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스페인 고산, 폭설은 녹아 사라졌지만..

산들무지개 2017. 2.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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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아저씨는 생애 가장 많은 눈을 보았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내린 폭설이 무려 1m가 넘었으니 참 대단한 양입니다. 바람 때문에 쌓인 곳은 어른 허리까지 왔다니 그 많은 눈 치우는 데에도 여러 날이 걸렸습니다. 현대인은 제설차가 오지 않으면 고립되었다고 아우성이지요. 그런데 그 옛날에는 눈이 오는 즉시, 농가 사람들이 말과 당나귀 등을 데리고 나와 단체로 마을로 향했다고 합니다. 

"눈이 많이 쌓였으니 우리 인간들이 길을 내기는 쉽지 않았지. 그래서 말이며, 당나귀를 끌고 나와 한 줄로 서서 마을로 향했던 게야. 앞서가는 놈이 힘들면 그 뒤에 오는 동물이 이어받아 앞장섰지. 그런 식으로 줄줄이 순서를 바꾸어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마을에 도달했던 거야. 

마을에서 생필품을 사고, 돌아갈 때는 훨씬 쉬워졌지. 길이 이미 열렸으니 말이야. 그렇게 그 옛날에는 눈이 많이 내려도 길이 열리지 않는다고 걱정은 하지 않았었어. 요즘엔 너무 편리해져서 우리는 무능력해진 것 같아. 물론 말도 없고, 당나귀도 없으니 그렇기도 하겠지. 요즘 동물을 취미로 기르지만, 옛날에는 다 정해진 노동으로 집안에 큰 도움이 되었지. 눈이 많이 내렸다고 요즘 걱정하는 현대인들 보니, 참 시대가 많이 변했구먼."

마을 어르신을 만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인간이 이런 자연재해 앞에서 그 옛날 삶의 방식과는 다른 삶을 사니 그야말로 무능력해진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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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따뜻한 바람이 불어 그 많던 폭설도 녹아 사라져버렸습니다. 아주 신기하게도 금방 사라진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부러진 나무가 수천 그루였습니다. 숲속에서 뿌리째 뽑힌 나무도 있고...... 정말 나무에는 재앙과도 같은 처참한 풍경이었습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랍니다. 

눈은 어느새 녹아 사라져버렸습니다. 

아빠는 열심히 부러진 나무를 청소하고 있습니다. 

나무도 부러진 부분을 잘 다듬고 병충해 들어오지 않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네요. 

뜻밖에 얻게 된 장작이라 조금 기쁘기는 했지만, 무척 안타까웠어요. 

풍성하고 아름답던 나무가 다 부러져버렸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타고 놀던 가지도 다 부러져 참 안타까웠어요. 

산책길에 우리 집고양이가 반갑다며 인사합니다. 그동안 개를 데리고 있어 근처도 오지 않더니, 

개가 주인 품으로 돌아간 이 시점 반갑다며 인사합니다. 

산책길로 나섰습니다. 

고양이도 뒤에서 졸졸졸 쫓아옵니다. 

아직도 쌓인 눈길을 걷습니다. 

고양이가 차갑다면서 몇 번 망설이다 제 뒤를 또 쫓아옵니다. 

뒷산으로 가는 산책길도 부러진 나무로 막혔습니다.  

이렇게 큰 참나무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다니......

사진으로는 작게 보이는데......

아이가 앞에 섰습니다. 

사실, 이 참나무는 엄청나게 큰 참나무였습니다. 

무수한 세월을 견딘 오래된 장수 참나무도 이렇게 상처를 입었습니다. 

산책은 못 하고 그냥 돌아옵니다. 

나무도 그만의 방식으로 기억하는 메모리칩이 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이 눈사태를 크게 기억할 것 같네요. 

고양이가 여러 마리 우릴 쫓아옵니다. 

나무의 시간대에서 우리 인간은 하나의 작은 점일 수도 있네요. 

이 눈사태도 하나의 작은 상처일 수도 있고요. 

아마 우릴 지켜보는 나무는 이 장면을 기억에 넣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네요. 

한 때 '참나무집' 가족이 있었노라~ 하고 말입니다. 

딱총나무도 부러지고, 호두나무도 부러지고......

크고 우람했던 나무 여러 그루가 부러졌네요. 

이제 눈도 녹고, 다시 따뜻한 봄날 되면, '재생'할 기회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처가 되지 않도록 이곳에 사는 우리는 열심히 다듬어주는 일 밖에 할 일이 없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여긴 흐린 날들의 연속입니다. 항상 건강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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