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편도 반한 겨울철 위문품 '한국 고무장갑'
뜸한 일기/부부

얼마나 밖에서 놀았으면 아이의 손등이 추위에 터져서 그렇게 애처롭게 보일까요? 화들짝 놀라며 요즘 아이들도 손등이 트네~, 하고 감탄을 하는데, 다시 생각하니, 아니! 우리 아이가 사는 곳이 스페인 고산의 시골 마을이니 추운 겨울에 손 트는 것은 당연하지! 싶습니다. 


고사리손 등에 로션을 발라주면서 아! 역시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추운 줄 모르고 그렇게 노는구나, 싶었답니다. 어릴 적, 엄마가 해 저물어가는 늦은 저녁에, 얘야~! 얘야~! 밥 먹어라! 하던 고함 소리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아! 내 아이도 지금 해가 저물어가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정신없이 밖에서 추위 아랑곳하지 않고 노는구나, 싶었답니다. 



그리고 제 손등을 보았답니다. 아이 셋이 생기면서 어쩐지 더 많은 육아와 집안일로 제 손등도 트지 않았나 싶어서 말이죠. 역시나 손등은 터 있었습니다. ㅠ.ㅠ 그렇다고 처량하게 보지는 말아주세요. 이곳은 식기 세척기를 사용하려고 해도 전기가 부족한 곳이라 애당초 들여다 놓을 수 없답니다. 또한, 인도 작가이자 녹색 성자, 사티시 쿠마르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이런 자연적 삶이 얼마나 인간적 노동이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절감하게 됩니다. (사티시 쿠마르 어머니는 재봉틀로 옷을 만들면 더 쉽지 않으냐는 자식들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어머니의 노동은 손으로 한 뜸, 한 뜸 직접 만드는 옷이었으니 말이죠. 아무리 자동이 좋다는 시절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동이 가능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라는 어쩌구저쩌구...... 그렇다고 전 뭐 그 작가의 어머니처럼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그것에 위안으로 삼고 손수 설거지하는 즐거움을 맛본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한국에서 친구가 소포를 잔뜩 보내주었는데요, 그 소포 안에는 고무장갑이 종류별로 수두룩 들어있었답니다. 뭔 고무장갑의 종류도 이렇게 다양할까, 처음엔 놀랐답니다. 시뻘건 고무장갑이야말로 제 머릿속에 박힌 전형적 고무장갑이었는데 말이죠. 시뻘건 고정된 이미지의 장갑을 빼고도 다양한 그 디자인이란?!


"아이쿠! 여기도 고무장갑 많이 파는데 왜 이것을 보내줬을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하긴 스페인 고무장갑은 너무 단순하고 팔뚝까지 오는 것이 아니라 손목 부분이 다여서 가끔 너무 짧다는 생각도 했었답니다. 그런 면으로는 이 목이 긴 한국 고무장갑이 아주 좋았답니다. 


 


스페인 고무장갑은 아예 사지를 않습니다. 

한국제 고무장갑에 맛이 들었다고 봐야 할까요? 


"손도 보호해야 하지만, 찬물에 손 많이 담그면 안 되니까 이렇게 장갑을 보낸다. 스페인 고산의 추운 겨울에 혹여, 찬물로 설거지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는 게 친구의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다 답답한 것을 싫어하는 전, 이 고무장갑을 깜빡 잊다 말이죠, 겨울철 급작스럽게 손등이 트면서 이 고무장갑을 사용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신선한 질감과 편안함을 주어 놀랐답니다. 속은 천처럼 부드럽고(이게 아마 기모 장갑이었던 것 같아요) 겉은 단단하니 좋아 찬물에 설거지해도 시리지 않고 좋았답니다. (물론, 보통은 따뜻한 물로 설거지한답니다.)


너무 좋아 노래를 부르면서 친구에게 전화해서 좋다고 했죠. 

너무 좋아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께 이 기막힌 고무장갑에 관해 이야기했답니다. 


"이 고무장갑 너무 좋다. 역시 한국 물건이 스페인 것보다 훨씬 좋아~." 하고 말이죠.  


어릴 적 우리 엄마도 자주 고무장갑을 끼고 집안일을 하셨댔죠. 그 풍경이 겹치면서 어쩐지 이 고무장갑이라는 것은 어머니와 시린 손, 부엌 일, 집안일, 알뜰함, 따뜻함, 희생, 등등의 단어가 떠올랐답니다. '고무장갑'이라는 것은 단순한 단어가 아닌 정신적인 어떤 의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친구의 그 걱정과 배려가 떠오르면서 전 고무장갑을 애지중지하게 되었답니다. 

이런 모습을 본 남편이 그럽니다. 


"우이씨! 나도 한국 고무장갑 낄 줄 아는데......! 왜 당신한테만 보내줬대? 당신한테만 일하라는 거야?"

이럽니다. 제가 생각하던 고무장갑의 그 정신적 의지가 와장창 깨지면서 남편의 말이 좀 일리가 있기도 했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 친구가 내 생각해서 저 멀리서 고생이나 하지 말라고 보내준 고무장갑인데...... 하고 말이죠. 

그러다 이 이야기를 친구와 함께 통화하면서 나누게 되었답니다. 


그 통화를 한 한 달 후, 

우린 제 친구에게서 라지 사이즈의 한국 고무장갑을 받게 됩니다. 



"네 남편도 집안일 열심히 하라고 보내는 고무장갑이야. 내가 미처 네 남편 생각을 못 했구나. 그럼 이 한국 고무장갑 잘 끼고 겨울철 잘 나길 바란다."하고 메세지를 보내줬습니다. 하하하!


남편에게 '자기 스스로 구멍 팠구먼!' 하고 속으로 웃어댔지요. 

그런데 이 남편이 이 한국 고무장갑 좋다고 받아 들고, 요즘에는 맥주 만들 때 뜨거운 액체에 손 대지 않으려고 사용한답니다. 더불어 설거지 필수품, 이 한국 고무장갑! (저 완전 장사꾼 같습니다.)

어쩐지 속은 천처럼 부드럽고 겉은 단단하여 뜨거운 액체에도 보호할 수 있어 좋다는 그의 말......!



이제는 주부 습진으로 고생하는 스페인 동서에게도 이 한국 장갑을 선물로 할 정도입니다. 스페인 장갑은 너무 단순해서 이런 한국산 고무장갑 형태의 것은 사실상 판매하지 않지요. 그러고 보니, 이런 소소한 풍경이 아주 재미있네요. 지구 한 편에서는 인종 다른 동서와 형님이 서로 좋다고 한국 고무장갑을 나눠쓰고 공감하는 장면요. 


오늘 아이의 손등과 내 손등에 로션을 바르면서 친구 생각을 무지 많이 했네요. 

이런 추운 날, 정신적 위문품으로 참 따뜻한 겨울을 맞는구나, 싶습니다. 

역시나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오늘 새삼 깨닫습니다. 



이제 설입니다. 

마음 따뜻해지는 설입니다. 

곧 발렌시아에 사는 한국 친구도 합류할 예정이니 

더 훈훈한 외국에서의 설이 될 것 같습니다. 

기쁜 설 보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정신적 위문품은 무엇인가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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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향기 2017.01.27 00:47 신고 URL EDIT REPLY
안에 기모가 든 고무장갑도 있는데 제가 보내드릴수도 없고ㅠ
전 기모고무장갑으로 눈사람 만들었는데 손도 안시렵고 젖지않아서 강추하는데요~~
이제 곧 설이네요. 산들님~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1.27 00:53 신고 URL EDIT
오~ 맞아요, 맞아! 제가 받은 것 중 하나가 천으로 댄 것 같았던 기모 장갑이었어요!!! ^^ 기모인지도 모르고 사용했는데 기모 맞네요. 정말 따뜻하고 좋더라고요. 강력추천하신 점 저도 무척 공감해요.
사과꽃향기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하시는 일들 소원성취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세레나 2017.01.27 00:56 신고 URL EDIT REPLY
한국은 설 연휴가 시작됐네요~근데 지금
비가 많이 오고 있어서 고향길가시는분들이 걱정되네요.
맞아요!! 외국 어디에서도 고무장갑 쓸려고 했는데 너무 짧아서 물이 종종 들어가 도중에 벗거나 옷이 젖어 속상한 기억이 나네요!! 잘 찢어지더라구요. 우리나라것이 좋긴하죠??!!! 음식점에서 뜨거운거 다루는 곳에서 일부러 고무장갑 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아마 남편분도 뜨거운거 만질때 쓰실거에요! 근데 고무장갑이 "고무!!"라는걸 인지하셔서 가능한 뜨거운거나 위험한거 만질때 속에 면장갑이나 작업용장갑 끼고 하시는게 안전하실거에요! 고무장갑이 사르르 녹더라구요. 저도 뜨거운거 자주 만지거든요. 그리고 저는 설겆이할때 고무장갑낄때 꼭 면장갑 끼고 하거든요. 주부습진아라고 해야하나?? 손가락 피부가 벗겨지면서 습진이 자주 생겼었는데 속에 면장갑끼고 하니까 냄새도 덜나고 피부도 그대로 포송포송해지고 좋더라구요!!
발렌시아의 한국인 친구와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1.27 19:08 신고 URL EDIT
고무장갑 속에 흰 면장갑 끼고 하면 좋다는 이야기 저도 많이 들었네요. 여성의 로망은 뽀송뽀송한 피부라는데...... 전 이미 틀렸어요. (고개 절래절래)
피부도 젊었을 때부터 가꾸어줘야 한다는데...... ^^; 그래도 나이에 맞게 늙어주는 것도 좋지요.
세레나님,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
윤양 2017.01.27 01:09 신고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산들님
산들님과 가족분들의 행복&사랑이 넘치는 이 블로그를 가끔씩 몰래 들어와 읽어보는 1인 입니다.
우연히 지난 여름 인간극장을 보고 난 뒤, 이 블로그에 들어온지 벌써 5개월 쯤 되어가는데요,
매번 글을 읽을 때 마다 산들님과 가족분들의 소소한 삶에서 느끼는 행복과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의 글을 통해 저에게도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셔서 감사하단 말을 오늘은 꼭 하고싶어 이렇게 글을 남김니다. 앞으로도 이 블로그를 통해 저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들께 좋은 글과 긍정적인 에너지 부탁드릴게요.
항상 가슴으로 산들님과 가족분들의 건강과 행복이 깃들기 바라며,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1.27 19:11 신고 URL EDIT
저는 윤양님 덕분에 오늘 아주 즐거운 행복감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제 글이 소소한 긍정 효과를 드릴 수 있다는 것에 힘이 솟습니다. 정말로 글을 쓰는 이에게 이런 칭찬은 큰 용기를 주네요.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당~! (정말 좋은 글 쓰고 싶은데......)
그럼 오늘도 긍정적 에너지로 좋은 일, 보람된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Rocio 2017.01.27 06:01 신고 URL EDIT REPLY
새해복많이 받으시구 ~~
늘 행복하세여 ~~
너무 아름다운 가족~~^^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1.27 19:11 신고 URL EDIT
고맙습니다~ Rocio님.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행복한 설 연휴 되시길 바래요. 화이팅!!!
키드 2017.01.27 07:30 신고 URL EDIT REPLY
우리나라 상품이 다양하고 좋은건 맞나봐요~~
비닐장갑도 김장용 으로 목이 긴게 있더라구요~^^
명절을 같이보낼 한국친구분이 있다니 외롭진 않겠어요~~~
좋은시간 행복한 시간 나누시고,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1.27 19:13 신고 URL EDIT
정말 올해는 친구 덕에 제대로 설을 맞아보네요. 친구가 한국 식품 잔뜩 들고 온다네요. 얏호~! 벌써 기대돼요. '어묵'을 가져온다네요. 아~~~ 좋아, 좋아. 그런데 눈이 오면 길이 막혀 안 되는데...... 눈 오지 마라, 수리수리 얍!

키드님도 기쁜 설 연휴 되세요~
군식 2017.01.27 13:57 신고 URL EDIT REPLY
아이들은 동서가 똑같네요. 나도 어렸을적 생각이나네요 손이 터 엄마가 그리세린 발라주고 장갑끼고 자던 생각이 나네요 이련한 추억 떠오르네요. 감사^^그곳에서 행복과 기쁨이 넘치는 설 되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1.27 19:14 신고 URL EDIT
그렇죠? 아이들 노는 모습은 어디 가나 다 똑같더라고요. 정신 없이 노는 아이들 손등은 다 들 터있고...... ^^* 군식님도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셨군요.
아무쪼록 따뜻한 겨울, 즐거운 설 되시길 바래요. 화이팅!
아카시아 2017.01.27 23:02 신고 URL EDIT REPLY
산들님 가족모두 건강하시고 새해복많이 받으세요~~앞으로도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많이들려주세요~
BlogIcon 산들이 산들무지개 | 2017.01.28 00:28 신고 URL EDIT
네! 아카시아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즐거운 설 연휴되시고요, 새해에는 보람찬 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BlogIcon 심해물고기 2017.01.28 02:42 신고 URL EDIT REPLY
왜 목이 긴 고무장갑을 보기가 힘든걸까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김장문화때문일까요? 색깔 다른건 김장때문이라는 말을 티비에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길이가 다른건 왜인지 궁금해지네요ㅎㅎ(아참, 답을 바라고 쓴 댓글은 아니니 넘 부담갖지마세요..!)
한국은 설이라 설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용 헤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족분들도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7.01.28 20:57 신고 URL EDIT REPLY
안녕하세요~^^
여기서 가끔 글 읽었는데
샘킴셰프랑 티비에 나오시는걸 지금 봐서
신기해서 글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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