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일기/자연

올리브 농장의 골치 아픈 토끼, 귀엽지만 어마무시한 파괴력의 존재

스페인 산들무지개 2025. 3. 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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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이라는 이름, 토끼에서 왔다고? 🇪🇸
 
스페인의 이름이 ‘토끼’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고대 페니키아인들이 지금의 스페인 땅에 도착했을 때, 이곳에 토끼가 많다는 걸 발견하고 “이-스파니아(I-Shapan-im)”“이-스파니아(I-Shapan-im)”라고 불렀다고 해요. 여기서 Shapan은 페니키아어로 ‘토끼’를 뜻하는 단어였죠. 이후 로마인들이 이 이름을 받아들여 “히스파니아(Hispania)”“히스파니아(Hispania)”라고 불렀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España(에스파냐)” 가 된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즉, 스페인의 어원은 ‘토끼의 땅’이라는 뜻에서 시작된 셈이죠. 🐰✨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올리브농장, [산들랜드]에는 정말 토끼가 아주 많습니다! 토끼가 많은 평화로운 땅~ 말만 들어도 즐겁고 몽글몽글 아름다운데... 실상은 좀 그렇지 못하지요. 다들 아시겠지만... 
 
뭐, 지금 당장은 올리브농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하지 않아서 토끼의 피해를 봤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면서 올리브나무를 유심히 관찰하니 이 토끼가 해 놓은 짓들이 심상찮게 발견되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처음엔 토끼가 무해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풀만 먹는 순한 동물인 줄 알았죠.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토끼는 엄청난 번식력으로 생태계를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존재입니다. 한 쌍의 토끼가 1년 만에 수백 마리로 불어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번식하죠. 이 때문에 토끼가 유입된 지역에서는 초목이 과다하게 소비되고, 토양이 황폐화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유럽산 토끼를 들여온 후, 토종 식물과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농작물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해요. 
 
게다가 토끼는 단순히 풀만 먹는 것이 아니라, 나무껍질과 뿌리까지 갉아먹어 숲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특히 스페인의 올리브 농가에서는 토끼가 나무의 뿌리를 갉아먹어 생산량에 큰 타격을 주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 집 올리브나무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산책하다 보면 가지를 갉아먹어 생살이 훤히 보일 때도 있고, 나무 밑동을 갉아먹고 그 안에 둥지를 틀고, 땅을 파헤쳐 미로와 같은 땅굴을 만들었더라고요. 게다가 어느 땅굴은 나무뿌리가 훤히 보일 정도로 햇빛과 건조한 기후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ㅠㅠ 그런 모습은 정말 너무 안타까웠어요. 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토끼굴로 빠져버렸는지 다 이해가 갈 정도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 토끼가 나무 밑동을 갉아먹고 둥지를 만든 현장, 그래서 나무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
 

▲ 앨리스가 빠져도 이상하지 않는 토끼 땅굴 ▲
 

▲ 뿌리가 노출된 토끼 굴 (이런 굴이 의외로 많아 바짝 말라가는 올리브나무가 여러 그루 있더라고요 ㅠㅠ) ▲

 
아~! 이제 토끼가 단순히 귀엽고 무해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아시겠죠? 🐰🔥
어쩌면 스페인을 ‘토끼의 땅’이라 부른 고대인들도, 그 해악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스페인이나 유럽에서는 토끼가 식용으로 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것일지도......(이건 순전히 제 생각)  물론 식용 토끼는 닭처럼 체계화된 사육 시스템에서 길러 유럽 전역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하면서 꼭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토끼를 미워해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있는 정보를 그대로 알려드리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됐어요. 
 
사실 제 유튜브 어느 영상에서 우리 집 댕댕이, 블랑키가 토끼를 사냥하는 모습을 올린 적이 있어요. 물론 살아있는 생명을 사냥하는 장면이니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 영상에는 사냥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보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건너뛰기하세요.” 라고 미리 알림을 넣었습니다. 그런데도 몇몇 분들은 불편함을 표현하셨죠.
 
특히 “토끼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에게 너무 잔인하다.”라는 반응이 나왔을 때는 좀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럼 물고기를 반려동물로 키우시는 분들은 횟집에서 생선 손질하는 영상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실까요?
낙지를 키우는 분들은 생낙지를 먹는 영상을 보면 혐오감을 느끼실까요?
닭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분들은 치킨 광고를 보면 불편하실까요?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요.
 
🎥 왜 이런 영상을 올려도 괜찮을까요?
(제가 생각한 부분이니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너무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1️⃣ 자연의 모습은 가리지 않고 보여줄 가치가 있다.
사냥은 생태계의 일부이고, 포식자는 본능적으로 먹이를 사냥합니다. 우리가 야생 다큐멘터리에서 사자가 가젤을 사냥하는 장면을 보듯,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사냥은 잔인한 것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다.
사냥하는 동물은 잔인해서가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블랑키도 본능에 따라 행동한 것이죠. 마치 야생 동물이 사냥하는 것처럼요. 물론 교육을 통해 그 정도를 통제할 수 있다고 하지요. 그런데 블랑키는 고양이와 아주 절친한 사이라... 그날 사냥한 토끼는 하나의 일탈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날 이후 토끼를 잡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3️⃣ 불편할 수는 있지만, 선택할 권리는 시청자에게 있다.
저는 영상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고 싶지 않다면 스킵하세요.”라고 충분히 알려드렸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기준으로 영상을 소비할 수는 없다는 점도 이해하기 때문에 불편해 하신 분들께는 참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 논란은 어디까지 자연의 모습을 받아들일까 하는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자연의 섭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은 산들랜드에서 토끼를 퇴치할 기회가 없습니다. 너무 바빠서 시간도 없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방법을 모색하면서 올리브나무도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토끼도 좀 퇴치하고... 땅굴도 없애고... 뭐 천천히 그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물론 토끼 덕분에 여우도 다시 나타나고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일정 부분도 있어 다행이긴 합니다. 그래서 생태 친화적인 공존 방법이 무엇일까 고심하고 있답니다.
 
오늘은 마냥 귀엽게만 느껴진 토끼의 그 어마무시한 파괴력에 대해 놀란 느낌을 이 블로그에 한 번 적어봤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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