘 씀씀이 까지 멋질수가~~^^
가정이란 울타리 속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살펴주고 헤아려 주며 살아가는 두분이 정말 아름다워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2.13 20:00 신고 URL EDIT
그러게 천생 여자로 태어났으면 정말 살림의 여왕의 여왕이 될 듯한 남자였습니다.
지금도 얼마나 알뜰살뜰인지 제가 혀를 내두를 지경이지요. ^^* 또 발명가 기질이 있어 뭐든 뚝딱 만들어내는 모습 보면 또 놀라고요.

우리 누리가 요즘 집에 오면 뭐든 뚝딱 만들고 있어요. 그런 모습을 본 남편이 하는 소리가,
"누리는 나처럼 발명가 기질이네~"
하하하! 자신도 인정한다는 소리잖아요? 아마도 맥주도 연금술처럼 성분 분석을 잘해 좋은 맥주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답니다. ^^

오늘도 즐거운 하루요~! 키드님.
바이올렛 2016.12.13 09:16 신고 URL EDIT REPLY
어머나~
라면땅 오랫만에 보네요
두부에 숙주나물까지..
참 자상하고 멋진 산똘님!!
산들님 댁의 김장 담그는 날!
마음이 든든하시겠어요
행복하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2.13 20:01 신고 URL EDIT
저도 저 라면땅이라는 과자 보고 놀랐어요.
한국에서 먹던 라면땅 맛과 똑같을까? 지금 저 과자 먹는 날을 무척이나 고대하고 있답니다.
아이들과 다함께 모여앉아 먹어야겠어요. ^^*
배추가 있으니 정말 든든해요~ 이게 우리 주부의 마음인가 보네요. ^^

바이올렛님 덕분에 오늘 참 훈훈한 날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조은미 2016.12.13 11:25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블로그가 없어진줄 알고 어찌나 놀랐는지.. 혹시나 하고 검색창 찾아보니 떡하니 나오네요..
어찌나 반갑던지.. ^^ 안쓰던 덧글을 쓰고 있어요.. ^^V
산똘님은 마치 한국에서 사시는분처럼 장을 봐오셨네요~ 필요한거만 콕콕 찝어서~!!
울신랑은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마트가믄 과자만 사온답니다..ㅡㅡ;;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2.13 20:03 신고 URL EDIT
앗싸~! 덕분에 이렇게 조은미님과 이곳에서 댓글로 소통도 하니 나쁘지 않았던 블로그 불통의 나날이었네요. ^^*

남편이 발렌시아에서 장보고 잔뜩 들고 돌아와 저도 깜짝 놀랐답니다. 하하하! 서당개 3년보다 더 정확한 필요성이네요. ^^*

아마도 신랑님께서는 신부님께서 과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사오시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
오늘도 즐거운 하루~! 화이팅!
강성주 2016.12.13 19:43 신고 URL EDIT REPLY
매일 블로그보러 들어오는데 어제랑 오늘 오후까지 없는블로그로 나와서 깜짝놀랐어요
인간극장보고 알게되서 매일오게되네요
마음의 편안을느껴요 감사합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6.12.13 20:07 신고 URL EDIT
지금은 문제를 해결하여 정상적으로 아마 나올 겁니다. ^^*
괜히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강성주님.
덕분에 이렇게 소통할 수 있어 참 반갑습니다. 편안한 쉼터라고 생각하시고 즐겁게 읽어주시면 저야 말로 행복한 글을 쓰게 되지요. 오늘도 화이팅!
BlogIcon 델링 2016.12.13 22:26 신고 URL EDIT REPLY
무로 단무지 만들수있는거에요??. 우와.....!!!!!
그리고 라면땅 정말 맛있을거같아요ㅎㅎㅎㅎ 새우깡 보니깐 갑자기 먹고싶네욯ㅎㅎㅎ
Sponch 2016.12.14 14:22 신고 URL EDIT REPLY
안그래도 어제 블로그가 없다고 나와서 깜짝 놀랐었지요! ㅎㅎ 산똘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맛난 김치 담그시길~
동경언니 2016.12.15 00:41 신고 URL EDIT REPLY
에효, 산똘님 맥주 제가 지인짜 맛있게 마실 수 있는데....ㅠㅠ
농담 아니고 궁금해요.
여기 나라奈良,지역이름,에 혼자 들어갔던 작은 식당에서
직접 만든 거라고 내 주셨던 맥주맛을 못 잊겠어요.
그냥 침만 삼키며 오늘은 걍 잘랍니다.^^
윤스 2016.12.20 04:13 신고 URL EDIT REPLY
저는 한국에 사는데도,,
한국과 관련된 것을 보면 괜스레 뿌듯하고 행복해지네요..
또 남편분이나 자녀분들도 한국과 관련된 것을 잘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니,,참 흐뭇하기도 하구요 ^^

저를 참 기분좋게해주는 블로그예요..
늘 고맙습니다..^^ 행복하셔요 !!
배미경그라시아 2016.12.22 13:44 신고 URL EDIT REPLY
라면땅 추억의 과자네요
두부김치도 해먹음 맛있을거 같아요 ~~ 제가 다 풍성해지는 기분입니다.
저는요즘 유기그릇에 푹빠져 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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