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대뜸 무슨 무덤 타령이냐구요? 그러게 말이에요.
최근 비스타베야에는 두 명의 사망자가 생겼습니다. 그것도 자고 났더니 이런 변사가 생겼지요. 마을 시청 공무원과 홀로 살던 프랑스계 영국 친구의 죽음이었습니다. 급작스럽게 변사를 당해 참 마음이 뒤숭숭하더군요.
그렇게 이웃을 보내고 장례식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스페인 문화를 보니 생각에 잠기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제 스페인 남편, 산똘님은 한국의 산천에서 가장 신기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무덤"이었다고 합니다.
하긴 ,우리 친정 시골집에도 동그랗고 햇볕 잘 드는 동산에 가족 조상 무덤이 있어 그곳을 방문한 남편은 큰 사색에 잠겼지요. 오붓하게 조상의 무덤이 잘 정렬되어 산 중턱에 세워져 있는 모습이 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에게는 신기할 것이라고 저도 생각했답니다.
외국인 남편이 신기하게 본 한국의 전통 무덤
남편은 첫번째로 이렇게 놀랐다네요.
"스페인에서는 개인 사유지라고 해도 함부로 묘를 세울 수 없는데 한국은 아직도 이런 문화가 남아있다니 신기하다!" 였습니다. 스페인에서는 일반인이 개인 무덤을 아무데나 만들 수 없답니다. 싫든 좋든 마을의 공동 묘지에 묻히는 것이 정석이지요. 만약 공동묘지가 싫다면 화장하는 방법 밖에 없고요.
산똘님은 스페인의 박스형 공동묘지가 참 답답하고 싫다고 합니다.
"스페인 공동 묘지 박스 안에서 내 시체가 썩을 바에는 차라리 날 화장해줘 자유롭게 해주지 않으련?"
이런 소리를 자주 했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자연이 품는 묘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어렸을 때 우리 한국 산천에 묘지가 너무 많아 귀신이 무덤 뒤에서 나올까봐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모른답니다. 대학교 엠티 때에도 무슨 산장에 가 있으면 묘지 이야기가 절로 나와 잠을 못 이룬 적이 허다합니다.
내가 신기하게 여긴 스페인 무덤
그런데 오늘 저는 스페인 공동 묘지를 다녀오면서 스페인 묘지도 특이하다는 것을 알고 여러분께 문화적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일단 스페인 묘지는 빙 큰 담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전혀 공동묘지 혹은 무덤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특징이랍니다. 게다가 무덤 옆에는 꼭 성자의 집이라든가, 은둔자의 집, 혹은 장례식장이 같이 있기도 하답니다. 마지막 사진은 비스타베야 공동묘지입니다. 13세기에 지어진 성 안토니오의 형상을 모신 성자의 집이같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묘지에 꼭 삼나무가 심겨져있습니다.
어떤 곳은 묘지로 들어가는 길에 삼나무로 가로수를 세워넣기도 한답니다.
이 뜻은 천국으로 가는 길을 의미하며 다른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하는 의미로 심어놓은 것이라 합니다.
화살표 표시를 보시면 이 삼나무의 꼿꼿함과 하늘로 향한 고집스러움을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 '삶의 나무'라는 뜻으로 표현하기도 하더라구요.
위의 사진들을 보시면 빈 무덤 칸이 보이시죠? 그곳에 관을 넣고, 벽돌을 쌓아 막습니다. 그리고 누가누가 태어나고 죽은 날짜가 세겨진 대리석을 마지막으로, 석회반죽하여 붙입니다.
그런데 제가 참 놀란 것은 이 무덤 관리를 마을 시청이나 카톨릭 교회(성당)에서 한다는 것입니다.
더 놀란 것은 이 무덤의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다음 세대가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기한, 예를 들면 80년? 80년 이후에는 이 작은 칸막이 묘지가 다시 마을이나 교회 소유로 돌아간다는 것이지요. 유효 기간 지나기 전에 뼈를 간직하고 싶다면 그것에 해당하는 요금을 내야한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묘지 관리인이 알아서 뼈를 모아 한 곳에 묻어두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신기하죠?
위의 사진 중 돌로 잘 지어진 집은 옛날 마을 유지 집안의 공동 무덤이라네요.
한 가족의 뼈가 한 곳에 다 모여있다고 하네요.
무덤 이야기하니 좀 으시시 무서운가요?
아무쪼록 모두 건강히 즐거운 나날들 보내시고요, 눈을 감을 때 후회없는 날들 되도록 합시다!!!
저는 화장하여 세상의 공기 속에서 자유로이 둥둥 떠다니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