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한 수제맥주회사에서 제조를 멈춘 맥주 상품, 그 이유는..

작년 이맘때쯤 저는 남편이 선물로 가져온 맥주병을 자세히 보게 된답니다. 아~~~ 그런데 그 맥주 상표 이미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분명 스페인 수제맥주회사의 제품인데 그림에 욱일기 이미지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뭐, 법적으로 제재된 것은 아니나, 그래도 전쟁의 이미지가 강한 이 욱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이는 것이 참으로 불편했습니다. 전쟁이라는 것은 언제나 정당화될 수 없고, 희생자 많은 아시아인에게는 이 깃발 모양이 참 무서운 상징이기 때문에 저는 인식 없이 이 모양을 사용한 스페인 수제맥주회사에 조금은 화가 났습니다. 

"당장 그 맥주회사에 항의 메일을 보내야겠어~!" 

이런 소릴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은 맥주 회사 사람들과 친분이 있었나 봅니다. 

"내가 기회 봐서 잘 이야길 해 볼게. 아마 스페인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래. 설명하고, 적절한 때에 상황을 봐서 설명하면 좋은 답변이 올 거야." 

저는 당장 이 제품 이미지에 항의해야 한다고 했지만, 남편은 일단은 참으라고 하네요. 모르니까 삽입한 이미지라면서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유럽인들은 이런 아시아에서 일어난 침략 전쟁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이미지는 전쟁 이미지보다는 동양 문화에 대한 동경 이미지로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올림픽도 아시아에서 치렀는데 이런 관심이 없는 걸까? 

사실, 유럽인들은 올림픽 국제 대회마저도 보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니 북경 올림픽 때 인 욱일기 반대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생산되던 맥주 제품입니다. 

항의 메일을 보낼까, 말까 하다 남편의 조언을 일단 받아들이고 그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일단 이 상징을 쓴다 하여 불법인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남의 장사에 내가 이 상징을 금지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입니다. 

그러다, 몇 달 전 남편은 그 회사의 맥주 마스터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맥주 상표에 쓰인 상징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답니다. 그런데 그 마스터는 전혀 알고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아시아 특히, 서울과 도쿄를 아주 좋아하는 마스터였던 터라 그런 역사를 모르고 있던 것에 크게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현명하게 이야길 했습니다. 

"이 욱일기 상징이 (스페인에서는) 불법은 아니지만, 역사적 배경을 두면 별로 좋은 상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무서운 상징이지요. 특히 아시아에서 전쟁으로 희생된 많은 사람들이 이 상징을 보면 아주 심각한 상징이랍니다. 일본이 제국주의에 따라 많은 아시아인을 희생했습니다. 특히 한국, 중국 등의 아시아에서 환영하지 않는 상징이지요. 이 상징이 나치 문양과 같다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런 말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몇 달이 지난 후, 이 맥주 마스터와 다시 만날 기회가 있어 그 회사에 방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맥주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고 합니다. 남편은 다음에 기회를 봐서 물어보겠다고 합니다. 그때 맥주 마스터가 이런 이야길 했다고 하네요. 

"이런 상징이 있는 줄 몰랐어요. 디자인을 바꾸든지 해야겠습니다. 정말 심각한 의미가 있다는 걸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마침, 중국에서 수입업자들이 방문해줬는데 이 조언이 없었으면 개념 없는 회사가 될 뻔했네요."

그날 남편은 맥주 회사에서 제조를 중지한 그 맥주를 열심히 찾고 찾았지만 한 병도 찾질 못했다고 합니다. 남편은 또 때가 되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볼 참이라고 합니다. 

(남의 장사에 끼어든 우리가 잘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욱일기 이미지 상징이 전쟁을 치른 사람들에게는 어떠한 형태로도 용납할 수 없는 슬픔과 무서움이기에 이렇게 조용히 조언을 해봤네요. (사실 스페인 아니, 유럽 내에서 쓰이는 많은 욱일기 상징의 제품들이 도처에 있지만 말입니다) 적어도 아는 지인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상징을 알려주는 것도 역사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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