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가족

스페인 고산 가족의 주말 풍경

산들무지개 2017. 1. 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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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에 업그레이드된 일이 있었습니다. 불타는 금요일에는 여유롭게 불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고요, 아빠는 오랜만에 고기 공급을 위해(?) 칠면조를 잡게 되었습니다. 칠면조를 잡은 아빠를 본 누리가 그럽니다. 


"아빠~, 동물 죽이는 건 나빠."

아빠는 멘붕이 와서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그래, 동물 죽이는 건 나쁜데 우리가 키운 자유로운 녀석들은 진정 가치 있는 음식이 된단다."

아이가 이 말을 알 리가 없습니다. 갸우뚱하는 딸아이를 보더니, 

"누리야~! 넌 햄버거 좋아하잖아? 칠면조 햄버거도 좋아하고?"

"응~!"

"그것도 동물을 죽여서 만든 거잖아? 그러니 실제로 이런 모습 보고 충격받을 필요가 없어. 세상의 누군가는 이렇게 동물을 죽여서 먹을거리로 만들어야만 하잖아?"


아직 어린 유치원생 누리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럼, 금요일부터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우리 가족이 새로 시작한 전통, 금요일의 불타는 밤에는 저녁을 특별하게 먹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다락방에서 영화 보면서 샌드위치 해서 저녁 먹기입니다~! ^^*


 

 


바게트에 스페인식 생햄과 상추, 토마토, 양파, 치즈 등을 넣어 샌드위치를 합니다. 

후식으로는 엄마가 구워낸 초콜릿 케이크~! 


 


남편은 자신의 맥주 발효 통에서 꺼내온 맥주를 들고 

영화를 보면서 식사할 다락방으로 옵니다. 


물론, 영화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아 애니메이션~!

그런데 우리 부부도 이런 영화 보는 데 익숙해져서 같이 동심을 즐긴다는 사실. 


그리고 토요일, 일요일에는 못다 한 일들을 합니다. 텃밭에서 겨울 채소를 가져오거나, 장작을 날라와 집에 쌓아두는 일이나 또 새로운 반려견과 노는 일...... 이 반려견은 딱 두 달만 우리가 돌보기로 한 늙은 개입니다. 늙어서 저를 쳐다보는 눈이 '난 너에 대해 다 알아~!' 하는 눈. 


 


우리 집에 정착하기로 한 불청객 양은 어느 날 죽었답니다.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안타깝지만 어쩌겠어요? 그런 대신, 우리 집에 또 눌러앉은 이 개로 하여금 새로운 즐거움을 맛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늙은 개, '멜로'마저 좋아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빠가 칠면조를 잡는 일이었지요. 



아빠가 어느새 털까지 다 뽑고 이제 해부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막 부릅니다. 

"얘들아~! 궁금하지 않니? 칠면조의 내장이나 심장 등이?"



아이들이 달려오니 하나하나 해부하면서 보여줍니다. 



멜로도 아주 큰 관심 두고 경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내장을 꺼내자, 아이들은 코를 막습니다. 

하하하! 냄새가 지독하거든요. 


"이건 심장이야. 이건 간이고, 이건 쓸게야."

이것저것 가르쳐주는데 어찌 우리 딸내미들 반응이...... 



코맹맹이 소리로...... 

"아빠, 알겠는데 냄새가 지독해."

하면서 황급히 사라져버리는 녀석들. 



결국, 아빠는 할 수 없이 이 전 과정을 옆에 있던 저에게 말합니다. ^^; 

아이들따라 확~ 사라지려는 찰나 남편이 이렇게 설명을 하네요. 


'당신 혼자 하면 안 될까?'

하는 소리가 막 나오려고 했지만 

이 큰일을 혼자 하면 심심할까 봐 옆에서 열심히 맞장구를 쳐줍니다. 

 


그리고 쓸만한 녀석들은 우리 집고양이와 개에게 주려고 솥에 끓이기로 했습니다. 



멜로가 그 사실을 알고 저렇게 죽치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릴 무척 주시하면서 먹을거리를 탐내고 있습니다. 

호시탐탐 체크하는 고양이 녀석. 



자~! 우리가 먹을 칠면조도 다 정리되었습니다. 

이거 닭 3마리 분량입니다. 

이 칠면조가 엄청나게 큽니다. 

다행입니다. 한 마리로 오랫동안 여러 번 음식을 해서 먹을 수 있으니 말이지요. 


아이들은 어서 한국식 양념치킨을 해달라고 난리입니다. 

'한국 닭'이라면서 좋아합니다. 


* 관련 글 *





그러자 아빠는 그럴 수 없다. '스페인 닭'으로 일단 육수를 내자고 하네요. 

스페인 닭은 맛이 없다면서 아이들은 언제나 한국 닭을 외치고 있습니다. 


빨간 솥에는 동물들 먹을 음식이 막 끓어오릅니다. 

 


동물을 위한 솥에서 구수한 냄새가~~~ 

결국 쌀을 넣어 죽을 해서 바쳤더니...... 

개와 고양이 다 주는 밥은 안 먹고 고기만 쏙 빼먹었다는 사실.......


우리는 육수로 소면을 삶아 먹었고, 나머지는 마을 창고 냉동실로 직행했습니다. 

우리가 키운 녀석 소중히 잘 먹을 생각으로 말이지요. 



우리 가족은 이렇게 또 2017년 1월의 한 주말을 마쳤습니다. 

아이들도 아빠와 함께 한 날들의 추억을 분명 마음에 새겼으리라 생각되는 날들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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