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이야기/생활, 문화

스페인 남편이 귀지를 절대로 파지 않는 이유

산들무지개 2014. 11. 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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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놔~~~! 이런 것도 포스팅으로 올리나?!" 하며 실망하실 분을 위해 미리 진정의 말씀을 먼저 드릴게요. 

저도 이런 이야기가 시시콜콜할 수도 있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지며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동서양의 생물학적인 신체 차이로 나타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오늘도 꿋꿋이 이야기를 진행해가겠습니다. ^^


몇 해 전, 우리 시부모님과 서방님, 세 분은 쿠바 여행을 다녀오셨답니다. 

그런데 서방님이 귀가 너무 이상하다면서, 들리지 않는다면서 고통을 호소하여, 쿠바의 이비인후과 의사를 만나게 된답니다. 

의사 왈, 

"귀에 귀지가 꽉 차서 들리지 않았던 거에요!"

그러시면서 그날 귀지를 깨끗이, 깔끔하게 청소해주셨답니다.

그리고 귀가 빵 뚫려 아주 잘 들렸다는 뒷이야기도 같이 전해진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아니?! 스페인 사람들은 평소에 귀를 파지 않아?"

했더니, 스페인 남편인 산똘님이 더 깜짝 놀라며 그럽니다. 

"아니야! 귀를 파면 절대로 안 돼! 왜 귀지를 파? 여기 의사 선생님이 절대로 귀를 파서는 안 된다고 했어."


앗?! 그런가? 난 한국에서는 동생이며, 엄마며, 귀지를 깨끗이 파는 것을 좋아해 언제나 파게 했는데......



그런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소아과 의사도 아이들 귀는 절대로 파지 말라고 하시더라구요. 



"귀는 자정작용 하는 능력이 있어서, 절대로 귀지를 파지 마세요. 귀지는 알아서 세균,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항균 작용을 해요. 또한, 윤활유 구실도 하지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귀지를 파서는 안 돼요. 아이들은 외부에 흘러나오는 귀지만 청소해주고, 절대로 귓속의 귀지는 파지 마세요. 면봉 깊숙이 쑤셔 넣다가는 감염과 이상 현상이 생길 수 있으니 절대로 귓속 청소는 하지 마세요. 정~~~ 귀가 답답할 때는 전문가에게 찾아가 보는 것이 최고랍니다."



아~~~~ 아~~~~ 

'아니, 귀 파는 데에도 전문가를 찾아가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즘 세태를 존중하여 저도 의사 선생님 말씀을 명심하여 듣고 실천하게 되었답니다. 귀 파는 그 후련함을 포기하기로 했지요.  



그러다, 아이들 면봉을 사러 갔더니...... 역시나 아기들 면봉은 어른 것과는 달랐어요. 

아기들 귓속에 일부러 면봉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생긴 형태였거든요. 귀 바깥쪽만 청소하는 형태로 말이지요. 


아~~~~ 아~~~~


스페인 마트, 약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두 가지 면봉 형태입니다. 

아이들이 쓰는 것은 이런 형태로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장난으로도 귀에 쑤셔넣지 못하도록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나온 것이지요. 

(어른용 면봉도 어른이 알아서 귓속 바깥만 청소해야 한다네요.)


한국 마트에서는 이런 형태의 유아용 면봉이 없더군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형태의 수입용 면봉을 파는 경우만 있더군요

스페인 같은 경우는 이런 면봉이 유아용으로 쓰인답니다. 


오늘 누리가 아픈 관계로 혼자 

집에 남아 엄마의 모델이 되어주었습니다. 


이렇게 귀 바깥 청소만 가능하도록

처리된 면봉입니다. 

우리 아이들 귀지도 눅눅하여 흘러나오더군요.  




이렇게 아기 면봉에 감탄한 후로 전, 남편의 귀지도 살펴보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며칠 자세히 남편의 귀를 살펴보니......


아~~~~ 아~~~~ 

잘 살펴보니 글쎄, 남편의 귀지는 한국인의 귀지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바로 눅눅하게 줄줄줄(?) 흘러나오는 귀지였습니다!!!



이렇게 서양인은 액체형이고, 동양인은 고체형 귀지라네요. 


귀지는 눅눅한 귀지와 마른 귀지로 나눌 수 있다. 눅눅한 귀지는 우성 유전에 따른 것인데 반해 마른 귀지는 열성 유전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눅눅한 귀지를 가진 사람은 체취가 강한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서양인의 경우 80% 정도가 습식귀지이며 동양인의 경우 대부분이 건식귀지로 알려져있다. 마른 건 쌓이면 자동으로 떨어져 나오지만 눅눅한 것은 그렇지 않다. 재수 없으면 귓구멍을 통째로 막아버린다고. 


엔하위키 미러 '귀지' 편 참조, (코멘트가 너무 웃겨서 이곳에 직접 발췌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서방님이 재수 없어서 귀가 막힌 경우가 되겠습니다.



남편이 하는 말, 
"흘러나오는 귀지는 닦아주기만 하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아! 내 귀지는 흘러나오지 않는 딱딱한 것인데?"
"뭐? 귀지가 흘러나오지 않아? 그럼 귓속에서 딱딱해져서 나오는 거야?"
산똘님이 더 놀라더군요. ^^
"아! 난 평소에 직접 파주었는데...... 요즘엔 파지 않아서 그냥 자연스럽게, 알아서, 뚝딱 떨어져나오는 것 같아."

의사 선생님 말씀도 맞지만, 남편이 귀지 파지 않는 이유가 이리 간단하다는 것을 알았던 순간이었답니다. 남편의 귀지는 눅눅한 귀지로 (운이 좋아) 흘러나오기 때문에 파 주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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