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음식, 식재료

스페인 치즈, 청국장 냄새 저리가라네~

산들무지개 2016. 12. 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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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발렌시아는 이번 주 공휴일이 이틀이나 되었답니다. 모호하게도 화, 목요일 쉬게 되어 어디 멀리 놀러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 있기에는 무료한 시간이 되었는지, 도시에 있던 친구들이 비교적 가까운 우리 집에 놀러 왔답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스페인 사람들은 손님이 되어 초대되어 갈 집에 꼭 먹을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온답니다. 이번에도 친구들이 먹을 것을 아주 많이 싸 왔는데요, 역시나 사람은 먹고 대화하는 그 기본에 충실한가 봅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머뭇머뭇하면서 제게 내놓은 것이 있답니다. 


"어어...... 어...... 미안한데, 내가 우리 동네 치즈를 좀 사 왔어."


"아니, 뭐가 미안해? 우리 가족은 치즈를 엄청나게 좋아해."


그런데 그 친구가 머뭇거리면서 하는 말이, 


"좀 심한 냄새가 날 것이야. 이런 냄새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정말 괴로워하더라고."


아이고, 제가 스페인이란 나라에 오래 살아와서 냄새 심한 치즈에는 익숙해진 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 사는 한국 사람들도 유럽의 여러 나라의 냄새 심한 치즈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기에 아주 일반적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걱정하지 마. 우리 치즈 냄새에 익숙해~!"


친구는 안심이 되었는지 치즈를 한두 개씩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어어억~! 그 스멀스멀 코에서 심장까지 파고드는 이 냄새는 무엇인가요? 헉!!!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아주 심한, 발 냄새 같은 치즈가 나오는 겁니다. 이게 치즈 하나에서만 나는 냄새가 아니라 가지고 온 치즈 전부에서 나는 냄새였습니다. 



위의 치즈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블루 치즈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치즈는 제일 참을 만했던 치즈이지요. 


친구가 사는 동네, 발렌시아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나는 치즈를 사들고 온 것이지요. 


여러분이 아실런지는 모르지만 스페인은 동네마다 자랑하는 치즈가 생산되는 곳이 꽤 된답니다. 

특히 갈리시아, 바스크, 나바라 등의 북부 지방은 한 골짜기 돌아 마을마다 지역 치즈가 생산된답니다. 


그러니 유럽에서 일반적으로 나는 치즈와 비교하면 상당히 다르기도 하고, 

발효 과정이 꽤 길어 맛도 또, 상당히 짜고 강하답니다. 

특히 산양과 양에서 나는 젖을 짜서 만들기 때문에 냄새는 더 고약하고요. 

 


여러분이 흔히 알고 있는 블루 치즈는 정말 고약하기 짝이 없지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고약하다면 믿으실 수 있을까요? 



그제야 왜 스페인 친구가 머뭇거리면서 이 치즈 냄새난다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는지 알겠더라고요. 

마치 민폐 끼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입니다. 


스페인 사람들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외국 나갈 때 이런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가나 봅니다. 

"내가 캐나다 살 때, 룸메이트한테 이 치즈 가져갔다가 챙피해 죽는 줄 알았어."


예전에 페페 아저씨가 말씀하시던 생각이 났답니다. 

아하! 마치 한국에서 청국장이나 김치 가져갔다 

냄새 때문에 힘들어 하시던 분들 일화 듣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 면으로 보면 스페인 사람들, 한국 사람들하고 참 비슷하지요? 



이 치즈는 딱딱하고 가장 잘 발효되어 맛이 좋았습니다. 

물론 냄새는 고약했지요. 

이것도 산양젖으로 만들었는데 발효가 긴 치즈입니다. 

(께소 꾸라도 데 카브라, Queso curado de Cabra)



이것은 양젖으로 만든 치즈인데, 냄새가 엄청나게 고약하지만 

맛은 어쩌면 저렇게 크림맛이 날 수 있는지 

놀랐습니다. 

(께소 데 오베하, Queso de oveja)



헉?!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청국장 냄새 저리 가라~는 치즈. 

색깔부터가 남달라 특이했던 치즈입니다. 

이것도 산양 젖으로 만들어진 치즈인데 발효를 넘어 더 발효한 

정말 냄새 지독하고 썼던 치즈였습니다. 



통으로 잘라 먹기보다는 위의 사진처럼 얇게 잘라 먹어야 

맛이 그제야 음미 되던 놀라운 치즈였습니다. 


스페인의 다른 지방에서 온 친구도 이 치즈 먹고 고개를 돌려버리더군요. 

"너무 강해 난 못 먹겠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돌려버리는 사이, 하하하! 

우리의 세 아이들은 맛있다고 손으로 쪽쪽 빨면서 먹더군요. 

역시, 우리 아이들 한국인 피와 스페인 피가 적절히 섞여 이런 강한 치즈에는 더 강하구먼~!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강한 냄새의 치즈가 존재하는가 싶을 정도의 느낌으로 이 치즈를 대했습니다. 

청국장보다 더 지독한 냄새, 발 냄새보다 더 지독한...... 

그런데 맛은 짭짜르름하니 조금씩 먹으니 맛있었어요~



그러고 보면, 스페인 사람들은 발효 및 염장을 참 좋아합니다. 

지난봄에 왔던 남편 친구들 좀 보세요~!

맥주 발효를 위해 와인 발효조에 넣어 실험하는 일을 시작했죠. 

이번에 또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어떻게 됐는지 확인을 했습니다. 



발효조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맥주를 보면서 좋아합니다. 

헉?! 이 와인 발효조에서 나는 냄새도 치즈 못지않습니다. 

헉!!! 이것은 말 가죽 냄새가 나는 것이...... ㅠㅠ

그런데 이게 최고라면서 다들 좋아하네요. 

이 맥주는 말 가죽 냄새 나는 맥주라고......


그렇게 하여 저는 스페인 사람들의 순수한 음식에 대한 열정을 또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해도 떠주고, 우리 [참나무집]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차근차근 못다 한 일들을 해나가야겠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블로그에서는 하지 않은 맘껏 수다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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