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 고산, 폭설로 고립되었던 6일

산들무지개 2017. 1. 2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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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1,200m의 스페인 고산, 며칠 전 폭설로 고립 중인 우리 집에 관한 글을 올렸죠? 

다들 걱정 많이 해주셨는데요, 우리 가족은 무사히 이 위기를 잘 넘겼답니다. 드디어 제설차가 와 해방되었습니다!!! 걱정해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고작 6일 고립된 게 무슨 자랑거리에요? 라고 하실 분도 있으나, 사실 6일 고립은 고립도 아닙니다. 실제 고립으로 겪은 큰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미리 비상식량도 준비해놨겠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영화도 마련해놨겠다, 간식거리도 준비했겠다, 아빠가 만든 수제 맥주도 있겠다, 문제는 전혀 없었습니다. 


문제라면, 역시나 마음~! 이 마음이란 녀석은 고립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걱정이 되더라고요. 언제 고립에서 벗어날까? 이러다 고립 상태가 죽~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마침, 내일모레 또 눈이 온다는 기상예보 때문에 눈이 또 쌓여 제설하는 데 몹시 어렵겠구나, 하는 마음이 일었답니다. 


스페인에 큰 눈이 자주 오지 않기 때문에 캐나다나 알래스카, 북유럽보다 이 제설하는 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더한 것 같습니다. 


그럼 그동안 고립된 날들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일단 안구 정화를 위해 우리의 하얀 설원을 보여드릴게요~



사실, 눈 오면 아이들과 개가 제일 신난다고 하던데...... 

우리 집 개는 늙어 그런지, 나갈 생각을 않더라고요. 

우리 딸은 어디든 썰매 탈 생각에 저렇게 모험입니다. 



산 중턱으로 올라가 슝~ 하고 썰매를~



정말 예쁜 풍경이지요? 



역시 아빠는 지붕 청소와 눈 녹이는 작업 함께합니다. 

장작을 태우는 난로라 집안이 건조해져 저렇게 눈을 녹여가며 조절합니다. 



집에서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야죠? 

이스트가 다 떨어져 만든 맥주와 올리브유로 만든 반죽에 구운 피자입니다. 



레시피를 찾으실 것 같아 이미 포스팅으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이스트가 다 떨어져 만들었던 생존용 맥주 빵이랍니다. 

이 맥주빵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맛있어서 재발견한 빵입니다. ^^*



맥주 빵에 호두를 넣었더니 더 맛있었어요. 

레시피는 다음에 포스팅으로 올릴게요~ 



아이들도 놀라고 아빠도 놀란 맛있었던 맥주 빵, 계속 만들어달라 조르고 있습니다. 

발효할 필요가 없어 더 간단했던 빵인데 정말 놀랐습니다. 



우리 집이 눈으로 고립되었으니 뭣이라도 해 먹어야 했습니다. 

한정된 재료 안에서 다양한 음식을 시도하느라 좀 고생했지만 그래도 이런 재미로 고립을 즐기네요. 

두부와 돼지고기, 양파, 마늘을 다져 만든 크로켓입니다. 



때로는 호박도 구워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먹으면서도 괴로웠던 것은 아이들이 자꾸 뭘 하자고 난리를 부린 것이었습니다. 

전기량이 한정되어 있으니 저녁 영화 한 편 보는 게 다였습니다.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못 보니 아이들이 심술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이들을 불러 다함께 식탁에 오손도손 모여 이야기를 꾸며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가 상상으로 만드는 세계를 종알종알 엄마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재미있었어요! 

산드라의 모험, 사라의 친구, 도플갱어 누리아의 모험, 아빠의 모험, 엄마의 꿈 등

다양한 이야기가 마구마구 쏟아졌답니다. 

이거 은근히 동화책으로 엮어도 되겠다 생각되었지요. ^^*



그래서 산드라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이야기일까요? ^^* 

나중에 정리가 되면 포스팅으로 올릴까요? 

아무튼, 아이들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가 어른들 못지않게 즐겨웠습니다. 


위의 그림은, 

산드라가 동생들과 엄마, 아빠 때문에 화가 나서 7마리 고양이를 데리고 산책한 모험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6일째 되던 날, 뒷마당에서 제설차가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길이 뚫린다!!!



그런데 이 차는 우리 집 앞마당까지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곳에 차가 있는데......



그렇게 우릴 두고 떠나간 제설차. 저 멀리 길이 뚫리는 광경만 보입니다. 



그럼 우린 여전히 고립인가요? 



열심히 눈을 치워 뒷마당까지 연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 눈이 무척 쌓여 치우는 데에만도 꽤 힘이 든다는 사실~



그런데 뚜뚜 뚜뚜~ 제설차 이후 페이로더가 등장했습니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아(?) 이렇게 우리 집 앞길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우와~! 만세다! 만세!



눈은 어느새 치워지고 있습니다. 



어허~! 집 앞까지 무사히 눈을 치우고 갔습니다. 

어찌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인데요? 

사실 2013년 겨울에도 이런 풍경이 연출되었었죠. 



그리고 바로 우리는 차에 올라타 마을에 장 보러 갔습니다. 

혹시나 또 내릴 눈으로 고립되지나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역시, 이 폭설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의 흔적이 참 고맙게 느껴졌던 날들입니다. 

마을로 가면서 아직도 제설하시는 농촌 소방대원들이 참 대단하다 여겨졌답니다. 


여러분, 이렇게 우리 가족은 고립에서 해방되었습니다!!!


고립되었을 때는 언제 길이 뚫릴까 걱정하더니, 이제 길이 뚫리니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조금 섭섭해져 오기도 합니다. 

역시 인간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요. 

폭설 덕에 특혜를 받은 듯 모든 의무에서 해방된 아빠와 아이들, 

이제 정상적으로 직업 전선으로, 학교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또 원고와 사진 작업으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고요.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그동안 걱정해주시고 안부를 물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꾸벅~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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